00545 91. 소국에서 왕국으로 =========================================================================
“예.”
명후는 놀란 아르벨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과 꽤나 떨어진 곳에 나라를 하나 세웠습니다. 제가 드릴 부탁은...”
말끝을 잠시 흐린 명후는 아르벨의 분위기를 살피고 말을 이어 나갔다.
“바로 동맹입니다.”
왕국으로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동맹을 맺어야 된다.
“동맹이요?”
“네, 신성 국가와 동맹을 맺고 싶습니다.”
“아...”
동맹이라니? 전혀 예상치 못한 부탁이었다. 하기야 나라를 세운 것도 몰랐는데 동맹을 예상 못한 건 당연했다. 아르벨은 짧게 탄성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동맹...’
어떻게 해야 될까?
“이건 저 혼자 결정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네요.”
잠시 생각 한 아르벨이 말했다. 아무리 아르벨의 권력이 막강하더라도 국가와의 동맹은 홀로 결정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명후님의 부탁이니 바르타슈님도 거절 하시지는 않을 겁니다.”
바르타슈의 동의가 필요했다.
“아, 그렇군요.”
명후는 아르벨의 말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바르타슈가 결정하는 거라면...’
동맹을 결정하는 건 바르타슈였다.
‘문제 없겠네.’
그렇다면 문제없다. 바르타슈와는 이미 동맹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바르타슈가 동맹을 거절 할 리 없다.
‘퀘스트는 언제 나타나는거지?’
명후는 퀘스트가 언제 나타날지 궁금했다.
‘바르타슈가 동의하면 나타나는 건가?’
바르타슈가 동의를 하면 나타나는 것일까? 그렇게 명후가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때.
“저..”
아르벨이 입을 열었다. 명후는 생각을 잠시 접고 아르벨의 말에 집중했다.
“이번에는 제가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 * * *
[수락하셨습니다.]
퀘스트를 수락 한 명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부탁 드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 궁금했었는데 잘 됐네요.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명후는 아르벨에게 인사 한 뒤 방에서 나왔다. 방에서 나온 명후는 대신전 밖으로 걸음을 옮기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방금 전 수락 한 퀘스트를 확인했다.
<전쟁을 준비하는 헬리오카>
헬리오카 제국은 현재 전쟁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준비중이란 것만 알려졌을 뿐, 전쟁 대상과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 진 것이 없다. 대사제 아르벨은 헬리오카 제국이 전쟁을 준비하는 이유와 그 대상이 누구인 지 궁금해 하고 있다. 헬리오카 제국에서 정보를 얻어 전쟁 대상과 그 이유를 구해 아르벨에게 건네라! (정보를 얻을 때마다 %가 상승하며 100% 달성 시 ‘헬리오카의 전쟁 서류’를 획득 합니다.)
[정보 : 0%]
[헬리오카의 전쟁 서류 : 0 / 1]
퀘스트 난이도 : S
퀘스트 보상 : ???
“전쟁이라...”
전쟁을 한다는 것은 얼마 전 헬리오카에 잠시 들렸을 때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명후 역시 준비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대상과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누구랑 하려는 거지.”
명후 역시 궁금했다. 전쟁 대상이 누구인지, 전쟁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인지.
“일단 라이드로 가볼까.”
퀘스트 창을 닫은 명후는 목적지를 정했다.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는 정보를 얻어야 했고 정보를 얻는데에는 귀족만한 이들이 없다. 그리고 명후는 귀족 하나를 알고 있었다. 바로 해안도시 라이드의 시장이자 헬리오카 제국의 황제인 알칸의 오랜 친구 로튼이었다.
명후는 인벤토리를 열어 헬리오카 제국의 수도 넥서스로 워프 할 수 있는 워프 스크롤을 꺼내 사용했다.
웅성웅성
도착과 동시에 명후는 유저들의 웅성거림을 들을 수 있었다. 수가 많아 그런지 확실히 웅성거림도 컸다. 명후는 유저들의 웅성거림을 들으며 워프 게이트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라이드로 갑니다.”
명후는 마법사의 물음에 답하며 인벤토리에서 골드를 꺼내 건넸다.
“워프 합니다.”
그리고 골드를 받은 마법사는 워프를 시전했고 명후는 해안도시 라이드에 도착 할 수 있었다.스아악
“같이 비치볼 대회 나가 실 여성 유저 구해요!”
“해마 잡으러 갈 뇌속성 딜러 구합니다!”
“해저 동굴 탐험 하러 가실 분 구해요!!!!”
제국 최고의 관광 도시답게 라이드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대회를 같이 나갈 팀원을 구하는 유저, 사냥을 같이 할 파티원을 구하는 유저, 탐험을 같이 떠날 동료를 구하는 유저 등 유저들의 목적은 참으로 다양했다.
‘시청이 이쪽이었지?’
명후는 유저들의 외침을 들으며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바로 시청이었다.
‘없으면 어떻게하지..’
명후가 시청으로 가려는 것은 이곳을 다스리는 로튼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시장이라고 해서 항시 시청에 있는 게 아니니 없을까 살짝 걱정이 됐다.
‘거기다 시청에 있다고 바로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예전이야 귀족이었고 황제의 증표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귀족이 아니었다. 귀족은커녕 공적이었고 황제의 증표도 없다. 시청에 로튼이 있다고 하더라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저벅!
거기까지 생각을 한 명후는 걸음을 멈췄다.
‘음...’
걸음을 멈춘 채 잠시 생각을 한 명후는 방향을 틀었다.
‘거기로 가는게 낫겠어.’
시청에서 어딘가로 방향을 바꾼 명후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줄을 서야 하긴 하지만..’
바뀐 목적지, 그곳은 바로 해변가에 위치 한 식당 ‘웃는 얼굴’이었다.
‘거기라면 확실히 만날 수 있겠지.’
식당 ‘웃는 얼굴’의 주인은 바로 로튼의 친동생 베가스였다. 베가스를 통해서라면 분명 로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베가스도 알고 있겠지?’
물론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기는 했다. 로튼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베가스에게 했냐 안했냐였다.
‘안했으면...’
명후는 다시 걸음을 멈췄다. 만약 로튼이 베가스에게 말하지 않았다면?
‘날 그냥 공적으로 볼텐데.’
베가스는 그저 공적이 나타났다 생각 할 것이다. 그러면 명후는 로튼이 아닌 기사와 병사들을 보게 될 것이었다.
‘끄응...’
명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로 가야 되나..’
미간을 찌푸린 채 명후는 어디로 가야 될지 고민했다. 그리고 얼마 뒤 명후는 고민을 끝낼 수 있었다. 자의로 고민을 끝낸 것은 아니었다.
“로튼 백작이다!”
“생각보다 젊은데?”
“저 사람이 현 황제 친구라며?”
“현 황제의 친구니까 이런 도시의 시장도 맡았겠지. 보통 이런 관광 도시는 귀족들이 관리 못하게 되어있잖아.”
“하긴 영주가 아닌 시장이라는 직책이 있는 걸 보면... NPC도 인맥이 중요하긴 하네.”
귓가에 들려오는 유저들의 대화에 명후는 고개를 돌려 유저들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을 보았다.
‘...!’
그곳에는 로튼이 병사들을 거느린 채 어딘가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근데 어디가는거야?”
“몰라, 어떤 몬스터를 토벌하러 간다는데.”
“고작 저 인원으로? 저 인원으로 갈 정도면 굳이 백작이 움직일 필요도 없는거 아니야?”
유저들의 대화를 들으며 명후는 로튼과 병사들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는거지?’
명후는 뒤를 따라 걸으며 생각했다. 로튼과 병사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유저들의 말대로 몬스터를 토벌하러 가는 것일까?
‘때를 봐서 대화를 나눠야겠어’
물론 명후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명후는 때를 봐서 로튼과 병사들의 앞을 막아 설 생각이다. 병사 몇이라면 큰 문제없이 로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저, 백작님.”
바로 그때였다. 도시에서 나와 해저동굴 쪽으로 진입한 그때. 병사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로튼을 불렀다.
“뒤에 수상한 인간이 따라오고 있습니다.”
명후는 수상한 인간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명후는 로브를 푹 눌러썼고 주변에는 다른 이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스윽
병사 대장의 말에 명후는 로브를 벗었다. 그리고 자신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린 로튼과 눈을 마주쳤다.
“...!”
멈칫!
명후를 알아 본 로튼은 놀란 표정으로 순간 멈칫했다. 명후는 로튼이 자신을 알아보자 다시 로브를 썼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겠나?”
로튼이 병사 대장에게 말했다.
“네?”
수상한 인간이 따라오는데 여기서 잠시 기다려 달라니? 병사 대장은 로튼의 말에 반문했다.
“아는 분이네.”
“...알겠습니다.”
병사 대장은 이어진 로튼의 말에 답하며 병사들을 이끌고 떨어졌다. 물론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기에 언제라도 달려 올 수 있는 거리에 멈춰 섰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명후는 병사들이 떨어지자 자연스레 로튼에게 다가가 말했다.
“정말 오랜 만입니다. 명후님.”
로튼은 정말 반가웠다.
“어디 계셨던 겁니까?”
그리고 궁금했다. 도대체 그간 명후가 어디에 있던 것인지 어떻게 지내고 있던 것인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지냈습니다.”
로튼의 물음에 명후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알칸 그 친구가 정말 걱정 많이 했습니다.”
알칸,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었다.
“그렇군요.”
명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고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제가 로튼님을 이렇게 찾아 온 건 한 가지 여쭈어 볼게 있기 때문입니다.”
“...?”
로튼은 명후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명후는 그런 로튼의 표정을 보며 이어 말했다.
“현재 헬리오카에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명후의 말에 로튼은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것을 어떻게 알았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전쟁 대상은 누구인지.”
“...”
“전쟁을 일으키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
로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명후의 말을 들을 뿐이었다.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에게 알려 주실 수 있으십니까?”
* * * *
헬리오카 제국의 황제 알칸의 집무실.
“그러면 그때까지는 방법이 없는건가?”
“예, 아무래도...”
“...알겠네.”
보고를 받던 알칸은 미간을 찌푸린 채 답한 뒤 나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보고를 마친 기사단장 호롬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 한 뒤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하...”
호롬이 나가고 알칸은 깊게 한숨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이럴 때 명후 백작이 있었더라면...”
명후가 있었더라면 지금의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오더라도 문제가 없었다. 분명 해결 되었을 것이다.
“잘 지내고는 있는 건지...”
명후가 떠난 날, 그날부터 알칸의 마음 한구석에는 명후에 대한 걱정과 미안함이 자리를 잡았다. 잘 지내고 있는 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매일 같이 떠올랐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악
집무실 한쪽에 진열되어 있던 수정구들 중 하나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누구지?”
알칸은 자리에서 일어나 수정구로 다가갔다.
“로튼?”
수정구 앞에 도착 한 알칸은 중얼거렸다. 빛을 뿜어내는 수정구는 바로 로튼과 연결이 되어 있는 수정구였기 때문이었다.
스윽
알칸은 수정구에 손을 가져다 대어 활성화 시켰다. 그리고 곧 수정구 위로 로튼의 모습이 나타났다.
-알칸.
연결이 되자마자 들려오는 로튼의 목소리에 알칸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응, 무슨 일이야?”
-명후 백작이 날 찾아왔었네.
이어진 로튼의 말에 알칸의 입가에 지어져 있던 미소가 사라졌다.
“...뭐? 뭐라고?”
알칸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다. 그러자 로튼이 다시 한 번 말했다.
-명후 백작이 날 찾아왔었다고.
============================ 작품 후기 ============================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