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10 85. 다시 신전으로 =========================================================================
“아..”
최윤석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깊은 탄성을 내뱉었다. 탄성을 내뱉은 최윤석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왜?”
그런 최윤석의 탄성에 장무열이 물었다.
“도착..했습니다.”
최윤석은 힘없는 목소리로 장무열에게 말했다.
“도착?”
장무열은 미간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명후 그 유저?”
“예.”
최윤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저희 예상대로 유저를 데리고 왔습니다.”
“몇 명?”
“한 명이긴 한데..”
“한 명? 에이, 그러면 걱정 없잖아.”
한 명이라는 최윤석의 말에 장무열은 걱정 할 필요 없다는 듯 말했다. 한 명을 데리고 온다고 해서 4구역을 뚫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겠죠...?”
그러나 장무열의 말에도 최윤석은 불안했다. 불안한 최윤석의 목소리에 걱정 할 필요 없다던 장무열 역시 조금 불안함을 느끼고 입을 열었다.
“...잘 주시하고있어.”
“예.”
* * * *
[10초 뒤 설정한 좌표로 워프 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10초를 기다리자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워프 후 2초간 무적 시간을 갖습니다.]
[무적 시간 동안 적에게 피해를 줄 수 없습니다.]
공간의 일그러짐은 곧 복구 되었다.
[잊혀진 신의 신전 - 안전지대에 입장하셨습니다.]
[부활 지점이 ‘잊혀진 신의 신전 - 안전지대’로 변경되었습니다.]
명후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적 시간이 끝납니다.]
이어 2초가 지나 무적 시간이 끝났다는 메시지가 나타난 순간. 명후는 뒤쪽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명후야!”
바로 지연의 목소리였다.
스윽
명후는 뒤로 돌아 자신에게 다가오는 지연을 보았다.
“퀘스트 떴어?”
“응, 여기로 부활 지점이 바뀌고 특수 퀘스트가 4개나 떴어!”
지연 역시 명후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특수 퀘스트 4개를 받았다.
“그런데 1개 빼고는 전부 물음표야.”
“그게 다음 구역으로 넘어 갈 때마다 활성화 될 거야.”
명후는 지연의 의문을 풀어주며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제 1구역인거야?”
“아니, 1구역은 좀 더 가야 돼.”
얼마 뒤, 명후와 지연은 신전 앞에 도착했고 명후는 지연의 물음에 답했다.
“그럼?”
“죽은 존재들의 무덤이라고 1구역으로 가기 전 장소야.”
명후는 입구를 통해 신전으로 들어갔다.
[잊혀진 신의 신전 - 죽은 존재들의 무덤에 입장하셨습니다.]
[잊혀진 신의 신전 - 1구역에 가기 위해서는 출입증이 필요합니다.]
[출입증을 보유중입니다.]
신전에 들어오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전과 같이 메시지는 3개였다. 그러나 이미 출입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마지막 메시지는 전과 달랐다.
‘드디어..’
메시지를 보며 명후는 생각했다.
‘700을 찍을 수 있겠네.’
죽은 존재들의 무덤, 이곳은 말 그대로 죽은 존재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이미 죽었기 때문에 죽지 않는 자들. 이들은 어마어마한 경험치를 제공한다. 현재 명후의 레벨은 699, 이곳에서 단 하나만 굴복시켜도 목표했던 700레벨을 달성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쿵!
바로 그때였다. 귓가에 들려오는 웅장한 발소리, 그리고 땅의 흔들림.
“명후야, 저기봐!”
지연의 말에 명후는 지연이 가리키고 있는 곳을 보았다.
쿵! 쿵!
그곳엔 발소리의 주인공이 걸어오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명후는 발소리의 주인공을 알고 있었다.
‘가드로.’
발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가드로였다.
[죽은 존재 - 거인 가드로가 당신을 발견했습니다.]
쿵!
명후와 지연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던 가드로는 명후와 지연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
그리고 명후는 자신과 눈이 마주친 가드로에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순간 가드로의 눈이 흔들렸다.
“어?”
“...?”
가드로를 향해 미소를 보이고 있던 명후는 지연의 당황스런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지연을 보았다.
“왜??”
“그, 그게..”
명후의 물음에 지연은 당황스런 표정으로 가드로를 보더니 이어 말했다.
“특수 퀘스트가 생성됐어. 거인이 굴복을 했는데 완전한 굴복이 아니래, 거인과 싸워 인정 받으라는데?”
“...?”
지연의 말에 명후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나랑 왜 다른거지?’
명후는 분명 가드로와 싸웠다. 그 후 가드로의 굴복을 얻어냈고 대화를 하라는 특수 퀘스트가 생성되었다. 그런데 지연은 명후와 달랐다.
‘나랑 같이 있어서 그런건가?’
혹시 이미 퀘스트를 완료한 자신과 같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 명후는 고개를 돌려 가드로를 보았다.
쿵! 쿵!
“...오, 오랜만에 뵙습니다.”
가드로는 어색한 웃음과 함께 다가왔다.
“그래, 오랜만이야.”
명후는 가드로의 인사를 받으며 지연에게 말했다.
“어떻게 할 거야? 바로 시작할거야?”
“응.”
지연은 명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명후는 지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뒤로 물러났다.
“...?”
가드로는 뒤로 물러나는 명후와 앞으로 나서는 지연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가드로를 향해 지연이 말했다.
“우리 싸워요!”
“...예?”
갑작스런 지연의 말에 가드로는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가?’
신전으로 누군가 들어 온 것을 느낀 가드로는 곧장 응징을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신전에 들어 온 자들을 본 순간 가드로는 굳을 수밖에 없었다.
신전에 들어 온 자들 중 예전 자신을 굴복시킨 명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옆에 있던 지연의 경우 응징을 해야했지만 명후와 함께 있어 공격을 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먼저 싸우자고 하다니?
“...”
가드로는 지연의 말에 답하기 전 명후를 보았다. 만약 지연과 싸우는 도중 명후가 끼어든다면?
‘그 고통을 다시 느낄 수는 없어!’
예전 그 고통을 다시 느낄 수도 있었다. 가드로는 그 고통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다.
“아아, 끼어들지 않을테니까. 마음대로 해.”
가드로의 시선에 명후가 말했다. 거짓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가드로는 명후의 말에 다시 지연을 보았다. 그리고 순간 가드로의 분위기가 변했다. 온순했던 가드로는 예전 명후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흉포한 분위기를 뿜어냈다.
“시작할게요!”
보통 유저였다면 가드로의 흉포한 분위기에 기가 죽었을테지만 지연 역시 보통 유저는 아니었다.
스아악!
시작한다는 외침과 함께 지연의 엉덩이 쪽에서 9개의 꼬리가 나타났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9개의 꼬리.
“...”
흉포한 분위기를 뿜어내던 가드로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꼬리가 나타났기 때문은 아니었다.
스악.. 스악.. 스악..
가드로가 말을 할 수 없던 이유, 그것은 바로 꼬리에 이어 나타나기 시작한 수많은 하얀 불꽃들 때문이었다.
‘뭔가...’
끝없이 소환 되는 하얀 불꽃들을 보며 가드로는 생각했다.
‘잘못 된 거 같은데..’
잘못 된 것 같다고.
* * * *
‘...저새끼 왜 저래?’
거인 하루스는 전방에서 다가오고 있는 가드로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루스가 갸웃거린 이유 그것은 바로 가드로의 모습 때문이었다.
‘불장난이라도 한 건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가드로의 옷은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었고 피부는 그을려 있었다.
‘잠깐! 쟨 또 뭐야?’
바로 그때, 가드로를 보던 하루스는 뒤에 따라오는 한 인간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저 녀석입니다.”
그리고 이내 걸음을 멈춘 가드로가 하루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인간에 대한 가드로의 태도는 매우 공손했다. 그런 가드로의 태도를 보고 하루스는 생각했다.
‘설마 또 인간에게 굴복을 한거냐?’
하루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가드로는 또다시 인간에게 굴복을 한 것 같았다.
‘거인의 수치!’
물론 하루스 역시 인간에게 굴복을 했었다. 그러나 그 인간은 예외였다. 죽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알려 준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가드로!”
하루스는 성난 목소리로 가드로를 불렀다. 인간에게 공손히 이야기를 하고 있던 가드로는 하루스의 부름에 고개를 돌려 하루스를 보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
“...!”
그런 가드로의 비웃음에 하루스는 분노한 눈빛으로 방망이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저번에도 그분께 달려들었던 놈입니다.”
“아, 그래요?”
분노한 하루스를 보았음에도 가드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여전히 비웃음을 머금은 채 고개를 돌려 인간에게 말했다.
‘...그분?’
가드로의 말에 하루스는 순간 섬뜩함을 느꼈다.
‘설마...’
점점 크기를 키워가던 분노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가드로가 그분이라 할 만한 존재는 단 하나 뿐이었다.
‘그, 그 인간?’
하루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었던 그 인간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하루스는 두려움 가득 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될 지 그 인간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확인 한 하루스는 한 층 두려움이 가신 눈으로 가드로와 가드로가 공손히 대하는 인간을 보았다.
‘그 인간과 아는 사이인가?’
아무래도 대화를 들어보니 아는 사이 인 것 같았다.
‘어떻게 하지.’
하루스는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될까?
‘그 인간이 올 것 같은데.’
지금 가드로가 공손히 대하는 인간을 공격하면 왠지 그 인간이 올 것 같았다. 하루스는 두려움의 근원인 그 고통을 다시 느끼기 싫었다. 그렇게 하루스가 고민을 하고 있던 바로 그때.
스라락
“...?”
가드로가 공손히 대하던 인간의 뒤쪽에 9개의 꼬리가 나타났다.
‘인간이 아니야?’
인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꼬리라니? 인간이 아닌 것일까? 하루스는 의아했다. 물론 하루스의 의아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스악!
하얀 불꽃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스악! 스악! 스악!
하나만 나타난 게 아니었다. 첫 번째 하얀 불꽃을 시작으로 무수히 많은 하얀 불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
순식간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 하얀 불꽃들. 그리고 그 하얀 불꽃들을 소환 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간의 눈빛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걸 본 하루스는 당황했다.
‘그러고보니 저 그을린 피부..’
처음 가드로의 모습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옷은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었고 피부는 그을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니 가드로가 어떻게 그런 모습이 된 것인지 알 것 같았다. 하얀 불꽃, 인간의 하얀 불꽃이 원인이었다. 확실했다.
“...”
하루스는 다시 고민했다. 지금 상황을 보니 여인은 공격을 해올 것 같았다. 아니, 할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그 인간인데..’
어차피 인간이 만들어낸 불꽃이다. 가드로는 굴복 했지만 하루스는 굴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그 인간이었다. 만약 자신이 저 인간을 죽였는데 저 인간이 그 인간과 아는 사이라면? 그것도 친밀한 사이라면? 일이 커진다. 정말 끝없는 고통을 느껴야 될 수도 있다.
스아악!
그렇게 하루스가 고민하던 사이 하얀 불꽃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아직 고민을 끝내지 못했던 하루스는 고민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하얀 불꽃이 얼마나 아픈지 겪어보자는 생각에 하얀 불꽃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고민했다.
쾅!
그러나 하얀 불꽃이 작렬 한 순간 하루스는 고민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악!”
하얀 불꽃이 작렬 한 순간 느껴진 고통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거기다 하얀 불꽃은 폭발로 끝난 게 아니었다.
화르륵!
옷과 피부 위에서 맹렬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로인해 느껴지는 뜨거움은 폭발로 인해 느낀 고통보다 더욱 심했다.
거기다 더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바로 방금 전 날아온 하얀 불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얀 불꽃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가 소환되어 있었다.
‘피, 피해야 돼!’
하루스는 가드로가 어째서 굴복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인간이 문제가 아니다. 이 인간 역시 인간이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루스의 머릿속에는 지금 당장 이 자리를 피해야 된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러나 시야에 들어오는 수많은 불꽃들에 피하기엔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불꽃의 색처럼 새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불꽃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말복이네요.
삼계탕을 먹어야겠지만
오늘 저녁은 치킨!
점심은 롯데리아 핫크리스피버거를 먹기로 했습니다. (1+1이라네요!)
맛난 점심, 저녁 드시길 바라고 상쾌한 수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