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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마스터-508화 (508/644)

00508  84. 명후의 선택  =========================================================================

*  *  *  *

저벅저벅

누군가 문 밖에 도착 한 것인지 발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익

이내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방의 주인 프라미너스였다. 프라미너스를 기다리고 있던 급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지.”

급살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프라미너스가 말한 뒤 다시 방 밖으로 나갔다. 급살 역시 프라미너스의 뒤를 따라 방에서 나왔다.

“집무실로 가는 것입니까?”

프라미너스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며 급살이 물었다.

“그렇네. 아, 그리고.”

“...?”

“현재 집무실에는 왕비님도 계시네.”

왕비도 있다. 즉, 행동과 말을 조심하라는 뜻이었다. 급살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조심 또 조심하겠습니다.”

왕과 왕비의 앞이다. 앞으로 급살의 행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들이다. 무례한 행동을 하라고 해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급살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왕비가 있었나?’

왕비, 프라미너스는 분명 왕비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왕비가 무슨 단어인지 몰라 이상함을 느낀 게 아니다. 급살이 이상함을 느낀 건 왕비의 존재를 이번에 처음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긴, 왕자가 있는데 왕비가 없을 리 없지.’

왕자가 있는데 왕비가 없을 리 없다. 급살은 이내 이상함을 떨치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프라미너스의 뒤를 따랐다.

*  *  *  *

“내가 아는 사람이야?”

집무실에 들어 온 지연은 내부를 한 번 둘러보고는 자연스레 의자에 앉아 명후에게 물었다.

“음, 아마도 그 사람이 확실하다면.”

“누군데?”

“예전 마계 갔을 때 기억나?”

“마계?”

지연은 명후의 말에 반문했다. 그리고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응, 기억나지”

“그럼 그때 마계에서 잡았던 급살이라는 유저는?”

명후의 말에 지연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곧 떠올랐는지 알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현상금 걸렸던 유저! 그 유저 말하는거야? 엘가브의 사도가 되었다는?”

“응, 그 유저. 만나봐야겠지만 아마도 그 유저가 지금 여기에 와 있는 것 같아.”

“헐, 그 유저가?”

지연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유저 지금 너랑 서로 적이잖아.”

명후에게 들어 지연은 엘가브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급살이 엘가브의 사도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즉, 명후와 급살은 서로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이곳에 있단 말인가?

“아아, 그게..”

지연의 놀람에 명후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적인 것 같긴 한데..”

적이다. 자신을 죽이려 했던 엘가브이고 엘가브의 사도이니 분명 적이다.

“적이 아닌 것 같기도 해.”

그러나 여태까지 보였던 급살의 행동을 보면 적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유저라서 이야기가 통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급살은 NPC가 아닌 유저였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좋은 상황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똑똑.

그렇게 명후와 지연이 대화를 나누고 있던 바로 그때.

“폐하, 프라미너스입니다.”

프라미너스가 도착했다.

“들어와.”

명후는 프라미너스에게 말했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프라미너스가 들어왔다. 명후는 프라미너스를 본 뒤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누군가를 보았다.

“...”

명후는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엘가브의 사도, 유저 ‘급살’이 당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  *  *  *

저벅!

프라미너스가 걸음을 멈췄다.

“자네라면 어련히 잘 하겠지만..”

걸음을 멈춘 프라미너스는 다시 한 번 급살에게 말했다.

“행동과 말을 조심하게.”

“네.”

급살은 프라미너스의 말에 답한 뒤 바로 앞에 자리잡은 문을 보았다.

‘이곳이 왕의 집무실..’

수많은 퀘스트를 깨며 왕궁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급살은 이곳, 집무실에는 단 한 번도 온 적 없었다. 왕이 없는데 집무실에 올 일이 없는 건 당연했다.

똑똑

“폐하, 프라미너스입니다.”

급살이 집무실의 문을 구경하고 있을 때. 프라미너스가 노크했다.

‘드디어 만나는건가.’

이제 베일에 가려져 있던 소국 ‘힘’의 왕을 만날 수 있다. 급살은 기대 가득 한 표정을 지었다.

“들어와.”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젊네?’

나이가 조금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목소리가 상당히 젊었다. 직접 보지 못해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목소리만 보자면 왕은 상당히 젊은 것 같았다.

끼이익

왕의 들어오라는 말에 프라미너스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급살 역시 프라미너스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그때였다.

[유저 ‘명후’를 발견하였습니다.]

[유저 ‘명후’도 당신의 존재를 파악합니다.]

“...?”

급살은 걸음을 멈췄다. 메시지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메시지를 본 급살은 당황했다. 처음 보는 메시지가 아니다. 이 메시지는 예전에도 본 적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이 메시지가 왜 나타났냐는 것이었다.

‘버근가?’

버그인 것일까?

“이자가 바로 급살입니다.”

메시지에 대해 의아해 하던 급살은 프라미너스의 말에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왕을 보았다.

“...?”

그리고 그 순간 급살은 마치 동상이 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급살은 자리에 앉아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사내를 바라볼 뿐이었다.

“오랜만입니다. 급살님.”

그리고 이어 사내가 말했다.

‘어, 어떻게.. 왜..’

사내의 말에 정신을 차린 급살은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급살은 사내를 알고 있었다.

‘저, 저사람이 왜..’

메시지가 나타난 건 버그가 아니었다. 눈앞에서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사내는 바로 명후였다.

‘어째서..’

급살은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어째서 도대체 왜 명후가 이곳에 있는 것인지 왕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마...’

그러다 떠오른 하나의 가정.

‘왕이...’

급살은 말도 안 된다 생각했다. 그러나 집무실 내에 사내는 프라미너스와 자신을 제외하고 명후 뿐이었다.

‘...말도 안 돼!’

믿고 싶지 않았다. 이 상황을 부정했다. 그러나 급살이 부정한다고 해서 상황이 변하는 건 아니었다.

‘유저가 국가를 세웠다니..’

이곳 소국 ‘힘’은 명후가 세운 국가가 분명했다.

“이야기 좀 해볼까요?”

바로 그때 명후가 말했다.

“앉으세요.”

명후의 말에 정신을 차린 급살은 침을 삼키며 명후의 반대편으로 다가가 앉았다. 자리에 앉은 급살은 명후를 보며 생각했다.

‘로그아웃 할까?’

여태까지 도망쳤던 것처럼 로그아웃을 하면 어떨까?

‘아니야, 로그아웃은 안 돼. 어차피 다시 접속하면 여기잖아.’

로그아웃은 소용없었다. 지금 이 상황을 잠시 벗어날 수 있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왕의 집무실이었다. 다시 접속해봤자 이곳이다. 즉, 로그아웃을 해도 소용없는 사지로 들어 온 것과 마찬가지였다.

“프라미너스 잠시 나가 있어줘. 이야기 할 게 있어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프라미너스는 명후의 말에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프라미너스가 나가고 명후는 급살을 보며 입을 열었다.

“우선...”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될 지 생각하던 급살은 명후의 말에 잠시 생각을 멈추고 명후에게 집중했다.

“엘가브의 사도시죠?”

“...예.”

“퀘스트 받으신 것도 있겠고?”

“그렇죠.”

“그 퀘스트는 저와 관련이 있나요?”

“네.”

“어떤 퀘스트인지 볼 수 있을까요?”

명후의 말에 급살은 잠시 머뭇거렸다.

‘퀘스트를 확인 하면 날 죽이려고 하지 않을까?’

급살이 머뭇거린 이유, 그것은 바로 퀘스트의 완료 조건 때문이었다. 퀘스트 완료 조건은 명후의 죽음이었다. 조건을 보게 되면 혹시나 죽이려 들 지 않을까 걱정됐다.

“아아,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급살님에게 악감정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어떤 퀘스트인지 대충 감도 잡고 있습니다.”

그런 급살의 걱정을 눈치 챈 명후가 말했다. 명후의 말에 급살은 퀘스트 창을 열어 다른 이들도 볼 수 있게 활성화했다.

<엘가브의 사도>

엘가브의 사도가 된 당신, 당신은 해야 될 일이있다. 그것은 바로 신성 제국의 공적인 유저 ‘명후’를 죽이는 것. 신성 제국과 대륙 곳곳에 퍼져 있는 신전의 도움을 받아 유저 ‘명후’를 죽이고 보고하라!

[유저 ‘명후’ : 0 / ???]

퀘스트 난이도 : ???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취소 불가

퀘스트 ‘엘가브의 사도’가 활성화 되었고 그것을 본 명후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됐습니다. 역시 이런 퀘스트였군요.”

명후의 말에 급살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럼 이곳에 온 건 저를 죽이기 위해서인가요?”

그리고 이어진 명후의 말에 급살은 기겁하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뇨, 그건 아닙니다! 이 국가에 온 건 순전히 우연이었습니다.”

소국 ‘힘’에 오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만약 이곳이 명후가 세운 국가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발을 들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전 알고 있습니다. 제가 무슨 짓을 해도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할 거라는 걸요. 앞전에 제가 로그아웃을 한 것도 안 되는 걸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앞마당이라 할 수 있는 대신전 앞에서 급살은 명후를 만났었다. 그리고 로그아웃으로 도망을 쳤다.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전 이곳에서 자리를 잡게 되면 퀘스트를 포기 할 생각이었습니다. 직업이 좋기는 하지만 강제로 전직 한 거고 퀘스트가 너무 부담됐거든요.”

작위를 받고 어느정도 자리를 잡게 되면 급살은 다른 직업으로 전직을 할 생각이었다. 엘가브의 사도란 직업이 좋긴 해도 명후라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리를 잡으면요?”

“...예.”

급살은 명후의 물음에 답한 뒤 눈치를 살폈다.

“그렇군요. 음..”

명후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한 가지 더, 궁금한게 있는데요.”

하나 더 물어 볼 것이 있었다.

“퀘스트를 보니 완료하려면 보고를 해야 되는 것 같은데. 누구한테 보고를 하는 건가요? 어디서 하는 거죠?”

바로 퀘스트 완료를 누구에게, 어디서 하냐는 것이었다.

“아, 그건 아이템을 하나 받았습니다.”

급살은 엘가브에게 아이템을 하나 받았다. 명후를 죽이고 퀘스트를 완료 할 때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엘가브를 소환 할 수 있는 아이템인데..”

바로 엘가브를 소환 할 수 있는 ‘엘가브의 구슬’이다. 급살은 명후에게 ‘엘가브의 구슬’을 보여주려 인벤토리를 열었다.

“잠깐만요.”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

인벤토리를 연 급살은 명후의 말에 행동을 멈추고 명후를 보았다. 그러자 명후가 이어 말했다.

“엘가브를 소환 할 수 있는 아이템이요?”

============================ 작품 후기 ============================

이제 곧 저녁이네요.

행복한 식사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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