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99 82. 4구역, 돌아가다. =========================================================================
* * * *
로케의 서쪽에 자리 잡고 있는 필드 칼바람 평야.
-퀴에에엑!
지금 칼바람 평야의 중심에는 칼바람 평야의 보스 몬스터 아라그와 아라그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유저들이 있었다.
“힐 좀 주세요!”
“예!”
사제 할랏은 아라그의 어그로를 끌고 있는 탱커 유저의 외침에 힐을 써주며 생각했다.
‘길마님은 언제 오시는거지?’
원래대로라면 지금 인원으로 사냥을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비공식 길드 마스터인 소마가 온다는 소리에 사냥을 하지 않고 어그로만 끌고 있는 중이었다.
“소마님 오셨습니까!”
바로 그때였다.
‘길마님?’
할랏은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저 사람은 누구야?’
그리고 할랏은 소마와 그 옆에 있는 한 사내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사내의 등장에 할랏은 의아한 눈빛으로 사내를 훑었다.
‘장비는 엄청 좋아보이는데..’
장비 하나하나가 전부 있어 보였다.
“저녀석이군요.”
“예, 저녀석입니다.”
뒤쪽에 있었기에 할랏은 소마와 사내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할랏은 소마와 사내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바로 잡으실 겁니까?”
“아, 네. 바로 잡아야죠.”
이어진 소마의 물음과 사내의 답에 할랏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라그를 잡는다고?’
그걸 사내에게 왜 묻는단 말인가?
‘설마 잡지 말라는 이유가..’
할랏은 어째서 잡지 말고 있으라 연락이 온 것인지 깨달았다. 같이 사냥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내에게 넘겨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혼자잖아?’
어차피 발견 하는 것 자체로 수당을 받기 때문에 누가 잡든 상관은 없었다. 그러나 할랏은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사내가 혼자라는 것이었다. 대화를 들어보면 사내는 당장 잡을 것처럼 말을 하는데 혼자서 아라그를 잡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길마님이랑 같이 사냥을 해도 15분이 걸리는 녀석인데.’
소마를 포함한 이 많은 인원이 사냥에 몰두해도 15분이 걸리는 어마어마한 녀석이다.
‘다른 곳에 더 있나?’
할랏은 힐끔힐끔 주변을 확인했다. 그러나 다른 유저는 보이지 않았다.
저벅저벅
바로 그때였다.
‘...뭘하려는거지?’
할랏은 자신을 지나쳐 아라그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사내의 등을 보며 생각했다. 도대체 사내는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지팡이를 보니 마법사 같은데..’
묵직해 보이는 지팡이를 들고 있는 사내는 마법사가 분명했다.
‘근접해서 써야 되는 마법인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으로 보아 근접 마법을 사용 할 생각 인 것 같았다.
“에벨님, 로쿤님, 강산님 뒤쪽으로 물러나세요!”
“...?”
그러나 이어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할랏은 으잉? 하는 표정으로 방금 전 외친 목소리의 주인공 소마를 보았다.
‘탱커 라인은 왜?’
에벨, 로쿤, 강산. 여태까지 아라그의 어그로를 끌고 있던 탱커 유저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을 왜 물린단 말인가?
‘캐스팅 할 때까지 어그로 끌어줘야 되는거 아닌가?’
사내가 캐스팅을 끝낼 때까지 어그로라도 끌어야 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에벨, 로쿤, 강산. 세 탱커 유저들은 소마의 외침에 잠시 머뭇거리다 물러났다. 그리고 이내 사내를 지나쳐 할랏이 있는 곳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난감한 표정으로 사내와 성난 눈빛을 짓고 있는 아라그를 보았다.
-퀴에에엑!
어그로를 끌고 있던 세 탱커 유저들이 멀어져 어그로 수치가 떨어졌고 어그로가 사내에게 튀었는지 아라그는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뭐, 뭐하는거야?’
할랏은 사내를 보며 생각했다. 사내는 아라그가 달려옴에도 여전히 아라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캐스팅도 하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퀴에에에에엑!
이내 아라그가 사내에게 도착했고 아라그는 날개에 가려져 있던 손톱을 사내에게 휘둘렀다.
후웅!
단순한 공격이지만 탱커라도 무방비 상태로 맞으면 생명력이 반 이상 날아가는 어마어마한 공격이었다. 할랏은 사내가 버틸지 모르겠지만 일단 힐을 쓸 준비를 했다.
“...어?”
그러나 힐을 준비하고 있던 할랏은 이어진 상황에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쾅!
손톱이 작렬하기 직전 사내는 손톱을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리고 손톱과 지팡이가 부딪힌 순간 굉음이 터져나왔고.
-퀴에에에엑!
이어 아라그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여태까지 사냥을 하며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던 큰 비명이었다.
‘뭐, 뭐야.’
아라그는 비명을 질러서 안 된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해하지 못할 상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쾅!
-퀴에엑!
쾅!
-퀴에에에에엑!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하는 아라그에게 사내는 지팡이를 계속해서 휘둘렀고 사내의 지팡이가 작렬 할 때마다 말도 안 되는 타격 소리와 아라그의 비명이 계속해서 터져나왔다.
‘...’
할랏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쓰러져 두들겨 맞고 있는 아라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 * * *
“...”
소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
“...”
“...”
그것은 근처에 있던 태평양 길드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벅저벅
“수, 수고하셨습니다.”
멍하니 앞을 보고 있던 소마는 명후가 도착하자 정신을 차리고 명후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다행이도 드랍 됐네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명후는 소마의 말에 답하고 이어 인사를 한 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소마는 명후가 감에도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앞을 바라볼 뿐이었다.
‘끙..’
소마는 전방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혼자서도 잡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명후가 강한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혼자서도 아라그를 사냥 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렇게 빨리 잡을 줄이야..’
그래도 시간은 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했던 시간과는 비교 하는 것이 민망 할 정도로 빠른 시간에 아라그는 사냥당하고 말았다.
‘잡는 방식도 그렇고..’
시간뿐만이 아니었다. 잡는 방식 역시 예상 밖이었다. 마법을 쓸 줄 알았는데 마법을 쓰지 않았다. 사냥당하는 모습을 보며 아라그가 불쌍하다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만약 충돌이 났다면..’
소마는 생각해보았다. 만에 하나 아라그를 두고 명후와 충돌이 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
생각만해도 소름이 끼쳤다.
‘역시 내 선택이 옳았어.’
현재 명후는 헬리오카 제국의 공적이다. 헬리오카 제국을 국적으로 가지고 있는 소마는 명후를 잡는다면 어마어마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소마는 애초에 시도 자체를 하지 않았다.
아니, 자신만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자신의 동생이자 길드의 공식 마스터인 마가렛에게도 말을 해 충돌을 막았다. 지금 상황을 보니 아주 잘 한 선택이었다.
‘아!’
그렇게 안도하고 있던 소마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재빨리 친구 창을 열었다. 비공식 마스터라고해도 마스터는 마스터였다. 친구 창에는 캐릭터명만 들어도 알 수 있을 유저들이 가득 차 있었다.
‘들어와 계시네.’
친구 창을 확인 한 소마는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귓속말을 날렸다.
-가울에게 : 가울님.
바로 독고 길드의 마스터 가울이 그 주인공이었다.
-가울 : 예, 소마님.
귓속말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울에게 답이 왔다. 소마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가울에게 : 명후님 기억하시죠?
-가울 : 네,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요.
-가울에게 : 지금 명후님이 특수 퀘스트를 깨고 계십니다.
-가울 : 예? 그 말은..
-가울에게 : 저희가 맡고 있는 타나의 지팡이와 아라그의 날개는 구해가셨습니다.
-가울 : 흐음, 그냥 넘기신겁니까?
-가울에게 : 아니요. 직접 사냥하셨습니다.
-가울 : 그렇군요. 그러면 지금 저희가 맡고 있는 곳으로 오고 있는겁니까?
‘...음.’
가울과 귓속말을 나누던 소마는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명후님에 대한 생각이 나랑 좀 많이 다른 것 같은데.’
귓속말에서 보이는 가울의 반응이 무언가 이상했다. 아니, 이상하다기보단 명후에 대한 생각이 좀 많이 다른 것 같았다.
-가울에게 : 아마도 그럴 겁니다.
-가울 : 알겠습니다. 더 하실 말씀은?
-가울에게 : 없습니다. 수고하시길.
아라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려 주려 했다. 그러나 가울의 반응을 보니 굳이 말해 줄 필요가 없어보였다. 아니, 말을 한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 같았다.
‘뭐, 알아서 하겠지.’
소마는 친구 창을 닫았다.
* * * *
<특수 퀘스트 - 바르타슈의 기운이 느껴진 곳>
대사제 아르벨은 기도를 통해 바르타슈의 기운을 느꼈다. 문제는 기운이 느껴진 곳이 이 세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르벨은 바르타슈의 기운이 느껴진 세계로 가기 위한 특별한 스크롤을 만들 생각이다. 아르벨이 필요로 하는 재료를 구하라!
[죄의 조각 : 72 / 10]
[알키에 나무조각 : 0 / 50]
[타나의 지팡이 : 1 / 1]
[폴레드의 수정구 : 0 / 1]
[아라그의 날개 : 1 / 1]
[홀렘의 발톱 : 0 / 1]
퀘스트 난이도 : S
퀘스트 보상 : 잊혀진 신의 신전 지도
반복 퀘스트로 여러 번 완료 할 수 있습니다.
‘알키에 나무조각부터 사러 가야겠다.’
이제 남은 것은 알키에 나무조각과 폴레드의 수정구, 홀렘의 발톱이었다. 명후는 가는길에 알키에 나무조각부터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나무꾼들이 동쪽에 많이 있었지.’
어차피 홀렘의 발톱을 얻기 위해 동쪽에 가야 했던 명후는 빠르게 성의 동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웅성웅성
얼마 뒤 명후는 성 동쪽에 도착했다. 그리고 명후는 웅성이고 있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나무꾼은 아니고..’
외관으로 보아 나무꾼은 분명 아니었다.
‘유저네.’
아무리 봐도 유저였다. 머리 위에 떠있는 길드 마크가 그 증거였다. 물론 유저가 이곳에서 웅성이든 말든 이곳에 온 것은 알키에 나무조각을 구매하기 위해서였기에 명후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겨 근처에 있는 나무꾼의 임시거처로 다가갔다.
“잠시만요.”
바로 그때였다. 임시거처로 다가가던 명후의 앞길을 웅성이던 유저가 막아섰다.
“...?”
명후는 자신의 앞을 막아선 유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명후의 갸웃거림에 앞을 막아선 유저가 입을 열었다.
“혹시 무슨 일로 오신건지 알 수 있을까요?”
“나무 사러 왔는데요.”
유저의 물음에 답하며 명후는 유저가 어서 비키길 기다렸다.
“무슨 나무요?”
그러나 유저는 비키지 않았고 이어 또 물었다.
“...”
유저의 물음에 명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나무를 사는지 왜 묻는단 말인가?
“그건 왜요?”
“아아, 그게 저희가 꾸준히 구매해야 되는 나무가 있는데 다른 분이 끼어들면 그 양이 줄어들어서요. 혹시 알키에 나무조각을 구매하러 오신거라면 돌아가주셨으면 합니다.”
너무나도 솔직한 유저의 말에 명후는 한 순간 말을 잃었다. 명후는 유저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길드 마크를 보며 생각했다.
‘이 길드 마크가...’
명후는 유저의 길드 마크가 어느 길드의 마크인지 알고 있었다.
‘독고 길드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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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월 마무리 잘하시고 즐거운 금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