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60 76. 비밀 동맹 =========================================================================
‘...’
엘리셔는 뜬금없는 사망 메시지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사망을 해 말을 할 수 없었다.
[부활 스크롤을 사용하여 부활 하시겠습니까?]
이어서 나타나는 부활 권유 메시지. 다행이도 부활 스크롤을 가지고 있던 엘리셔는 바로 로그아웃 되지 않았다. 물론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스윽
엘리셔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주변을 확인했다.
‘다 죽었네.’
주변은 초토화 되어 있었다. 뒤를 따라오던 수십의 유저들은 물론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유저들도 전부 죽어 있었다.
‘...어?’
그러나 곧 엘리셔는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저 유저..’
모두가 죽은 건 아니었다. 폭발의 근원지인 교황의 건물, 그 중심에 한 유저가 서 있었다.
‘폭발에도 안 죽은거야?’
엘리셔는 그 유저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다 저 유저 때문이었다.
‘얼마나 단단하길래..’
얼마나 높은 생명력과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하지..’
엘리셔는 유저를 보며 부활 스크롤을 사용 할 지 말 지 고민했다.
‘죽이려나?’
부활 스크롤을 사용해 살아난다고해도 유저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었다. 만에 하나 죽임을 당한다면 비싼 부활 스크롤을 그냥 날리게 되는 것이다.
저벅저벅
바로 그때 엘리셔를 고민에 빠트린 유저가 움직였다.
‘엄청 평온하네..’
점점 가까워지는 유저의 표정에는 평온함이 깃들어 있었다. 마치 폭발 같은 건 없었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유저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겨 엘리셔를 지나쳐 사라졌다.
‘어차피 쉴 때도 됐고..’
점점 작아지는 유저의 뒷모습을 보며 엘리셔는 결정했다. 어차피 오랜 시간 접속을 했고 쉴 때가 되었다.
‘게시판이나 확인하자.’
무엇보다 게시판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아마도 지금 게시판은 난리가 났을 것이다. 엘리셔는 시끄러울 게시판을 떠올리며 기대 가득 한 표정으로 로그아웃 했다.
* * * *
제목 : 야, 시발 이게 뭐야!
제목 : 와 미친 장난하냐?
제목 : 나 왜 뒤짐? 내 버프! 내버프!!!!!
제목 : 으아아아! 시팡팡!
제목 : 그 폭발 뭐야? 대신전에 어떻게 그런 폭발이 일어나?
제목 : 시발, 의상 다 파괴됐다.
신성 제국 게시판은 그야 말로 난리가 났다. 1초에 수십 개의 글이 올라 올 정도였다. 놀라운 것은 올라오는 글 대부분이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다는 것이었다.
제목 : 그 공적 유저도 죽었을까?
작성자 : 나는유저다
다 뒤진 것 같은데. 그 유저도 죽었겠지?
-로비스 : 죽었겠지, 거기 있던 얘들 다 죽었잖아.
-마라타니 : 나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솔직히 나 피통 하나는 자신있거든? 방어도 그렇고? 근데 삭제 됨. 그러니까 그 유저도 삭제 됐을 듯
-오르간 : 난 안 죽었을 것 같은데.
-빅파이 : 죽지 않았을까?
제목 : 야, 공적 유저 개사기 아님?
작성자 : 돚거버프점
나 그 유저 따라다니고 있었거든? 근데 성기사도 아니고 성기사단장 라몬 있잖아. 철벽의 성기사. 그 라몬을 한 방에 보내버리더라.
시발, 이거 말이 안 되는 부분 아니냐? 어떻게 그따구로 쎄냐고. 도적은 시발, 존나 혼자서 사냥도 못하게 해놓고서. 진짜 밸런스 문제 있는 부분 아니냐? 돚거 버프좀 해줘라 개놈들아!
-로비스 : 헐, 철벽의 성기사가 한방에?
-돈좀주세요 : 야, 너무 오바 한 거 아니냐. 무슨 성기사단장이 한 방이야.
-돚거버프점 : 진짜임, 나 말고도 본 얘 많을 걸.
-라수드 : 나도 봤다. 진짜 라몬 한 방에 죽음.
-선이보인다 : 고레벨 되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거기다 스킬이나 아이템에 즉사 옵션 붙었을 수도 있잖아.
제목 : 교황 건물 못 들어가본게 한이다..
작성자 : 힐마스터
하, 교황 건물은 어떤가 한 번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바로 앞에서 죽어버렸네..
그 유저는 봤겠지. 교황의 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개부럽다.
제목 : 근데 갑자기 왜 폭발한거냐?
작성자 : 헤헤
공적 유저가 폭발시킨거냐? 갑자기 왜 폭발이 일어난거야?
-말캉이 : 몰라, 그냥 갑자기 폭발 일어남.
-마라타니 : 아무래도 정황상 그 유저가 폭발 시킨 거 아닐까?
제목 : 폭발, 뭔가 있다.
작성자 : 음모론자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가.
교황이 머무는 건물인데 지키고 있는 놈들이 하나도 없고.
공적 유저가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
이거 혹시 그 공적 유저 죽이려고 일부러 폭발 시킨거 아니냐?
-헤비과금러 : 닉값하네.
-라수드 : 와, 이렇게 생각 할 수도 있구나.
-선이보인다 : 그러고보니 지키고 있는 녀석들이 하나도 없었지? 일리 있다.
공적 유저 즉, 명후가 죽었는지. 밸런스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왜 폭발을 한 건지. 폭발이 혹시 대신전에서 준비한 음모가 아닌지. 게시판에는 오직 대신전과 명후에 대한 글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새로운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론 이번에도 명후가 관련되어 있기는 했다.
제목 : 대박 사건! 지금 공적 황궁에 나타남!
제목 : 특수 퀘스트 떴다! 접속 고고!
제목 : 미쳤다. 죽은 줄 알았는데 황궁에 가있네.
제목 : 우왘, 성문 제대로 박살났는데?
제목 : 지금 경비대장 멘탈 나간 듯?
* * * *
[교황의 건물이 폭발합니다.]
스아아악! 쾅!
메시지와 함께 빛의 폭발이 일어났다.
‘역시.’
다행이라고 해야 될 지 당연하다고 해야 될 지 사망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나 했던 명후는 역시나라는 표정으로 생명력을 확인했다. 폭발로 생명력이 얼마나 날아갔는지 궁금했다.
‘3천만이나?’
생명력을 확인 한 명후는 조금 놀랐다. 폭발에 날아간 생명력은 무려 3천만. 명후의 방어력을 생각해보면 정말 놀라울 정도의 데미지였다.
스윽
명후는 빠르게 차오르는 생명력에서 시선을 돌려 주변을 확인했다.
‘범위가 엄청났구나...’
주변을 확인 한 명후는 폭발의 범위가 엄청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은 매우 깔끔했다. 건물 앞에서 걸음을 멈춘 수많은 유저들도 그 근처에 있던 건물들도 전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잘됐네.’
그렇지 않아도 유저들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는데 참으로 잘 되었다. 주변을 확인 한 명후는 평온한 표정으로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근데..’
계속해서 걸음을 옮긴 명후는 폭발의 범위 밖에 있어 무너지지 않은 건물 앞에 도착 했고 이어 건물을 지나치며 생각했다.
‘어디로 도망 갔을까.’
교황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다다다닥
바로 그때였다.
전방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폭발 소리를 듣고 멀리 떨어져 있던 사제나 유저, 성기사들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스윽
명후는 생각을 접고 방향을 틀어 건물 안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곧 앞을 지나가는 수많은 성기사들과 그 뒤를 따르는 사제, 유저들을 볼 수 있었다.
주기적으로 끊임없이 지나가는 유저와 사제, 성기사들의 행렬에 명후는 스리슬쩍 건물에서 나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사제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사제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사제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사제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건물에서 나오자 달려오던 사제들이 순간순간 멈칫했지만 그 뿐이었다. 그렇게 명후는 멈칫하는 사제들을 지나치며 대신전 입구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야, 교황 건물 진짜 폭발한거야?”
“몰라, 근데 아까 그 소리도 그렇고.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도 그렇고 진짜 폭발한 것 같은데?”
“그럼 교황은 죽은건가?”
“아니, 게시판 보니까 거기에 아무도 없었다는데?”
“하기야 교황이 그렇게 쉽게 죽을 NPC가 아니지.”
수많은 유저들과 NPC들이 대신전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명후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밖으로 나왔다.
‘황궁이...’
밖으로 나온 명후는 기억을 더듬어 황궁의 위치를 떠올렸다.
‘이쪽이었지?’
황궁이 어디에 위치했는지 떠올린 명후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다다다다닥
걸음을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명후는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기사와 그 뒤를 따르는 수많은 병사를 볼 수 있었다.
‘대신전으로 가는건가.’
그들은 아주 다급히 달려가고 있었다. 방향도 그렇고 다급한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대신전으로 가는 것 같았다.
‘일이 아주 술술 풀리네.’
그렇지 않아도 황궁으로 가던 명후는 황궁을 지키고 있어야 되는 기사와 병사의 수가 줄었다는 것에 미소를 지었다.
저벅!
그렇게 미소를 지은 채 걸음을 옮기던 명후가 이내 걸음을 멈췄다. 걸음을 멈춘 명후는 전방에 있는 거대한 성벽을 보았다.
‘엄청 크네.’
신성 제국의 황궁 성벽은 정말 높았다.
‘뭐 이렇게 높게 만든거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황궁이 중요하다 하지만 성벽의 높이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성벽을 넘어 갈 것도 아니고 성벽이 높든 높지 않든 상관 없는 일이었기에 명후는 이내 관심을 접고 성문으로 다가갔다.
“멈추시오.”
명후가 성문에 도착하자 성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대장 로블이 외쳤다. 물론 명후는 로블의 외침에도 걸음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수상한자다!”
그렇지 않아도 로브를 써 수상하다 생각하던 로블은 자신의 외침에도 명후가 걸음을 멈추지 않자 뒤쪽에 있는 병사들에게 외쳤다.
척! 척! 척! 척! 척!
로블의 외침에 병사들은 명후에게 창을 겨눴다. 창을 겨누는 폼을 보니 제법 잘 훈련 된 병사들인 것 같았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끼이익!
반쯤 열려 있던 성문이 빠르게 닫혔다. 그리고 성벽 위쪽에 활을 든 병사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표식.”
명후는 성벽 위 병사들을 힐끔 보고 고개를 내려 자신을 노려보는 로블과 창을 겨눈 병사들을 보며 표식을 시전했다.
[표식을 남깁니다.]
스아악
표식이 나타났고 명후는 곧장 표식을 후려쳤다.
후우웅!
등장과 동시에 표식은 엄청난 속도로 성문을 향해 날아갔다.
“...피, 피해라!”
본능적으로 위험하다 판단 한 것일까? 방패를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블은 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뒤쪽에 있는 병사들에게 외치며 옆으로 몸을 날렸다. 병사들 역시 로블의 외침에 일단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로블과 병사들은 이어진 상황에 몸을 날린 것이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쾅!
표식은 로블과 병사들이 옆으로 몸을 날린 덕분에 곧장 성문에 작렬했다. 그리고 굉음과 함께 굳게 닫혀 있던 성문은 조각조각 나뉘어 사라졌다.
“...”
“...”
로블과 병사들은 뻥 뚫려 버린 성문과 그 앞에 둥둥 떠 있는 보라색 구슬을 보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침을 꼴깍 삼킬 뿐이었다. 그건 성벽 위쪽에 있던 병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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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수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