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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마스터-454화 (454/644)

00454  75. 학살자  =========================================================================

“...허.”

멍한 상태에 빠져있던 명후는 곧 정신을 차리고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표식의 스킬 정보를 확인했다.

<표식>

레벨 : 1

숙련도 : 1%

표식을 남긴다.

효과 : 생명력이 0이 될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 표식을 남긴다. 표식 생명력은 시전자의 생명력 30%이며 초당 5000 감소한다.

현재 남길 수 있는 표식 수 : 1

마나소모 : 4000

“...뭐지?”

스킬 정보를 확인 한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킬 정보 그 어디에도 폭발한다는 말은 쓰여 있지 않았다.

“표식.”

[표식을 남깁니다.]

스아악

다시 한 번 확인을 해보기 위해 명후는 표식을 시전했다. 그러자 아까와 마찬가지로 명후의 앞에 보라색 구슬이 나타났다.

“...”

명후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표식을 잡아 표식의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별 건 없는데...”

그러나 표식은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저 평범한 보라색 구슬이었다.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명후는 의아한 표정으로 표식을 놓았다.

스윽

그리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지팡이를 휘둘러 표식을 후려쳤다.

퍽! 휘익!

표식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고 곧 목책에 도착했다.

쾅!

[표식이 소멸되었습니다.]

목책에 작렬한 표식은 예상대로 굉음과 함께 폭발했고 동시에 소멸되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명후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표식이 폭발한 곳을 보았다. 이번에도 처음과 마찬가지로 목책이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표식.”

명후는 다시 한 번 표식을 시전했다.

[표식을 남깁니다.]

스아악

표식이 나타났고 명후는 왼손으로 표식을 잡았다.

“이게 터지면 저런 폭발이 일어나는 건가.”

스킬 정보에는 분명 폭발한다거나 데미지를 준다는 내용이 없었다. 표식이 소멸되며 폭발이 일어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 방금 전 폭발이 일어난 것인지 확실히 확인을 해야했다.

스윽

생각을 마친 명후는 인벤토리를 열어 지팡이를 넣었다. 그리고 주먹으로 표식을 치며 폭발에 대비해 눈을 감았다.

퍽! 쩌저적!

그러나 무기를 들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힘이 100만이나 됨에도 불구하고 표식은 단 번에 소멸되지 않았다. 금이 갔을 뿐이었다.

“...”

여전히 손에 느껴지는 표식의 감촉에 슬쩍 눈을 뜬 명후는 표식의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한 번 주먹을 날렸다.

퍽! 스아악!

주먹이 작렬하자 금이 간 표식이 완전히 바스러지며 사라졌다. 그리고 명후는 재빨리 눈을 감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폭발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고 명후는 다시 눈을 떴다.

[표식이 소멸되었습니다.]

눈을 뜬 명후는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표식이 소멸되었다는 메시지였다.

“...표식”

[표식을 남깁니다.]

메시지를 보며 명후는 다시 한 번 표식을 시전했다. 그리고 표식이 나타나자마자 표식을 잡은 뒤 표식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방금 전과 달리 명후는 표식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퍽! 퍽! 스아악

[표식이 소멸되었습니다.]

“...폭발은 아니구나.”

두 번의 주먹질로 표식을 소멸 시킨 명후는 표식의 소멸과 폭발은 관련이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럼 그 폭발은 뭐지?”

그렇다면 목책을 깔끔하게 박살낸 그 폭발은 무엇이란 말인가? 명후는 표식을 소환 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폭발이 일어난 두 곳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저벅저벅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명후는 소환한 표식을 쥐고 아직은 멀쩡한 목책으로 다가갔다.

“설마 그것 때문은 아니겠지..?”

목책 근처에 도착 한 명후는 걸음을 멈춘 뒤 표식을 쥔 오른팔을 뒤로 젖혔다. 그리고 힘을 담아 목책을 향해 표식을 던졌다.

수욱!

지팡이로 후려쳤을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표식은 꽤나 빠른 속도로 목책을 향해 날아갔고 곧 목책에 작렬했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명후는 허탈과 황당이 반반 섞인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쾅!

표식이 목책에 작렬 한 순간 굉음과 함께 목책이 잘게 조각나며 주위로 퍼져나갔다.

“부딪혀서 그런거였나...”

어째서 폭발이 일어난 것일까 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았다. 마치 돌멩이로 거대한 유리를 깨는 그런 상황이었다.

“소멸도 안됐네..”

직접 던져서 그런 것일까? 표식은 목책을 파괴시키고도 소멸되지 않고 목책에 있던 자리에 둥둥 떠 있었다.

“괜찮네.”

명후는 둥둥 떠 있는 표식과 파괴된 목책 그리고 주위에 퍼진 잘게 조각난 목책 조각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쿨타임도 없고.”

표식은 쿨타임이 없는 스킬이었다. 즉, 마나가 바닥나지 않는 이상 표식은 무한히 생성이 가능했다.

“공성 하는데 엄청나겠어.”

만에 하나 공성 할 일이 생긴다면? 생각만 해도 흐뭇했다.

스윽

생각을 마친 명후는 고개를 돌려 부락 내부를 확인했다. 모든 오크들이 죽어서 그런지 부락 내부는 참으로 고요했다.

그렇게 부락 내부를 확인 한 명후는 표식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 계속해서 표식을 시전하며 부락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

컴퓨터 앞, 김무웅은 피곤함이 가득 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었다.

“후아.”

한창 키보드를 두들기던 김무웅은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키보드에서 손을 땐 뒤 의자에 몸을 기대며 짧게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모니터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결투 대회를 미룰 수도 없고 그렇다고 메인 에피소드를 내비 둘 수도 없고..’

요즘 김무웅이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 붓는 일은 바로 유저 결투 대회와 메인 에피소드였다. 김무웅은 유저 결투 대회와 메인 에피소드 때문에 몸이 몇 개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얘는 잘하고 있나?’

김무웅은 고개를 슬쩍 들어 반대편에 있는 장무열을 보았다. 장무열은 모니터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잘 하고 있네.’

장무열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을 확인 한 김무웅은 다시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허.”

김무웅이 의자에 기대길 기다렸다는 듯 사무실 내부에 장무열의 당황스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무열의 당황스런 목소리에 김무웅은 순간 불안함을 느꼈다.

‘설마 또 그 유저가..?’

장무열이 하고 있는 것은 특정 유저들을 주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요즘 장무열이 주시하고 있는 유저를 김무웅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혹시나 또 그 유저가 사고 친 것일까? 너무나 불안했다.

“무웅아..”

그리고 이어 들려오는 장무열의 부름에 김무웅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들어 장무열을 보았다.

“왜, 또 뭔데?”

할 말이 있는 듯 한 장무열의 표정.

“그게.. 와서 이것 좀 봐봐. 이거 버그라고 해야 될 것 같은데?”

“버그?”

주시하고 있는 그 유저에 대한 이야기 일 것이라 예상했던 김무웅은 예상과 다른 버그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어.”

장무열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무웅은 자리에서 일어나 장무열의 자리로 다가갔다.

“이거봐봐.”

김무웅이 자리에 도착하자 장무열은 마우스를 움직여 방금 전까지 보고 있던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이 유저는..’

동영상이 재생되고 모습을 드러낸 유저를 본 김무웅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나 김무웅이 예상했던 그 유저였다.

‘근데 이 유저가 버그를?’

김무웅은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동영상에 나온 유저는 버그를 쓸 필요가 없는 유저였다. 그런데 버그라니? 김무웅은 장무열의 말이 무슨 말인지 확인을 해보기 위해 계속해서 동영상을 시청했다.

“...”

동영상을 시청하던 김무웅의 표정에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이없음과 난감함 등의 감정이 나타났다.

“표식이 원래 이런 스킬이야?”

그리고 이내 동영상이 끝난 뒤 장무열이 입을 열었다. 장무열의 물음에 김무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표식은 이런 스킬이 아니지. 와.. 이건 진짜 생각지도 못했네. 표식을 이런 식으로 쓸 줄이야.”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식으로 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거 완전 버그 아니냐?”

장무열이 보기에는 아무리 봐도 버그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버그 보다 의도치 않은 응용이었다.

“근데 이건..”

그런 장무열의 반응에 잠시 생각을 한 김무웅은 생각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버그라기보다 이 유저의 힘 스텟 때문이잖아. 아마 표식 아니고 단단한 광석 같은 걸로 해도 똑같은 상황 나올 걸?”

“...”

김무웅의 말에 장무열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동영상 속 유저의 그런 비정상적 플레이가 나올 수 있던 것은 표식 때문이 아니었다. 유저의 말도 안되는 스텟 때문이었다. 만약 유저의 스텟이 평범했다면 방금 전 그런 일은 절대로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장무열은 말끝을 흐리며 김무웅을 보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김무웅은 그런 장무열의 눈빛에 입을 열었다.

“뭐 건들 수 있는 게 없잖아. 일단 지켜봐야지.”

============================ 작품 후기 ============================

즐거운 화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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