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46 73. 건국 =========================================================================
데렌, 분명 메시지에는 데렌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다.
‘수룡이라면...’
거기다 수룡이었다.
‘그 데렌인 것 같은데?’
명후는 메시지의 데렌이 자신이 알고 있는 그 데렌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니, 용들이 수백만 수천만 있는 것도 아니고 수룡인데다가 이름이 같은 용이 있을 리 없었다. 명후는 메시지의 데렌이 자신이 알고 있는 그 데렌이라 확신했다.
“아빠 저기 봐요!”
그리고 1분 뒤 라피드의 외침에 명후는 라피드가 가리키고 있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전에 없던 갈색 포탈이 생겨나 있었다. 아마도 메시지에 나온 푸렌과 데렌이 나올 포탈이 분명했다.
“주군, 어떻게 할까요? 바로 처리 할까요?”
포탈을 보며 프라미너스가 물었다.
“대기해.”
명후는 프라미너스의 물음에 답하며 포탈을 주시했다. 그리고 이내 포탈에서 갈색 머리의 미남자가 걸어 나왔다. 데렌은 아니었다.
‘푸렌인가?’
푸렌이 분명했다. 포탈에서 나온 푸렌은 명후와 라피드, 프라미너스를 보고 무어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잘 들리지 않았고 애초에 명후는 푸렌에게 관심이 없었다. 명후의 관심은 뒤이어 나타날 존재 데렌에게 가 있었다.
‘나왔다!’
이내 포탈에서 데렌이 나타났다. 역시나 명후가 알고 있는 그 데렌이 맞았다. 명후는 미소를 지은 채 데렌을 바라보았다.
“...!”
데렌 역시 명후를 발견했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그 옆에서 분노한 표정을 짓고 있는 푸렌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떻게 할까..’
명후는 표정에서 점점 분노가 사라지고 있는 푸렌을 보며 생각했다.
‘죽이기는 조금 그렇고..’
처음에는 푸렌을 죽일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었다. 데렌의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 푸렌을 죽이기에는 무언가 찝찝했다.
스르륵
명후가 고민하던 사이 대화가 끝났는지 데렌과 푸렌이 허공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명후는 자신의 앞에 데렌이 도착하자 생각을 접고 데렌을 보았다.
“오랜만이군.”
먼저 입을 연 것은 데렌이었다.
“그래, 오랜만이야.”
명후는 데렌의 인사에 답하며 푸렌을 힐끔 쳐다보았다. 푸렌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명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 대화를 나눴길래..’
분노 가득 했던 푸렌의 표정에는 더 이상 분노가 보이지 않았다. 무슨 대화를 나누었기에 분노가 사라지고 현재의 표정이 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던 명후는 이어서 들려오는 데렌의 말에 그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근데 여기는 어쩐 일이지?”
인사를 나눈 뒤 데렌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데렌은 궁금했다. 어째서 명후가 이곳에 있는 것인지.
“아, 그게.. 땅을 찾고 있었어.”
“땅?”
데렌은 명후의 말에 반문 할 수밖에 없었다.
‘땅을 왜..’
땅이라니? 갑자기 땅을 왜 찾는단 말인가?
“응, 땅. 나라를 세워야 되거든.”
“...!”
이어진 명후의 말에 데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명후에게 물었다.
“귀족 아니었나?”
명후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데렌은 명후가 귀족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귀족이 나라를 세운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데렌의 물음에 명후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일이 좀 생겨서.”
어떤 일이 생겼는지 자세히 설명 할 필요는 없었기에 명후는 요약해 말해주었다. 그것으로 충분히 이해가 됐는지 데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였다.
“잠깐만.”
옆에서 잠자코 대화를 듣고 있던 푸렌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 말은 지금 이곳에 온 이유가 이곳에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라고 이해해도 되는 건가?”
“그렇지.”
명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었어.”
데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럴 생각이었다.
‘어떻게 해야 되나..’
명후는 어떻게 해야 될 지 곰곰이 생각했다.
‘다른 곳을 알아봐야 되나.’
데렌과 특별히 친한 것은 아니었지만 꽤나 오래 보아온 NPC였다. 그래서 그런지 푸렌이 데렌과 같이 나타난 지금 푸렌을 잡고 이곳을 개척하는 것은 상당히 찝찝했다.
그러나 어떻게 할 지 생각을 하던 명후는 이어서 들려오는 푸렌의 말에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는 거야?”
명후가 의아해 한 이유, 그것은 바로 푸렌의 반응 때문이었다.
“...?”
‘왜 아쉬워하는 거지?’
푸렌은 매우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어째서? 여기가 마음에 안 드는거야?”
명후가 말이 없자 푸렌이 재차 물었다.
‘뭐야 이 상황은?’
매우 아쉬워하는 푸렌의 반응이 명후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쉬워해야 될 사람은 오히려 명후였다. 어째서 푸렌이 아쉬워한단 말인가?
“잘 생각해봐! 내 아이들 때문에 이 땅은 정말 비옥하다구! 나라를 세우기에는 이곳만큼 좋은 곳도 없다니까?”
“...”
“마음에 안 드는 것 있으면 말을 해줘. 내가 어떻게든 해볼테니까!”
명후는 말없이 푸렌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나라를 세워주길 원하는 건가?’
말을 들어보니 푸렌은 명후가 이곳에 나라를 세워주길 원하고 있는 것 같았다.
* * * *
“잘 생각해봐! 내 아이들 때문에 이 땅은 정말 비옥하다구! 나라를 세우기에는 이곳만큼 좋은 곳도 없다니까? 마음에 안 드는 것 있으면 말을 해줘. 내가 어떻게든 해볼테니까!”
푸렌은 명후에게 말하며 생각했다.
‘어떻게든 설득해야 돼!’
설득해야했다. 설득해서 어떻게든 이곳에 나라를 세우게 만들어야 했다. 푸렌이 이렇게 절박한 이유. 그것은 푸렌 자신의 꿈 때문이었다.
‘수호룡이 될 기회가 이렇게 빨리 찾아 올 줄이야.’
푸렌의 꿈은 바로 수호룡이 되는 것. 푸렌이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도 지렁이들을 이용해 척박했던 땅을 비옥하게 만들고 있던 것도 다 왕실의 수호자가 되어 한 국가의 상징이 되기 위해서였다.
스윽
잘만하면 꿈을 이룰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한 푸렌은 말없는 명후에게서 고개를 돌려 데렌을 보았다.
“...”
“...”
그리고 눈이 마주친 푸렌과 데렌은 아무런 말없이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 * * *
-도와줘!
-설득해봐!
-아는 인간이라며!
‘후..’
데렌은 푸렌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말에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명후를 보았다.
“왜 생각이 바뀌었는지 알려 줄 수 있나?”
“아, 그게..”
명후는 데렌의 물음에 푸렌을 보았다. 푸렌은 이제 아쉬움을 넘어 애처로운 표정으로 명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푸렌의 애처로운 눈빛에 명후는 당황스런 표정으로 다시 고개를 돌려 데렌을 보고 이어 말했다.
“네가 있는 줄 몰랐거든.”
“...?”
명후의 답에 데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있는 줄 몰라? 그렇다면 내가 있어서 생각을 바꿨다는 건가?’
데렌은 명후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명후의 말뜻을 이해 한 데렌은 은은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날 친구로 생각해주는 건가.’
확실한 건 아니었지만 가능성이 높았다.
바로 그때였다.
“그러면 이녀석만 없으면 이곳에 나라를 세워주는거야?”
명후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입을 다물고 있던 푸렌이 데렌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 푸렌의 반응에 명후는 호기심 가득 한 표정으로 푸렌에게 물었다.
“어째서 이곳에 나라가 세워지길 원하는거지?”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일까? 명후는 푸렌이 이렇게 애처로워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게...”
푸렌은 명후의 물음에 말끝을 흐리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 답하기 시작했다.
“내 꿈이 한 국가의 수호룡이 되는 거 거든.”
“수호룡?”
명후는 반문 할 수밖에 없었다. 수호룡이라니?
‘잠깐만, 이거...’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명후는 퀘스트 창을 열었다.
<프라미너스의 제안, 건국>
프라미너스는 당신이 나라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건국은 당신의 능력에 달려있다. 능력을 발휘하여 건국하라!
[골드 : 300,112,725 / 300,000,000]
[국가 수호자 : X] (왕실을 지켜 줄 수호자를 구하십시오)
[개척 된 토지 : X] (미개척 지역을 개척 후 건물을 건설하십시오.)
모든 조건을 충족 시 퀘스트가 완료 됩니다.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보상 : 건국
‘꼭 신으로 할 필요가 없는 건가?’
수호자가 있는 국가의 수호자는 전부 신이었다. 그래서 수호자는 신으로 해야 된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응.”
퀘스트를 보고 있던 명후는 자신의 반문에 답하는 푸렌의 목소리에 퀘스트 창을 닫고 푸렌을 보았다.
“그래서 말인데..”
푸렌은 한층 더 깊어진 애처로운 눈빛으로 명후를 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나라를 세우는 걸 도와줄테니 날 수호룡으로 해주면 안 될까?”
그리고 푸렌의 말이 끝난 순간 명후는 볼 수 있었다.
[지룡 푸렌이 국가 수호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지룡 푸렌을 국가 수호자로 인정하시겠습니까?]
두 개의 메시지를.
‘이게 이렇게..’
어떻게 할 지 걱정했던 국가 수호자가 너무나 쉽게 해결되었다. 멍하니 메시지를 보던 명후는 자신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푸렌에게 말했다.
“...어. 그래.”
명후가 답하자 다시 메시지가 나타났다.
[지룡 푸렌을 국가 수호자로 인정하였습니다.]
[지룡 푸렌이 국가 수호자가 되었습니다.]
[건국 후 국가 수호자 지룡 푸렌의 효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푸렌이 국가 수호자가 되었다는 메시지였다. 명후는 퀘스트 창을 열어 다시 퀘스트를 확인했다. X표시로 되어 있던 두 번째 조건 국가 수호자가 O표시로 변해 있었다.
‘응?’
그러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두 번째 조건을 본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프라미너스의 제안, 건국>
프라미너스는 당신이 나라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건국은 당신의 능력에 달려있다. 능력을 발휘하여 건국하라!
[골드 : 300,112,725 / 300,000,000]
[국가 수호자 : O(1)] (왕실을 지켜 줄 수호자를 구하십시오)
[개척 된 토지 : X] (미개척 지역을 개척 후 건물을 건설하십시오.)
모든 조건을 충족 시 퀘스트가 완료 됩니다.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보상 : 건국
‘1?’
O옆, 숫자가 쓰여 있었다. 아무래도 숫자는 수호자의 수를 가리키고 있는 것 같았다.
‘왜 숫자가 적혀 있지?’
어째서 숫자가 있는 것일까?
‘설마...’
곰곰이 생각하던 명후는 곧 떠오른 생각에 설마하는 표정을 지었다.
‘수호자가 여럿 일 수도 있는건가?’
괜히 숫자가 적혀 있는 게 아닐 것이다. 확인을 해봐야 했다. 그리고 확인 할 대상은 이곳에 있었다.
스윽
명후는 고개를 돌려 데렌을 보며 생각했다.
‘지룡이 됐으니 수룡도 되겠지.’
============================ 작품 후기 ============================
12월보다 더한 연재 속도네요.
완벽한 주간연재..
일일연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빠르게 낫겠습니다!
이제 곧 설이네요.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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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회수 1000만을 돌파했네요!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