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44 73. 건국 =========================================================================
-그게 무슨 소리야? 명후 백작이 사라져?
“응.”
로튼은 수정구에서 당황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알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공적으로 선포 됐다는 소리를 듣고 상당히 충격을 받은 것 같았어. 편지도 썼다며? 그 말은 왜 안 썼던거야?”
-그게..
알칸은 말끝을 흐리며 난감한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편지를 쓸 당시에는 이런 상황이 아니었어.
명후를 공적으로 선포 한 것은 알칸이 원해서 한 것이 아니었다. 또한 명후에게 편지를 쓸 당시에는 공적으로 선포까지 해야 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이 될 것이라고는 알칸도 예상치 못했다.
“근데 어차피 잘 된 거 아니야?”
알칸의 말에 로튼이 말했다.-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명후 백작이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르잖아. 애초에 이곳에 머물게 하려 했던 것도 신성 제국에서 명후 백작을 찾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고.”
일리가 있었다. 애초에 알칸이 명후를 로튼에게 보낸 것은 신성 제국에서 명후를 찾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 됐지만 목적은 달성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물론 목적을 달성했다고 해서 알칸의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알칸의 반응에 로튼이 이어 말했다.
“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아.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는 것보다 한시라도 빨리 이 상황을 해결 하는게 명후 백작에게는 더 도움 되지 않을까?”
로튼의 말대로 걱정을 한다고 이 상황이 해결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걱정을 하는 것보다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명후에게는 더욱 도움 될 것이었다.
-그래, 우선 이 상황을 해결해야겠지. 빠르게..
알칸은 로튼의 말에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 * *
“그래서 추적대 꾸려 보낼까 합니다.”
“추적대요?”
리슈르의 말에 아뮬이 반문했다. 추적대라니?
“그 자는 미개척 지역으로 사라졌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설마 미개척 지역으로 추적대를 보내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네.”
아뮬의 물음에 리슈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를 이대로 내버려 두었다가는 신탁대로 대륙이 멸망 할 수도 있습니다.”
리슈르는 명후를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이대로 내버려 두었다가는 신탁대로 대륙이 멸망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개척 지역으로 추적대를 보내는 건 너무나 위험한 일입니다. 그 자를 찾기 전에 추적대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리슈르의 말에 아뮬이 말했다. 미개척 지역은 아주 위험하다. 그런 곳에 추적대를 보내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미개척 지역이 위험하기는 하나 언젠가는 개척되어야 할 땅입니다.”
하지만 리슈르는 아뮬의 말에도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단호한 리슈르의 반응에 아뮬은 설득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냥 통보군.’
리슈르가 이 말을 꺼낸 것은 의견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추적대를 보낸다고 통보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통보를 한 이유는 뻔했다.
“이번처럼 병사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바로 병사를 지원 받기 위해서였다.
“...알겠습니다.”
아뮬은 리슈르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다 답했다. 부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부탁이 아니었다. 이것 역시 통보나 마찬가지였다.
“감사합니다. 폐하.”
리슈르는 아뮬의 답에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스윽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한 번 아뮬에게 인사 한 뒤 밖으로 나갔다.
“...”
아뮬은 말없이 리슈르가 앉아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자리를 바라보는 아뮬의 표정은 상당히 굳어 있었다.
“나 왔어.”
얼마 뒤, 아뮬은 뒤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굳은 표정을 풀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셨군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레퓨렘이었다. 레퓨렘은 아뮬의 인사를 들으며 리슈르가 앉았던 자리에 앉은 뒤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됐어?”
레퓨렘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아뮬은 곧장 입을 열었다.
“다행이도 피했다고 합니다.”
“피했다고?”
“네.”
아뮬의 답을 들은 레퓨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피해?’
레퓨렘은 명후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힘의 끝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아탁샤를 소멸시키고 로케의 저주를 없앴다. 그런 힘을 가지고 피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 인간이니까, 사정이 있겠지.’
그러나 그것도 잠시 레퓨렘은 신경을 껐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명후는 인간이었고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 그 이야기는 이제 됐고.”
레퓨렘은 다시 입을 열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 해볼까?”
이곳에 온 것은 명후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레퓨렘이 이곳에 온 것은 아뮬과 진지하게 나눌 대화가 있기 때문이었다.
* * * *
대륙 서북쪽에 위치한 미개척 지역 ‘깊은 늪’.
현재 명후는 라피드, 프라미너스와 함께 깊은 늪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쿠에에엑!
-쿠에에에에엑!
“아빠, 여기는 아닌 것 같아요.”
라피드는 괴성과 함께 다가오는 진흙덩어리를 보며 명후에게 말했다. 라피드의 말에 프라미너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여기는 좀 아닌 것 같다.”
명후는 라피드의 말에 답하며 생각했다.
‘이런 곳에서 건국을 할 수는 없지.’
미개척 지역을 돌아다니는 것은 건국 할 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런 곳에서 건국을 할 수는 없었다.
“다른 곳으로 가보자.”
“네, 아빠.”
“예, 주군.”
명후의 말에 라피드와 프라미너스가 답했다.
스걱 스걱
그와 동시에 다가오던 진흙덩어리들이 반으로 갈라지며 사라졌다. 명후는 진흙덩어리들을 지나쳐 쭉 걸음을 옮겼다.
[야라스의 숲에 입장하셨습니다.]
[유저로써 첫 입장입니다.]
[첫 발견 버프가 적용 됩니다.]
[첫 발견 버프로 3일 동안 아이템 드랍률이 2배로 증가합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긴 명후는 얼마 뒤 ‘깊은 늪’에서 빠져나와 ‘야라스의 숲’으로 들어섰다.
‘여기는 어떤 곳이려나.’
명후는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야라스의 숲’은 어떤 곳일까? 건국 하기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을까?
스윽
숲으로 들어 선 명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완전 생기 넘치네..’
생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던 깊은 늪에 있다 와서 그런 것일까? 명후의 눈에는 야라스의 숲은 생기가 넘쳐 보였다.
‘마치 나무들이 살아 움직일 것 같은 그런 느낌이야.’
얼마나 생기가 넘쳐 보이냐면 나무들이 살아 움직일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명후의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스윽 스윽 스윽
주변에 있던 몇몇 나무들의 가지가 일제히 움직였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이곳에서 모든 나무도 아니고 몇몇 나무들의 가지가 움직였다? 명후와 라피드, 프라미너스는 약속이라도 한 듯 걸음을 멈췄다.
번쩍 번쩍 번쩍
그리고 걸음을 멈추길 기다렸다는 듯 가지를 움직였던 나무들이 눈을 떴다. 명후는 눈을 뜬 나무들을 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명후의 표정에 프라미너스가 입을 열었다.
“처리할까요. 주군?”
“음..”
명후는 프라미너스의 말에 잠시 생각했다.
‘이놈들을 다 죽이면 여기도 좀 괜찮아질까?’
모든 나무가 살아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살아 움직이는 나무들을 전부 죽인다면 이곳도 꽤나 괜찮은 곳이 될 것 같았다.
‘아니야, 그래도 여기에서 건국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
그러나 곧 든 생각에 명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처음에는 이곳도 상당히 괜찮은 곳이라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곳은 상당히 괜찮다. 하지만 인접해 있는 지역이 문제였다.
‘깊은 늪과 바로 붙어 있으니..’
건국을 하기 위해서는 인접한 지역의 환경도 고려를 해야했다. 이곳은 상당히 괜찮았지만 깊은 늪이 마음에 걸렸다.
“아빠?”
프라미너스의 물음에 명후가 말이 없자 라피드가 명후를 불렀다. 때마침 생각을 마친 명후는 입을 열었다.
“일단 다 처리해.”
“예, 주군.”
명후의 말에 프라미너스가 검을 뽑았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는 나무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스걱 스걱 스걱
-퀴이이이이익!
-퀴이이익!!!
프라미너스가 검을 휘두르고 나무들이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물론 나무들의 비명은 오래가지 않았다.
쿵!
얼마 뒤 마지막 나무가 쓰러졌고 프라미너스가 검을 넣었다. 나무들이 전부 쓰러지자 명후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언제쯤 건국 할 수 있으려나..’
걸음을 옮기며 명후는 퀘스트 창을 열어 건국 퀘스트를 확인했다.
<프라미너스의 제안, 건국>
프라미너스는 당신이 나라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건국은 당신의 능력에 달려있다. 능력을 발휘하여 건국하라!
[골드 : 300,112,725 / 300,000,000]
[국가 수호자 : X] (왕실을 지켜 줄 수호자를 구하십시오)
[개척 된 토지 : X] (미개척 지역을 개척 후 건물을 건설하십시오.)
모든 조건을 충족 시 퀘스트가 완료 됩니다.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보상 : 건국
건국을 하기 위한 3개의 조건. 골드, 수호자, 토지. 첫 번째 조건인 골드는 차원의 창고에서 골드를 보충 해 이미 달성 한 상태였다.
‘토지야 언제든지 달성할 수 있지만. 수호자가 문제네.’
두 번째, 세 번째 조건인 수호자와 토지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었다. 물론 세 번째 조건인 토지의 경우 언제든지 달성 할 수 있었다. 지금은 단지 좋은 장소를 찾고 있을 뿐이었다.
‘수호자...’
문제는 두 번째 조건이었다. 명후는 어떻게 수호자를 구할 지 곰곰이 생각했다.
‘왜 수호자가 필요한거야?’
생각을 하던 명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째서 건국을 하는데 수호자가 필요한 것일까?
‘없는 곳도 있던데..’
명후는 검색을 통해 왕실의 수호자에 대해 알아보았다. 수호자가 있는 국가도 있었지만 없는 국가도 있었다. 즉, 수호자가 꼭 필요 한 것은 아니었다.
‘퀘스트라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문제는 퀘스트라 수호자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레퓨렘한테 부탁해봐?’
명후는 레퓨렘을 떠올렸다. 왕실에 수호자가 있다면 그 수호자는 보통 신이었다. 그리고 현재 가장 긍정적인 관계라 할 수 있는 신은 레퓨렘이었다.
아니, 애초에 명후가 알고 있는 신이 많은 것도 아니고 엘가브를 비롯 히라고스와 에칼릭에게는 분노를 산 상태였다. 즉, 수호자를 부탁 할 만한 신은 레퓨렘 뿐이었다.
‘퀘스트 완료 할 때 한 번 부탁해봐야겠어.’
아직 레퓨렘에게 받은 퀘스트를 완료하지 않았다. 후에 퀘스트를 완료 할 때 명후는 레퓨렘에게 부탁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결정을 한 그 순간 명후는 새로운 지역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지룡 푸렌의 평야에 입장하셨습니다.]
[유저로써 첫 입장입니다.]
[첫 발견 버프가 적용 됩니다.]
[첫 발견 버프로 3일 동안 모든 속도가 30% 증가합니다.]
============================ 작품 후기 ============================
오랜만에 한 편 올립니다.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벌써 2달째네요.
이게 참.. 나을 때가 한참 지났는데 안낫는 것이..
다른 곳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으아.. 미치겠네요.
건강한 2월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