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39 72. 무국적자 =========================================================================
스아악
메타의 워프 게이트를 통해 아스렌으로 돌아 온 명후는 곧장 저택으로 걸음을 옮겼다.
‘흐흐.’
명후는 저택으로 걸음을 옮기며 인벤토리에 있는 광린의 자루를 보았다. 히든 클래스로 전직 할 수 있는 아이템이 170개나 담겨 있는 자루를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백작님!”
이내 저택에 도착 한 명후는 자신을 발견하고 다가오는 총집사를 볼 수 있었다.
“별 일 없었나요?”
명후는 총집사가 도착하자 인벤토리를 닫으며 물었다. 명후의 물음에 총집사는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어 답하기 시작했다.
“레빌님이 편지를 가져오셨습니다. 백작님이 돌아오시는 대로 꼭 편지를 전하라고 말씀 하셨지요. 집무실 책상 위에 가져다 두었습니다. 또 검은 손톱 기사단장이 백작님을 뵙기 위해 저택에 머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황궁에서 백작님이 돌아오는 대로 연락을 달라 했습니다.”
“아, 그렇군요. 기사단장에게 집무실로 오라 전해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황궁으로 연락은 어떻게 할까요?”
“그것도 부탁드립니다.”
“네, 백작님.”
총집사와의 대화를 끝낸 명후는 빠르게 집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곧 집무실에 도착 한 명후는 책상 위에 있는 레빌의 편지를 볼 수 있었다.
‘2개나?’
책상 위에 있는 편지는 2개였다.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위에 올려져 있던 편지를 확인했다.
미안하네.
“...?”
편지의 첫 줄을 읽은 명후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니? 무엇이 미안하단 말인가? 명후는 계속해서 편지를 읽었다.
자네가 이 편지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 지 잘 아네.
.
.
어쩔 수 없었네. 아니, 어쩔 수 없는게 아니라 내 욕심이라 봐야겠지. 정말 미안하네.
.
.
황궁으로 오지 말게. 황궁에는 지금 자네를 죽이기 위해 신성 제국에서 사제와 성기사, 몽크들이 와 있네. 아무리 자네라 하더라도 힘들 것이네.
.
.
로튼에게 말을 해두었네. 라이드로 가있게. 정말.. 미안하네.
미안하다로 시작 한 편지는 미안하다는 말로 끝이 났다.
“...”
편지를 전부 읽은 명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 편지는 레빌이 쓴 편지가 아닌 알칸이 쓴 편지였다. 편지에는 신탁이 내려왔다는 것, 현재 상황, 알칸의 선택, 어떻게 이런 선택을 한 것인지와 황궁으로 오면 안 되는 이유 등 정말 많은 것들이 적혀 있었다.
“결국...”
이내 명후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날 포기했다는 거네.”
편지는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나 명후에게 가장 크게 와 닿은 것은 알칸의 선택이었다.
물론 명후가 알칸이었어도 알칸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건 아니었다. 명후는 미간을 찌푸린 채 편지를 찢었다.
[퀘스트 ‘로튼’이 생성되었습니다.]
편지를 찢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생성 메시지였다. 명후는 퀘스트를 확인하기 위해 퀘스트 창을 열었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퀘스트 창을 열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존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이어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명후는 노크를 한 게 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들어와.”
끼이익
명후의 말에 문이 열리며 존이 들어왔다.
“백작님을 뵙습니다.”
“오랜만이야. 근데 무슨 일이야?”
명후는 존의 인사를 받으며 물었다. 존은 분명 히덴 공작이 쓸 때 없는 짓을 하지 못하게 히덴 공작의 영지로 가 공작을 펼치고 있는 상태였다. 여태까지도 편지로 보고를 했을 뿐 직접 찾아온 적은 없었다. 그런 존이 직접 찾아왔다는 것은 꽤나 중요한 일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했다. 명후의 물음에 존이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히덴 공작의 기사단과 어쌔신들이 움직였습니다. 문제는 그들의 목적지가 황궁이라는 것입니다.”
“...”
존의 말을 듣고 명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히덴 공작의 기사와 어쌔신들이 어째서 황궁으로 갔는지 알 것 같았다.
‘날 잡기 위해서겠지.’
명후를 잡기 위해서가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황궁으로 병력을 보낼 이유가 없다.
“거기다 한 가지 더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황궁에 에칼릭, 히라고스 신전의 사제와 성기사 그리고 몽크들이 머물고 있었습니다.”
사제와 성기사, 몽크들이 와 있다는 것은 이미 편지를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른다. 명후는 혹시나 존이 알고 있지 않을까 입을 열어 물었다.
“얼마나 있는지도 알고 있어?”
“정확히는 알 지 못합니다.”
정확히 알 지 못한다. 그 말은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건물의 수를 보아 아무리 못해도 3천명 이상은 될 것입니다.”
“3천명이라...”
중얼거림과 함께 잠시 생각을 하던 명후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존에게 지금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 ... 그래서 말인데, 당분간 조용히 있어야 될 것 같아.”
“알겠습니다. 그럼 연락 주실 때까지 그곳으로 돌아가 있겠습니다.”
명후의 말에 존이 답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한 뒤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흐음.”
존이 나가고 집무실에 혼자 남게 된 명후는 숨을 내뱉으며 방금 전 생성 된 퀘스트 ‘로튼’을 확인했다.
“가라는 말 밖에 없네.”
퀘스트를 확인 한 명후는 퀘스트 창을 닫았다. 편지에서 보았던 것과 다를 것 없었다. 해안도시 라이드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로튼에게 가라는 내용이 끝이었다.
스윽
퀘스트 창을 닫은 명후는 책상 위를 보았다. 아직 편지를 다 읽은 것이 아니었다. 편지 하나가 남아 있었다. 어떤 내용이 쓰여 있을까? 편지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하던 명후는 편지를 들었다.
명후님, 레빌입니다.
이번 편지는 레빌의 편지였다. 명후는 계속해서 편지를 읽었고 이내 편지를 다 읽은 명후는 미소를 지었다. 알칸의 편지를 읽고 기분이 살짝 나빠졌는데 레빌의 편지로 회복이 됐다.
명후는 인벤토리를 열어 레빌의 편지를 넣었다. 특별히 쓸모 있는 아이템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버리거나 찢어 없애기는 싫었다.
스윽
인벤토리에 레빌의 편지를 넣은 명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영지 창을 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황궁으로 연락하는게 아니었는데..”
명후는 총집사에게 황궁에 연락하는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지금이면 황궁에 연락이 도착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연락을 하지 않았을 것인데 살짝 아쉬웠다.
“정리하고 가야겠지.”
아마 명후가 황궁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황궁에 있는 사제와 성기사, 몽크들 그리고 히덴의 기사단 등 많은 병력들이 저택에 들이닥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분명 저택에서 일하고 있는 NPC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다.
[정원사 NPC ‘아술’을 해고 하시겠습니까?]
[해고 시 퇴직금으로 3골드가 소모됩니다.]
영지 창을 열어 해고 버튼을 누른 명후는 메시지가 나타나자 확인을 눌렀다.
[정원사 NPC ‘아술’을 해고하였습니다.]
[퇴직금으로 3골드가 소모되었습니다.]
그렇게 정원사 NPC 아술을 해고 한 명후는 차례대로 NPC들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이내 총집사를 끝으로 저택에 소속되어 일을 하던 모든 NPC를 해고 한 명후는 영지 창을 닫았다.
영지 창을 닫은 명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NPC들을 해고 한 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아직 해야 될 일이 있었다.
“영지 창에서 바로 수령 할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그것은 바로 영지 자금이었다. 영지에서 걷어 들이는 세금은 명후의 인벤토리가 아닌 창고에 저장이 된다. 명후는 창고에 있는 영지 자금을 전부 회수 할 생각이었다.
저벅저벅
명후는 창고로 걸음을 옮겼다. NPC들을 전부 해고해서 그런 것일까? 저택 안은 너무나 조용했다. 명후의 발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끼이익
이내 창고에 도착 한 명후는 문을 열고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골드가 가득 들어 있는 자루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명후는 자루 앞으로 다가가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자루 앞에 도착 한 명후는 빠르게 자루를 인벤토리에 담기 시작했다.
[2만 골드를 습득하셨습니다.]
[영지 자금 2만 골드가 감소합니다.]
자루를 담을 때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이내 모든 자루를 인벤토리에 넣은 명후는 흡족한 미소로 인벤토리를 닫았다.
“이제 라이드로 가볼까.”
영지 자금을 회수함으로 저택에서의 할 일을 모두 끝냈다. 이제 할 일은 해안도시 라이드로 가 로튼을 만나는 것이었다. 명후는 창고에서 나와 계단을 따라 로비로 올라왔다. 그리고 저택 밖으로 나왔다.
멈칫!
저택 밖으로 나온 명후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벌써 온 건가..’
명후가 걸음을 멈춘 이유, 그것은 바로 저택 앞을 막고 있는 몇몇 기사와 병사들 때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명후 백작님.”
기사들의 대표로 보이는 자가 명후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히덴 기사단의 부기사단장 라비앙이라고 합니다.”
라비앙은 자신을 소개한 뒤 이어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같이 가주시겠습니까?”
말을 마친 라비앙은 미소를 지었다. 명후는 그런 라비앙의 미소를 보고 마주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지금은 내가 들릴 곳이 있어서 힘들겠는데.”
“어이구, 이런.. 큰일이군요.”
명후의 말에 라비앙은 안타깝다는 듯 말을 내뱉었다. 물론 말과 달리 미소는 더욱더 짙어져 있었다.
“강제로라도 데리고 오라 하셨는데..”
스윽
라비앙은 말끝을 흐리며 검을 뽑았다.
스윽 스윽 스윽
그리고 그것을 신호로 뒤에 있던 기사와 병사들 역시 각자의 무기를 꺼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순순히 가시겠습니까?”
라비앙의 물음에 명후는 무기를 빼든 기사와 병사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진짜 들릴 곳이 있어서 말이야.”
“아쉽게 됐군요.”
명후의 말에 라비앙이 말했다. 그리고 라비앙이 뒤에 있던 기사와 병사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다다다다닥!
뒤에 있던 기사와 병사들은 라비앙의 신호를 받고 움직였다. 병사들은 길을 막아섰고 기사들은 명후에게 달려갔다. 명후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라비앙과 기사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피의 파동.”
스아악!
피의 파동을 시전하자 명후의 주위로 핏빛 안개가 나타났다. 라비앙과 기사들은 갑작스레 나타난 핏빛 안개에 잠시 멈칫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라비앙과 기사들은 다시 움직였고 핏빛 안개 안으로 들어왔다.
“크윽!”
“크아악!”
라비앙과 기사들은 핏빛 안개로 들어오자마자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히덴 기사단의 부기사단장 ‘라비앙’을 처치하셨습니다.]
[히덴 공작과 적대 상태에 돌입합니다.]
.
.
.
[히덴 기사단의 기사 ‘로빌’을 처치하셨습니다.]
그리고 나타나는 수많은 메시지들.
“피의 파동.”
명후는 메시지를 보며 피의 파동을 멈췄다. 그리고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길을 막고 서 있는 병사들을 보았다. 병사들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다.
슬금슬금
길을 막고 있던 병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슬금슬금 걸음을 옮겼다. 명후는 그대로 병사들을 지나쳐 저택 밖으로 나왔다.
바로 그때였다.
휙! 휙! 휙!
저택에서 나오자마자 명후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수많은 암기들을 볼 수 있었다. 명후는 암기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기사가 끝이 아니었나.’
기사가 끝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명후는 암기를 쳐내며 펫 창을 열어 카로트와 프라미너스를 소환했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주군.
카로트와 프라미너스가 소환되었고 명후는 즉시 입을 열었다.
“암기 날리는 놈들 다 죽여.”
============================ 작품 후기 ============================
건강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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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 스킬과 결정 스킬은 중첩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힘의 근원과 힘의 결정이 있다면 힘의 근원 효과만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