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22 69. 호수 전투 =========================================================================
스윽
성을 보던 명후는 반 이하로 떨어진 생명력을 보고 여태까지 그래왔듯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복용했다.
‘저 성의 저주와 관련이 있겠고.’
저주가 어떻게 걸린 것인지는 알 지 못한다. 그러나 성에서 저주의 기둥을 지키고 있던 것이 신들이었던 것으로 보아 분명 관련이 있을 것이었다.
‘내가 성의 저주를 없앴으니 당연히 녀석들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
성에 걸린 저주를 없앴다. 당연히 저주와 관련이 있는 신들 입장에서는 명후가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신성 제국은 신들의 입김이 아주 강한 곳이니까.’
거기다 신성 제국은 신들의 입김이 아주 강한 곳이었다. 아니, 강한 정도가 아니었다. 절대적이었다. 애초에 신성 제국이 있을 수 있는 것이 신들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당연히 입김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었다.
‘기여도가 사라진 것도 이해가 되네.’
사라진 엘가브 신전의 기여도. 나중에 신전에 찾아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니 기여도가 사라진 것도 이해가 갔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명후는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쓰라린 엘가브 신전의 200만 기여도를 떠올렸다. 기여도를 어떻게 얻었는가? 과정이 어려웠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마왕을 소멸시키며 얻은 소중한 기여도였다.
‘두고 보자.’
신전을 찾아간다고 해서 기여도가 다시 되살아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명후는 꼭 신전을 방문 할 생각이었다.
대륙 곳곳에 수없이 퍼져 있는 모든 신전을 방문 할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많은 신전을 방문하기로 결심 한 명후는 싸늘한 표정으로 아탁샤를 보았다.
‘너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명후는 뒤로 돌아섰다. 아탁샤를 잡는 것은 이곳에 있는 크라켄을 전부 잡고 난 뒤가 될 것이었다. 명후는 앞으로 달려가며 입을 열었다.
“이동 타격.”
* * * *
신성 제국 황제의 거처.
“그 일에 대해 한 가지 전해 드릴 말이 있습니다.”
“그 일이라면..”
현재 황제의 거처에는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 사람은 이곳의 주인이자 신성 제국의 두 개의 태양 중 하나인 황제 아뮬이었고.
“이번에 선포한 공적 말입니다.”
아뮬의 반대편에서 말하고 있는 또 다른 한 사람은 신성 제국의 정신적 지주이자 황제와 맞먹는 권위를 가지고 있는 교황 리슈르였다.
“다행이도 헬리오카 제국에서 협조를 해주겠다고 합니다.”
“헬리오카 제국에서요?”
리슈르의 말에 아뮬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는 인물이라기에 쉽게 협조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아뮬은 헬리오카 제국에서 쉽게 협조 할 것이라 생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공적으로 선포한 이가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아뮬의 반문에 리슈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대륙을 멸망으로 몰고 갈 인간이니까요. 거기다 아무리 총애하는 자라 해도 한 사람 때문에 저희와 적이 되고 싶지는 않았을 겁니다.”
말하는 리슈르의 표정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런 리슈르의 자부심 가득 한 표정을 보며 아뮬이 입을 열었다.
“근데 귀족들의 반발은 없는겁니까? 백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아무리 대륙을 멸망으로 몰고 갈 자라고 하지만 그는 작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황제가 다른 나라에 귀족을 넘긴다? 선례가 생기면 후에 같은 일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반발하는 귀족이 없을 리 없었다.
“저도 그 점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협조하기로 한 것을 아는 귀족은 많지 않을 겁니다.”
리슈르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하고는 이어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 그 자를 잡기 위해 엘가브 신전, 히라고스 신전, 에칼릭 신전에서 머무는 사제들과 성기사, 몽크들을 전부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모자람이 없겠지.’
3개 신전의 사제, 성기사, 몽크. 거기다 헬리오카 제국의 힘까지 더 해진다면? 마왕을 소멸시킨 자라고 해도 무리 없이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리슈르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근데 그는 외출 중이라고 들었는데.. 언제 출발하는 것입니까?”
아뮬이 물었다. 언제 돌아 올 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사제와 성기사, 몽크들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공적으로 선포한 지금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도 없는 상황. 아뮬의 물음에 리슈르가 답했다.
“그렇지요. 언제 돌아 올 지 알 수 없고. 그렇다고 돌아 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고. 그래서 우선 엘가브 신전의 사제와 성전사, 몽크들을 보내고.”
헬리오카 제국에는 히라고스와 에칼릭의 신전은 없었지만 엘가브의 신전은 존재했다. 생활 할 곳이 있기에 리슈르는 우선적으로 엘가브 신전의 사제와 성기사, 몽크들을 보낼 생각이었다.
“제국에서 준비가 끝나는 날 히라고스 신전과 에칼릭 신전의 사제와 성기사, 몽크들을 보낼 생각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히라고스 신전과 에칼릭 신전의 사제, 성전사, 몽크들은 제국에서 준비가 끝나는 날 보낼 예정이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아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떠나는 날을 말씀해주시면 전 날 신전으로 병사들을 보내겠습니다.”
교황인 리슈르는 신전의 사제, 성기사, 몽크들을 보내는데 황제인 아뮬에게 보고 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리슈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신전을 지킬 사람을 보내달라는 의미였다.
“감사합니다. 아뮬 폐하.”
아뮬의 답에 리슈르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표했다.
* * * *
헬리오카 제국의 황제 알칸의 집무실.
“...”
“...”
집무실에는 두 사내가 앉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두 사내는 바로 알칸과 레빌이었다.
“폐하,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침묵을 깬 것은 레빌이었다. 레빌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알칸을 바라보며 물었다.
“...”
그러나 알칸은 레빌의 물음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입을 다문 채 레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폐하..”
알칸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레빌이 다시 한 번 알칸을 불렀다.
“...후.”
그제야 알칸이 반응을 보였다. 길게 한숨을 내뱉은 알칸이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어 말했다.
“아무리 우리가 강하다고 해도 대륙 전체를 적으로 돌릴 수는 없어.”
헬리오카 제국은 강하다. 대륙 모든 국가 중에서도 단연 최강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그러나 최강이라고 해서 대륙의 모든 국가와 싸워 이길 수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 말씀은...”
“어쩔 수 없어. 녀석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수밖에.”
“하지만 폐하 명후 백작은..”
레빌은 알칸의 말에 조금 흥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우야.”
그러나 이어진 알칸의 부름에 레빌은 입을 다물었다.
“명후 백작도 나에겐 소중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를 구하자고 백성들을 고통에 몰아 넣을 수는 없어. 너도 알잖아.”
알칸 역시 지금의 상황이 답답했다. 명후는 알칸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소중한 사람 하나 지키자고 백성들을 고통에 몰아넣을 수는 없었다.
“...형님.”
레빌은 알칸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이건 아닙니다. 명후 백작은 제국을 위해 어마어마한 일들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단지 신탁이 내려왔다는 것 때문에 명후 백작을 버리다니요?”
제국을 위해서 명후가 해왔던 일은 개척지 개척, 마왕 소멸 등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그 일들을 통해 제국은 한층 더 성장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고작 신탁이 내려왔다는 확인 할 수도 없는 일 때문에 내친다는 것을 레빌은 이해 할 수 없었다.
“거기다 이번 일이 귀족들에게 알려진다면 엄청난 반발이 일어날 겁니다. 그건 또 어떻게 하시려고 그런 결정을 내리신겁니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일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다. 아는 귀족들이라고 해봐야 공작들과 공작급 세력을 가지고 있는 후작들 뿐이었다. 하지만 그 이하 귀족들이 이러한 사실들을 알게 된다면? 엄청난 반발이 일어날 것이었다.
“귀족들의 반발은 이미 이야기를 끝냈다. 그리고.. 네 마음은 나도 알아. 나도 마음이 편한 건 아니야.”
레빌의 말에 알칸이 말했다.
“그럼 형님, 지금이라도..”
“안 돼.”
알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정을 바꾸실 생각이 없으신겁니까?”
“그래.”
“...”
레빌은 알칸의 말을 듣고 말을 잇지 못했다.
스윽
그리고 얼마 뒤 말없이 알칸을 바라보던 레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레빌은 고개를 살짝 숙여 알칸에게 인사했다. 그리고는 뒤로 돌아 집무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로 그때였다.
“잠깐.”
레빌은 걸음을 옮기자마자 들려오는 알칸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
걸음을 멈춘 레빌은 의아한 표정으로 알칸을 보았다.
스윽
레빌의 시선에 알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부탁 할 게 있다.”
자리에서 일어난 알칸은 자신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책상 서랍을 열어 스크롤을 하나 꺼냈다.
레빌은 의아한 표정으로 스크롤을 본 뒤 알칸을 보았다. 그런 레빌의 설명해달라는 무언의 눈빛에 알칸이 입을 열었다.
“이걸..”
말끝을 흐린 알칸은 스크롤을 힐끔 본 뒤 다시 레빌을 보며 말했다.
“명후 백작가에 전해줬으면 한다.”
“...명후 백작가에 그 스크롤을 말입니까?”
“그래.”
“제가 봐도 되는 내용입니까?”
레빌이 물었다.
“...”
알칸은 레빌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레빌에게 스크롤을 던졌다.
휙. 툭.
“그럼..”
스크롤을 받은 레빌은 다시 걸음을 옮겨 집무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집무실에서 나온 즉시 손에 들고 있던 스크롤을 펼쳤다.
“이건...”
스크롤의 내용을 확인 한 레빌은 아무런 말도 잇지 못했다.
스윽
얼마 뒤 스크롤의 내용을 전부 읽은 레빌은 스크롤을 다시 말아 품에 넣은 뒤 고개를 돌려 집무실을 보았다. 집무실을 바라보는 레빌의 표정에는 은은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저벅저벅
과연 스크롤에는 무슨 내용이 적혀져 있던 것일까? 레빌은 다시 고개를 돌려 밖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역시..”
걸음을 옮기며 레빌이 중얼거렸다.
“형님이 그럴 분이 아니지. 그럼!”
방금 전까지만 해도 레빌은 알칸에게 실망을 했었다. 그러나 스크롤을 받고 스크롤의 내용을 확인 한 지금은 아니었다.
“빨리 다녀와야겠어.”
레빌은 거처에 도착하는 즉시 명후의 저택이 있는 아스렌으로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한시라도 빨리 이 스크롤을 전해주고 싶었다.
“백작님이라면 잘 해내시겠지.”
마지막 중얼거림을 끝으로 레빌은 입을 다물고 묵묵히 거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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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즐거운 일 가득한 화요일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