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13 67. 마지막 기둥, 그리고... =========================================================================
‘버그?’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버그였다.
‘버그다.’
버그가 확실했다.
‘버그일거야.’
아니, 꼭 버그여야만 했다.
-왜 그러십니까 주인님?
-무슨 문제가 생긴 것입니까?
의아한 눈빛으로 명후를 바라보던 카로트와 프라미너스가 조심스레 입을 열어 말했다.
“아니, 별거 아니야.”
명후는 카로트와 프라미너스의 말에 답한 뒤 하란을 보며 이어 말했다.
“어서 가죠.”
-네, 그럼.
하란은 명후의 말에 답하며 앞장 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명후는 하란의 뒤를 따라 걸으며 다시 한 번 캐릭터 창을 확인했다.
‘없어...’
그러나 다시 확인을 한다고 해서 사라진 기여도가 다시 나타나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기여도는 보이지 않았고 명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왜 없어진거지?’
정말 뜬금없이 기여도가 사라졌다. 어째서 기여도가 사라진 것일까? 명후는 지금의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버그는 아니고,..’
버그라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버그이길 바랐다. 그러나 기여도가 사라진 건 버그가 아니라는 것을 명후는 이미 알고 있었다.
‘기여도가 사라질만한 상황...’
기여도가 사라진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명후는 어떤 경우, 어떤 상황에 기여도가 사라질까 생각을 해보았다.
‘설마 신전이 사라졌나?’
문득 든 생각에 명후는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기여도는 신전에서 나온다. 신전이 사라지면 기여도도 없어진다.
비슷한 예로 공적도를 들 수 있다. 공적도는 국가에서 나오며 국가가 사라질 경우 그대로 소멸한다.
‘에이, 그럴 리가 없지.’
좀 더 생각을 해본 명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엘가브 신전은 헬리오카의 수도 넥서스에만 있는 게 아니다. 엘가브 신전은 대륙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 많은 엘가브 신전이 동시에 사라졌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냐, 혹시 몰라.’
그러나 기여도가 사라진 것 역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명후는 혹시나 신전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물어보기 위해 친구 창을 열어 친구목록을 확인했다.
‘민형이만 있네.’
현재 명후의 친구목록에는 세 명이 등록되어 있었고 그 중 접속해 있는 것은 민형 뿐이었다.
-골드의정석에게 : 민형아
명후는 친구 창을 닫고 민형에게 귓속말을 날렸다.
-골드의정석 : 응? 왜?
그리고 얼마 뒤 민형에게 답이 왔다. 명후는 민형에게 답이 오자마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골드의정석에게 : 혹시 말이야, 그쪽에 무슨 큰 일 터진 거 있어?
-골드의정석 : 큰 일? 아니, 평화 그 자체.
‘...평화.’
명후는 민형의 귓속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했는데 평화 그 자체라니?
-골드의정석 : 근데 갑자기 왜?
-골드의정석에게 : 아, 갑자기 기여도가 사라져서 말이야. 혹시나 신전 쪽에 무슨 일이 생겼나 해서.
-골드의정석 : 뭐? 기여도가? 진짜?
민형이 놀란 듯 귓속말을 보냈다.
-골드의정석에게 : 응, 방금 전에 갑자기 사라졌어.
-골드의정석 : 일단 내가 신전에 한 번 가볼게. 안 알려진 걸 수도 있으니까. 잠시만 기다려봐.
-골드의정석에게 : 고맙다.
그렇게 귓속말이 끝이 났고 명후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며 민형의 귓속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뒤 민형에게 귓속말이 날아왔다.
-골드의정석 : 명후야.
-골드의정석에게 : 어, 도착했어? 어때?
귓속말을 기다리고 있던 명후는 귓속말이 오자 바로 답했다.
-골드의정석 : 그게 말이야..
그러나 이어진 민형의 귓속말에 명후는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골드의정석 : 아무런 일도 없어. 오히려 사람이 더 많아졌는데?
“...”
명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런 일도 없다고?’
버그도 아니다. 신전에는 아무런 일도 없다. 그런데 기여도가 사라졌다.
‘그럼 뭘까.’
그렇다면 왜 기여도가 사라진 것일까? 명후는 곰곰이 생각했다.
-명후님.
바로 그때였다. 앞장서 걸음을 옮기던 하란이 걸음을 멈추며 명후를 불렀다.
“...?”
생각에 잠겨 있던 명후는 귓가에 들려오는 하란의 목소리에 잠시 생각을 접고 의아한 표정으로 하란을 보았다.
하란은 앞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명후는 하란의 가리킴에 고개를 돌려 하란이 가리키고 있는 곳을 보았다.
‘결계 기둥..’
그곳에는 기둥이 하나 있었다. 앞서 소년 에칼림을 처치하며 파괴했던 보조 결계 기둥이 분명했다.
-결계는 하나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명후가 기둥을 보자 하란이 말했다.
‘설마 했는데 진짜 결계가 여러 개 있는 건가.’
결계가 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과 직접 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었다.
‘시간도 없는데.’
기둥을 바라보던 명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기여도가 사라진 지금 명후는 한시라도 빨리 중앙 저주의 기둥을 파괴하고 이곳 일을 정리 한 뒤 수도로 돌아가 기여도가 사라진 이유를 확인 할 생각이었다.
“카로트, 프라미너스 하란을 지켜.”
저벅저벅
명후는 카로트와 프라미너스에게 하란의 보호를 맡기고 기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기둥까지의 거리가 100M 정도 남았을 즈음 메시지가 나타났다.
[보조 결계 기둥 영향권에 들어오셨습니다.]
[기둥을 지키는 존재가 소환됩니다.]
스아악
‘지금이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기둥을 지키는 존재가 소환되는 타이밍을 재고 있던 명후는 메시지가 나타남과 동시에 소환되는 존재를 본 순간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다다다닥!
여태까지와 달리 기둥과의 거리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역시 거리랑은 상관이 없구나.’
기둥을 향해 달리며 명후는 소환되고 있는 존재를 보았다. 거리가 줄어들면 소환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게 아닐까 했는데 다행이도 아니었다.
“피의 공간, 피웅덩이, 피의 파동.”
이내 기둥 앞에 도착 한 명후를 이동속도와 공격속도를 감소시키는 피의 공간과 범위 안에 있으면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입는 피웅덩이, 피의 파동을 시전했다.
스아악
스킬 시전을 끝낸 명후는 거의 소환이 끝난 기둥을 지키는 존재를 보며 중얼거렸다.
“똑같이 생겼네..”
지금 소환되고 있는 존재는 앞서 상대했던 에칼림과 매우 흡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피통은 어떠려나..”
물론 외모가 비슷한 건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소환 되고 있는 존재의 생명력이었다.
“원펀치만 잘 들어가면 될 것 같은데.”
명후는 소환이 끝남과 동시에 원펀치를 날릴 생각이었다. 원펀치만 제대로 작렬한다면 수월하게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청년 에칼림이 소환되었습니다.]
[청년 에칼림을 처치하십시오.]
[청년 에칼림을 처치하면 보조 결계 기둥이 파괴 됩니다.]
이내 소환이 끝났다.
‘역시 에칼림이었구나.’
기둥을 지키는 존재는 바로 에칼림이었다. 흡사한 외모에 혹시나 했던 명후는 역시나라고 생각하고 에칼림을 향해 주먹을 날리며 입을 열었다.
“원펀치.”
“당신..”
쾅!
무언가 말을 하려던 에칼림의 얼굴에 명후의 원펀치가 작렬했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명후는 미소를 지었다.
스아악
에칼림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쩌저적..
명후는 기둥에 금이 가는 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돌려 하란과 카로트, 프라미너스를 보았다.
“...”
“...”
“...”
하란과 카로트, 프라미너스는 조금 당황스런 눈빛으로 명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명후는 셋의 시선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가죠.”
이곳에 있는다고해서 기둥이 파괴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기둥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파괴가 된다. 즉,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저벅저벅
명후의 말을 들은 하란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명후 역시 하란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청년 에칼림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조 결계 기둥이 파괴되었습니다.]
걸음을 옮기고 얼마 뒤 메시지가 나타났다. 명후는 메시지를 보고 고개를 돌려 기둥을 확인했다.
스아악
기둥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 한 명후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보았다.
‘빨리..’
얼마 멀지 않은 곳, 저주의 기둥이 있었다. 앞으로 남은 거리를 보면 더 이상 보조 결계 기둥도 없을 것이었다.
저벅!
바로 그때였다.
-명후님.
하란이 걸음을 멈추며 명후를 불렀다.
“...”
명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앞을 보며 걸어가던 명후는 왜 하란이 멈춘 것인지 왜 자신을 부른 것인지 알고 있었다.
‘뭐 이리 가까이 붙어있어?’
바로 앞, 보조 결계 기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스윽
명후는 보조 결계 기둥 뒤쪽을 보았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저주의 기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에휴.’
속으로 한숨을 내뱉은 명후는 기둥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카로트, 프라미너스. 지켜.”
-명을 받듭니다,
-예, 주인님
카로트와 프라미너스에게 하란을 맡긴 명후는 곧 보조 결계 기둥 근처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보조 결계 기둥 영향권에 들어오셨습니다.]
[기둥을 지키는 존재가 소환됩니다.]
다다다닥!
메시지가 나타났고 그와 동시에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명후는 기둥 앞으로 달려갔다.
“피의 공간, 피웅덩이, 피의 파동.”
이내 기둥 앞에 도착 한 명후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스킬들을 시전한 뒤 소환되고 있는 존재를 주시했다.
[중년 에칼림이 소환되었습니다.]
[중년 에칼림을 처치하십시오.]
[중년 에칼림을 처치하면 보조 결계 기둥이 파괴 됩니다.]
얼마 뒤 소환이 끝나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명후의 주먹이 소환 된 중년 에칼림을 향해 날아갔다.
“원펀치!”
쾅! 스아악
원펀치가 작렬했고 원펀치에 맞은 중년 에칼림은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한 채 사라지기 시작했다.
스윽
명후는 사라지는 중년 에칼림에게서 시선을 돌려 뒤쪽에 있던 일행에게 말했다.
“가죠.”
============================ 작품 후기 ============================
몸에 문제가 생겼나 봅니다.
얼마 전에는 명치가 아프더니 이번에는 목에 문제가 생겼네요.
움직일 때마다 엄청난 고통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발표도 끝나 이제 마음편히 글을 써볼까 했더니 이런 일이..
잠시 휴재를 할까도 생각했는데.
조금씩이라도 써서 올리는 게 나을 것 같아 늦게나마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라며.
몸, 정신 건강 꼭꼭 챙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