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09 66. 저주받은 바르타슈의 성 - 동쪽 =========================================================================
‘역시.’
역시나 악의 눈동자가 끝이 아니었다.
‘근데 이름이 엘가브라니 이름 만들기 귀찮았나?’
명후는 메시지와 목소리의 주인공인 혼란, 유혹의 대악마이며 서큐버스들의 여왕이자 기둥을 지키는 존재 엘가브를 찾으며 사냥과 농사의 신 엘가브를 떠올렸다. 인간 NPC도 아니고 신과 대악마의 이름이 같다니? 이름 짓기가 귀찮았던 것일까?
‘저기 있다!’
여러 생각을 하며 명후는 곧 엘가브를 찾을 수 있었다. 엘가브는 기둥 위쪽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야..’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엘가브의 모습을 본 명후는 속으로 감탄 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여왕이 아니었다.
엘가브를 보니 여태까지 보아왔던 서큐버스들이 평범하다 느껴졌다. 그정도로 엘가브의 얼굴과 몸매는 압도적이었다.
‘잠깐만...’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이렇게 낯이 익지?’
무언가 이상했다. 분명 엘가브를 처음 보는 명후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엘가브가 낯이 익었다.
‘어디서 본 거지?’
사냥과 농사의 신 엘가브와 이름이 같기 때문이 아니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듯 했다. 명후는 곰곰이 생각을 했다.
‘아! 그때 그 벽화!’
그리고 곧 어디서 본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7마계의 전전 마왕인 마쿠사 덴 쿠르자의 은신처에 그려져 있던 벽화.
‘그 벽화에 있던 천사!’
엘가브는 그 벽화에 그려져 있던 천사와 아주 비슷했다. 새하얀 날개가 아니라 검은색 날개라는 것만 제외하면 똑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근데 그 천사는..’
명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명후는 예전 말타리오와 마쿠사의 말을 듣고 벽화의 천사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엘가브잖아.’
당시 말타리오와 마쿠사에게 들은 말에 따르면 벽화에 그려져 있는 천사는 엘가브였다. 대악마 엘가브를 말하는게 아니다. 지금 명후가 생각하고 있는 건 사냥과 농사의 신 엘가브였다.
‘이게 무슨..’
이름도 같고 생김새도 비슷하다. 그러나 한쪽은 대악마였으며 한쪽은 신이었다. 대악마와 신, 정반대되는 존재였다. 무언가 이상했다.
-호호호호호!
[유혹의 목소리가 울려퍼집니다.]
[높은 지혜로 방어합니다.]
[대악마 엘가브에게 가하는 데미지가 5% 감소합니다.]
[유혹의 영향으로 모든 방어력이 10% 감소합니다.]
이상하다 생각하던 명후는 귓가에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와 메시지에 잠시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스윽
메시지를 확인 한 명후는 고개를 돌려 엘가브를 바라보았다. 한껏 소리 내어 웃은 엘가브는 명후의 시선에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이곳에 인간이 올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왜 그런지 알 수는 없었지만 말을 하는 엘가브는 정말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명후는 그런 엘가브를 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잡지..’
엘가브는 허공에 떠 있었다. 엘가브가 내려오지 않는 이상 명후는 엘가브를 공격 할 방법이 없었다.
물론 꼭 엘가브를 잡아야 되는 건 아니었다. 엘가브를 잡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저주의 기둥은 파괴된다. 그냥 버티기만 해도 된다.
‘명성을 포기 할 수는 없지.’
그러나 명후는 엘가브를 잡을 생각이었다. 엘가브를 잡으면 여태까지 잡은 신의 분신들과 마찬가지로 1000만의 명성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 분신이 아니니 1000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명성을 얻을 수도 있다.
‘끌어내려야 되는데.’
명후는 어떻게 엘가브를 지상으로 끌어내릴지 고민했다.
‘아, 맞다.’
고민을 하던 명후는 문득 든 생각에 고개를 돌려 하란 옆에 있는 카로트와 프라미너스를 보았다. 생각을 해보니 명후는 혼자가 아니었다.
‘쟤네라면..’
앞서 신의 분신들을 잡을 때와 달리 지금은 카로트와 프라미너스가 있었다. 거기다 카로트와 프라미너스는 명후와 달리 공격 범위에서 자유로웠다. 카로트와 프라미너스라면 허공에 떠 있는 엘가브를 지상으로 끌어내릴 수도 있을 것이었다.
“카로트, 프라미너스.”
생각을 마친 명후는 카로트와 프라미너스를 불렀다.
-예,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명후의 부름에 하란의 옆에서 엘가브를 경계하고 있던 카로트와 프라미너스가 답했다. 명후는 둘의 답을 듣고 이어 말했다.
“저거 잡을 수 있겠어?”
이어진 명후의 말에 카로트와 프라미너스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빛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듯 하더니 카로트가 고개를 돌려 명후에게 말했다.
-저희가 힘을 합치면 크게 피해를 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힙을 합치면 크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그 말은 둘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엘가브를 잡을 수 없다는 소리가 된다.
‘그정도면 끌어내리는 것도 가능하겠네.’
물론 명후의 목적은 카로트와 프라미너스가 엘가브를 잡는 게 아니었다. 엘가브를 끌어내릴 수만 있으면 된다.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으로 보아 엘가브를 땅으로 끌어내리는 것도 가능 할 것 같았다.
스윽
명후는 고개를 돌려 엘가브를 보았다. 엘가브는 명후와 카로트의 대화를 듣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활짝 미소를 지은 채 같이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러면 말이야.”
엘가브를 주시하며 명후가 말했다.
“저거 끌어내려봐.”
-꺄하하하하!
명후의 말이 끝나자마자 가만히 있던 엘가브가 소리 내어 웃었다.
-끌어내린다고? 나를?
그리고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내려가면 뭐가 달라질 거라 생각하는거야? 꺄하하하! 정말 재미있는 인간이네!
그 말을 끝으로 엘가브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
그러나 말을 하지 않았을 뿐 이어진 엘가브의 행동에 명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스아악
허공에 떠 있던 엘가브가 내려오고 있었다.
‘허. 알아서 내려와?’
명후는 알아서 내려오는 엘가브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카로트와 프라미너스가 힘을 쓸 필요가 없게 되었다.
툭!
이내 엘가브가 땅에 도착했다.
-어쩔래?
땅에 도착 한 엘가브는 명후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명후에게 다가가는 엘가브의 표정에는 요염한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허허.’
다가오는 엘가브를 보며 명후는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내려온 것도 모자라 거리까지 좁혀주다니? 그것으로 인해 물음에 답이 정해졌다. 명후는 입을 열어 엘가브의 물음에 답을 해주었다.
“이동타격.”
명후는 이동 타격을 사용했고 다가오던 엘가브의 앞으로 이동 할 수 있었다.
-...!
엘가브는 멀리 있던 명후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자신의 앞에 나타나자 멈칫 하며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사이 명후는 엘가브를 향해 주먹을 날리며 외쳤다.
“필살.”
[아이템 ‘필살의 팔찌’의 물리 방어력이 -5000으로 변경됩니다.]
[아이템 ‘필살의 팔찌’의 마법 방어력이 -5000으로 변경됩니다.]
스아악!
메시지와 함께 명후의 주먹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쾅!
그리고 이어 밝게 빛나는 명후의 주먹이 엘가브의 옆구리에 작렬했다.
-끼아아아악!
필살이 작렬 한 순간 엄청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엘가브의 비명이었다. 바로 앞에서 엘가브의 비명을 들은 명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미간을 찌푸린 명후는 눈 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찌푸린 미간을 풀 수밖에 없었다.
[대악마 엘가브를 처치하셨습니다.]
자신 있게 다가오던 엘가브는 필살 한 방에 죽음을 맞이했다.
‘필살이 엄청나긴 하구나.’
처치 메시지를 보며 명후는 필살의 위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명성 1500만이 상승합니다.]
‘1500만!’
예상대로 엘가브는 신의 분신을 잡았을 때보다 더욱 많은 명성을 상승시켜주었다. 명후는 메시지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어?’
하지만 명후의 흐뭇한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아직 메시지는 끝나지 않았고 이어 나타나는 메시지에 명후는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명성 1억을 달성하였습니다.]
[최대 명성치에 도달하셨습니다.]
[더 이상 명성이 상승하지 않습니다.]
.
.
명성 1억을 달성 후 나타나는 메시지들을 보며 명후는 생각했다.
‘...미친.’
* * * *
헬리오카 제국의 황제인 알칸의 집무실.
현재 집무실에는 두 사내가 있었다.
“...”
“...”
서로를 마주보고 앉아 있는 두 사내. 두 사내 중 한 사내는 헬리오카 제국의 황제이자 이 집무실의 주인인 알칸이었고 알칸의 앞에 앉아있는 사내는 넥서스에 자리 잡은 엘가브 신전의 대사제 오낙스였다.
“...”
“...”
알칸과 오낙스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둘 사이에는 그저 침묵만이 감돌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침묵이 감돌 던 것은 아니었다. 침묵이 나타나기 전 둘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당연하게도 알칸과 오낙스가 나눈 대화는 평범한 대화가 아니었고 대화가 끝난 뒤 침묵이 감돌기 시작했다.
“제가...”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침묵을 깬 것은 알칸이었다.
“그 말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말을 하는 알칸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분위기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믿지 않으신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드린 말씀은 제가 엘가브님께 직접 들은 것입니다.”
무거워진 분위기 속 오낙스가 입을 열었다.
“일이 일어나기 전 막아야 됩니다.”
오낙스는 말을 마치고 알칸의 표정을 살폈다.
“...”
알칸은 매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알칸의 표정을 본 오낙스는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아마도 이 신탁은 저 말고도 다른 대사제들에게도 전해졌을 겁니다. 아만 제국 등 대륙 곳곳에 퍼져 있는 모든 대사제들에게 말입니다.”
오낙스의 말에 담긴 뜻을 이해 한 알칸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오낙스는 방금 전 자신이 알게 된 것을 모두가 알게 될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스윽
미간을 찌푸린 알칸을 보며 오낙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것을 말씀 드렸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낙스는 알칸에게 신탁을 전함으로 이곳에 온 목적을 달성했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시간도 없었다.
스윽
자리에서 일어난 오낙스는 살짝 고개 숙여 알칸에게 인사했다. 그리고는 곧장 뒤를 돌아 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벅!
문 앞에 도착 한 오낙스는 고개를 돌려 여전히 착잡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는 알칸에게 말했다.
“헬리오카가 대륙 최강인 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륙 전체를 상대하는 건...”
오낙스는 말끝을 흐렸다. 굳이 뒷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부디 현명한 선택 하시길 바랍니다.”
끼이익
말을 마친 오낙스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후.”
오낙스가 나가고 알칸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미치겠군.”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도대체 왜.. 어째서..”
============================ 작품 후기 ============================
월요일입니다.
힘찬 월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