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84 61. 벨칸 호수 =========================================================================
“왜 그래 명후야?”
명후가 걸음을 멈추자 지연이 물었다. 지연의 물음에 명후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지연을 보았다.
“그게..”
그리고는 말끝을 흐리며 메시지를 힐끔 쳐다본 뒤 이어 말했다.
“갑자기 메시지가 나타나서.”
“메시지? 무슨 메시지?”
명후의 말에 지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나만 뜬 거구나.’
지연의 갸웃거림에 명후는 지금 나타난 메시지가 전체 메시지가 아닌 자신에게만 나타난 메시지라는 것을 확신 할 수 있었다. 명후는 입을 열어 지연이 궁금해 하고 있는 메시지의 내용을 말해주었다.
“라피드가 드래곤을 죽였다는 메시지.”
명후는 지연에게 말한 뒤 다시 메시지를 보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메시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라피드가 그린 일족의 수장인 하푸타니스라는 이름의 드래곤을 죽였다는 것 뿐이었다. 왜 죽인 것인지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알 수 없었다.
“라피드가 드래곤을?”
명후의 말에 지연이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명후는 지연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는데 지금 라피드가 드래곤을 잡았어.”
“잡았다는 드래곤이... 유레나님이랑 루루는 아니지?”
지연이 조심스레 말했다.
“아?”
명후는 지연의 말에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고보니 현재 라피드는 레드 드래곤인 유레나 그리고 유레나의 딸 루루와 함께 있었다.
‘어떻게 된거지?’
라피드는 드래곤을 잡았다. 그것도 그냥 드래곤이 아닌 그린 드래곤의 대장 드래곤을 잡았다. 문제는 라피드의 곁에 레드 드래곤인 유레나와 루루가 있단 것이었다.
“아니야, 다른 드래곤이야.”
명후는 지연에게 답하며 생각했다.
‘...빨리 마무리하고 돌아가봐야겠네.’
어떻게 된 일인지 빨리 확인을 하고 싶었다. 생각을 마친 명후는 이어 지연에게 말했다.
“빨리 가자.”
* * * *
두두두두두두!
전쟁이라도 난 것일까? 수백에 달하는 오크들이 엄청난 발소리를 만들며 어딘가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취익!
-움직여라 취익!
-취익! 어서! 취익!
어딘가로 뛰어가는 오크들의 표정에는 다급함과 불안함이 가득 차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두두두두두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이 울기 시작했다.
-취익! 주위를 살펴라 취익!
-조심해라 취익!
오크들은 이동을 멈추고 주위를 경계했다. 주위를 경계하는 오크들의 표정에는 다급함과 불안함 말고도 한 가지 감정이 추가 되어 있었다.
-무, 무섭다. 취익.
-취익, 두렵다. 이런 느낌 처음이다. 취익.
그것은 바로 공포, 두려움과 무서움을 모른다는 오크들의 표정에는 현재 공포가 한없이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공포가 극에 달한 그 순간.
-저, 저기다. 취익!
한 오크가 외쳤다. 오크의 외침은 근처에 모여 있던 모든 오크들의 귓가에 들어갔고 외침을 들은 모든 오크들은 고개를 돌려 공포의 근원을 찾기 시작했다.
-취익! 무서운 인간들!
-취이익!!! 허공에 떠있다. 취익!
-어, 어떻게 하냐. 취익!
곧 공포의 근원을 찾은 오크들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수백의 오크들을 이렇게 덜덜 떨게 만든 공포의 근원.
그것은 바로 허공에 떠오른 인간 셋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골렘과 두 마리의 드래곤이었다.
“얘네들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그 오크들 맞죠?”
가운데 서 있던 라피드가 유레나에게 물었다.
“...”
라피드의 물음에 유레나는 말없이 고개를 돌려 공포 가득 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오크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이어 말했다.
“응, 맞아. 기억 속에 있던 오크들이 여기저기 보이네.”
쑥대밭이 되었던 마을, 그곳에 남아 있던 공간의 기억. 오크 무리 이곳저곳엔 공간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오크들이 여럿 보이고 있었다.
“다행이네요. 잘못 찾은 거면 어쩌나 했는데.”
유레나의 말에 라피드가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오크들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옆에서 잠자코 대화를 듣고 있던 루루가 라피드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거야?”
“이렇게.”
루루의 물음에 답하며 라피드는 손을 들었다.
꾸구구구궁
라피드가 손을 들자 오크들이 서 있던 주변 땅이 엄청난 속도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취익! 뭐, 뭐냐!
-땅이 이상하다 취익!
-도망쳐라 취익!
가만히 서서 라피드와 유레나, 루루를 쳐다보고 있던 오크들은 땅이 솟아오르자 혼란에 빠졌고 도망을 치기 위해 움직였다.
-길이 막혔다 취익!
-취익! 도망칠 곳이 없다!
그러나 오크들은 도망을 칠 수 없었다. 이미 땅은 크게 솟아올라 거대한 원통형 감옥을 형성한 상태였다. 입구도 없는 그저 위만 뚫려있는 거대한 원통형 감옥. 하늘을 날 수 없는 오크들은 결코 탈출 할 수 없는 감옥이었다.
“다 죽일거니?”
감옥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 갇힌 오크들을 보며 유레나가 라피드에게 물었다. 유레나의 물음에 라피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이녀석들을 살려두면 분명 또 마을로 내려와 영지민들이 피해를 입을테니까요.”
이미 수많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오크들이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언젠가는 또 마을로 내려와 영지민들에게 피해를 입힐 것이었다. 라피드는 유레나의 물음에 답을 한 뒤 주먹을 쥐었다.
쩌저적
그러자 원통형 감옥이 서서히 압축되기 시작했다.
-취익!
-취이이익!
-취익!
안에 갇혀 있던 오크들은 점차 다가오는 벽을 보며 비명을 내질렀다. 끊기지 않을 것 같던 오크들의 비명은 벽이 압축됨에 따라 점차 줄어갔다.
이내 원통형 감옥이 땅으로 돌아갔다. 오크들이 있던 자리에는 개미 한 마리 남아 있지 않았다.
“가죠.”
라피드는 평평해진 땅에서 시선을 돌려 유레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앞장 서 다음 마을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
유레나는 말없이 라피드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저런 골렘을 만들어 낸 거지?’
라피드는 인간이 아닌 골렘이었다. 유레나는 명후가 어떻게 라피드 같은 골렘을 만들어 낸 것인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엄마, 가자!”
“...그래.”
생각에 잠겨 있던 유레나는 루루의 말에 생각에서 깨어나 라피드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
그러나 그것도 잠시 유레나는 얼마 움직이지 않아 이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동을 멈춘 유레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누구지?’
유레나가 미간을 찌푸린 이유.
‘누가 레어에 침입을..’
그것은 바로 유레나의 레어에 누군가 침입을 했기 때문이었다.
“...왜그래 엄마?”
유레나의 표정을 본 루루가 물었다.
“왜 그러세요?”
루루의 물음을 듣고 앞장 서 이동하던 라피드 역시 이동을 멈추고 유레나에게 물었다.
“...누가 레어에 침입을 했어. 잠시 갔다 와야 될 것 같아.”
누가 침입을 한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침입 한 것을 알고도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 그러면 저도 같이 가도 되요?”
레어에 잠시 갔다온다는 유레나의 말에 라피드가 말했다.
“그래.”
그렇지 않아도 라피드와 함께 갈 생각이었던 유레나는 라피드의 말에 흔쾌히 답하며 손을 휘저었다.
스아악
유레나가 손을 휘젓고 붉은색의 포탈이 나타났다. 유레나의 레어와 연결되어 있는 포탈이었다.
“따라오렴.”
포탈을 만들고 유레나는 라피드와 루루에게 말한 뒤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라피드는 유레나의 뒤를 따라 포탈로 들어가며 생각했다.
‘어떤 곳일까?’
단 한 번도 드래곤의 레어에 가 본 적 없던 라피드는 레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참으로 궁금했다. 궁금증을 가득 담은 채 라피드는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유레나 아줌마 레어구나.’
포탈을 통해 유레나의 레어에 도착 한 라피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사람이 침입자?’
주변을 돌려보던 라피드는 곧 입구쪽에서 침입자로 추정되는 한 사내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여긴 어쩐 일이지?”
그러나 곧이어 들려오는 유레나의 말에 라피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는 분인가?’
말을 들어보니 유레나와 침입자는 아는 사이 같았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입구에 있던 사내는 천천히 유레나의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네가? 뭘?”
사내의 말에 유레나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이 좋은 분은 아닌가보네.’
대화 분위기를 보아 그다지 친한 사이는 아닌 듯 했다. 라피드는 어느새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루루와 함께 조용히 유레나와 사내의 대화를 경청했다.
“한 인간에 대해 묻고 싶은게 있다.”
“인간?”
“그래, 인간. 네가 로드에게 건들지 말라고 했던 그 인간.”
“...!”
“이름이 명후라고 했던가?”
‘...?’
조용히 대화를 경청하고 있던 라피드는 귓가에 들려온 사내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빠? 아빠에 대해?’
사내가 말하고 있는 인간은 바로 라피드의 아빠인 명후였다. 라피드는 무슨 의도로 사내가 명후에 대해 묻는 지 확인하기 위해 사내의 표정을 살폈다.
‘...좋은 의도는 아니네.’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좋은 의도로 묻는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저기요.”
그것을 안 라피드는 사내를 불렀다.
“...?”
사내는 라피드의 부름에 유레나에게서 시선을 돌려 라피드를 보았고 라피드는 사내가 자신을 보자 이어 말했다.
“무슨 일로 저희 아빠에 대해 묻는거죠?”
“...아빠?”
라피드의 말에 사내가 반문했다. 그리고 이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이어 말했다
“네가 그 인간의 자식인거군. 잘됐어.”
스아악
사내의 말이 끝나고 그와 동시에 사내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터져 나왔다. 사내의 기운은 곧장 라피드를 향해 날아갔다.
“하푸타니스!”
무언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느끼고 있던 유레나는 사내 아니, 하푸타니스의 기운이 라피드에게 향하자 재빨리 라피드의 앞으로 나서며 하푸타니스의 기운을 막아섰다.
“비켜라.”
하푸타니스는 유레나가 기운을 막아서자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하푸타니스의 말에 비킬 유레나가 아니었다.
“무슨 짓이야?”
유레나의 물음에 하푸타니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더욱 강하게 기운을 뿜어내며 말했다.
“비켜.”
“대체 왜 이러는건데?”
점차 강해지는 하푸타니스의 기운에 유레나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
하푸타니스는 유레나의 물음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점차 기운을 강하게 뿜어낼 뿐이었다.
“이 자식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기운을 뿜어내는 하푸타니스의 행동에 결국 유레나도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끄그그극
두 고룡의 기운이 부딪히며 주위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유레나 아줌마.”
뒤에 있던 라피드가 유레나를 불렀다.
“...”
그러나 하푸타니스의 기운을 막는데 집중을 하고 있던 유레나는 라피드의 말에 답을 할 수 없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라피드가 이어 말했다.
“아는 분 같은데. 죄송해요.”
“...?”
이어진 라피드의 말에 유레나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이 죄송하단 말인가?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유레나는 라피드의 말뜻을 깨달을 수 있었다.
스악 스악 스악 스악 스악
찰나 아니, 찰나도 길다고 느껴질 정도로 짧은 시간. 하푸타니스의 주위로 수십 개의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리고 마법진에서 검은 광택의 가시가 튀어나왔다.
푹! 푹! 푹! 푹! 푹!
검은 가시는 아주 가볍게 하푸타니스의 피부를 관통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하푸타니스의 기운이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즐거운 일요일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