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38 54. 엘파누스 토벌대 =========================================================================
“어디로 가야 되는 거야?”
“그게.. 잠시만.”
지연의 물음에 명후는 인벤토리를 열어 퀘스트 ‘아브레탄’을 수락 할 때 얻은 아이템 ‘아브레탄의 지도’를 꺼냈다. 지도를 꺼낸 명후는 집무실 자신의 책상 위에 지도를 펼쳤다. 지도를 펼친 명후는 어떤 곳의 지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왼쪽 상단을 확인했다.
“엔파르시?”
엔파르시, 지도의 왼쪽 상단에는 엔파르시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처음 듣는 지명에 명후는 왼쪽 상단에서 시선을 돌려 지도를 살피기 시작했다.
‘식당, 워프 게이트, 상점?’
지도에는 아브레탄이 위치해 있는 빨간 점 말고도 검은 점으로 여러 곳이 표시 되어 있었는데 그곳 밑에는 식당, 워프 게이트, 상점 등의 단어가 적혀 있었다.
‘마을인가?’
아무래도 엔파르시는 마을이나 도시의 이름인 것 같았다. 거기다 워프 게이트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규모가 상당 할 것이었다.
‘검은 달의 탑 처럼 어디 바깥에 있을 줄 알았는데..’
명후는 검은 달의 탑을 떠올렸다. 검은 달의 탑은 마을에 있지 않았다. 사냥터인 바르튼 산맥, 그것도 산맥 깊숙한 곳에 있는 어둠의 숲 안에 위치해 있었다.
“어디야?”
지연이 재차 물었다. 지도를 보며 곰곰이 생각을 하고 있던 명후는 지연의 물음에 입을 열어 답했다.
“엔파르시 라는 곳으로 가야 될 것 같은데..”
“엔파르시?”
“응, 혹시 들어봤어?”
“아니, 처음 들어봐. 혹시 도시 이름이야?”
명후의 말에 지연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마도 그럴 거야, 워프 게이트랑 식당 등이 있으니까.”
워프 게이트, 식당, 상점 등이 존재하는 곳이다. 식당이나 상점만 있어도 마을이라 할 수 있는데 워프 게이트 까지 있으니 확실했다.
“검색 한 번 해보고 올게.”
명후는 이어 지연에게 말한 뒤 지도를 접어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는 곧장 로그아웃을 했다.
“엔파르시, 엔파르시.”
캡슐에서 나온 명후는 지도의 지명을 중얼거리며 컴퓨터를 부팅시켰다. 이내 컴퓨터가 부팅 되었고 명후는 전설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엔파르시에 대해 검색했다.
“역시 도시였구나.”
검색 결과를 확인 한 명후는 엔파르시가 도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디에 속해 있는 곳이지?”
엔파르시가 도시인 것은 알았다. 명후는 이어 엔파르시가 어느 국가에 소속 된 도시인지 검색 결과를 살피며 찾기 시작했다.
“엘파누스 왕국?”
얼마 지나지 않아 명후는 찾던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엔파르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국가, 엘파누스 왕국에 속해 있는 도시였다. 그것도 보통 도시가 아니었다. 엔파르시는 엘파누스 왕국의 수도였다.
“어디에 있는거야?”
국가명을 알게 된 명후는 엘파누스 왕국이 어디에 있는 국가인지 확인하기 위해 홈페이지 상단에 있는 게임정보로 들어가 대륙 지도를 클릭했다. 이내 대륙 지도가 나타났고 명후는 엘파누스 왕국을 찾기 시작했다.
“...완전 떨어져 있네.”
지도에서 엘파누스 왕국을 찾아 낸 명후는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 명후가 있는 헬리오카 제국은 대륙의 서쪽에 위치해 있었다. 그것도 끝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문제의 엘파누스 왕국은 대륙의 오른쪽 끝에 위치해 있었다. 끝과 끝, 정말 엄청난 거리였다.
“교차 게이트가 장난 아니겠는데..”
헬리오카 제국과 엘파누스 왕국 사이에는 엄청난 수의 국가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명후는 엘파누스 왕국까지의 교차 게이트 동선을 외운 뒤 컴퓨터를 종료하고 캡슐로 가 전설에 접속했다.
“어디에 있는 곳이야?”
명후가 접속을 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지연이 물었다. 명후는 지연의 물음에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답했다.
“엘파누스 왕국의 수도더라.”
“엘파누스 왕국?”
지연이 처음 듣는 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문하자 명후가 이어 말했다.
“응, 대륙 오른쪽 끝에 있는 왕국이야.”
“오른쪽 끝? 그러면..”
“응, 끝과 끝. 교차 게이트 엄청 타야겠더라.”
“엄청 먼 곳에 있구나...”
명후와 지연은 대화를 나누며 저택에서 나와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어디로 가십니까?”
곧 워프 게이트에 도착 한 명후는 인벤토리에서 골드를 꺼내 건네며 접속하기 전 외운 동선을 따라 지연과 함께 워프하기 시작했다.
* * * *
기본적인 가구들로 채워져 있는 평범한 방.
방의 주인이자 비밀 세력 아브레탄의 마스터인 사내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방에는 사내 혼자 있는 게 아니었다. 사내의 앞에는 아브레탄의 2조장 하트렌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해봐.”
사내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하트렌에게 말했다.
“그게..”
하트렌은 사내의 말에 잠시 말끝을 흐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방금 사내에게 보고 한 사항은 하트렌 조차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기에 하트렌은 입을 열어 앞서 보고 한 사항을 다시 보고했다.
“라뎀이 죽었습니다.”
“...”
사내는 하트렌의 보고를 듣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도 잠시 이내 사내가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누구지?”
“아므락세의 사도들이 만든 장막 때문에 정확히 누구에게 죽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곳에 온 아므락세의 사도들은 전부가 덤빈다 해도 라뎀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고 살아 나온 자가 명후 백작이라는 겁니다.”
라뎀은 강했다. 그곳에 모인 아므락세의 사도들이 전부 덤빈다 해도 라뎀이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라뎀은 강했다. 그러나 라뎀이 죽었다. 그리고 살아나온 것은 명후였다.
“명후 백작? 그건 또 누구야?”
“헬리오카 제국의 백작입니다.”
“헬리오카 제국?”
하트렌의 말에 사내가 반문했다.
“예, 마스터.”
“녀석에 대한 정보는?”
“그게..”
사내의 물음에 하트렌은 다시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없습니다.”
하트렌이 말끝을 흐린 이유, 그것은 바로 명후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었다.
“없다고?”
사내가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 순간 사내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일렁이며 모습을 보였다. 검은 기운을 본 하트렌은 긴장과 두려움이 반반 섞인 눈빛으로 사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예, 정보가 없습니다.”
“흐음..”
하트렌의 답에 사내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헬리오카 제국이라면 파레스가 있는 곳.”
곧 생각을 마친 사내가 하트렌에게 말했다.
“파레스에게 정보가 온 게 언제지?”
“1년 전입니다.”
“1년이나?”
“예, 마스터의 명으로 1년 전 정보를 마지막으로 연락을 멈췄습니다.”
“아아, 그랬지.”
하트렌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던 사내는 자신의 명령으로 그렇게 됐다는 것에 기억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할까요? 정보를 받으러 갈까요?”
사내의 분위기를 살피며 하트렌이 조심스레 물었다. 연락을 멈췄을 뿐이다. 헬리오카 제국에 잠입해 있는 파레스는 여전히 정보를 수집하고 있을 것이었다. 연락만 한다면 1년 동안 수집 한 정보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다.
“아니야.”
그러나 사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파레스 녀석이 들키게 된다면 계획의 틀 자체가 망가져 버려. 널 못 믿는 건 아니지만 녀석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알겠습니다.”
“라뎀의 자리를 대신 할 녀석은?”
“6조장을 보냈습니다. 라뎀에 비해 실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라뎀이 남긴 것과 6조장의 특별한 능력이라면 6개월 안에 라뎀이 간 자리까지 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6개월이라. 알았다. 나가봐.”
“예, 마스터.”
나가보라는 사내의 말에 하트렌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하트렌이 나가고 사내는 검은 기운이 일렁이는 자신의 몸을 보며 생각했다.
‘명후 백작이라...’
* * * *
“드디어 도착했네.”
“그러게..”
수많은 워프를 통해 명후와 지연은 목적지인 엘파누스 왕국의 수도 엔파르시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정말 장난 아니었지..’
헬리오카 제국과 엘파누스 왕국은 대륙의 끝과 끝에 있었다. 워프를 이용했음에도 매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수십 번의 워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갈 때는 포탈로 가야지.’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이곳에서의 일을 마치고 돌아갈 때에는 워프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명후에게는 어디에서든 저택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억의 반지가 있었다.
“어디로 가면 돼?”
“잠시만.”
지연의 말에 명후는 인벤토리에서 ‘아브레탄의 지도’를 꺼내 펼쳤다. 그리고 워프 게이트에서 나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명후는 얼마 걷지 않아 인벤토리에 지도를 넣을 수밖에 없었다.
“저 유저들 봐. 장비 엄청 좋아 보이지 않냐?”
“그러게, 룩은 별로긴 한데 장비는 엄청 좋아 보인다.”
근처에 있던 유저들이 관심을 보였다. 하필이면 움직이는 방향도 같았다. 만에 하나 유저들이 장비를 넘어 지도에 관심을 보인다면 상당히 골치 아픈 상황이 올 수 있었다. 명후는 유저들의 관심이 빨리 떨어지기를 바랐다.
“근데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빨리 신청하러 가야 돼.”
“아, 맞다. 늦으면 줄 엄청 서겠지. 가자.”
이내 유저들이 관심을 끊고 앞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명후는 유저들이 달려가자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유저가 있나 없나 확인했다. 다행이도 관심을 보이는 유저들은 없었다.
‘근데 다들 어디를 가는거야?’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며 유저들의 이동 방향을 본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쪽에 뭐가 있나?’
주위에 있는 유저들은 전부 같은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반대쪽에서 걸어오고 있는 유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수는 아주 적었다.
‘상관없지.’
물론 유저들이 어디로 움직이든 명후는 상관 없었다. 명후는 지도에 나와 있는 빨간점, 아브레탄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 명후는 인벤토리에서 다시 지도를 꺼내 지도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번에 끝낼 수 있을까?”
“엄청 이동했는데 이번 퀘스트로 끝나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근데 얼마나 남았어?”
“음, 거의 도착했어. 앞으로 1~2분만 걸으면 될 것 같아.”
대화를 나누며 걸음을 옮기던 명후와 지연은 곧 지도에 나와 있는 빨간 점, 아브레탄이 있는 곳에 도착 할 수 있었다.
“...?”
“...?”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 한 명후와 지연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명후야. 여기 맞아?”
지연이 물었다.
“그, 그게..”
명후는 지연의 물음에 당황스런 목소리로 말끝을 흐리며 다시 지도를 보았다. 그리고는 지도와 주변을 번갈아 쳐다보며 맞게 왔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내 확인을 마친 명후는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맞는데?’
잘못 온 것이 아니었다.
“지도가 가리키는 곳은 여기가 맞아.”
지도가 잘못 된 것이 아니라면 맞게 찾아왔다.
“여기...”
명후의 말에 지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왕궁 아니야?”
“...”
지연의 물음에 명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지연의 말대로 앞에는 거대한 성벽이 있었고 성벽 입구에는 기사와 병사가 굳건히 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기사와 병사가 지키고 있는 곳. 이곳이 수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왕궁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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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입니다.
화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