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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마스터-335화 (335/644)

00335  53. 골드바  =========================================================================

*  *  *  *

“...”

잠에서 깬 명후는 눈을 떠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 개운함..’

너무나도 개운했다.

‘그때랑 똑같아. 뭐지?’

도대체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극도의 고통 그 후 찾아오는 상쾌함, 상쾌함이 극에 달하며 다시 찾아온 극도의 피곤함, 잠을 자고 깬 뒤 느껴지는 엄청난 개운함. 명후는 이런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얼마나 잔거야?’

명후는 얼마나 잠을 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9시간이 지나 있었다.

‘그때보다는 덜 잤네.’

전에는 18시간이나 잠들어 있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딱 절반의 시간이었다.

‘병원에 가봐야겠어.’

명후는 병원에 가야겠다 생각을 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침대에서 일어난 명후는 곧장 외투를 챙긴 뒤 방에서 나왔다.

“어디 가니?”

방에서 나오자 거실에 있던 명후의 엄마 유라가 물었다. 유라의 물음에 명후는 어떻게 답을 해야 될까 생각했다.

‘확실해 질 때까지는 말 안하는게 낫겠지..’

몸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 병원에 간다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괜히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민형이 만나고 오려고.”

명후가 말했다.

“오늘은 늦게 오지 말구~”

“응.”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 명후는 집에서 나온 뒤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도대체.. 어디가 잘못 된 거지.’

검사를 받아봐야 알겠지만 몸 어딘가가 잘못 된 것 같았다. 아니, 잘못 된 곳이 있어야 했다. 그래야만 고통, 상쾌, 피곤, 개운으로 이어지는 그 기이한 현상을 설명 할 수 있다.

‘할 일 도 많은데..’

골드바 길드 일을 마무리 지어야 했고 아브레탄으로 가서 아가사의 석상도 찾아야 했으며 석상을 이용해 아가사의 파편 봉인을 해제해야 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크라켄도 죽여야 했고 신성 제국 교황의 방으로 가 지도도 갱신해야 했다. 또한 아만 제국의 황녀를 납치하려 했던 블러디 길드의 본부도 들려야 했다. 할 일이 참으로 많았다.

‘그래도 건강이 더 중요하지.’

물론 해야 될 일들은 당장 해야 되는 일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게임보다는 건강이 우선이었다. 명후는 걱정스런 표정을 지은 채 병원으로 향했다.

*  *  *  *

골드바의 길드 하우스.

“...”

창문은 중앙 홀에 비치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 멍하니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

그런 창문의 옆에는 문석에게 모든 것을 인계 받은 용천이 앉아 있었는데 용천 역시 창문과 마찬가지로 멍하니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

“...”

둘 사이에는 정적만 흐를 뿐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물론 처음부터 대화가 오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주제로 대화를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할 말이 줄어들었고 이내 할 말이 없자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자연스레 침묵했다. 그 뒤로 계속해서 정적이 이어지고 있었다.

“형.”

바로 그때 창문이 입을 열었다. 창문이 형이라 부를 사람은 이곳에서 단 한사람, 옆에 앉아 있는 용천 밖에 없었다.

“응? 왜?”

용천은 자신을 부르는 창문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 NPC 오긴 하겠죠?”

“...음.”

창문의 말에 용천은 침음을 내뱉었다. 당연히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방문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NPC는 오지 않고 있었다. 용천은 죽기 전에 보았던 NPC의 반응을 떠올렸다.

‘아니야, 그래도 그때 그 NPC 반응을 보면..’

생각을 마친 용천은 입을 열어 답했다.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올거야.”

올 것이다. 시간이 오래 지나긴 했지만 분명 올 것이었다. 용천의 답에 창문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형, 근데..”

말끝을 흐린 창문은 고개를 돌려 기사들을 보았다.

“아.”

창문이 말끝을 흐리자 의아해 하던 용천은 창문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이내 기사들을 보며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저 기사들 언제까지 고용 한거에요?”

용천이 탄성을 내뱉자 창문이 이어 물었다. 기사들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무한정 이곳에 있는 건 아니었다. 기사들은 일을 하던 하지 않던 고용 된 시간이 끝나면 돌아간다.

“그게..”

창문의 물음에 용천은 미간을 찌푸렸다. 기사를 고용하는 데에는 엄청난 공적도가 필요하다. 거기다 지금 고용 한 기사는 하나가 아니라 다섯이었으며 하급 기사도 아닌 중급 기사였다.

“몇 시간 안 남았을거야.”

아마도 몇 시간 뒤 기사들의 고용 시간은 끝이 날 것이다. 그리고 고용 시간이 끝나는 순간 기사들은 돌아 갈 것이다.

“그러면 그 안에 NPC가 와야 되겠네요.”

고용 시간이 끝나 기사들이 돌아가기 전에 NPC가 방문을 해야 했다. 만약 NPC가 기사들이 돌아간 이후에 온다면 창문은 상대 할 자신이 없었다. 상인이 섞여 있다고 해도 수백명에 달하는 인원을 죽인 NPC였다.

“그렇지.”

용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 안에 안 오면...”

“...”

이어진 창문의 말에 용천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NPC가 오지 않는다면 기사들을 고용하는데 들어간 어마어마한 공적도가 너무 아깝게 되어 버린다. 물론 용천의 공적도가 아니었기에 직접적으로 손해 보는 것은 없었지만 아까운 것은 아까운 것이었다.

“오겠죠?”

“그러길 바래야지..”

둘은 대화를 마치고 다시 침묵을 지키며 NPC가 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그 뒤로 몇 시간이 지났음에도 NPC는 오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뭐야?”

“...!”

“...!”

뒤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창문과 용천은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보았다. 뒤에서 길드 마스터이자 기사들을 고용 한 문석이 다가오고 있었다. 일이 끝나고 접속 한 것 같았다.

“아직도 안온거야?”

문석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네.”

“응.”

창문과 용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문석은 창문과 용천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제 곧 끝날텐데..’

문석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기사들 때문이었다. 이제 곧 기사들의 고용 시간이 끝이 난다. 만약 NPC가 오지 않는다면 문석은 기사들을 고용하는데 쓴 공적도를 그냥 허공에 날린 것이 된다.

‘와라.. 제발...’

얼마 남지 않은 고용 시간, 고용 시간이 끝나기 전 NPC가 오길 바라며 문석은 간절한 표정으로 문을 쳐다보았다.

“...”

“...”

“...”

문석, 창문, 용천 세 사내는 말없이 문을 응시했다. 세 사내의 공통 된 바람은 NPC가 오는 것이었다.

‘...제발.’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NPC는 나타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문석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갔다.

[중급 기사 ‘할베드’의 고용 시간이 3분 남았습니다.]

[고용 시간을 연장 하시겠습니까?]

[중급 기사 ‘라이케나스’의 고용 시간이 3분 남았습니다.]

[고용 시간을 연장 하시겠습니까?]

.

.

[중급 기사 ‘파프렘’의 고용 시간이 3분 남았습니다.]

[고용 시간을 연장 하시겠습니까?]

이내 나타나지 않길 바랐던 메시지가 나타나고 말았다.

“...”

메시지를 본 문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문석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NPC 이 개 같은 새끼..”

아무리 생각해봐도 욕밖에 나오지 않았다. 중급 기사 다섯을 고용하는데 들어간 공적도가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창문과 용천은 그런 문석의 중얼거림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공적도를 쓴 게 문석이니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상책이었다.

“후..”

문석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확인 버튼을 눌러 기사들의 고용 시간을 연장하기 시작했다.

[중급 기사 ‘할베드’의 고용 시간을 연장하셨습니다.]

[공적도 20000이 감소하였습니다.]

[중급 기사 ‘라이케나스’의 고용 시간을 연장하셨습니다.]

[공적도 23000이 감소하였습니다.]

.

.

[중급 기사 ‘파프렘’의 고용 시간을 연장하셨습니다.]

[공적도 30000이 감소하였습니다.]

기사들의 고용 시간이 연장 되며 공적도가 감소 됐다. 기사들마다 능력치가 달라 고용 하는데 감소되는 공적도도 제각기 달랐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가장 낮은 능력치의 기사도 고용을 연장하는데 2만의 공적도가 들어갔다. 문석은 캐릭터 창을 열어 현재 남은 공적도를 확인했다.

국적 : 헬리오카[제국]

작위 : 남작

주직업 : 신성 기사

명성 : 350,810   공적도 : 139,860

레벨 : 310

생명력 : 507,850

마나 : 174,000

신성력 : 2000

힘 : 9,600(+3000)

민첩 : 5,800(+1000)

체력 : 10,157(+2500)

지력 : 4,200(+600)

지혜 : 4,500(+700)

신성 : 200

“...”

현재 남아 있는 공적도는 약 14만이었다. 기사들의 고용 시간을 한 번 더 연장 할 수 있는 수치였다.

14만,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아니, 그럴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겠지만 문석은 가슴 한 구석 자리 잡은 불안감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는 이어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내 공적도.. 이런 개새끼.. 오기만 해봐라..”

*  *  *  *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던 명후는 의사에게 들은 검사 결과를 떠올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이 없다니..’

참으로 이상했다.

‘이상이 있어야 하는데..’

분명 이상이 있어야 했다. 이상이 있어야 그 기이한 현상을 설명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검사 결과는 매우 건강이었다.

‘검사가 잘못 된 건 아닐테고..’

엄청난 기술 발전으로 의료기기들의 성능은 옛날과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검사가 잘못 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확실했다.

‘그럼 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설 때문인가?’

문득 떠오른 생각, 그러나 잠시 생각을 한 명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설’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거라면 이미 사단이 났어야했다.

‘그러면 진짜..’

검사 결과 몸에 이상이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경우는 단 한가지였다.

‘피곤해서 그런 건가?’

피곤, 그것 밖에 없었다.

‘하긴, 평소에 전설 하느라 잠이 좀 부족했지. 그게 누적되다 한 번에 빵 터진 건가?’

생각을 하면 할수록 일리가 있었다. 평소 전설을 하느라 잠을 자지 않았던 명후였다. 아무래도 그간 쌓이던 피곤이 한방에 터져 그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 것 같았다.

‘근데 그러면 검사 할 때 이상이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그러나 좀 더 생각을 해보니 이상했다. 기이한 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피곤이 누적되었다면 검사 결과에 그 문제가 나타나야 했다. 그러나 검사 결과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나왔다.

‘잠을 오래자서 자체적으로 괜찮아진건가?’

명후는 계속해서 생각을 했다.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다고 나와서인지 생각을 하면 할수록 피곤해서 그런 것이다 쪽으로 기울어졌다.

‘에이, 뭐 건강하다니까.’

이내 집에 도착 한 명후는 생각을 마치고 미소를 지은 채 집으로 들어갔다.

“나 왔어.”

집에 들어 온 명후는 거실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 자신의 엄마 유라를 발견하고 입을 열어 말했다.

“밥은?”

“먹고 왔지. 근처에 수제 버거 파는 곳 새로 생겼는데 맛있더라구.”

“뭐!? 엄마꺼는?”

“다음에 사 올게!”

명후는 유라의 물음에 답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근데 왜 이렇게 귀가 간지럽지?”

이상하게도 귀가 너무나도 간지러웠다.

“누가 내 욕 하나?”

명후는 귀를 후벼 간지러움을 해결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은 채 캡슐로 들어가 전설에 접속했다.

============================ 작품 후기 ============================

너무 덥네요.

선풍기 없이는 못 살 것 같습니다. 하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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