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33 52. 동창회 =========================================================================
“..주인이요?”
문석이 반문했다.
“그래, 이 나라의 주인.”
“...”
용산의 말에 문산은 쉽게 답을 할 수 없었다. 문석이 답을 하지 못하자 용산이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국민? 대통령? 우리 같은 힘 있는 재벌가?”
말을 마친 용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국민, 대통령, 재벌가 그 누구도 이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럼 누가.’
문석은 당황스러웠다. 국민도 대통령도 재벌가도 이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면 그 누가 주인이 될 수 있을까?
‘그 차에 타 있던 사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방금 전 집 앞에서 보았던 차에 타있던 사람이었다.
‘그 자가 유력하다.’
그 차에 타있던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용산이 말한 이 나라의 주인은 차에 타있던 그 사람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아까 그 차에 타있던 사람.. 말씀하시는거에요?”
문석이 용산에게 물었다.
“뭐? 하하하.”
용산이 문석의 말에 반문하며 소리 내어 웃었다.
“...?”
그런 용산의 반응에 문석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용산이 보였던 태도를 보면 차에 타 있던 사람은 엄청난 사람이 분명했다. 그런데 용산이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문석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 그 분도 엄청난 분이긴 하지.”
웃음을 멈춘 용산이 말했다.
‘그 분도? 그럼 그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라는건가?’
말을 들어보니 용산이 말한 나라의 주인은 차에 타 있던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아니, 확실히 아니었다.
‘그럼 그 사람은 뭔데?’
너무나도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런 문석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용산이 씁쓸한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한 사람만 없었더라면.. 아마 네가 말한 그 분이 이 나라의 주인이 됐을 거다.”
“...!”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하려던 문석은 용산의 말에 멈칫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진짜 이 나라의 주인이 있다는거야?’
그렇지 않아도 복잡해진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졌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 나라에는 주인이 있다. 그 분은...”
용산은 말끝을 흐렸다. 문석은 용산이 말끝을 흐리자 용산의 표정을 살폈다.
“...?”
표정을 살핀 문석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용산의 표정에는 여태까지 드러나 있던 씁쓸함이 사라지고 감탄, 경외, 존경, 부러움 등의 감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버지가 저런 표정을?’
문석은 자신의 아버지 용산이 누군가를 떠올리며 감탄, 경외 등의 감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을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말로 표현 할 수가 없구나.”
말끝을 흐린 채 생각에 잠겼던 용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쨌든 내가 말해주고 싶은 건 이 나라의 주인인 그 분에게는 결코 반해서 안 된다는 거다.”
용산이 말한 반함은 남자가 여자에게 반하다의 그 반함이 아니었다. 거스르거나 대들면 안 된다. 용산은 분명 그리 말하고 있었다.
“만약 그 분에게 반하게 되면..”
말끝을 흐린 용산은 몸을 떨고는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는 살짝 두려움이 깃든 눈빛으로 문석을 보며 말했다.
“우리 그룹도 문황 그룹 꼴이 날거다. 아니,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겠지..”
용산은 말을 마치고 다시 몸을 떨었다.
‘무슨..’
문석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문황 그룹 꼴이 난다는 말은 그룹 자체가 와해되어 사라진다는 것을 뜻했다.
‘우리 황룡 그룹이?’
용산은 10대 그룹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황룡 그룹이 단 한사람의 심기를 건드리면 와해되어 사라진다 말하고 있었다.
“그 분이.. 누군데요.”
문석이 물었다. 나라의 주인이 있다는 것도 믿기 힘들었지만 10대 그룹을 와해시킬 수 있다는 그 분이 누구인지가 너무나 궁금했다. 문석의 물음에 용산이 입을 열어 답했다.
“강윤선. 이 나라 주인이 되시는 분의 성함이다.”
“...”
용산의 말에 문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강윤선... 강윤선이라..’
문석은 용산이 말한 이 나라의 주인, 강윤선의 이름을 각인하기 시작했다. 그런 문석을 보던 용산은 곧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다. 문석아.”
“...네, 아버지.”
강윤선이라는 이름을 되새기던 문석은 용산이 자신을 부르자 재빨리 입을 열어 답했다.
“오늘 도대체 무슨 일을 한 거냐?”
문석이 답하자 용산이 물었다.
“일이요?”
갑작스런 용산의 물음에 문석은 반문 할 수밖에 없었다. 일이라니? 무슨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 어떤 일을 저질렀기에 그 분이 오신 건 지 궁금해서 말이다.”
“...아.”
이어진 용산의 말에 문석은 어떤 의미로 용산이 물은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문석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오늘.. 한 게 없는데?’
평소와 비슷한 하루를 보냈다.
‘잠깐.. 설마..’
그러나 이내 떠오르는 생각에 문석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아버지, 혹시 그 강윤선이라는 분 자식이 있습니까?”
문석은 찌푸린 미간을 풀고 용산에게 물었다. 문석의 답에 용산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 분에게 아들 하나가 있지..”
‘설마..그 권지연이라는 얘 남자 친구가..’
아들 하나가 있다는 말에 문석은 엠벨라텐 L7의 주인, 지연의 남자친구를 떠올렸다. 확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문석은 확실하다 생각했다.
‘그럼 그 조폭 새끼가 없어진 것도..’
그리고 이어 엠벨라텐 L7을 지키라 했으나 보이지 않았던 남준을 떠올린 문석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 * * *
라파타라에서 나온 명후는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기며 지연에게 물었다.
“바로 갈거야?”
“헤헤, 바로 보내 줄거야?”
지연이 웃으며 답했다. 명후는 지연의 답에 씨익 미소를 지으며 지연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건전하게 공원에서 산책 좀 할까?”
“고, 공원?”
명후의 말에 지연이 말을 더듬었다. 말을 더듬은 지연은 상당히 당황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황 한 것으로 보아 지연은 명후에게 다른 말을 기대 했던 것이 분명했다.
“그, 그래!”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지연은 표정에 담긴 당황을 지우고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디 공원 갈거야?”
“푸핫.”
지연의 반응에 명후는 피식 웃음을 내뱉었다.
“피이.”
명후가 웃자 지연이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명후는 그런 지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 공원 어때?”
“...그때 그 공원?”
지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원을 한, 두 군데 가본 것이 아니었다. 명후가 어느 공원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지연의 반응에 명후가 이어 말했다.
“백두 호텔 공원.”
“...!”
명후의 말에 지연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배, 백두 호텔?”
“응, 거기 공원 너도 좋다고 했었잖아. 혹시 싫어진거야? 난 엄청 가고 싶은데..”
지연의 반문에 답하고 명후는 히죽 미소를 지었다. 명후의 미소에 지연의 얼굴이 서서히 빨개지기 시작했다.
“지, 짓궂어.”
화가 나서 빨개진 것은 아니었다. 지연의 얼굴이 빨개진 것은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지연은 후다닥 차에 탑승했다. 명후는 그런 지연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유지 한 채 따라 차에 탑승했다.
“백두 호텔이.. 여기있다.”
차에 탄 명후는 네비게이션에 백두 호텔을 입력했다. 그러자 네비게이션이 길 안내를 시작했고 지연은 길 안내에 따라 차를 몰기 시작했다.
“근데 아까 그 사람 있잖아.”
그 사람이라니?
“누구?”
명후의 말에 지연이 반문했다.
“아까 그 이 차 산다고 온 사람.”
“아, 황문석씨?”
“응.”
“근데 그 사람은 왜?”
지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명후가 갑자기 왜 문석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 사람..”
명후는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피식 웃으며 이어 말했다.
“민형이 일 최종 보스인 것 같아.”
“뭐?”
지연이 다시 반문했다. 민형의 일이라 함은 민형이가 무차별 PK를 당한 그 일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일의 최종 보스라는 것은 무차별 PK를 한 길드 골드바의 길드 마스터를 말하는게 분명했다.
“진짜로?”
“응, 골드바 길드 하우스 갔을 때 봤던 길마랑 똑같이 생겼더라구. 진짜 아주 똑같이 생겼어. 만약 그 사람이 아니라면 그 사람 쌍둥이가 길마인게 분명 할 정도로.”
명후는 말을 마치고 문석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누군지 몰랐었지.’
처음에는 문석이 누구인지 알 지 못했다. 그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에 고개를 갸웃거렸을 뿐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명후는 골드바 길드 마스터를 떠올렸고 문석과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접 듣지 않아 확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명후는 골드바 길드 마스터 레닌과 문석이 동일인물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지연이 물었다.
“뭘?”
명후는 지연의 물음에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어떻게 한다니?
“그 사람, 창문씨랑 꽤 친한 것 같던데..”
“아..”
이어진 지연의 말에 명후는 지연이 무엇을 말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창문이 지인이지 내 지인이 아니니까. 그리고 민형이를 건드렸으니.. 계획한대로 박살을 내버려야지.”
창문과 문석은 꽤나 두터운 친분이 있어보였다. 그러나 명후는 문석이 창문과 친분이 있다고 해서 봐줄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창문과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설사 친했다고 하더라도 민형을 건드렸다. 그것도 합당한 이유가 있어 건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건드렸다.
“하긴, 나쁜 짓을 한 거니까. 벌을 받아야겠지.”
“그렇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명후와 지연은 곧 목적지인 백두 호텔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백두 호텔 정문에 차를 세운 명후와 지연은 차에서 내렸다.
다다다닥
명후와 지연이 차에서 내리자 대기하고 있던 주차 요원이 빠르게 다가왔다. 지연은 자연스레 차키를 건넸고 티켓을 받은 뒤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호텔 안으로 들어 온 명후와 지연은 곧장 프론트 데스크로 향했다.
“여기요.”
프론트 데스크에 도착 한 명후는 프론트 사무원에게 카드를 꺼내 건넸다. 카드를 확인 한 프론트 사무원은 미소를 지은 채 키를 건네며 말했다.
“백두 호텔을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네, 수고하세요.”
키를 받은 명후는 지연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걸음을 옮겼다.
“이미 예약 했던거야?”
“응.”
명후는 지연의 물음에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다른 곳 가자고 했으면 어쩌려구..”
“방 또 잡으면 되지 뭐.”
이어진 지연의 말에 가볍게 답을 한 명후는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 걸음을 멈추었다.
“근데 고, 공원은?”
걸음을 멈추자 지연이 물었다. 지연의 물음에 명후는 고개를 돌려 지연을 보았다.
“공원 가고 싶어?”
“어?”
명후의 물음에 지연은 살짝 당황했다. 그리고 이내 차오르는 부끄러움에 다시 얼굴이 빨개진 지연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명후는 그런 지연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엘리베이터를 통해 13층으로 올라 온 명후는 자연스레 지연의 허리를 감싸 안고 방으로 향했다.
띠딕, 띠디딕.
방에 도착 한 명후는 키를 통해 방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문이 닫히자마자 지연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키스에 움찔 했던 지연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명후와 지연은 황홀한 운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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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가 많다보니 혼동하는 독자분들이 있어 정리해드리자면
지연이네는 고깃집하는 평범한 집안입니다. 물론 지연이 '전설'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기에 더 이상 평범하다고 할 수는 없죠.
또한 차기작으로 언급했던 최면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은 명후의 아빠 강윤선이 아닙니다! 최면 소설의 시간대는 더 옛날입니다!
월요일입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