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62 43. 7 마계 =========================================================================
“...무슨 그림이지?”
“낙서는 아닌 것 같은데..”
명후와 민형은 천천히 그림을 살피기 시작했다.
“마족인 것 같지 않아?”
그림을 살피던 명후가 물었다.
“어, 전부 마족인 것 같아.”
민형은 명후의 물음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스윽
명후는 다시 한 번 벽면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훑어보았다. 벽면에는 전신에 눈이 달려 있는 마족, 불을 뿜는 마족, 한쪽 날개만 있는 마족 등 수많은 마족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도무지 무슨 그림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어, 아빠! 지렁이 그림이에요!”
벽면에 그려져 있는 마족들을 보던 명후는 라피드의 외침에 고개를 돌려 라피드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조금 멀찍이 떨어져 있는 라피드는 동굴의 벽면을 가리키며 활짝 웃고 있었다.
저벅저벅
‘지렁이라고?’
명후는 라피드가 서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
이내 라피드가 있는 곳에 도착 한 명후는 벽면을 보았고 벽면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본 순간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말타리오!’
라피드가 말한 지렁이의 정체는 바로 말타리오였다. 벽면에는 눈과 입이 달린 지렁이, 말타리오가 그려져 있었다.
스윽
말타리오가 그려져 있다는 것을 확인 한 명후는 다시 한 번 벽면을 훑었다. 전체적으로 벽면을 훑은 명후는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마족과 말타리오가 싸웠어?’
자세히 보니 말티리오의 근처에도 수많은 마족들이 그려져 있었다. 마족들은 전부 말타리오를 공격하고 있었고 말타리오 또한 자신을 공격하는 마족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카로트.”
혹시나 카로트는 무언가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 명후는 카로트를 불렀다.
-예, 주인님.
“혹시 이 벽화에 대해 뭐 알고 있는 거 있어?”
-...
명후의 말에 카로트가 벽화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벽화를 전부 살핀 카로트가 명후를 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흐음..”
카로트의 말에 명후는 침음을 내뱉으며 벽화를 바라보았다.
‘뭔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이곳은 전전 마왕인 마쿠사 덴 쿠르자의 은신처였다. 단순한 벽화는 아닐 것이었다.
‘알 수가 없네..’
그러나 벽화가 무슨 뜻을 담고 있는 지 어째서 이런 벽화가 그려져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가자.”
벽화가 궁금했지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을 상기한 명후는 벽화에서 시선을 돌려 다시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엄청 길게 그렸구나...’
안쪽으로 걸어가며 명후는 옆으로 힐끔힐끔 시선을 주며 동굴의 벽면을 확인했다. 한참이나 걸었음에도 여전히 벽화가 보이고 있었다.
‘...어?’
저벅!
참으로 길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때, 시야에 들어오는 벽화에 명후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천사?’
벽화에는 여태까지 보았던 마족이 아닌 하얀 날개를 가진 존재가 그려져 있었다. 천사로 추정되는 하얀 날개를 가진 존재는 벽화임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자애로워 보였다. 그러나 표정을 본 순간 그 생각은 깔끔하게 날아갔다.
‘표정이..’
하얀 날개의 존재는 비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표정을 보기 전 자애로움을 느꼈듯 표정을 보고나니 모든 것을 비웃는 듯한 느낌과 함께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왜 그래?”
명후가 걸음을 멈추자 민형이 물었다. 민형의 물음에 명후는 하얀 날개의 존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스윽
“어? 바뀌었네? 근데 표정이 왜 이러냐?”
“그러니까.. 천사나 천족 같은데.. 표정이 좀..”
표정을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명후 뿐만이 아니었다. 민형 또한 표정을 보고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가자.”
잠시동안 민형과 대화를 나누던 명후는 마지막으로 하얀 날개를 가진 존재를 힐끔 쳐다보고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얀 날개를 가진 존재를 끝으로 더 이상 벽화는 보이지 않았다.
저벅저벅
-주군, 앞 쪽에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명후는 프라미너스의 말에 속도를 살짝 늦추며 앞을 응시했다. 랜턴에서 빛이 나와 주위가 밝아지긴 했지만 프라미너스가 말한 다가오는 무언가는 보이지 않았다. 랜턴이 비추는 범위 밖에 있는 것 같았다.
사각... 사각...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앞쪽에서 귀를 간질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뽀송뽀송한 눈을 밟을 때 나는 소리와 비슷했다. 속도를 늦추긴 했지만 꾸준히 앞으로 걸어가던 명후는 곧 소리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었다.
[상급 마족 ‘레분 푼 켈자드’가 나타났습니다.]
‘또 상급 마족이야?’
귀를 간질이는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상급 마족이었다. 명후는 레분 푼 켈자드를 바라보았다. 레분 푼 켈자드는 여태까지 보았던 마족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리치 만큼은 아니었지만 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두 눈에서는 푸른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마왕님의 말이 진짜였군, 인간이 들어왔다니.. 클클클, 정말 놀라워! 인간이 이곳에 올 줄이야.”
레분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명후는 생각했다.
‘마왕? 마쿠사를 말하는 건가?’
분명 마왕이라 말했다. 그러나 그 마왕이 라쿠자를 지칭하는 것은 아닌 듯 했다. 레분이 말한 마왕은 7마계의 전전 마왕 마쿠사 덴 쿠르자를 가리키는 것 같았다.
“클클클, 드래곤과 리치까지 있다니. 참 기묘한 파티군. 오랜만에 좋은 재료를 얻게 됐군. 클클클.”
잠시 생각을 하고 있던 명후는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생각을 접고 레분 푼 켈자드를 바라보았다.
‘몇 마리나 더 있으려나..’
레분만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상급 마족 몇 마리가 더 있을 것 같았다.
‘가다보면 차례대로 나오겠지.’
어차피 몇 마리가 있든 안쪽으로 가다보면 만나게 될 것이었다.
“잘 지키고 있어.”
명후는 카로트와 프라미너스에게 명령을 내린 뒤 걸음을 옮겨 레분과의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나타나라 화신이여!”
거리를 좁혀나가던 명후는 레분의 외침에 재빨리 달렸다.
스아악
레분의 외침이 끝난 직 후 레분의 앞에서 작은 불꽃이 일렁이더니 이내 활활 타오르는 몸을 가진 거대한 악마가 나타났다.
-주인님! 6 지옥의 수문장, 바루다스 입니다! 물리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는 놈입니다!
레분을 향해 달려가던 명후는 뒤쪽에서 들려오는 카로트의 외침에 소환 된 악마 바루다스를 바라보았다. 바루다스의 몸은 불로 이루어져 있었다. 카로트의 말대로 자신의 주먹질은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차피 상관 없지.’
그러나 상관 없었다. 명후는 애초에 바루다스를 공격 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소환 된 존재다. 소환사를 죽이면 그만이었다.
-크하하하하하!
완전히 소환 된 바루다스가 호탕하게 웃으며 달려오는 명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을 뻗음 과 동시에 바루다스의 몸을 이루고 있던 불꽃들이 명후를 향해 날아갔다. 명후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바루다스의 불꽃을 보며 생각했다.
‘한 번 맞겠는데..’
아직 원하는 만큼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빠르게 거리를 좁히고 있기는 했지만 원하는 거리가 되기 전에 불꽃이 먼저 작렬 할 것 같았다.
펑! 화르륵!
예상대로였다. 원하는 거리가 되기 전 바루다스의 불꽃이 명후에게 작렬하며 폭발했다.
[1분간 화상 상태에 빠집니다. 초당 생명력 -3000]
메시지를 본 명후는 재빨리 깎인 생명력을 확인했다.
‘5만.’
5만의 생명력이 깎여 있었다. 물론 깎인 생명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차올랐다. 생명력을 확인 한 명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을 하며 시선을 돌려 바루다스를 바라보았다.
-크하하하!
바루다스는 다시 한 번 호탕한 웃음과 함께 손을 휘둘렀다. 역시나 불꽃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날아오는 불꽃은 방금 전보다 더욱 커져 있었다.
“이동타격.”
그러나 이미 원하는 만큼 거리를 좁힌 명후는 이동타격을 통해 바루다스 뒤에 몸을 숨기고 있는 레분의 앞으로 이동했다.
“클클..헛!”
뒤에서 흐뭇한 미소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레분은 갑작스레 명후가 나타나자 헛바람을 들이키며 재빨리 지팡이를 휘둘렀다.
스아악!
레분의 주위로 보호막이 나타났다.
쾅! 쩌저적!
그리고 그 위에 명후의 주먹이 작렬했다. 보호막은 나타나자마자 굉음과 함께 사라졌다.
“크흡..”
보호막이 단번에 파괴되자 레분은 고통스런 신음을 내뱉으며 다시 지팡이를 휘둘렀다. 레분의 몸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피폭발.”
보호막을 파괴 후 재차 주먹을 날리던 명후는 레분의 몸이 흐릿해지자 재빨리 피폭발을 시전했다.
“크헉!”
다행이라고 해야 될 지 비명과 함께 흐릿해지던 레분의 몸이 다시 선명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명후의 주먹이 레분에게 작렬했다.
퍽!
“크억!”
주먹이 작렬하자 레분의 몸이 활대처럼 휘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상급 마족 ‘레분 푼 켈자드’를 처치하셨습니다.]
[명성 40만이 상승합니다.]
메시지를 본 명후는 끝이 났다 생각하며 자신의 주먹에 기대 쓰러져 있는 레분을 바라보았다.
스윽
명후는 주먹을 빼내었고 주먹에 기대고 있던 레분이 앞으로 쓰러졌다.
바로 그때였다.
-크하하하하!
쾅! 화르륵!
[1분간 화상 상태에 빠집니다. 초당 생명력 -4500]
레분이 드랍 한 아이템을 주우려던 명후는 뒤쪽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느낌과 함께 나타난 메시지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명후는 뒤로 돌아섰다. 바루다스가 호탕하게 웃으며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역소환이 안됐어?’
소환사가 죽었음에도 바루다스는 사라지지 않았다.
‘설마.. 고정 소환이었나.’
아무래도 소환사의 생사여부와는 상관 없이 정해진 시간이 되기 전까지는 역소환이 되지 않는 고정 소환으로 소환 된 것 같았다.
쾅! 화르륵!
쾅! 화르륵!
바루다스는 계속해서 불꽃을 날렸고 그 불꽃들은 계속해서 명후에게 작렬했다. 명후는 자신에게 작렬하는 바루다스의 불꽃을 보다가 바루다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화륵 화륵
역시나 명후의 주먹은 바루다스의 몸을 통과했다. 당연하게도 물리적인 공격으로는 피해를 줄 수 없었다.
-크하하하!
바루다스는 명후의 공격에 가소롭다는 듯 더욱 호탕하게 웃으며 불꽃을 날렸다. 바로 그때였다.
지지지직!
명후의 주먹 부근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며 5m 크기의 역장이 생성되었다.
-크하하하아아아악!
바루다스의 호탕한 웃음은 비명으로 이어졌고 곧이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6 지옥의 수문장 바루다스가 역소환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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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이네요.
다들 기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추천, 쿠폰, 코멘트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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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르처느가 추천을 바탕으로 만든 이름이긴 한데.
라쿠자가 말한 준비는 추천 부탁드린게 아닙니다! 허허헣.
뒤에 이어질 내용 때문입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