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53 42. 마계로 가는 길 =========================================================================
소마는 피곤한 표정으로 수풀에서 나온 사내를 보며 생각했다.
‘누구지..?’
이곳은 마계였다. 아무 유저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소마는 사내의 정체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설마.’
곰곰이 생각을 하던 소마는 이내 놀란 표정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마계에 온 유저는 자신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몇몇이 마계로 들어왔었고 소마는 그 몇몇을 알고 있었다.
‘원정대는 아닌 것 같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예전 7 마계의 문이 열렸을 때 메시지로 이름을 알린 원정대 유저들이었다. 그러나 혼자 있는 것과 장비 상태로 보아 원정대 유저는 아닌 것 같았다. 확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왕을 잡은 원정대라고 하기에는 그 수준이 조금 아니, 많이 낮아 보였다.
‘그렇다면..’
원정대 유저가 아니라면 남은 경우는 단 하나였다.
‘급살..?’
마계의 문을 두 번이나 개방한 유저, 급살은 어떻게 보면 ‘전설’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유저였다.
‘맞는 것 같은데..’
물론 이것도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소마는 사내가 급살일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물어볼까..?’
처음에는 발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몰라 숨었지만 지금은 굳이 숨을 필요가 없었다. 혹시나 전투가 벌어진다 해도 질 것 같지 않았다. 소마는 결국 대화를 한 번 해보기로 결정하고 걸음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 했다.
스륵
“하암.. 어디에 있는거야?”
사내의 뒤를 따라 수풀을 헤치며 누군가가 나타났다. 걸음을 옮기려 했던 소마는 갑작스레 나타난 누군가에 의해 다시 몸을 숨기며 나타난 누군가를 주시했다.
‘...마족?’
소마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내의 뒤를 따라 수풀을 헤치며 나타난 누군가는 인간이 아니었다. 바로 마족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있다.”
마족의 말에 사내가 답했다. 도대체 사내와 마족은 무엇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 알 수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흐흐, 드디어 중간계로 갈 수 있는건가!”
그리고 이내 이어진 마족의 말에 소마는 사내와 마족이 이야기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문...!’
중간계와 7 마계를 이어주는 문, 사내와 마족은 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소마는 당황스런 표정으로 사내와 마족을 바라보았다.
‘설마.. 지금 마족을 중간계로?’
아무래도 사내는 문을 통해 마족을 데리고 중간계로 돌아갈 생각인 것 같았다.
‘어서 알려 줘야겠는데..’
사내와 마족이 중간계로 돌아간다면 분명 탑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자신의 동생과 길드원들을 마주칠 것이었다. 소마는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마가렛에게 귓속말을 날렸다.
[마가렛님은 귓속말을 받을 수 없습니다.]
‘...’
그러나 귓속말을 날리자 나타나는 메시지에 소마는 난감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마계라서.. 안 되는건가?’
마가렛이 있는 곳은 중간계였고 자신이 있는 곳은 마계였다. 세계가 달라 귓속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든 귓속말이 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스윽
소마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다시 사내와 마족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지.’
그리고는 곰곰이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될지 참으로 난감했다.
‘...마족 수준도 알아볼 겸. 싸워봐?’
어차피 이곳에 온 이유가 마계의 수준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결과적으로 마족과도 싸워야 하니 이참에 소마는 마족의 수준을 알아보기로 결정했다.
바로 그때였다.
“잠깐만..”
사내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려던 마족이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
마족의 말에 사내는 걸음을 멈추고 의아한 표정으로 마족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마족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거.. 쥐새끼가 한 마리 있었네?”
‘...들킨건가.’
소마는 마족이 말한 쥐새끼 한 마리가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마족의 시선이 자신이 숨어있는 바위로 향할 때 확신으로 변했다.
저벅저벅
마족에게 들켰다는 것을 확신 한 소마는 바위에서 걸어 나왔다. 바위에서 걸어 나온 소마의 피부는 이미 붉게 변해 있었다.
“급살님이시죠?”
소마는 궁금했던 사내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사내에게 물었다.
“...!”
그러자 사내 아니, 급살은 크게 움찔 한 뒤 누구냐는 표정으로 소마를 바라보았다. 그런 급살의 반응에 소마는 미소를 지었다.
‘역시..’
예상대로 사내의 정체는 마계의 문을 2번이나 개방한 ‘전설’의 유명인 급살이었다.
“뭐야, 아는 놈이야?”
소마의 말에 마족이 아쉬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급살에게 물었다. 그러나 급살이 소마를 알 리 없었다. 급살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아니,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면 죽여도 상관없지?”
급살의 말에 마족이 활짝 미소를 지으며 물었고 급살이 고개를 끄덕였다.
“...”
둘의 대화에 소마는 말없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곧장 급살과 마족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휘익! 쾅!
이내 급살과 마족의 발 밑에서 검은색 불기둥이 치솟아 오르며 폭발했다. 대화를 하고 있던 급살과 마족은 그대로 불기둥의 폭발에 휩싸였고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상급 마족 ‘아루도사 드 페넥’을 공격하셨습니다.]
[상급 마족 ‘아루도사 드 페넥’과 적대 상태에 돌입합니다.]
[유저 ‘급살’을 공격하였습니다.]
[유저 ‘급살’과 적대 상태에 돌입합니다.]
‘상급..마족?’
메시지를 본 순간 소마는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마족인 것은 알았다. 그러나 상급 마족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소마는 침을 꼴깍 삼키며 급살과 아루도사가 있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여전히 급살과 아루도사가 서 있었다. 둘의 주위에는 검은색 실드가 나타나 있었는데 그것으로 인해 피해를 전혀 받지 않은 것 같았다.
“크하핫, 재밌는 인간이군!”
검은색 실드 안에 있던 아루도사가 호탕하게 웃으며 외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루도사가 모습을 감췄다.
“...!”
갑작스레 아루도사가 사라지자 소마는 놀란 표정으로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스아악
뒤쪽에서 누군가 나타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루도사가 분명했다. 소마는 재빨리 앞으로 몸을 날렸다.
스극!
앞으로 몸을 날린 소마는 등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미간을 찌푸리고 재빨리 일어나 자세를 잡아 아루도사를 바라보았다.
“호오, 제법인데?”
아루도사는 조금 놀랐다는 표정으로 소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마는 아루도사를 주시하며 방금 전 공격으로 생명력이 얼마나 깎였는지 확인했다.
‘...!’
생명력을 확인 한 소마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8만이 깎였다고?’
정통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고 살짝 스쳤을 뿐이었다. 그런데 8만의 생명력이 사라져 있었다.
‘...이런 미친.’
이길 것이라 확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아주 잘못 된 생각이었다.
“이번에도 피할 수 있을까?”
스아악
아루도사가 다시 자리에서 사라졌다. 소마는 긴장한 표정으로 다시 주위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죽음의 속박.”
어디서 아루도사가 나타날 지 주시하고 있던 소마는 뒤쪽에서 들려오는 급살의 외침에 순간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망할..’
상대는 아루도사 하나가 아니었다.
[5초간 기절 합니다.]
이내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라졌던 아루도사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
소마는 자신의 바로 앞에 나타난 아루도사의 손을 바라보았다. 아루도사의 손은 검은 기운이 둥실둥실 모여 있었다.
“잘 가. 큭큭.”
곧 아루도사가 소마를 향해 손을 뻗었다. 기절 상태에 빠져 있던 소마는 움직일 수 없었고 그대로 아루도사의 공격을 허용했다. 소마는 재빨리 자신의 생명력을 확인했다.
스걱!
‘10만...’
공격 한 번에 10만의 생명력이 증발했다.
스걱!
‘11만...’
두 번째 공격은 10만을 넘어섰다. 소마는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생명력에서 시선을 돌려 아루도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너무.. 쎄잖아.’
생각보다 아루도사는 너무나도 강했다.
스걱!
[사망하셨습니다.]
이내 나타난 메시지에 소마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 * *
“어디로 가십니까?”
얼마 뒤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명후는 마법사의 말에 인벤토리를 열어 골드를 꺼내 건네며 답했다.
“4명 다 레마스로요.”
마계의 문이 있는 곳은 헴브였다. 그러나 단 번에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지 않았기에 명후는 중간 지점인 레마스를 통해 두 번의 워프를 할 생각이었다.
“워프 합니다.”
곧 붕 뜨는 느낌과 함께 명후 일행은 레마스에 도착 할 수 있었다.
“헴브요.”
레마스에 도착 한 즉시 명후는 마법사에게 돈을 건네 다시 헴브로 워프했다.
“우와! 워프하는거 재밌어요!”
헴브에 도착 한 라피드가 싱글벙글 웃으며 외쳤다. 명후는 라피드의 외침에 피식 웃으며 워프 게이트에서 나왔다.
“...?”
그러나 워프 게이트에서 나온 명후는 살짝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한산해야 될 헴브에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문제는 그 사람들 머리 위에 길드 마크가 떠 있다는 것이었다.
‘유저들이 갑자기 왜..’
명후는 유저들이 갑자기 어째서 이곳에 대거 몰려와 돌아다니는 것인지 당황스러웠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저 마크는...’
명후는 유저들의 길드 마크를 알고 있었다.
‘소마님..’
소마의 길드, 태평양 길드의 마크였다.
“여기에 원래 이렇게 사람이 많았냐?”민형이 말했다. 의아해 한 것은 민형 또한 마찬가지였다.
“일단.. 가보자.”
명후는 민형의 말에 답하고 주위를 구경하는 라피드와 소녀를 데리고 마을 밖으로 나와 검은 달의 탑이 있는 바르튼 산맥의 어둠의 숲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도대체 뭘까...”
“그러게..”
명후와 민형은 아까 헴브에서 보았던 유저들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도대체 갑자기 무슨 이유에서 그들이 헴브에 모인 것일까?
“설마 알게 된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있겠는데...”
“아빠, 여기 엄청 음산해요!”
대화를 나누던 명후와 민형은 라피드의 외침에 어둠의 숲에 도착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 아빠 앞쪽에서 누가 걸어와요.”
그리고 이어서 조용한 목소리로 라피드가 말했다. 라피드의 말에 명후와 민형은 순간 걸음을 멈췄다.
저벅.. 스윽 스윽
라피드의 말대로 앞쪽에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명후는 소리가 들려오는 앞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스륵
그리고 곧 소리의 주인공이 수풀을 헤치며 나타났다. 20대 남성의 유저였다. 유저라고 확신 한 이유는 머리 위에 나타난 길드 마크 때문이었다. 명후는 유저의 길드 마크를 보며 설마가 확신을 바뀌는 것을 깨달았다.
‘...태평양 길드.’
아무래도 태평양 길드에서 마계의 입구를 찾은 것 같았다.
“...어?”
태평양 길드의 유저는 명후 일행을 발견하고 당황스러운 듯 탄성을 내뱉었다. 잠시 명후 일행을 바라보던 태평양 길드의 유저는 곧 일행의 제일 앞에 있는 명후를 보며 입을 열어 말했다.
“안녕하세요. 태평양 길드의 라부스 라고 합니다.”
자신을 소개한 라부스는 난감한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죄송한데.. 이곳에서 저희 길드가 하고 있는 게 있어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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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초심을 잃은 느낌입니다. 흙흙
빨리 초심을 되찾아 즐겁게 글을 쓰며 연재하고 싶네요.ㅎㅎ
다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추천, 쿠폰, 코멘트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