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5 40. 검은 손톱 기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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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구라스 산맥의 어느 한 공터.
“아빠! 아빠! 저기 오크들이 몰려와요!”
스윽
라피드의 외침에 명후는 고개를 들어 라피드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쿵쿵쿵쿵쿵쿵!
저 멀리 붉은 피부의 오크들이 엄청난 발소리를 내며 달려오고 있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0마리는 가뿐히 넘을 정도로 오크들의 수는 많아 보였다.
-취익! 죽인다! 취익!
-인간! 취익!
-취익! 찢는다!
이내 거리가 가까워지고 오크들의 외침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야..”
명후는 흥분으로 가득 찬 오크들의 외침과 표정을 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땅에 박혀 있는 토템을 바라보았다.
“성능 끝내주네..”
별다른 어그로를 끌지 않았다. 그럼에도 저 멀리서 오크들이 달려오는 것은 바로 땅에 박혀 있는 토템 때문이었다. 명후는 다시 한 번 박혀 있는 토템의 정보를 확인했다.
<돼지머리 토템[레어]>
돼지머리가 각인되어 있는 토템. 오크들이 극도로 흥분하며 토템을 사용한 유저에게 적대감을 갖는다.
“정말 잘 박았어.”
토템의 정보를 확인 한 명후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명후가 라피드를 데리고 이곳에 온 것은 단순히 사냥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발구라스 산맥의 오크들> [영지 퀘스트]
매년 영지로 쳐들어오는 발구라스 산맥의 오크들을 처치하라!
[붉은 오크 : 0 / ???]
[녹색 오크 : 0 / ???]
[강철 오크 : 0 / ???]
난이도 : B
퀘스트 보상 : 헬리오카 공적도 ???, 영지 아스렌의 안정도 + ???
명후가 라피드와 함께 이곳에 와 토템을 박아가며 오크를 잡으려는 것은 바로 영지 퀘스트 때문이었다.
“토템 박살 날 때까지만 잡고 완료해야겠다.”
토템은 2시간이라는 시간제한이 있었다. 명후는 토템이 자동 소멸하게 될 2시간 동안 오크들을 잡기로 결정하고 퀘스트 창을 닫았다.
바로 그때였다.
“아빠, 저기서도 오크들이 몰려와요! 우와!”
라피드의 외침에 명후는 다시 고개를 돌려 라피드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쿵쿵쿵쿵쿵쿵!
붉은 오크들의 정반대쪽에서 라피드의 말대로 엄청난 수의 오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강철 오크인가?’
피부의 색이 회색이며 반짝이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달려오고 있는 오크는 강철 오크가 분명했다.
“아빠, 나 저기 반짝이는 오크들 잡아도 되요?”
달려오는 오크들을 잡기 위해 슬슬 움직이려 했던 명후는 라피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헤헤!”
명후가 고개를 끄덕이자 라피드가 활짝 웃으며 강철 오크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명후는 강철 오크들을 향해 달려가는 라피드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고는 뒤로 돌아 붉은 오크들을 바라보았다.
쿵! 쿵! 쿵! 쿵!
-취익! 인간! 취익!!!
-취이이익!!!!
토템과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져서 그런지 오크들은 한층 더 흥분 아니, 흥분을 넘어서 광기를 보이고 있었다. 명후는 걸음을 옮겨 빠르게 거리를 좁혀오는 오크들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피웅덩이.”
오크들을 향해 다가가던 명후는 오크와의 거리가 50m 정도로 가까워지자 걸음을 멈추고 피웅덩이를 시전했다.
스아악
이내 가로 5m, 세로 5m 크기의 피로 가득 찬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명후는 웅덩이에서 시선을 돌려 오크들을 바라보았다. 50m 정도 떨어져 있던 오크들은 어느새 20m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찰박찰박
곧 광기로 가득 찬 표정의 오크들이 피웅덩이 안으로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취..
-인..
역시나 오크들은 2초가 채 지나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했다.
‘잘 잡고 있으려나?’
명후는 불을 보고 뛰어드는 나방처럼 죽어나가는 오크들을 보다가 문득 든 생각에 라피드가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뒤로 돌아섰다.
“...?”
뒤로 돌아선 명후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헤헤.”
라피드가 활짝 미소를 지은 채 피웅덩이 앞에 다가와 있었다. 명후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라피드에게서 시선을 돌려 강철 오크들이 달려오고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어?’
당황스럽게도 강철 오크들이 보이지 않았다. 명후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다시 라피드를 바라보았다.
‘설마...’
그리고는 설마하는 표정으로 퀘스트 창을 열었다.
<발구라스 산맥의 오크들> [영지 퀘스트]
매년 영지로 쳐들어오는 발구라스 산맥의 오크들을 처치하라!
[붉은 오크 : 89 / ???]
[녹색 오크 : 0 / ???]
[강철 오크 : 121 / ???]
난이도 : B
퀘스트 보상 : 헬리오카 공적도 ???, 영지 아스렌의 안정도 + ???
“...”
퀘스트를 확인 한 명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라피드는 이미 강철 오크를 전부 사냥한 상태였다.
‘그 짧은 시간에 121마리를..’
1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믿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믿고 안믿고를 떠나서 강철 오크가 죽은 것은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아빠! 오크들 다 죽었어요!”
멍하니 라피드를 쳐다보고 있던 명후는 라피드의 외침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뒤로 돌아 섰다. 라피드의 말대로 붉은 오크들은 피웅덩이에 의해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 이게 중요한게 아니지.’
그러나 곧 붉은 오크가 죽은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상기한 명후는 다시 뒤로 돌아 라피드를 바라보았다. 라피드는 항상 그래왔듯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명후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 라피드를 보며 생각했다.
‘어떤 스킬로 죽인거지?’
라피드의 스킬은 스킬북만 있다면 명후도 익힐 수 있었다. 그래서 자신보다 스텟이 낮은 라피드가 어떤 스킬을 어떻게 사용해 121마리나 되는 강철 오크들을 삭제 시킨 것인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쿵쿵쿵쿵쿵!
그때 명후의 귓가에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 아빠! 저기!”
그와 동시에 라피드가 명후의 뒤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오크일게 뻔했지만 명후는 고개를 돌려 라피드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붉은 오크들이 대거 달려오고 있었다. 발소리의 주인공이 붉은 오크라는 것을 확인 한 명후는 다시 라피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잡아볼래?”
“제가 잡아도 되요?”
명후는 말없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헤헤.”
이내 라피드가 활짝 웃으며 오크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명후는 그런 라피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후웅!
곧 오크들의 앞에 도착 한 라피드가 허공을 향해 크게 주먹을 휘둘렀다. 라피드의 행동에 의아해 하던 명후는 이내 이어지는 상황에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쩌저적!
갑작스레 땅에서 거대한 흙주먹이 튀어나와 달려오던 오크들을 그대로 강타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100에 가깝던 오크들이 전부 죽음을 맞이했다. 명후는 땅에 쓰러져 있는 오크들을 보며 생각했다.
‘뭐야 저 스킬..’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물론 흙주먹에 위력 때문은 아니었다.
‘저런 스킬이 있었나..?’
가족 창을 통해 라피드의 정보를 볼 수 있는 명후는 라피드의 스킬을 전부 확인했었다. 그러나 흙주먹과 관련된 스킬은 없었다.
‘내가 놓친건가?’
혹시나 자신이 놓친 게 아닐까 명후는 다시 가족 창을 열어 라피드를 선택해 스킬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없는데.’
액티브 스킬은 물론 패시브 스킬까지 꼼꼼히 확인 한 명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놓친 게 아니었다. 스킬 창에는 라피드가 방금 사용한 흙주먹이 존재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버그인가?’
기본 공격은 확실히 아니었다. 스킬이 분명했다. 명후는 어떻게 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골드의정석 : 야, 너 무슨 비밀 퀘스트 하고 있냐?
바로 그때 민형에게 귓속말이 날아왔다.
‘...?’
비밀퀘스트라니? 갑작스런 민형의 귓속말에 명후는 흙주먹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접고 다시 민형에게 귓속말을 날렸다.
-골드의정석에게 : 비밀퀘스트? 그게 무슨소리야?
-골드의정석 : 지금 공홈에 기사 올라왔는데 거기에 네가 비밀 퀘스트 깨고 있다고 해서.
‘기사?’
기사라니? 민형의 귓속말에 명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골드의정석에게 : 기사가 올라와?
-골드의정석 : 어, 기사 보니까 네 허락도 맡았다는데?
‘...설마.’
민형의 말에 문득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명후는 설마하는 표정으로 민형에게 귓속말을 날렸다.
-골드의정석에게 : 민형아, 혹시 그 기사 올렸다는 기자 이름이 쪼코냐?
-골드의정석 : 응.
“...”
기사를 올린 기자를 확인 한 명후는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설마 그런 걸 올릴까 했는데 진짜로 올려버렸다.
-골드의정석 : 야, 근데 너 이거 기사.. 한 번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골드의정석에게 : 왜?
-골드의정석 : 그게.. 일단 봐라. 이걸 뭐라 말해야 될지..
“...?”
민형의 말에 명후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민형이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잠시 확인하고 와야겠네.’
어차피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었기에 명후는 기사를 확인하기 위해 잠시 로그아웃을 하기로 결정하고 라피드를 바라보았다.
“잠시 어디 갔다 올 테니까.. 오크 잡고 있어.”
“네, 아빠!”
라피드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
============================ 작품 후기 ============================
수요일이네요.
그나마 여유가 있는 수요일.
가능하면 연참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추천, 쿠폰, 코멘트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