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2 40. 검은 손톱 기사단 =========================================================================
‘왜 찾아 온 거지?’
명후는 존이 왜 찾아 온 것인지 무슨 이유 때문에 자신을 꼭 봐야 한다 말한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도저히 예상이 되지 않았다.
“먼저 응접실부터 들리죠.”
결국 명후는 감옥에 가기 전 응접실에 들려 존을 만나기로 결정하고 자신의 말을 기다리는 총집사에게 말했다.
“예.”
총집사는 명후의 말에 답하며 감옥으로 가던 걸음을 응접실로 돌렸다. 그렇게 총집사의 뒤를 따라 곧 응접실에 도착 한 명후는 초조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존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앗, 백작님.”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던 존은 명후가 다가오자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날 찾았다고?”
명후는 존의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존을 보며 말했다. 존은 명후가 자리에 앉자 따라 다시 자리에 앉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예, 백작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해봐.”
“그것이..”
존은 명후의 말에 말끝을 흐리며 뒤쪽에 서 있는 총집사와 라피드를 바라보았다.
“나가 있겠습니다.”
총집사는 존의 시선과 분위기를 느끼고 명후에게 말했다.
“아, 예.”
“가시죠. 도련님.”
명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총집사는 라피드와 함께 응접실 밖으로 나갔다. 총집사와 라피드가 나가고 응접실엔 명후와 존 단 둘만이 남게 되었다. 명후는 존을 보며 말했다.
“뭔데 그래?”
“그게.. 공작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
공작들이 움직이다니? 존의 말에 명후는 의아한 표정으로 존을 바라보았다.
‘잠깐..’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명후는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설마하는 표정으로 존을 바라보며 말했다.
“공작들이 움직이는 목적의 대상이 혹시.. 나냐?”
처음엔 공작들이 움직인다는 소리를 듣고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 생각을 해보니 이상했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존이 찾아와 이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예..”
명후의 물음에 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
존의 대답에 명후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명후가 아무런 말이 없자 존은 입을 다물고 명후의 반응을 살폈다. 얼마 뒤, 명후가 입을 열었다.
“누구냐?”
“...?”
갑작스런 명후의 말에 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명후는 존이 자신의 말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움직였다는 공작들이 누구냐고.”
“아.”
이어진 명후의 말에 말 뜻을 깨달은 존은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이어 말했다.
“라둔 공작과 히덴 공작입니다.”
“...그래?”
명후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목적은?”
물론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두 공작에 대해 전혀 모르는 명후는 존에게 재차 두 공작의 목적을 물어보았다.
“정확한 목적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라둔 공작의 경우 주위 귀족들에게 백작님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을 뿐이니 아직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문제는 히덴 공작입니다.”
그렇게 말을 마친 존은 주위를 둘러보고 다시 명후를 보며 이어 말했다.
“히덴 공작 휘하에는 저희와 비슷한 수준의 암살자 길드가 하나 있습니다. 저희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그곳의 최상급 암살자들 대부분이 이곳 아스렌으로 들어왔습니다. 물론 목적은 백작님이겠지만..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백작님이 아닌 백자님의 사람들을 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흐음.”
존의 말에 명후는 침음을 내뱉었다.
‘잠깐..’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명후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감옥에 잡힌 첩자 녀석들이 설마...’
현재 저택의 감옥에는 라피드가 잡아낸 첩자들이 제압되어 있었다. 확실하지 않지만 라피드가 잡은 첩자들이 존이 말하고 있는 암살자들 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예.”
“그 암살자들이란 녀석을 알아볼 수 있어?”
“예?”
명후의 말에 존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러니까 이번에 저택에 숨어 있던 몇 놈을 잡았거든, 일단 감옥에 가둬 뒀는데 혹시나 그 녀석들이 네가 말한 암살자들이 아닐까 싶어서 말이야.”
“아! 전부는 아니지만...”
이어진 명후의 말에 존은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쓰린 웃음을 지으며 이어 말했다.
“그 중 몇 명은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존의 말에 명후는 같이 가자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럼 같이...”
바로 그때였다.
쾅!
-으헉!
응접실 밖에서 굉음과 함께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
“...”
명후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존 또한 마찬가지였다. 잠시 정적이 감돌기 시작했다.
스윽
그것도 잠시 명후와 존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곧 문 앞에 도착 한 명후는 문을 열었다.
“...”
문을 연 명후는 문을 열자 보이는 광경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응접실 밖에는 라피드와 총집사가 서 있었다. 문제는 그 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헤헤.”
“크..윽...”
싱글벙글 웃고 있는 라피드의 앞쪽에는 한 사내가 엎어져 고통스런 표정으로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총집..”
“저, 저놈은...”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보기 위해 총집사를 부르려던 명후는 옆에서 들려오는 존의 목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반응을 보니 엎어져 있는 사내를 존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는 사람이야?”
명후가 물었다.
“아.. 그게..”
존은 명후의 말에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사내를 힐끔 보았다.
“이번에 아스렌으로 들어온 암살자들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놈입니다.”
“...그래?”
명후는 존에게서 시선을 돌려 엎어진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앞에서 싱글벙글 웃고 있는 라피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존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엎어진 사내를 보며 중얼거렸다.
“도대체 어떻게 저놈이..”
존은 사내를 알고 있었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스윽
사내를 보던 존은 이내 시선을 돌려 총집사를 보며 생각했다.
‘...정체가 뭐지?’
처음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집사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상처 하나 없다니.. 얼마 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거지?’
총집사의 몸에는 상처하나 보이지 않았다. 사내는 이렇게 쉽게 당할 자가 아니었다. 실력으로 따지면 자신보다 한 수 아니, 두 수 위에 있다고 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존은 당황스런 표정으로 총집사에게서 시선을 돌려 라피드를 보며 이어 생각했다.
‘붙여 놓을 필요가 없겠어.’
암살자들에 의해 명후의 주위 사람들 특히 명후의 아들인 라피드가 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 존은 자신의 길드원들을 붙여 놓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총집사를 보니 굳이 붙여 놓을 필요가 없어보였다. 붙여 놓는 것이 오히려 방해가 될 것 같았다. 존은 다시 시선을 돌려 명후를 바라보았다.
저벅저벅
명후는 미소를 지은 채 라피드에게 다가갔다.
“헤헤.”
라피드는 명후가 다가오자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는 듯 머리를 들이밀며 싱글벙글 웃었다.
스윽
그런 라피드의 행동에 명후는 피식 웃으며 라피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는 총집사를 보며 말했다.
“라피드가 잡은 놈들이 전부 몇 명입니까?”
생각해보니 감옥에 첩자들이 잡혀 있다는 것만 들었지 그 수를 듣지 못했다. 명후의 물음에 아차 하는 표정을 지은 총집사는 재빨리 입을 열어 답했다.
“9명입니다. 아, 이자까지 포함해 이제 10명입니다.”
“그렇군요..”
명후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총집사가 이어 말했다.
“이야기는 끝나셨습니까?”
“아, 예. 지금 바로 가도록 하죠.”
총집사의 말에 답하며 명후는 고개를 돌려 존을 바라보았다.
“지금 같...”
존에게 같이 감옥으로 가자 말하려 했던 명후는 존의 표정을 보고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존은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명후는 의아한 표정으로 존을 바라보았다.
‘왜 저래?’
엎어져 있는 사내를 보았을 때도 존은 지금 같이 심각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러나 잠깐 사이에 무엇 때문에 저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게 된 것인지 궁금했다.
“왜 그래?”
“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존은 명후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당황스러운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제가 혹시 잘못 들었나 싶어서 그런데 이놈과 저택에 숨어 있던 자들을 잡은 사람이...”
존은 말끝을 흐리며 라피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라피드가 헤벌쭉 웃으며 외쳤다.
“저요! 저요! 제가 잡았어요. 헤헤.”
“...”
라피드의 외침에 존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멍한 표정으로 라피드를 바라볼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벌써 3월이 끝나가네요.
즐거운 토요일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