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8 16. 황궁으로 가기 위해선 =========================================================================
황궁으로 들어온 명후는 대장간이 어디에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외곽에 있겠지?”
망치 두드리는 소리 등 꽤나 시끄러울 것이 분명한 대장간이 황궁 깊숙한 곳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저벅저벅
명후는 일단 성벽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가?”
“그렇다네!”
성벽을 따라가던 명후는 저 멀리서 성벽 순찰을 도는 병사를 발견했다. 그와 동시에 두 병사도 명후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스윽 스윽
명후는 병사들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자 흠칫했지만 이내 병사들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자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그 병사들 뿐만이 아니었다. 이후에 만난 병사들 또한 명후를 발견하는 즉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상함을 느낀 명후는 왜 병사들이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바뀐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옷 때문인가?’
옷 때문인 것이 분명했다. 정확히는 옷으로 인해 올라간 품위 때문일 것이다. 품위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것은 없다. 그러나 병사들의 반응을 보니 좋은쪽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이 분명했다.
바로 그때였다.
깡! 깡!
-어..움..
앞쪽에서 망치로 쇠를 내려치는 소리와 함께 말소리가 들려왔다.
“찾았다.”
명후는 미소를 짓고 빠른 속도로 대장간이 있을 앞쪽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 * * *
궁중 대장장이들의 수장 네르파이는 대장간을 돌아다니며 조율을 하고 있었다.
깡! 깡! 깡!
“어서 움직여!”
화르륵! 깡! 깡!
“어이, 너! 한 눈 팔지 말고 네 거나 신경써!”
그렇게 대장간을 한 번 돌며 조율을 끝낸 네르파이는 곧 자신의 작업대로 가 만들고 있던 검을 집어 다시 담금질을 하기 시작했다.
깡 깡 깡 치이익!
‘응?’
검을 식히기 위해 찬물에 넣은 순간 네르파이는 대장간 안으로 들어오는 한 사내를 발견했다.
‘귀족?’
입고 있는 옷이나 느껴지는 품위로 보아 대장간 안으로 들어온 사내는 귀족이 분명했다. 사내는 대장간 내부를 두리번두리번 살폈다. 네르파이는 검을 놓고 사내에게 다가갔다.
“궁중 대장장이 네르파이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응?’
네르파이는 사내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대장간의 수장이라고 하지만 귀족인 사내가 자신에게 존대를 할 필요는 없었다.
‘기분은 좋군.’
물론 존대를 들으니 기분이 좋기는 했다. 네르파이는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어 말했다.
“저 혹시, 이곳에는 어떤 일로 오셨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네르파이의 말에 사내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이곳에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
사내의 말을 들은 네르파이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슨 개소리야.. 귀족이 대장간 일을 한다니.’
네르파이의 입장에서 사내의 발언은 말 그대로 개소리였다. 귀족이 대장간에서 대장장이들처럼 일을 한다는 것은 꿈에서도 일어날 수 없는 일, 말 그대로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되는 일이었다.
‘설마 뭘 만들 것이 있는 걸까? 만들어 달라는 걸 우회해서 말한건가?’
문득 든 생각에 네르파이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왠지 자신의 생각이 맞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귀족이 대장간에서 일을 한다는 말을 꺼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 되는데..’
예전이면 몰라도 지금은 사내에게 따로 무구를 제작 해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황명으로 인해 개척지에 공급할 무구 생산에 전념을 해야했다. 네르파이는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사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안 될 것 같습니다.”
사내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사내는 많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르파이는 사내의 표정을 보고 살짝 긴장했다.
“진짜 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곧 이어진 사내의 말에 네르파이는 난감해 할 수밖에 없었다. 사내는 자꾸 말도 안되는 말을 했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나가지 않을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 후.’
고민 끝에 네르파이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사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재료를 가져오시면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이번 한 번 뿐입니다.”
네르파이는 이제 사내가 알겠다고 말하며 대장간을 나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네르파이의 생각과는 달리 사내는 난감해 하는 표정으로 네르파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작의뢰가 아니라, 여기서 일을 하고 싶은데요.”
‘도대체..’
네르파이는 제작을 해주겠다는 말에도 사내가 이런 모습을 보이자 사내가 무엇을 원해 이러는 것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네르파이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사내에게 말했다.
“여기서 이러시면 저희가 곤란합니다.. 같은 귀족 분들이 이곳에서 일하시는 걸 보기라도 한다면..”
“귀족이요?”
사내가 네르파이의 말을 끊으며 반문했다. 네르파이는 사내의 말과 반응에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잠깐.. 그러고보니 귀족이 맞나?’
생각해보니 입은 옷과 느낌에 귀족일 것이라 생각한 것이지 사내가 자신이 귀족이라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거기다 여태까지의 말투와 반응을 보니 귀족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르파이는 조심스럽게 사내에게 입을 열어 물었다.
“귀족 아니십니까?”
“네.”
사내의 간결한 대답에 네르파이는 눈을 감고 미간을 찌푸렸다. 스스로 받은 스트레스와 마음 졸인 것을 생각하니 화가 솟구쳤다. 그러나 사내가 잘못 한 것은 없었기에 사내에게 화를 낼 수도 없던 네르파이는 속으로 화를 삼켰다.
“시켜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들려오는 사내의 목소리에 네르파이는 감았던 눈을 뜨고 사내를 훑어보았다.
‘힘이.. 조금 부족해보이는데.’
대장장이는 힘이 많이 드는 직업이다. 그러나 사내는 힘이 그렇게 세보이지 않았다. 대장장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잔업 같은 건 할 수 있겠지.’
손 하나가 아쉬운 상황이었다.
“이곳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네.”
“대장간에서 일해본 적 있나?”
“있습니다. 검도 만들고 갑옷도 만들 줄 압니다.”
‘호오?’
예상외의 답변에 네르파이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름이 뭐지?”
“명후입니다.”
* * * *
[황궁 대장간에 취직하셨습니다.]
‘...이게 끝이야?’
무언가 어려운 퀘스트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던 명후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이루어진 황궁 대장간 취직에 조금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틸토의 말에 따르면 이곳은 들어오기가 매우 힘든 곳이어야 했다. 물론 황궁 입구를 통과하는데 엄청난 돈이 들기는 했지만 막상 대장간에 오니 취직하는 것은 매우 쉬웠다. 이렇게 쉽게 취직이 되니 무언가 조금 허망했다.
‘후, 어차피 중요한건 황제의 황금 망치니까.’
명후는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리며 허망함을 떨쳐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대장간 내부를 둘러보았다. 황금 망치는 보이지 않았다.
‘하긴, 상징이라고 해도 여기에 두지는 않겠지.’
궁중 대장장이들의 상징이라고 해도 대장간 안에 떡하니 걸어 놓지는 않을 것이다. 명후는 차차 찾아 얻으면 된다는 생각에 네르파이를 보며 말했다.
“뭘 하면 될까요?”
“음.. 검이나 갑옷을 만들 줄 안다고 했지?”
“네.”
“그럼..”
네르파이는 말끝을 흐리며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어 말했다.
“일단 검, 갑옷, 방패 1개씩 만들어 나한테 와라.”
<네르파이의 시험>
네르파이는 당신이 어느 정도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철검, 철갑옷, 강철 방패 1개씩을 만들어 네르파이에게 가져가 실력을 검증 받아라!
[철검 : 0 / 1]
[철갑옷 : 0 / 1]
[강철 방패 : 0 / 1]
난이도 : E
퀘스트 보상 : 네르파이의 인정[F~S]
“예”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재료들은 저기 있다.”
퀘스트를 수락하자 네르파이가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명후는 네르파이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강철, 청동 등 무구 재료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일단은 저기서 만들고.”
네르파이의 말에 명후는 다시 고개를 돌려 네르파이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재료가 있는 곳에서 가장 먼 곳이었다.
“그럼 만들어서 가지고 오도록.”
“알겠습니다.”
명후는 재료가 쌓여 있는 곳으로 걸어가 재료를 챙겼다. 그리고 자신의 임시 자리로 걸어가 재료를 올려놓았다.
명후는 철검부터 만들기로 결정하고 제작창을 띄워 철검을 클릭 후 제작하기를 눌렀다. 그러자 작업대 위로 재료들이 나타났다.
스윽
명후는 망치를 잡았다. 그리고는 곧 작업대 위로 올라온 철의 한 부분이 반짝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려찍었다.
쾅!
[철검 제작에 성공하셨습니다.]
메시지를 들은 명후는 망치를 내려놓고 작업대 위에 있는 철검을 옆으로 치웠다. 그러다 옆에 있던 대장장이와 눈이 마주쳤다.
“...”
대장장이는 벙찐 표정으로 명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명후는 자신을 바라보는 대장장이에게 미소를 지어주고 고개를 돌려 다시 철갑옷을 클릭해 제작하기를 눌렀다.
쾅!
[철갑옷 제작에 성공하셨습니다.]
그렇게 철갑옷을 만들고 강철 방패까지 만든 명후는 검, 갑옷, 방패를 들고 네르파이에게 다가갔다.
바로 그때였다.
쾅! 쾅! 쾅!
밖에서 거대한 폭음이 연달아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뭐야?”
“...?”
대장장이들은 전부 하던 일을 멈추고 폭음이 들린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명후 또한 마찬가지였다.
쾅! 쾅! 쾅!
폭음은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폭음만 들려오는 것이 아니었다.
-으아아..
-으악..
비명, 인간의 비명소리가 분명했다.
============================ 작품 후기 ============================
여러분께 좋은글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필력이 그걸 따라가질 못하고 있네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노력해서 좋은 글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