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5 6. 탈출 계획 =========================================================================
오랜 시간 게시판을 오가며 대략적으로 시세를 파악한 명후는 짧게 한숨을 내뱉고 멍한 눈빛으로 화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파악하는 건. 불가능해.”
시세를 완전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아이템이여도 옵션 차이로 인해 가격이 몇만원에서 몇십만원이 차이가 났다. 그렇다고 옵션이 같으면 가격이 같냐? 그건 또 아니었다. 옵션이 같아도 이상하게 시세는 몇만원에서 몇십만원이 차이가 났다.
“그래도 한 개는 알아냈으니까.”
물론 시간을 헛되이 날린 것은 아니었다.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것이지 대략적으로 파악을 했고 거기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 중 한 개의 시세를 알아냈다.
“인내의 대지 팔찌가.. 그렇게 비싼템일줄은..”
레어급 아이템인 인내의 대지 팔찌, 옵션이 좋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막상 150~180만원에 거래가 되는 것을 보게 되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2개니까.. 적어도 300!”
가지고 있는 인내의 대지 팔찌는 2개였다. 최저가인 150만원에 판다고 해도 300만원이라는 거금이 벌린다는 생각에 명후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거기다 옵션도 좋으니까..”
180만원에 거래 된 인내의 대지 팔찌 옵션은 현재 명후가 가지고 있는 인내의 대지 팔찌 보다 좋지 못했다. 그 말인 즉 명후가 가지고 있는 인내의 대지 팔지는 180만원, 그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2억.. 조금만 기다려라.”
명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인내의 대지 팔찌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제목 : 레어템 인내의 대지 팔찌 팝니다.
방식 : 경매
시작 가격 : 1,500,000
아이템 : 인내의 대지 팔찌
등급 : 레어
제한 : 레벨 25
옵션 : 마법 방어력 40~50, 힘 +30, 체력 +40
퀘스트 깨서 받았습니다.
옵션은 보시다시피 여태 나왔던 것들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관심과 가격 바랄게요.
“다른 것들도 다 올려버리자!”
판매 글을 올린 명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올리기 시작했다. 가격을 알지 못했기에 방식은 경매로 시작 가격은 기본 가격인 5천원으로 설정했다. 그렇게 레어 아이템을 다 올리고 유니크를 올리려던 찰나 명후는 떠오르는 생각에 잠시 글을 등록하려던 손을 멈췄다.
“스샷 같은 거 찍어서 올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그냥 글로 올리는 것보다 아이템 정보를 찍어 올리는 게 왠지 더 많은 관심과 가격을 받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을 한 명후는 여태까지 올린 판매 글들은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가격도 알아볼 겸 그냥 냅두자.”
고민을 하던 명후는 결국 판매취소를 하지 않기로 했다. 경매가 끝날 때까지 마음에 드는 가격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취소를 해도 되기 때문이었다.
“접속 해볼까?”
유니크를 제외한 레어 아이템을 전부 판매 등록한 명후는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 캡슐로 걸어갔다.
“2억.. 조금만 기다려라.”
그렇게 중얼거리며 안으로 들어간 명후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올린 레어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는지.
* * * *
건설 업계의 양대 산맥중 하나인 현웅건설의 회장인 박현웅은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가상현실게임 ‘전설’에 푹 빠져있었다.
“허허, 알았어. 곧 들어갈게.”
박현웅은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자리 한 곳을 차지하고 있는 캡슐을 바라보고 더욱 크게 미소를 지었다.
여태껏 많은 가상현실 게임이 나왔다. 그러나 어렸을 적 소설을 보고 상상해왔던 현실과 다를 바 없는 완벽한 가상현실 게임은 나오지 않았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나오지 않을 것 같더니..”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나와버렸다. 박현웅은 바로 게임을 시작했다. ‘전설’에 접속을 하고 플레이를 한 박현웅은 게임을 종료하고 나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소설에서 보아왔던 것과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소설 주인공처럼 될 수 있을까?’
박현웅은 소설에서 보아왔던 주인공들처럼 압도적으로 강한 캐릭터를 키우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의 나이가 걱정되었다. 게임을 하기에는 조금 늦은 나이, 젊은이들과 비교해 센스와 체력, 시간마저 부족했다. 거기까지 생각을 한 박현웅은 결국 자신의 자금력을 이용하기로 결정했고 많은 아이템을 구매했다.
“오늘은 뭐 특별한 거 올라왔으려나?”
컴퓨터 앞에 앉은 박현웅은 빠르게 마우스를 움직여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들어갔다. 그리고 게시판을 둘러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살만한 게 없네..”
게시판에 올라온 장비들은 전부 자신이 현재 착용하고 있는 것들보다 모자란 것들 뿐이었다.
“후.. 그냥 접속이나 할..?”
짧게 숨을 내쉬며 새로고침을 누른 박현웅은 말을 끝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로고침을 한 순간 레어아이템을 판다는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자신이 한 개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아이템이.
제목 : 레어템 인내의 대지 팔찌 팝니다.
방식 : 경매
시작 가격 : 1,500,000
아이템 : 인내의 대지 팔찌
등급 : 레어
제한 : 레벨 25
옵션 : 마법 방어력 40~50, 힘 +30, 체력 +40
퀘스트 깨서 받았습니다.
옵션은 보시다시피 여태 나왔던 것들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관심과 가격 바랄게요.
“...”
글에 나와있는 아이템의 옵션을 보고 박현웅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박현웅은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자신은 얼마 전 180만원에 인내의 대지 팔찌를 하나 구매해 가지고 있었다.
“옵션이 더 좋은 게 있었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내의 대지 팔찌의 옵션은 지금 글에 나와 있는 인내의 대지 팔찌와 비교하자면 너무나도 모자랐다.
“...경매라.”
인내의 대지 팔찌를 구매하기로 결심을 한 박현웅은 구매 방식이 경매인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당장에라도 구매 하여 사용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기에 박현웅은 일단 300만원을 입찰했다.
“..어?”
300만원을 입금하고 다시 게시판에 들어간 박현웅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뭐야? 갑자기 레어가 왜 이리 많이?”
레어 아이템을 판다는 글이 연달아 올라오기 시작했다. 박현웅은 일단 빠르게 글들을 들어가며 아이템을 확인했다.
제목 : 레어 신발 팝니다.
방식 : 경매
시작 가격 : 5,000
아이템 : 오만한 자의 신발
등급 : 레어
제한 : 힘 300, 민첩 300, 체력 150
옵션 : 물리 방어력 200, 공격속도 +10%, 이동속도 +10%
특수 옵션 : 1. 공격 시 5% 확률로 생명력 5% 회복
사냥해서 나왔습니다. 많은 관심과 가격 바랄게요.
제목 : 레어 신발 팝니다. [2]
방식 : 경매
시작 가격 : 5,000
아이템 : 오만한 자의 신발
등급 : 레어
제한 : 힘 300, 민첩 300, 체력 150
옵션 : 물리 방어력 200, 공격속도 +10%, 이동속도 +10%
특수 옵션 : 1. 공격 시 5% 확률로 생명력 5% 회복
사냥해서 나왔습니다. 많은 관심과 가격 바랄게요.
제목 : 레어 투구 팝니다.
방식 : 경매
시작 가격 : 5,000
아이템 : 오만한 자의 투구
등급 : 레어
제한 : 힘 300, 민첩 200, 체력 200, 지력 100
옵션 : 물리 방어력 200, 공격속도 +15%, 이동속도 +15%
사냥해서 나왔습니다. 많은 관심과 가격 바랄게요.
제목 : 레어 단검 팝니다.
방식 : 경매
시작 가격 : 5,000
아이템 : 유한의 단검
등급 : 레어
제한 : 힘 200, 민첩 500, 궁수 계열
옵션 : 물리 공격력 300~320, 공격속도 +10%
특수 옵션 : 1. 공격시 50% 확률로 치명타
사냥해서 나왔습니다. 많은 관심과 가격 바랄게요.
제목 : 레어 지팡이 팝니다.
방식 : 경매
시작 가격 : 5,000
아이템 : 말레아의 지팡이
등급 : 레어
제한 : 지력 500, 지혜 500, 사제 계열
옵션 : 물리 공격력 200~210, 마법 공격력 500
특수 옵션 : 1. 치료 마법 효과 +50%
사냥해서 나왔습니다. 많은 관심과 가격 바랄게요.
제목 : 레어 석궁 팝니다.
방식 : 경매
시작 가격 : 5,000
아이템 : 맹독의 석궁
등급 : 레어
제한 : 힘 300, 민첩 700, 사냥꾼 계열
옵션 : 물리 공격력 300~310, 공격속도 -10%, 이동속도 +10%
특수 옵션 : 1. 공격 시 10초간 적을 중독시킨다. (중독된 적은 초당 생명력 -300)
2. 중독된 적을 공격 시 50% 확률로 10초간 이동속도 -20%
사냥해서 나왔습니다. 많은 관심과 가격 바랄게요.
“...”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정도의 옵션을 가진 아이템이 벌써 나왔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떤 녀석이 장난을 치는 건가?”
글의 내용으로 보아 6개의 레어는 한사람이 올린 것이 분명했다. 그것이 문제였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레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박현웅은 믿을 수 없었다.
“...그래도.”
박현웅은 누군가가 장난을 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에 전사를 키우고 있는 자신에게 필요 없는 유한의 단검, 말레아의 지팡이, 맹독의 석궁까지 각각 100만원씩 입찰을 했다. 그 이후 다시 게시판으로 나온 박현웅은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거래가 취소 됐나?”
자신에게 올 메시지는 그것 밖에 없었다. 박현웅은 판매 글이 낚시였다는 것에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알림을 누르고 메시지창으로 이동해 메시지를 확인했다.
제목 : 최고 입찰자가 바뀌었습니다.
‘레어템 인내의 대지 팔찌 팝니다.’의 최고 입찰자가 바뀌었습니다.
“...”
메시지를 확인한 박현웅의 얼굴이 굳어졌다. 300만원이 큰돈은 아니지만 작은돈도 아니었다.
따닥
박현웅은 마우스를 움직여 판매글로 이동했다. 그리고 입찰 된 금액을 확인했다. 400만원이 입찰되어 있었다.
“..”
박현웅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500만원을 입찰했다. 그리고 다시 게시판으로 이동한 박현웅은 또다시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을 보고 표정을 굳혔다.
“설마..”
알림을 눌러 메시지창으로 이동한 박현웅은 6개의 메시지를 보고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제목 : 최고 입찰자가 바뀌었습니다.
제목 : 최고 입찰자가 바뀌었습니다.
제목 : 최고 입찰자가 바뀌었습니다.
제목 : 최고 입찰자가 바뀌었습니다.
제목 : 최고 입찰자가 바뀌었습니다.
제목 : 최고 입찰자가 바뀌었습니다.
전부 최고 입찰자가 바뀌었다는 메시지였다. 거기다 그 개수가 6개인 것으로 보아 100만원에 입찰을 한 레어템이 분명했다.
“...후.”
박현웅은 메시지를 보며 깊게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묵묵히 판매글로 들어가 각각 500만원씩 입찰한 뒤 조용히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돈 좀 쓰겠군.”
============================ 작품 후기 ============================
아유, 죄송합니다. 현재 주 2회 연재를 유지하려고하는데 1회밖에 못올리네요..
다음주는 3회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간트 / 단단하고 우람한!
라무데 / 현재 짜놓은 에피소드 까지는 원거리가 없지만 나올 수도..?
backtheclock / 명중률 민첩 상관있습니다!
도끼천사야 / 감사합니다!
울퉁불퉁 / 흐흐
snew7002 / 저도요!
로젤란스 / 쾌 검! 주인공은 아닌데 나오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