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2 1. 오지중의 오지, 마을 히미세 =========================================================================
“호오..”
아크람에 설명을 듣고 명후는 감탄을 내뱉었다. 아크람 또한 시작하기에 매우 괜찮은 마을이었다. 아니, 마법 계열 직업이 아니라면 아크람이 단연 시작하기 좋은 마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어?”
그렇게 마을 목록을 둘러보던 명후는 이내 멈칫 할 수밖에 없었다.
-마을 ‘히미세’를 선택하셨습니다.
-마을 ‘히미세’, 제국의 수많은 마을 중 하나입니다. 특산품으로는 마을 주위에서 서식하는 곰의 가죽이 있습니다.
-마을 ‘히미세’에서 시작하시겠습니까?
“...”
설명을 듣고 명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얼마나 설명 할 게 없으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서식하는 곰의 가죽이 특산품인 것인지 아니, 그것을 둘째 치더라도 어째서 설명에 제국의 수많은 마을 중 하나라는 게 포함되어 있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 가지 않았다. 거기다 문제는 하나가 더 있었다.
“진짜 오지네...”
지도에 나타난 히미세의 위치는 너무나도 오지였다. 그것도 매우 큰 산맥으로 둘러싸여있는 오지중의 오지였다.
“..어?”
히미세의 엄청난 위치 선정에 고개를 가로젓던 명후는 이내 반문을 내뱉었다.
“저 산맥은..”
명후가 반문을 내뱉은 이유, 그것은 히미세를 둘러 싼 산맥 때문이었다. 히미세를 둘러 싼 산맥이 너무나도 익숙했다.
“그, 그거 아니야?”
이내 머릿속에 떠오른 정보에 명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브, 브로스 산맥..”
공개 된 정보 중 몇 안 되는 사냥터 정보였기에 명후는 똑똑히 기억을 하고 있었다. 히미세를 둘러싸고 있는 산맥은 레벨 100~500대 까지의 보스급 몬스터들이 징글징글하게 서식하고 있다는 브로스 산맥이 분명했다.
“뭐 이런 마을이...”
있어선 안 될 마을이었다. 시작하면 절대로 벗어날 수가 없는 마을이었다. 히미세는 시작 마을로 지정 할 경우 캐릭터 삭제 후 다시 시작을 하게 만들 함정 같은 마을이라 할 수 있었다.
“...왠지 끌리네.”
그러나 브로스 산맥 때문일까? 아니면 평범한 축에도 끼지 못하는 마을 설명 때문일까? 이상하게도 명후는 히미세가 마음에 들었다.
꿀꺽
명후는 침을 삼키었다. 이래선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본다면 히미세는 절대로 시작해선 안 되는 마을이었다. 분명 히미세를 시작 마을로 정한다면 캐릭터 삭제 후 다시 시작하게 될 것이었다.
“으..”
이성은 정보를 수집하고 시작하려 예정했던 마버리안에서 시작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슴을 절대로 시작해서는 안 될 히미세에서 시작하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
명후는 고민했다. 고민을 하면서도 이것은 고민 할 필요도 없이 마버리안에서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왠지 찝찝할 것 같아.’
마버리안에서 시작을 하면 왠지 찝찝할 것 같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찝찝한 것도 찝찝한 것이지만 도전하고 싶었다. 오지 중의 오지, 거기다 보스급 몬스터들로 가득한 브로스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는 마을. 이런 악조건에서 시작 한다는 것이 무언가 뿌듯하고 게임 할 맛이 날 것 같았다.
“어차피.. 다시 시작 하면 되니까.”
만에 하나 플레이 도중 이런 마음이 사라지면 캐릭터 삭제 후 다시 시작을 하면 그만이었다. 명후는 결국 결심을 굳힌 표정으로 입을 열어 시작 마을 지정 키워드를 외쳤다.
“시작한다!”
-마을 ‘히미세’에서 시작합니다.
스아아악!
시작한다는 말과 함께 마을 선택 창이 사라졌다. 그리고 주위 광경이 까맣게 변하며 시야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 * *
까맣게 변한 광경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변했다.
“흐음.”
새롭게 나타난 광경에 명후는 침음을 내뱉었다.
스윽
명후는 재빨리 주위를 확인했다. 주위에는 식탁, 의자, 침대 등 아주 기본적인 가구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여관인가?”
기본적인 가구들을 보면 여관인 것 같았다.
“아니지..”
그러나 곧 드는 생각에 명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곳은 히미세, 브로스 산맥으로 둘러싸인 오지중의 오지였다. 여행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여관이 이곳에 있을 리 없었다.
“그럼 누군가의 집이라는 건데..”
스윽
명후는 중얼거림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문을 보았다. 굳건히 닫혀 있는 문, 문을 열고 나가면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가기전에 일단 확인부터 하자.”
그러나 그 전에 현재 상태를 확인하자 생각 한 명후는 캐릭터 창을 열었다.
이름 : 명후
국적 : 헬리오카 [제국]
나이 : 22
레벨 : 1
생명력 : 700
마나 : 400
힘 : 10 민첩 : 10 체력 : 10 지력 : 10 지혜 : 10
보너스 스텟 : 20
캐릭터 생성 시 주어지는 보너스 스텟이 아직 분배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다.
“뭘 찍지..”
애초에 마법 계열 직업을 플레이 하기 위해 그에 맞추어 스텟 분배를 생각해 두었던 명후였다. 그러나 이곳은 마버리안이 아닌 히미세였다. 이곳에서 마법 계열 직업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 하지 않아 스텟을 분배 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보고 찍어야겠다.”
당장 보너스 스텟을 분배해야 되는 것은 아니었다. 명후는 고민 끝에 나중에 분배 하기로 결정하고 캐릭터 창을 닫았다.
저벅저벅
캐릭터 창을 닫은 명후는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끼이이이익!
문 앞에 도착한 명후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일어났나?”
명후는 문을 열고 나오자 들리는 소리에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연륜이 느껴지는 건장한 체구의 노인이 서 있었다.
‘분명히 NPC 일텐데..’
노인은 분명히 NPC일 것이었다. 그런데 NPC인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았다. 여태까지 이용했던 가상현실과는 괴를 달리하는 그래픽이었다.
“난 가더구라고 하네. 이 마을의 촌장이지.”
이내 가더구가 자신을 소개했다.
“명후라고 합니다.”
멍하니 가더구를 바라보던 명후는 가더구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
“하하.”
명후의 답에 가더구가 소리 내어 웃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자네, 좋은 이름을 가졌구만! 그건 그렇고 자네 지금 매우 당황스러울 것이야. 어째서 자신이 이곳에 있는지. 그렇지 않나?”
<촌장의 말 듣기>
눈을 떠보니 촌장의 방, 어떻게 된 것일까? 촌장에게서 어떻게 된 것인지 그 이유를 들어라!
난이도 : F
퀘스트 보상 : 가더구와의 친밀도 상승
퀘스트 제한 : 없음
가더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퀘스트가 나타났다.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 구나.’
명후는 어떻게 퀘스트가 나타나는지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며 퀘스트에서 시선을 돌려 가더구를 보았다.
“예, 제가 왜 이곳에 있는 지 궁금합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퀘스트 수락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가더구가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자네를 발견한 것은 아주 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네.”
가더구는 당시를 회상하는 듯 추억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요 앞 산맥으로 약초를 캐러 간 나는 밤늦게 까지 약초를 캐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네. 그렇게 길을 잃고 이리저리 마을을 찾아 움직이던 중 어느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지. 그런데 공터 한 가운데에 자네가 쓰러져 있었네. 나는 공터에 쓰러져 있는 자네를 향해 다가가 손을 뻗었지.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가더구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이어 말했다.
“자네의 몸에서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네. 그리고 그 빛이 사라진 순간 나와 자네는 마을 입구에 자리해 있었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어. 길을 잃어 방황하던 나에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었지. 그 이후엔 자네도 예상하다 시피 집으로 자네를 데려왔다네.”
말을 마친 가더구는 명후를 향해 다시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여러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가더구와의 친밀도가 상승하였습니다.]
[가더구와의 관계가 ‘신뢰’로 상승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명후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가더구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아니, 자네가 아니었다면 난 마을로 돌아가기까지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네. 오히려 내가 고맙지. 그건그렇고..”
잠시 말을 멈추고 명후를 쳐다보던 가더구는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그 공터에 왜 쓰러져 있었던 것인지 기억 나는가?”
가더구의 물음에 명후는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그 전의 기억은? 아무런 기억도 없는가?”
촌장은 공터에서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지만 명후의 시작은 촌장의 방이었다. 당연히 기억 날 리 없었다.
“예.”
“흐음.”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명후의 대답에 가더구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럼 당분간은 우리 집에서 지내도록 하게, 내가 이런 쪽엔 문외한이라 도와 줄 수 있는게 이런 것 밖에 없구만.”
“아닙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명후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가더구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아 참! 마을에 대해 소개를 해줘야지! 지금 움직일 수 있겠나?”
<마을 소개>
가더구는 당신이 이곳에서 잘 지낼 수 있게 마을 사람들을 소개 시켜주려고 한다. 가더구를 따라다니며 마을을 돌아다녀라!
난이도 : F
퀘스트 보상 : 가더구와의 친밀도 상승, 히미세 마을 지도
퀘스트 제한 : 없음
또 다시 나타난 퀘스트에 명후는 미소를 지었다.
“예.”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그럼 가지!”
퀘스트를 수락하자마자 가더구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명후는 그런 가더구의 뒤를 따라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2014년 7월 8일 16시 54분 1차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