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 18 대 1. >
81, 18 대 1
회귀 이후의 이훤은 바람처럼 살았다.
훤(昍)이라는 글자는 밝음을 의미하나, 문양을 따지자면 두 개의 태양을 의미했다. 이훤은 그것을 두 번의 삶이라고 여겼다. 그러니 여벌로 주어진 삶에 거창한 명분이나, 목적을 들이대고 싶지 않았다.
천룡전에 대한 복수.
그것만 삶의 지표로 삼고 살아가기에는 두 번째 삶이 너무 팍팍하지 않겠는가. 하여 천룡전에 복수도 하고, 술도 마시고, 타인과 친분도 쌓았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회귀 전의 서글픔과 분노가 상쇄될 만큼 충분히 즐거웠다. 아닌 말로 자금성에 쳐들어가 황제의 엉덩이를 걷어찬다고 해서 무엇이 두렵겠는가. 그런 면에서 조금 전의 상황이야 말로 앞으로의 삶에서 중요한 지표가 될 듯했다.
호정청은 회귀 전 그를 공격한 열다섯 명 중 하나였다.
예전이었다면 보는 순간 갈가리 찢어버리고, 다음 일을 생각했으리라.
하나 자연스럽게 참을 수 있었다.
회귀 이후 마주한 전마와의 인연 때문이다.
“술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지.”
돈과 관련된 전마와의 인연은 회귀 전 자신을 습격했던 허접한 호정청에 대한 복수보다 우선시됐다. 그렇기에 그녀의 일을 해결해주고, 기회를 주었던 게다. 하나 놈은 회귀 전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손에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좀 늦었나?”
이훤은 대별산으로 향하며 침음을 흘렸다.
이미 전마와 약속한 시간은 지났다.
“그럼 조금 더 늦어도 되겠지.”
그는 주루가 있는 쪽으로 발길을 돌렸고, 잠시 후 술병을 휘적거리며 대별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가?”
“당장 날이 밝으면 맹 주변에 신무대회의 식순을 알려야 하고, 각지에 온 귀빈을 안내해야한단 말일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비무대회는 또 어찌하려고? 아직 대진표조차 제대로 짜지 못했어!”
“그나저나 취선관주는 살아 있는 게 맞는 한 건가?”
맹주전은 시장통처럼 시끌벅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훤이 오기로 했다는 시간에서 벌써 이각이 흘렀다. 하지만 사람들은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누구 한 명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아닌 말로 신마의 심득을 먼저 전해들을 수 있다는 건 기연이나 마찬가지였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목소리만 높일 뿐이다.
“어! 왔다.”
묘마가 눈을 반짝였다.
일견하기에도 비싼 술 냄새가 퍼져나왔다.
십여 장 밖이지만, 이훤임을 확신했다.
아닌 말로 누가 술을 마시며 맹주전 근처를 어슬렁거릴 수 있겠는가.
“모두 조용히 하시오. 대형이 오셨소!”
악마는 창대로 바닥을 두드린 후 문을 당겼다.
끼이이익-
그리고 그 너머로 불콰한 얼굴의 이훤이 히죽거리며 다가오는 모습이 드러났다.
[진짜 마셨네.]
[어마무시하다.]
반면 전마는 남몰래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괴마의 이름을 빌려 호언장담을 하기는 했으나, 맹주를 비롯한 노고수들의 눈빛을 마주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휴, 내가 할 일은 이제 끝났네.’
반면 묘마와 악마의 눈빛은 묘하게 번뜩였다.
이훤의 하려는 건 고금을 통틀어 유례가 없는 일이다.
‘과연 될까?’
‘되기는 되겠지. 하나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맹주를 비롯한 노고수들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이훤의 강함을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평생 받아보지 못한 대우에 노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무림인이다. 신마의 심득이 당근처럼 눈앞에서 흔들리는 이상 어떠한 채찍질도 거부하기 어려웠다.
“왔는가.”
무림맹의 수뇌부는 맹주 휘하 문상과 무상이 존재했고, 원로원과 장로원의 노고수들을 포함했다.
이훤은 문상의 인사에 사람들을 훑어봤다.
저들 중 누구 한 명이라도 나서는 순간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 터였다. 하나 이훤은 푸줏간에서 고기를 고르는 사람처럼 느긋하게 그들을 바라봤다.
“신마의 심득을 공개하기에 앞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어요.”
늦은 것에 대한 사과도 없이 본론으로 들어갔으나, 뭐라 하는 이가 없다. 지금은 명분이나 직위, 삶의 행적보다 우선시되는 것이 존재했다.
바로 무공이다.
“무엇인가?”
“천룡전은 얼굴을 바꾸거나, 미혹하여 수많은 혈겁을 일으켰어요. 그리고 제갈세가의 소천기 제갈삭이 천룡전의 천룡 내지는 그에 준하는 중요 인사임을 확인한 이상 맹 내에도 그런 자가 있다고 가정해야 할 겁니다.”
이훤은 굳이 무림맹 총순찰이 주작이었음을 밝히지 않았다. 그런 부연설명 없이도 자신이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무공을 본다?”
“일단 미혹된 자는 강림혼요술의 영향권에 있으니 솎아내는 게 어렵지 않아요. 하나 얼굴을 바꿨다면 스스로 속한 셈이니 강림혼요술로 특정해낼 수가 없습니다. 즉! 여러분 사이에 가짜가 끼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원로 중 한 명이 노호성을 내질렀다.
“말도 안 돼! 여기 있는 이들은 짧아도 수 년, 길게는 십 수 년을 함께 했어. 한데 내 친우가 가짜일지도 모른다고? 그걸 내가 모를 것 같은가?”
“제갈세가는 수십 년 간 이 일을 준비했어요. 천룡전이야 다른 꿍꿍이가 있겠지만, 소천기 제갈삭만은 그랬습니다. 수십 년을 살피면 당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흉내 내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요.”
맹주는 침음을 흘렸다.
“흐음, 그도 그렇군. 모든 걸 다 흉내낼 수는 있으나, 가짜가 진짜의 무공마저 완벽하게 흉내 내는 건 불가능하지. 특히 여기 있는 사람 중 대부분은 최근 타인 앞에서 무공을 펼친 적이 없네. 그리고 설령 펼쳤다고 해도 하수들은 구분해내지 못했을 게야.”
이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금기라는 건 저도 압니다. 하나 신무대회를 통해 신마의 심득을 만천하에 퍼트리는 건 제 사명이자, 화산연맹의 숭고한 의지입니다.”
거짓말이다.
그냥 천룡전을 때려잡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맹주는 이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관주의 뜻은 이해하겠소. 하나 몇 가지 문제가 있소. 관주의 말대로라면 비전의 무공을 펼쳐야 할 텐데 그건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알 수 없다네. 하면 누가 진짜고, 가짜임을 확인할 수 있겠는가?”
이훤은 히죽 웃었다.
“내가 합니다.”
“뭐라?”
노고수들은 발끈하여 들고 일어나려는 순간 멈칫했다.
마치 미세한 기운이 모공마다 붙어 있는 것처럼 거치적거렸다. 하나 그것이 살의를 띄는 순간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나는 당신들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온 게 아닙니다. 그리고 전마가 이미 설명했겠지만, 강제도 아니에요. 싫다면 떠나도 좋습니다. 그리고 신마의 심득은 정해진 날, 예정대로 공개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요.”
하나 누구도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아닌 말로 이런 상황에서 튀어나갔다가는 혹여 천룡전의 주구라는 의심을 살수도 있을 터였다.
‘그것까지 감안한 건가?’
맹주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이훤을 응시했다.
그는 처음부터 이훤이 싫지 않았다.
그 또한 명문의 제자가 아니라 독보강호하던 유협에서 맹주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의 고수였다. 예전에는 이훤처럼 누군가의 시선이나 명분에 개의치 않고, 실리를 추구하며 만민의 안정을 꿈꿨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일견 정사지간의 괴인으로 패악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는 이훤이 싫지 않았다. 어찌보면 호쾌함이 과할 뿐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적은 없지 않던가.
“나는 찬성일세.”
맹주가 물꼬를 텄다.
독천무협(獨天武俠)이라는 별호답게 맹주 이학주는 지금껏 일신의 영달이나 사익을 추구한 적이 없는 고결한 존재였다. 결국 하나둘씩 이훤의 제안을 수락하고 나섰고, 이내 중앙에 시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순서를 정합시다.”
이훤은 그 말과 함께 작은 상자를 꺼냈다.
상자를 열자 손바닥만한 종이가 수십 장이나 놓여 있었다.
“순서라는 게 쓸데없는 오해를 부르게 될 수도 있으니 종이를 뿌리겠습니다. 거기에 적힌 순서대로 시연하는 겁니다.”
노고수들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작위라면 불만이 생길 이유가 없다.
몇몇이 먼저 뽑겠다고 앞으로 나섰는데 그 순간 기사가 벌어졌다. 이훤이 상자의 바닥을 가볍게 치는 순간 수십 장의 종이가 저절로 떠올랐다. 그리고 지전을 뿌리듯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이 아닌가.
“허!”
노고수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이 종이는 마치 자석이라도 달린 것처럼 사람에게 내려앉았다. 한 사람에게 한 장씩 고르게 배분이 된 게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신위에 노고수들은 종이를 확인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넋을 놓았다.
실상 무형진기를 사용하면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무형진기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그들이기에 마치 하늘 위의 하늘을 본 것처럼 말을 아꼈다. 그리고 이러한 신위로 인해 이훤이 판단하겠다는 말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허허, 내가 1번이로군.”
장로원에 속한 장년인이 너털웃음을 흘렸다.
박룡창수라는 별호를 지닌 장년인은 장법과 지법만으로 초절정의 끝을 보았다. 장차 십 년의 세월이 흐른다면 원로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평가로 유명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르지만, 이곳에 있는 이 중 가장 하수였다.
‘귀찮기는 하지만 당분간 봐야 할 사람들이니······.’
노고수들은 자신이 받은 번호가 무공이 강한 순서대로임을 조금도 짐작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흩뿌린 후 저절로 내려안지 않았던가. 하나 이훤은 무형진기를 통해 자연지기의 흐름을 읽었고, 그로 인해 강약을 판단하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절대적이지는 않으리라.
그들의 경험과 무공 초식만은 단순히 보는 것으로 알 수 없는 영역이었다. 결국 내공 순서대로 쪽지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거 여러 선배들 앞에서 무공을 펼치려니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하하! 양 가야. 어릴 때 사부님 앞에서 무공을 선보였듯 열심히 해보라고!”
박룡창수(搏龍猖手)와 친분이 깊은 장로 한 명이 농담조로 응원했다. 박룡창수의 무공은 별호처럼 용을 사로 잡는 광경이 미쳐날뛰는 것과 같다고 하여 붙여졌다.
아니나다를까 박룡창수가 장법과 수법을 번갈아 펼치며 공간을 장악했다. 그리고 맹주전 내부에 광풍이 몰아치듯 사방에 장영이 번뜩였다. 그리고 간간히 지풍이 넘나드니 담이 약한 자는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지릴 만큼 위풍당당했다.
“맞네! 방금 저것이 응천박룡장법의 절초인 박룡일획이고, 연이어 펼치는 것이 경천용호라네. 만매만전을 파고들더니 제법 성취를 이뤘구만.”
박룡창수는 허공에서 두 번이나 몸을 뒤집은 후 내려섰다. 그리고 노고수들을 향해 손을 모았다.
“변변찮은 무공이었습니다.”
이훤이 아니라 강호의 선배들에게 보여줬다고 여겼는지 입가에는 한 가닥 미소가 머물렀다. 박룡창수가 연이어 공수를 한 후 이훤을 바라봤다.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통과라는 의미였다.
그렇게 번호표에 따라 한 명씩 나와서 무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본래 느긋한 마음을 먹었던 이들은 실제로 무공을 펼치기 시작하자 혼신의 힘을 다해 펼쳤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무공 수준의 고하가 나뉜다고 여기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다.
어찌됐든 여기 모인 이들은 정파의 최고수였다.
총 예순일곱 명의 무인이 모였으니 별의별 무공이 다 등장했다. 그리고 친하게 지냈던 이의 고강한 무공을 보고 놀라기도 했고, 또는 안면이 없으나 이제라도 친하게 지내고 싶은 이들도 나타났다.
[생각보다 분위기가 훈훈한데?]
[대형 앞에서만 펼쳤으면 흉흉했을 걸? 그래도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덩달아 마음을 편히 먹는 거겠지.]
하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듯 훈훈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33번을 받아들고 나선 노인이 문제였다.
무림맹의 장로 중에서도 학문에 능하고, 인품이 좋아 호협으로 알리진 사람이다. 그가 필법을 펼치는 순간 몇몇 노고수가 호응하듯 시문을 읊조렸다. 그만큼 여러 사람과 친분이 깊은 사람이다.
하나 이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필법을 펼치는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철필을 걷어내고, 정수리를 움켜쥐는 행위가 동시에 일어났다.
“무, 무슨 짓인가?”
이훤은 놀라는 자들을 무시한 채 맹주를 응시했다.
“영무서필법이라는 건 유림에서 시작되어 개량된 필법이라고 했지요?”
노인이 무공을 펼치기 전에 설명한 내용이다.
이훤은 입꼬리를 올렸다.
“한데 유림의 무공이라면 응당 지녀야 할 무언가가 빠졌군요. 흐름이 간혹 역을 취하여 겉으로 보기에는 다를 것이 없으나, 자연지기는 그것을 놓치지 않아요.”
천망회회 소이불루라는 고사가 생각날 만큼 명쾌한 설명이었다.
“흐름이 살짝 변형되기는 했으나, 원래 그런 것인 줄 알았네? 한데 자네는 그 미세한 차이를 놓치지 않았군.”
“유림의 무공까지 능통하다는 건가?”
하나 맹주는 핵심을 파악했다.
“설마 자연지기의 흐름을 느낀다는 건가?”
이훤은 역시 맹주라는 생각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무공이 경지에 이른 자는 내공을 점점 순후하게 만드는 것을 일생의 목표로 삼는다. 같은 일 갑자의 내공이라고 해도 위력은 천양지차였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연지기를 받아들이게 되면 흔히 말하듯 내공의 수발이 구분되지 않고, 단전은 마르지 않는 샘이 되었다고 칭했다.
“뭐! 길게 설명할 것 없죠.”
이훤은 대뜸 정수리를 움켜쥐었던 손을 내려 얼굴을 감쌌다.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에 공포가 어리는 순간 붉은 기운이 장막처럼 펼쳐졌다.
솨아아아아아아-
동시에 노인이 비명을 내질렀다.
친우들이 일제히 나서려 했으나, 엉덩이를 떼는 것이 전부였다. 그도 그럴 것이 노인의 비명은 점차 귀곡성을 방불케 하며 모골을 송연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칠공에서 피가 흐르는 순간 경악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끄아아아아아아!”
노인의 얼굴이 마치 변검을 하는 경극 배우처럼 뒤바뀌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완전히 달라진 노인의 얼굴은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촌부의 것과 똑같았다.
“이야! 오래 연습했을 텐데. 아쉽다. 그치?”
이훤의 능글맞은 한 마디에 노인은 턱을 달달 떨며 무어라고 중얼거리려 했다. 하나 이내 피를 토하며 널브러졌고, 분위기는 차갑게 내려앉았다.
그 후에도 노고수들은 무공을 펼쳤다.
하나 조금 전과 달리 화기애애하지 않았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경계심이 담겨 있다. 그리고 잠시 후 두 번째 간자가 들통 났다.
이훤은 놈들에게 정보를 캐지 않은 채 그냥 죽여버렸다.
어차피 진짜는 따로 계획을 따를 것이고, 이들은 정보를 전해주는 역할에 불과하리라. 그리고 총 다섯 명의 간자를 색출한 끝에 한 무리의 무인들만 남았다.
총 열여덟 명.
맹주와 문무상, 그리고 구파오가를 비롯한 정파 최고의 고수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무공은 수백 년 간 비밀리에 부쳐졌기에 서로가 파악을 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냥 그렇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믿어야 하는 상태였다.
“오래 기다렸네. 자! 49번 나오세요.”
이제는 저들도 번호가 무공의 고하와 관련됐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기에 호명된 이는 어딘가 모르게 찜찜한 표정을 지었다.
‘화산연맹의 맹주는 갓 중년에 이르렀거늘 나보다 훨씬 강하다는 건가?’
공동파의 장문인인이 복마경천객 대인평은 침음을 흘렸다.
“그 말은 관주가 직접 확인하겠다는 건데······. 그렇다면 비무를 하자는 건가?”
“그게 제일 빠르지요.”
“하긴 직접 부딪쳐보는 게 가장 확실하겠지. 한데 그렇다면 여기 남은 열여덟 명을 모두 상대하겠다는 건가?”
문상이 헛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반면 이훤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다.
“그게 왜요?”
< 81, 18 대 1. > 끝
ⓒ 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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