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 최고의 한 쌍. >
66, 최고의 한 쌍.
남궁혁은 연초를 깊이 빨아들였다.
남궁세가의 가주이며 검천이라 불리는 자가 쪼그려 앉아서 연기를 뿜어내는 걸 보고 있자니 기가 찰 따름이다.
“예전에는 다르셨지.”
그는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앉아 있는 이훤이 아니라 먼 산을 보며 읊조렸다.
“청하는 나도 아끼던 아이였네. 소가주의 정실은 아니더라도 후처쯤은 시켜주고 싶었지. 그래서 그 아이가 사라졌을 때 많이 슬펐다네. 아버님은 더 하셨지. 그래도 저건 아니지 않은가?”
마지막 한 마디는 동조를 구하듯 이훤을 향했다.
하나 위로나 격려의 한 마디는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청하의 몸에 들어가서 지내다보니 성격이 바뀌었다는 건가?”
“그걸 누가 알까? 고금을 통틀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아닌가. 그런데 자네는 원래부터 혀가 그렇게 짧은가?”
“사람에 따라 다르지.”
“버릇없는 걸 보니 늙어서 눈 먼 칼에 맞기 딱이군.”
“늙을 때까지는 무탈하다는 뜻이니 칭찬이겠군.”
남궁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버님을 제외하고 나를 굽어본 건 네가 처음이었다. 비가 오네.”
그는 쪼그려 앉은 채 뒷걸음질 쳐서 처마 안으로 들어갔다. 절대지경의 고수라면 내공을 일으키지 않아도 저절로 외부의 모든 것을 튕겨낼 수 있을 터였다. 하나 대부분의 고수들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
더러운 것이 있으면 피하고, 배고프면 먹었다.
거스르기보다 순응하고자 했다.
사마외도나 패도를 걷는 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그러할 터였다.
‘생각보다 단순하네.’
이훤은 남궁혁이 보인 의외의 모습에 침음을 흘렸다.
검에 대한 무한한 욕망을 내비치는 자가 단순하다면 더 경계해야 했다. 가족과 가문, 세상의 법도마저 욕망 아래에 두기 때문이다.
“이러다 남궁세가는 망하겠군.”
“글쎄다.”
“전대 가주와 당대 가주가 일신의 영달을 꾀하고, 가솔들의 죽음도 개의치 않으니 가문이 멀쩡하게 돌아갈 리 없잖아.”
남궁혁은 실소를 흘렸다.
“클클, 그도 그러네. 그것도 어쩔 수 없지.”
“너무 무책임한 소리잖아.”
“직계는 직계대로, 방계는 방계대로, 빈객은 빈객대로, 속가는 속가대로 수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다. 그것에 대한 대가로 충성을 맹세했으니 생사를 걱정했다면 남궁세가를 떠났어야지.”
“제멋대로군.”
이훤의 투덜거림에도 남궁혁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이훤 정도의 고수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즐거운 듯했다.
“화산연맹 보다는 낫잖아. 우리는 최소한 망해도 삼대는 갈 걸? 남궁세가는 그래도 수백 년 간 검중제일이라는 평을 들어왔으니 조금 덜 들어도 아쉬울 건 없을 게야.”
화산연맹을 거론하니 짜증이 치밀었다.
“그렇게 남 일처럼 이야기해도 되는 거야? 내가 오늘 남궁세가의 현판을 내려줄까?”
이훤의 악담에 남궁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는 사람끼리 왜 이러실까?”
“······.”
“어차피 아버님이나 내가 심검을 완성하면 남궁세가에 무슨 의미가 있겠어? 강호, 아니 천하를 발아래 둘 수 있지. 그 때에는 제검백가가 아니라 제검만가가 될 수도 있을 걸? 사실 그것도 귀찮은 일이지. 그냥 심검을 펼쳐보고 싶어. 죽기 전에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군.”
“미쳤군,”
“클클, 자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내가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군.”
이훤의 입매가 꿈틀거렸다.
평소 입담으로는 한 번도 밀려본 적이 없지 않은가. 조금 전의 남궁혁 또한 상대가 되지 않았다. 아닌 말로 조리돌림을 하는 것처럼 가지고 놀았을 정도였다. 한데 청하가 정체를 드러낸 이후의 남궁혁은 검을 제외한 모든 것에 초탈한 듯했다.
모든 짐을 벗어던지니 검에 미친 노인만 남은 셈이다.
‘아우! 방법이 있기는 한데······.’
지금이라도 화산과 악가, 무당의 심득을 떡밥으로 던지면 남궁혁은 미친 듯이 꼬리를 흔들 터였다. 그리고 이훤이 원하는 대로 안절부절 못하리라.
하지만 알려주기 싫었다.
“흐음, 술이라도 가져올 걸.”
제왕전 안에서는 아직도 청하와 검후의 말싸움이 계속됐다. 칼부림을 하지 않는 걸 보면 그래도 아직 한 가닥 이성이 남아 있는 듯했다. 하나 날 선 목소리가 흘러나올 때마다 이상하게 움찔하게 되는 건 본능인가 보다.
‘내가 아무리 취마라고 해도 저 안에 들어가는 건 좀······.’
갑작스레 탈마가 그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악가로 보내지 않고, 대동했을 터였다. 아닌 말로 남궁세가의 문제가 이런 식으로 해결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마시게.”
한데 이훤이 입맛을 다시는 순간 눈앞에 술병이 나타났다. 연초를 깊이 빨아들이던 남궁혁이 건넨 술이다. 슬쩍 살펴보니 제왕전의 기둥 아래 자그마한 공간이 존재했다.
“별 거 아니야. 아버님이 달포에 한 번씩 예민해지시거든. 아무래도 심검에 대한 깨달음을 고민하는 듯해.”
이훤은 술병을 받아들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 이유가 아닌 것 같은데.’
하나 술을 주는 사람 중에서 나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그렇기에 이훤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맞장구를 쳐주었다.
“심검이라면 그럴 만하지.”
“후우, 마시고 나도 한 모금 주게. 아무래도 삼십 년 만에 만나시다보니 할 말이 많으신 듯하네.”
남궁혁은 시간이 흐를수록 홀가분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무형검에 이어 심검에 이르고자 애쓰는 상태가 아닌가. 정체를 숨기고 있던 청하가 등장했으니 이제는 자신의 깨달음을 궁구하기 위해 매진하는 듯했다.
이훤 또한 잠깐의 침묵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두 사람과 나눴던 대화를 복기했다.
무형검(無形劍)과 심검(心劍).
이것은 당금 강호는 물론이고, 수십 년 후에도 유례가 없는 경지였다.
수백 년 전 신권과 괴공처럼 신화가 된 존재들이 무형검이나 심검을 펼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나 자료가 남아 있는 것도 아니고, 후대에 이어지지도 않았다. 그저 그랬다는 말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결국 남궁혁은 신검합일과 무형검의 사이일 테고, 청하는 무형검을 이뤘다는 말이잖아.’
폐부 깊숙한 곳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훤이라면 무형지기도 펼치는 것이 가능했다.
아닌 말로 내기를 외기로 치환하여 은밀하게 쏘아 보낸다면 그 또한 무형지기라 할 수 있을 터였다. 하나 무형검은 무형지기와 궤가 달랐다. 검이라는 건 그저 명칭 일뿐 형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칼처럼 날카롭다는 의미였다.
쉽게 말하자면 무형지기는 아이가 손바닥으로 어른을 때리는 것이고, 무형검은 아이가 칼로 찌르는 것과 같았다.
‘무형검을 펼칠 수 있는 거리가 문제겠지만, 지근거리라면 나조차도 위험해.’
보이지도 않고, 기척도 없이 그저 공간을 이동하듯 베고 지나가는 칼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잖아?’
이훤의 입가에 서서히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에게는 백소가 전해준 천관심결이 있지 않던가.
무당의 천문진인이 받아들인 신마의 심득은 예지에 가까운 이적을 선보였다. 이훤의 경지가 예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무형검으로 인한 피해정도는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천공혈륜겁이라면.’
천관심결(天觀心結)의 부족한 부분을 천공혈륜겁으로 채운다면 무형검을 막는 건 불가능하지 않았다.
이훤의 눈동자가 점차 빛을 머금었다.
청하에게는 무형검만 있지만, 자신에게는 네 가지 심득이 있지 않던가. 만약 청하에게서 신마의 심득만 확인할 수 있다면 심검에 누가 먼저 도달할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관건은 하나였다.
‘청하의 입을 어떻게 열어야 할까?’
이훤은 혀를 찼다.
탈마나 종초홍이 있었더라면 남궁세가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터였다. 결국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청하가 처음 나타났던 때부터 기억을 복기했다.
이럴 때에는 천관심결이 큰 도움을 줬다.
만매만전이 무공과 수양이라는 두 가지를 만족시킨다면 천관심결은 수양을 위해서만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맑은 정신으로 선명하게 기억을 더듬는 것이 가능했다.
‘처음에는 기척이 없어서 놀랐고······.’
가까이에서 술을 따를 때 향기가 없어서 또 놀랐다.
천관심결이 아니었다면 청하의 가슴골이 먼저 떠올랐으리라. 하나 천관심결이 있었기에 청하의 몸매가 아니라 그녀의 특징이 스쳐갔다. 그렇게 청하의 일거수일투족을 떠올린 후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눴다.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면서 정보를 나열했다. 성격의 섬세함과 기복, 심검과 미련처럼 수많은 정보가 스쳐갔다.
하나 이훤은 마침내 제대로 된 무언가를 찾아냈다.
무흔(無痕), 무향(無香), 무영(無影).
청하가 신마의 심득으로 인해 내비친 이적들이다.
한데 그것에 대한 기억을 회귀 이후가 아니라 회귀 이전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삼신봉.”
이훤의 읊조림에 남궁혁은 미간을 좁혔다.
하나 새로이 연초에 불을 붙인 후 연기를 빨아들이며 처마에 맺힌 빗방울을 응시할 뿐이다.
반면 이훤의 두 눈은 찬란하게 빛났다.
‘그래, 삼신봉이다!’
회귀 전 소문으로만 전해지는 살수가 있었다.
삼신봉(三神蜂).
흔적이 없고, 냄새가 없고, 그림자도 없다.
그리고 목표가 된 자는 벌에 쏘인 것처럼 상처조차 없이 죽었다고 했다. 그런 삼신봉이 몇 건의 살행을 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두 건의 살인만은 삼신봉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무림맹 총군사와 소림 방장.
맹 내의 처소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않는 중원 최고의 머리와 소림사라는 철옹성 내에서만 생활하는 중원 최고의 불자가 죽었기 때문이다.
이훤은 거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가 전력을 다한다면 총군사와 방장을 어찌 죽일 수도 있으리라. 하나 흔적 없이 아무도 모르게 죽인다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무형검이라면 가능하지.’
보통의 경우라면 동기를 토대로 사건을 조사하여 흉수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이훤은 반대였다. 흉수를 알고 있기에 사건을 알았고, 동기를 추적하는 것이 가능했다.
‘남궁세가가 무너져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작자들이야. 오직 심검의 완성만을 추구하는 자들이니 향후 저들이 벌일 모든 말과 행동이 추구하는 바는 하나다.’
이훤은 몸을 일으켰다.
“들어가게?”
남궁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올려다봤다.
이훤은 대답 대신 제왕전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는 난관에 닥칠 때마다 항상 같은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다.
일단 던지고 보는 거다.
말싸움을 하던 검후와 청하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훤은 확신하듯 한 마디를 읊조렸다.
“심검을 얻고 싶습니까?”
검후는 미친놈이라고 했고, 청하는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손을 모았다.
*
“옥주야. 안 나가냐?”
청하는 이훤을 대할 때와 검후를 대할 때가 천양지차였다. 마치 어린 시절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던 자매, 아니 남매처럼 아옹다옹했다.
“이훤은 내 손자나 마찬가지야. 달수가 나한테 맡겼단 말이다. 그러니 네 년이 내 새끼한테 무슨 약을 쳐서 사기를 치려는지 지켜봐야겠다!”
검후의 으름장에 청하는 눈을 가늘게 떴다.
“혹시 젊어지고 싶니?”
“흥! 개소리. 세월의 흔적만큼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더냐?”
하나 이훤은 봤다.
금강석처럼 굳건하던 그녀의 눈동자가 찰나간 초점을 잃고 흔들린 것을 말이다. 청하는 애초에 검후를 쳐다보지도 않았기에 콧방귀를 뀌는 것으로 대응했다.
“그래, 쭈그렁바가지로 사는 게 즐겁다면 그리 살아야지.”
“나한테 시비 걸지 말고, 네 아들놈이나 내보내지 그러느냐?”
남궁혁은 청하의 눈치를 힐끔 보며 중얼거렸다.
“여기 남궁세가입니다.”
그렇게 각자 자격을 갖췄다고 주장하는 네 명이 마주앉았다.
청하는 진중한 눈빛으로 물었다.
“검제의 말을 의심하는 건 아니에요. 하나 나는 내가 들은 심득이 절명곡에서 얻은 모든 것을 더한 것보다 크다고 믿어요. 그런 내게서 심득을 뽑아내려면 증명을 해야 할 겁니다.”
광오한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표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심검이라면 고금을 통틀어 누구도 도달한 적이 없는 경지였다. 그저 호사가들이 늘 그러하듯 무형검이 있으면 그 위도 미리 만들어놔야 한다는 주장 때문에 만들어졌을 뿐이다.
이훤은 비장의 한 수를 펼쳤다.
“신마의 심득은 인세에 드러난 적이 없던 기이한 이적입니다. 그러니······.”
잠시 말끝을 흐리니 세 명의 이목이 집중됐다.
“무림맹의 총군사나 소림사의 방장이라고 해도 얻는 것이 없을 겁니다.”
그 순간 청하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훤은 탁자 아래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가 예상한 대로 남궁세가 내에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 청하는 조만간 가장 머리가 좋은 이와 가장 수양이 깊은 이를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너라면 될 것이다?”
부드러운 목소리에 날이 서기 시작했다.
하나 이훤은 거리낌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마의 심득은 오직 서로에게만 반응합니다. 그러니 신마의 심득을 얻지 못한 자와 어울려봤자 달라질 것이 없지요.”
“그건 네 생각일 뿐이지.”
“생각이 아니라 증거죠.”
이훤은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안에 몇 개의 심득이 있을 것 같습니까?”
이건 청하가 제안하여 남궁혁과 이훤이 주고받은 문답 중 하나였다. 청하는 대답을 원하지 않았고, 이훤도 애써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혈륜을 극대화하여 흩뿌렸을 뿐이다.
청하라면 알 수 있으리라.
한 가지 심득에서 비롯됐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크고, 넓고, 깊은 자연지기가 아니던가.
청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입이 열렸다.
“내게 있어서 검이란 품는 것이 아니라 지우는 것이다. 보이는 것을 보지 않고, 듣는 것을 듣지 않고,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고, 발을 걷지 않으니······.”
열흘이 지났다.
하나 네 사람은 제왕전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했다.
혹여 자리를 떴다가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만 무언가를 깨닫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몸을 검으로 대신한다면 산동악가의 심득과 아귀가 맞지 않아요.”
“검으로 대신하는 게 아니라 검 자체가 되는 것이야. 몸에 얽매이지 마라. 도대체 너는 수십 년 동안 이걸 익혔다면서 아직도 개념 정리가 안 된 게냐?”
검후의 짜증 섞인 한 마디에 남궁혁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닫았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던 중 제왕전 밖에서 수하의 외침이 들렸다.
“가주! 의문의 존재가 창천성 밖 초소를 강제로 돌파하고 있습니다.”
“오기를 보내. 사절도 보내고. 알아서 막으라고 해!”
남궁혁의 짜증 섞인 외침에 수하가 물러갔다.
하나 잠시 후 돌아온 수하가 두 번째 보고를 했다.
“산동악가의 악마라고 합니다. 지금 당장 취선관주를 내놓지 않으면 정문을 부수겠다고······.”
네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나가 봐.”
이훤은 어깨를 으쓱이며 거부했다.
“내가 왜요.”
“너 찾으러 왔다는데?”
“남궁세가인데 가주가 나가야지요.”
“내가 산동악가의 가솔을 맞이하러 나가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요. 그러니 일단은 시비의 역할을 하고 있는 아버님이······.”
“옥주야!”
결국 악마와 탈마는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은 채 제왕전까지 들어오는 최초의 외인(外人)이 되었다.
악마는 장창을 꼬나 쥔 채 달려왔다가 주춤거렸다.
“재수 없는 면상을 보니 남궁천운의 손녀인가?”
“비리비리한 걸 보니 악재의 손자냐?”
< 66, 최고의 한 쌍. > 끝
ⓒ 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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