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 여난(女難). (4) >
*
이훤은 기분이 좋았다.
망아취자의 선물로 샀던 술을 대부분 마셔버린 상태였다. 한데 원륜장원에서 새로운 술을 잔뜩 얻어왔다. 여명팔주(黎明八酒)라는 이름의 술은 단순했다. 시큼하지도, 달지도, 독하지도 않았다.
매우 담백했다.
술이 약한 이들도 흔쾌히 즐길 정도였다.
한데 이훤 정도 되는 주당에게는 그저 담백하기만 한 술이 아니었다. 여명팔주를 마시면 몸속의 독소가 정화되는 듯했다. 하여 술을 얼마든지 더 마실 수 있게 만들어줬다. 그야말로 주당들을 위한 술이었다.
그러니 망아취자 또한 쌍수를 들고 반색하리라.
그렇기에 검후의 주정 아닌 주정을 기분 좋게 들어줄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노괴의 허리를 두 동강 내려고 검을 횡으로 그었단다. 종려일사라는 초식인데 내력을 풍부에서 뇌호로 잇고, 벼락처럼 일검에 쏟아 부으며 여덟 번의 변화를 일으켰지.”
검후는 자랑을 늘어놓다가 은근슬쩍 말을 건넸다.
“너라면 어찌 했겠느냐?”
상단전이 열린 건 보았지만, 무공의 내력은 알아내지 못했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무공의 내력을 알려면 스스로 말하거나, 보법의 형을 살피거나, 직접 손을 섞어야 했다.
‘내 수준을 파악하시려고?’
이미 술을 받아마셨고, 더 바랄 것이 없다.
하여 이훤은 모른 척 고개를 내저으려 했다. 한데 그 순간 고삐를 잡고 있는 탈마가 보였다. 녀석은 아닌 척 하지만 귀를 쫑긋거리며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아! 저 놈이 있었네.’
그러고 보면 녀석의 실전은 산동성의 태산이 마지막이다. 그리고 녀석에게 필요한 건 실전을 통한 경험이 아닌가. 하여 녀석을 위해 기꺼이 답을 찾았다.
“내력이 동수라는 가정 하에 풍부에서 뇌호를 지났다면 아마 이런 식의 투로와 비슷할까요?”
이훤은 마차의 바닥에 굴러다니던 젓가락을 들어 휘휘 저었다. 장난처럼 휘두르는 듯했지만, 검후는 그 안에 담긴 변화를 눈치 챘다.
“오호, 그렇지. 그래서?”
“그렇다면 저는 곤방으로 빠지면서 거리를 벌린 후 용천혈을 통해 양유맥 전체를 자극하겠습니다.”
“양유맥? 음유맥이 아니라? 하면 내공보다 육신의 힘을 우선시하겠다는 뜻이 아니더냐?”
“저는 그래도 됩니다.”
“허허, 좋다. 그 후는?”
“영대혈과 대추혈에 힘을 모으면 벌어진 것보다 빠르게 간극을 좁힌 후 상대의 비어 있는 왼쪽 가슴을 노릴 수 있겠지요.”
검후는 미간을 좁혔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육신을 중심으로 운용한다고 하면서 정작 내공으로 상대를 노린다는 뜻이 아니더냐? 조화의 기준으로 본다면 그것은 스스로 몸을 해하는 방식이다.”
“검후와 제가 보는 조화의 기준이 다른 것이겠지요. 저는 조화를 단순히 음양이나 심신의 균형으로만 여기지 않습니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더라도 문제가 없고, 언제든 다시 균형을 이룰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조화가 아닙니까?”
그것이 바로 혈륜의 핵심이었다.
“허.”
한데 탄성은 탈마에게서 나왔다.
그저 의리 있고, 자신을 알아주던 술주정뱅이 대형의 혓바닥이 언제 저렇게 기름지게 변했단 말인가.
검후는 침음을 흘렸다.
“네 순서이니 그렇다고 치자.”
순서라니요. 지금은 그냥 문답 중이 아니던가.
하나 검후는 이미 문답 자체를 논검이라고 여겼다.
“대화의 기준은 상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기반으로 심상을 드러내야 한다. 한데 네 말은 일견 타당해보이지만, 너무 허무맹랑하지 않더냐.”
“마차 좀 잠깐 세워라.”
탈마가 마차를 세웠다.
이훤은 탈마에게 견식 할 기회를 주기 위하여 자신이 말했던 바를 느릿하게 펼쳤다. 암천군림보가 마차 안에서 펼쳐지는 순간 일진광풍이 휘몰아쳤고, 마차는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것처럼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하나 느리게 펼쳐도 위력은 여전했고, 마차는 주저앉지 않았다.
한 마디로 가벼움(輕)과 무거움(重)을 동시에 취한 기묘한 무리(武理)였다.
검후는 두 눈을 부릅뜬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되는구나.”
“그렇게 놀라실 일은 아닐 텐데요.”
“그건 그렇지. 다만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윗줄이로구나. 그것이 놀라웠다.”
이훤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웃었다.
그 때 검후가 눈을 가늘게 뜨며 주름의 개수를 늘렸다.
“장강의 앞 물결이 어쩌고 하는 소리를 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
“아직 검후께는 멀었다고 하려 했습니다.”
이훤은 너스레를 떤 후 술병을 쥐었다.
하나 검후의 싸늘한 한 마디가 들려오는 순간 점혈이라도 당한 것처럼 멈칫해야 했다.
“앉아라.”
고개를 돌리니 그녀 또한 이훤처럼 젓가락을 쥐고 있었다. 그녀는 백 세에 이르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환하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네 성취를 보아하니 설명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이 쉽겠구나.”
한 마디로 논검을 하자는 말이다.
그리고 젓가락을 쥐었으니 말에 동작을 섞겠다는 의미였다. 아닌 말로 격돌하지만 않을 뿐 약식 비무를 펼친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개 코에 눈송이가 내려앉은 꼴인가.’
이훤이 발을 빼려는 순간 검후의 담담한 한 마디가 들려왔다.
“효도하면 발족식에서 연맹주에게 축원문을 올리마.”
거절하기에는 너무 큰 상이었다.
축원문(祝願文)이란 누군가에게 자신의 소망을 기원하는 행위였다. 한데 검후는 불문이고, 화산은 어찌됐든 도맥을 잇지 않았던가. 한 마디로 불문의 최고수가 배분도 아래인 연맹주에게 소원을 빌겠다는 의미였다. 그래봤자 화산연맹이 정파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달라는 그 정도의 축원이리라. 하나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는 검후가 진심으로 화산연맹을 지원하는 것으로 보일 게다.
‘이건 놓칠 수 없다.’
한데 그 순간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실소가 절로 흘러나왔다.
“하하, 좋습니다. 그런데 제가 취선관주인 이훤이라는 건 어찌 아셨습니까?”
눈치를 챘기에 축원을 조건으로 걸지 않았겠는가.
한데 검후는 눈을 끔뻑였다.
“취선관이 어디냐?”
“제가 있는 곳이요.”
“그런데 내가 그걸 어찌 알아. 뭍에 올라온 게 불과 반나절 전이다.”
이훤은 어리둥절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화산연맹에 대한 축원을 조건으로 거시기에······.”
검후는 광소를 터트렸다.
“크하하! 저 버릇없는 놈이 고삐를 쥐고 있지만, 말은 알아서 북상하고 있다. 그리고 저 버릇없는 놈이 지금껏 투덜거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너희들의 행선지도 화산이었겠지. 한데 상단전을 열어놓고 무당산 자락에서 내려온 녀석이 무당의 도복을 입지 않았다면 누구겠느냐?”
“쳇! 화산 소속이겠지요.”
이훤이 입맛을 다시며 대꾸하자, 검후는 손자의 재롱을 지켜본 조모처럼 방실방실 웃었다.
“이제 대답이 되었느냐?”
“네.”
그 때 탈마의 키득거림이 들려왔다.
“크큭! 자기가 엄청 유명한 줄 알아.”
마차는 느릿하게 북쪽으로 향했고, 안에서는 노소가 젓가락을 휘젓는 소리만 공허하게 끊임없이 울렸다.
“이거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겁니까?”
검후는 의외로 술을 좋아했다.
하긴 고기도 먹고, 떼도 쓰는데 술을 좋아하지 않을 까닭이 있으랴. 그리고 검후라는 별호보다 주산군도의 주인인 주산군주(舟山群主)라는 별호를 더 좋아했다. 심지어 군도의 형태가 수많은 배처럼 보인다고 해서 주산군도가 아니던가. 하여 검후는 배도 열 척이나 소유하고 있단다.
그녀 또한 괴인(怪人)이었다.
마차가 섬서성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한데 발족식에 갑작스럽게 참석하신 이유가 뭡니까?”
“그냥 바람이 쐬고 싶었다.”
그럴 리 없다.
이훤이 기억하는 바에 의하면 검후의 출도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십 년 후였다. 한데 십 년이나 빠르게 출도한 것도 모자라 천 리 밖 화산의 행사에 참석한다니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 술을 더 마셨다.
술은 바람과 같아서 마음의 빗장 따위는 우습게 파고들어가는 위력을 지니지 않았던가. 이미 이훤과 검후는 필요하다면 한순간에 취기를 몰아내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굳이 내공으로 주독을 밀어내는 대신 한껏 취기를 즐겼다.
“만매만전이라는 것을 보았다.”
앞뒤 없이 흘러나온 만매만전이다.
검후는 품에서 꼬깃꼬깃한 책자를 꺼냈다.
수많은 사람에 의하여 필사된 만매만전이 아닌가.
한데 그녀의 것은 얼마나 보았는지 너덜너덜했다.
“낮 바람에 밀려 나아가고, 밤 달빛에 우뚝 서니 선인의 행로란 막히지 않은 방에 일평생 배회하는 것과 같다. 이 구절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느냐?”
“누군가에는 협객의 도리처럼 들리겠고, 누군가에는 본능, 성욕, 욕망의 본질을 논하는 것처럼 보이겠죠.”
검후는 주류(晝流)과 야휘(夜輝)이라 적힌 부분을 가리켰다.
“이걸 보면 주풍과 야광이라 하는 편이 쉽고, 편하다. 한데 류와 휘라는 글자가 희한하지 않느냐? 마치 자신만의 언어 방식이 옳다는 듯한 고집과 홀로 돋보이고자 하는 고결함이 느껴지지 않느냐는 말이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이훤이 눈을 끔뻑이는 사이 검후는 발동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울분을 토해냈다.
“이처럼 고지식함과 고결함을 동시에 자랑하는 놈팡이가 조달수 외에 또 있겠느냐!
이번에는 아예 내공까지 담아 외쳤다.
소림의 사자후(獅子喉)가 있어 항마(降魔)의 기운을 외침으로 표현한다더라. 절대지경에 발을 들인 검후가 아낌없이 내지른 일갈이 만들어낸 풍압으로 인해 바퀴가 으스러졌다. 마차가 주저앉으며 큰 소리를 냈다. 탈마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돌아봤다. 만약 검후가 소리친 방향에 있었더라면 혼절을 하거나 내상을 입었으리라.
[조달수가 누굽니까?]
이훤은 탈마의 전음에도 눈만 끔뻑였다.
만매만전은 그가 엮은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던가. 한데 검후는 그 안에서 누군가의 흔적을 찾아냈다. 그녀의 나이와 사문을 주변 사람과 비교하는 순간 한 사람이 도드라졌다.
‘스승님?’
그러고 보면 이훤은 지금껏 망아취자의 본명을 알지 못했다. 애초에 질문할 사이도 아니었고, 친분을 맺은 후에는 스스로 망아취자라 했다. 스스로를 잊은 취객이라는 말에 멋있다고 박수까지 치며 응원했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스승님의 이름이 조달수?’
탈마도 같은 것을 생각했는지 헛웃음을 지었다.
[이름만 들으면 시전에서 약초를 파는 돌팔이 의원 같은데······.]
검후는 이훤을 돌아봤다.
“조달수! 그 놈이 오십 년 전에 뒈진 줄 알았거늘 버젓이 살아서 비급을 만들어? 그것이야 말로 나를 능욕하는 일이 아니던가! 놈이 살아 있음을 알지 않았다면 어찌 내가 폐관을 깨고, 연맹인지, 연합인지의 발족식을 찾아가겠느냐!”
웃고 즐길 때가 아니었다.
검후의 눈동자에 맺힌 분노는 진짜였다.
만에 하나 조달수, 아니 망아취자와 검후가 불구대천의 원수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화산연맹의 발족식 자체가 풍비박산 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이훤은 빠르게 적아를 구분했다.
‘신마의 심득을 지닌 자들은 모두 검후 쪽에 붙겠지. 나 때문에 하지 않아야 할 고생을 하고 있으니.’
그렇게만 따져도 무당파와 제갈세가, 그리고 남궁세가였다. 한 곳과만 적대관계가 되어도 문파의 성쇠가 결정될 만큼 거대조직이 아닌가.
‘그렇게 되면 섬서성 밖의 중소방파는 모조리 등을 돌릴 테고, 무림맹은 그 흐름에 편승해서 연맹을 압박하려 할 것이야. 그렇게 되면 화산연맹은 강호에서 고립되는······.’
이훤이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검후가 주먹으로 땅을 내리쳤다.
“크허헝! 이 놈의 새끼! 검후 같은 건 때려 치고, 화산에서 오순도순 살자고 꼬실 때는 언제고! 죽었다는 소식만 전해서 사람을 병신처럼 살게 해 놓고······.”
“······.”
이훤과 탈마는 멀뚱히 서서 눈빛을 교환했다.
[마차 다시 구해올까요?]
[응. 빨리 와. 무서우니까.]
검후의 한풀이는 술이 깰 때까지 이어졌다.
*
검후는 사과했다.
오랜만에 예전 일을 떠올렸더니 감정이 격해졌단다.
이훤과 탈마는 이해한다며 검후를 위로했다.
하나 세 사람은 그 날 이후 누구도 조달수라는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화산이 위치한 회음현에 이르렀을 때에는 그 날의 기억을 십만팔천 리 밖으로 날려 보낼 수 있었다.
“아.”
탈마는 회음현 외곽부터 인산인해를 이루는 광경에 말을 잇지 못했다.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상가, 그리고 객잔과 다루가 빈틈없이 들판을 채웠다. 예전 회음현보다 두 배는 넓어진 듯했다. 두 사람이 화산을 떠날 때와는 마치 다른 세상처럼 성세를 이뤘다.
“지금이야 말로 화산의 성시로군요.”
“이 정도면 균현이나 등봉현에 뒤지지 않겠어.”
소림과 무당은 아직까지 구름 위의 존재지만, 그들이 머무는 지역보다는 회음현이 훨씬 넓고, 융성했다.
그리고 검후는 주춤거렸다.
“오랜만에 사람 많은 곳에 오셔서 그런가?”
탈마가 주책없이 되도 않는 소리를 내뱉었다.
이훤은 검후를 대신하여 탈마의 옆구리를 후려친 후 방긋 웃으며 말했다.
“제가 조용한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크흠, 만날 수 있을까?”
“그럴 겁니다.”
세 사람이 화산을 오를 때 이대제자들이 나타났다.
“화산의 이대제자 장고평이 취선관주께 인사드립니다. 그러지 않아도 발족식이 삼 일 밖에 남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돌아오셨으니 연맹을 대신하여 감사를 전합니다.”
“회음현에 나부끼는 깃발을 보아하니 손님이 꽤 많았나 보군요.”
장고평은 더없이 환하게 웃었다.
“관주의 명성에 기대어 생긴 성세이기는 하나, 본 맹의 모든 제자들이 기분 좋게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쪽의 노선배께서는 관주가 모시고 오신 분인지요.”
이훤은 땅만 쳐다보고 있는 검후를 가리켰다.
“주산군도의 주인이시자, 여중제일인이신 검후 불정신니십니다. 오시는 길에 제가 수발을 들었지요.”
화산의 제자들은 검후라는 말에 절을 할 듯한 기세로 예를 표했다. 짧은 인사를 끝낸 후 장고평은 더없이 정중한 자세로 말을 건넸다.
“지금 다행히 수뇌부 회의를 끝내고, 주요 내빈과 작은 연회를 열고 있으니 그 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연화봉에 올라서는 순간 온 몸이 따끔거렸다.
저마다 경지에 오른 이들이 새로 등장한 손님을 보며 호기심과 경계심을 동시에 드러냈다.
다행히 이훤을 맞이한 사람은 안면이 있었다.
“아! 소궁주.”
북해빙궁의 소궁주는 예전에 봤을 때와 달리 화려한 의복을 갖췄다. 게다가 장신구 곳곳에 빙정을 박아 넣은 것으로 보아 이제는 무령빙공의 성취가 대성에 가까운 듯했다. 한데 소궁주는 웃으며 다가서다가 멈칫하더니 미간을 좁혔다.
이훤은 그제야 결례를 눈치 채고, 말을 바꿨다.
“아! 궁주가 됐지. 북해빙궁의 궁주가 된 걸 진심으로 축하해. 그리고 연맹의 발족식에 먼 길을 와줘서 고마워. 우리 인연이 그래도 제법 질겼나 보네.”
북해빙궁주는 너스레를 떠는 이훤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싸늘한 한 마디를 내뱉었다.
“너, 내 이름 까먹었지.”
< 59, 여난(女難). (4) > 끝
ⓒ 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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