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 여난(女難). (2) >
이훤은 탄성을 흘렸다.
“아.”
이건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가 아닌가.
종초홍에게 백소를 보낸 후 부탁을 하려 했다. 그라면 백소에게 얻어낸 천문진인의 심득을 알려줄 것이라 여겼다. 한데 백소가 직접 알려주겠다고 나설 줄은 생각지 못했다.
의도하지 않은 행운.
불현 듯 만매만전을 전파할 때 들었던 망아취자의 말이 뇌리를 스쳐갔다.
- 선행(善行)이란 바람과 같다.
- 보이지도, 잡을 수도, 막을 수도 없기에 돌고 돌아 나에게 오더라도 알 수 없는 법이다.
이훤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렸다.
“크큭!”
백소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도 그럴 것이 산속에서만 지냈던 그녀라고 해도 신마의 심득이 지니는 무게를 모를 리 없다. 그러니 누군가에는 엄청난 기연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한데 당사자는 뭔가 우스운 일이 생긴 것처럼 키득거리고 있지 않은가.
“신마의 심득입니다.”
혹시 이훤이 잘못 들었을까 싶어서 한 번 더 말했다.
이훤은 아예 하늘을 보며 대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설마 나를 교화하고 싶었던 겁니까?”
이제야 만매만전의 존재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망아취자가 만매만전을 만천하에 퍼트린 가장 큰 이유는 이훤이었다. 술을 과하게 좋아하고, 간혹 정도를 벗어나기는 하지만 좋은 녀석이 더 이상 삐뚤어지는 걸 바라지 않았던 게다.
그걸 이훤은 천룡을 잡기 위한 미끼로만 여겼다.
하지만 망아취자는 더 큰 그림을 보았으리라.
이훤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치며 중얼거렸다.
“늙어서 꾀만 느셨다니까.”
그래서 그가 좋았다.
고지식해서 앞만 보고 살던 이가 꾀를 부릴 만큼 자신을 아끼지 않던가.
몇 번이나 느꼈다.
회귀로 인한 가장 큰 행복은 천공혈륜겁의 성취도, 소마에 대한 복수도 아닌 망아취자와의 만남임을 말이다.
‘돌아갈 때 좋은 술이라도 한 병 구해서 가야겠다.’
이훤이 홀로 망아취자에 대한 추억에 젖어 있을 때 다소 화가 난 듯한 한 마디가 들려왔다.
“천문진인께서 얻으신 신마의 심득이라고요!”
백소는 커다란 눈과 어울리지 않게 미간을 한껏 좁힌 상태였다. 이훤에게 망아취자가 있다면 그녀에게는 천문진인이 있었다. 그렇기에 천문진인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화를 참지 못했다.
“미안해. 갑자기 스승님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떠올라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늦었지만 귀천을 위해 영면에 드신 천문진인께 조의를 표하마.”
이훤은 평소와 달리 정중하게 손을 모았다.
백소는 갑작스럽게 달라진 이훤의 말투에 오히려 당황스러워했다.
“아니에요.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제대로 된 대접을 할 수가 없네요. 그 분의 마지막을 지켜본 후인으로서 대신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이훤의 눈매가 슬쩍 빛났다.
백소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면 천문진인의 죽음은 확실한 듯했다.
이훤은 의문을 해소하고,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왔던 길을 가리켰다.
“초홍이 알려준 안가가 있으니 그쪽으로 갈까?”
“네.”
탈마가 앞장을 섰고, 두 사람은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우리 제대로 인사한 적 없지?”
이훤의 물음에 백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화산연맹의 고문이자, 취선관의 관주인 이훤이야.”
“풍천동의 백소입니다.”
별 다를 것 없는 소개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신마의 심득을 논했다.
“천문진인께서는 하루의 대부분을 눈 감고 보내셨어요. 눈을 뜨면 보지 말아야 할 것이 너무 많으니 차라리 눈을 감겠다고 하셨지요.”
이훤은 침음을 흘렸다.
어찌 보면 벽력창 악재의 심득과 흡사하지 않은가.
하지만 백소의 말이 이어지자, 천문진인이 얻은 신마의 심득은 오묘했다. 지금까지 이훤이 습득한 신마의 심득들과 전혀 달랐다.
“하나 간간히 허공을 응시하시거나 하면서 무언가를 읊조리셨지요. 비급을 남기실 때에도 몇 번이나 한 숨을 내쉬셨어요. 이걸 만들면 안 된다. 하지 말아야 하나 세상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다고 하셨어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붓을 꺾었고, 다시 붓을 드셨지요. 그리고 그분은 제게 천관심결을 전하셨어요.”
천관심결(天觀心結).
이름만 들어보면 천문지리나 역학을 다루는 듯하지 않은가. 무공이라기 보다 잡학의 일종처럼 여겨졌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백소는 그 모든 것을 한 글자로 정리했다.
“감.”
“감이라고?”
“그럴 것 같다는 예감. 저는 천관심결을 통해 그것을 배웠습니다.”
이훤은 탄성을 내뱉었다.
천문진인의 심득을 겉핥기식으로 배웠다는 그녀가 예감을 논했다. 그렇다면 심득을 직접 얻은 천문진인의 성취는 짐작조차 하기 힘들었다. 이제야 그녀가 초반에 말했던 천문진인의 기행이 이해됐다.
‘설마 예지라도 한다는 건가?’
지금껏 신마의 심득은 세상의 상식을 산산조각 내기에 충분했다.
백소는 이훤이 생각에 잠긴 사이 말을 이었다.
“천관심결은 단순한 무공과 달라요. 평생을 익힌다고 해도 바위를 부술 수 없고, 하늘을 날 수도 없지요. 이것은 상단전을 여는 무공이거든요.”
이훤은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진저리를 쳤다.
‘설마.’
회귀 후의 기억부터 회귀 전의 기억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리고 회귀 전 개미굴에서 도망쳤을 때 괴인을 만났던 기억에 이르렀다. 무암자라는 걸 몰랐지만, 그가 전한 건 분명 비고의 비밀 장소에서 찾아낸 팔황무극존의 심득이었다.
‘아니었구나.’
이훤은 거친 숨을 토해냈다.
그는 지금껏 자신의 회귀가 하늘의 변덕쯤으로 여겼다.
그렇지 않으면 설명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천공혈륜겁은 대단한 무공이지만, 육신을 통해 심력의 완성을 추구했다. 회귀나 다른 이적(異蹟)을 일으킬 만한 요소가 보이지 않았다.
한데 아니었다.
망아취자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그랬다.
그는 자신을 가리켜 뚜껑 열린 놈이라 칭하지 않았던가. 그 때는 그저 회귀로 인해 상단전이 열렸다고 여겼다. 한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회귀 전부터 열려 있었던 게다.
‘무암자는 천문진인의 비급을 봤던 거였어.’
그리고 인왕에서 비급을 팔아넘겼으리라.
그 후 비고에서 팔황무극존의 심득을 얻은 게다.
그러니 회귀 전 이훤이 배운 것은 두 명의 심득이 합쳐진 것이었으리라. 그로 인해 상단전이 열렸고, 죽음에 이르렀을 때 회귀까지 하게 된 것이 분명했다.
‘하아, 그러고 보면 회귀 전의 나는 정말 운이 좋았었지.’
이쯤 되면 그 때의 행운은 백소가 말하는 예감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다.
“후우.”
이훤은 한 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신마의 심득이 모일수록 경천동지할 일이 생겼다.
그를 떠올릴 때마다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무엇을 원했는지 궁금했다.
‘뭘 하고 싶었던 거요?’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시나요?”
이훤은 백소의 물음에 화제를 돌렸다.
“새삼 천문진인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기왕 거짓말을 할 것이라면 환심이라도 사야 하지 않겠는가.
백소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하나 말투는 시간이 흐를수록 부드러워졌다.
“아까 도망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정말 갈등했어요. 보이지는 않았지만, 허공에 거미줄이 잔뜩 쳐져있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리고는 묻지도 않은 말까지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훤은 천문진인의 심득이 궁금했지만, 맞장구를 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하, 그랬구나.”
그렇게 종초홍이 마련한 안가(安家)에서 열흘을 보냈다.
*
이번에도 마차다.
이훤은 어느 순간부터 걷거나 뛰지 않았다.
수레나 마차를 이용했다.
하나 시간을 낭비한다고 여기지 않았다.
생각을 정리하고, 심득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아니던가.
백소가 전한 천문진인의 심득은 난해했다.
지금까지 그가 받아들인 신마의 심득은 받아들이는 순간 변화가 일어났다. 하나 천문진인의 감이나 예지와 같은 건 뜬구름잡기처럼 여겨졌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잘 되고 있는 건지도 확실치 않았다.
“하아, 모르겠다.”
회귀 전에는 익힌 줄도 몰랐는데 잘 써먹지 않았던가.
꽤 즐거운 삶을 살았고, 죽는 그 순간 이십 년 전으로 돌아오기까지 했다. 그러니 백소의 말처럼 익히려고 애쓰지 말고 그저 알아두는 정도에 그치는 편이 좋을 터였다.
“술 있냐?”
나무 기둥에 천장만 올려놓은 마차였기에 마부석에 앉은 탈마가 술병을 건넸다.
“형님, 그거 들었어요?”
이훤은 대답 대신 술병을 기울였다.
망아취자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무당산 아래를 훑다시피 하여 쌓아놓은 술이다. 그렇기에 입안에 머금는 순간 목 넘김이 이뤄졌고, 탄성을 내뱉는 순간 이미 주향은 뱃속을 가득 채웠다.
‘하아, 좋다. 좋기는 한데······.’
그는 불안한 마음에 술병의 개수를 헤아렸다. 수십 병에 이르던 술이 어느덧 열 병도 채 남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마음으로만 감사를 표하게 생겼다.
“하오문에서 정보를 보냈는데요.
그 사이 탈마는 알아서 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절주절 떠들어댔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 낙방학사처럼 보이던 자가 슬쩍 마차를 지나갔다. 탈마에게 무언가를 건네준 것으로 보아 하오문의 문도인 듯했다.
‘유명해지기는 했구나.’
이훤은 탈마의 수다를 귓등으로 흘린 채 그간의 일을 떠올렸다. 일단 무림맹이 화산연맹의 청을 받아들여 무림대회를 미뤘다는 사실에 강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정파의 집합체가 일개 소속방파에게 밀린 것처럼 보였으리라. 그러니 온갖 곳에서 화산연맹과 취선관의 이름이 회자됐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하오문이다.
- 대협의 앞날에 작은 바람이라도 되고자 합니다.
말은 멋있게 포장했지만, 친하게 지내는 뜻이다.
강호의 음지에서 살아가는 그들에게 있어서 강자와의 교류는 필수였다. 그렇기에 돈을 주거나 부탁을 하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찾아와 화산연맹에 대한 정보를 전했다.
“뭐라고? 다시 말해봐.”
탈마는 익숙한 상황이기에 별다른 말 없이 방금 했던 이야기를 반복했다.
“오대금지 중 한곳인 주산군도의 주인인 주산군주, 검후가 발족식에 참석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같은 오대금지인 사자림에서도 먼저 참석을 알려왔고요. 그 밖에 무당파와 제갈세가······.”
“야! 다른 것들은 필요 없어.”
이훤은 입꼬리를 올린 채 혀로 입술을 핥았다.
“냄새가 난다. 주산군도와 사자림. 둘 중 하나는 천룡의 끄나풀일 거다.”
“갑자기?”
탈마가 헛웃음을 지었다.
하나 이훤은 생각을 하면 할수록 확신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이유는요?”
“냄새가 나.”
“그거 말고.”
“느낌이 그래.”
탈마는 앞을 보고 고삐를 휘둘렀다.
“이랴. 이랴.”
이훤은 묘한 감흥에 휩싸인 채 수레에 누웠다.
수십 년 동안 강호를 등졌던 사자림과 주산군도가 화산연맹에 참석하는 건 놀라운 일이다. 심지어 두 곳 모두 화산, 아니 섬서성과 천 리 이상 떨어져 있지 않던가.
‘이게 감이라는 건가?’
예감을 신봉할 필요는 없다.
하나 천문진인의 심득이 발동했을 일말의 가능성마저 무시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두 곳 다 경계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어.’
그 순간 탈마의 한 마디가 들려왔다.
“혹시나! 만약에! 진짜 어처구니없게도! 둘 중 한 곳이 천룡전과 관련이 있다면 사자림일 걸요.”
이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아는 거라도 있냐?”
탈마는 고삐를 놓더니 손으로 턱을 괸 채 한 숨을 흘렸다.
“하아, 검후는 곧 여중제일인입니다. 고래로 검후는 여자 중에서 제일 예뻤다고요. 그러니 이번에 오는 검후도 그렇겠지요.”
“할머니라던데.”
“그럼 제자라도 있겠죠. 어쨌든 검후의 명성은 수백 년에 걸쳐서 만들어졌어요. 그러니 나쁜 놈은 사자림입니다.”
이훤은 콧방귀를 꼈다.
‘감보다 더 신뢰도가 떨어지기도 힘든데 말이야.’
하나 탈마는 검후라는 허명(虛名)에 꽂히기라도 한 듯 구구절절 검후에 대한 일화를 늘어놓았다. 산동성에서 청도대상단의 여식이었던 예영영을 만날 때만 해도 숙맥 같던 녀석이 백소와 몇 마디 섞은 후 이성에 눈을 뜬 듯한 모양새였다.
그래서 듣기가 싫었다.
‘이 놈이 어디서 벌써부터 장가 생각을······.’
이훤은 벌떡 일어나 외쳤다.
“밥 먹자. 저기 객잔 있네.”
“아까 먹었잖아요.”
“술도 채워야 하고...”
그 때 저 멀리 보이는 객잔에서 누군가의 고성이 들려왔다. 이미 오감의 수준은 범인을 넘어선지 오래였다. 그렇기에 악을 쓰는 목소리에서 싸움의 냄새가 물씬 전해진다.
“싸움났다.”
탈마는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자연스럽게 말머리를 객잔 쪽으로 돌렸다.
“술 한 잔 하면서 구경해야겠다. 형님은 여차하면 협객처럼 등장해야 하니까 술 마시지 마요.”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물 들어올 때 노저으라고 했잖아요. 한창 이름값이 높을 때 협행도 해놓고 그래야 나중에 할 말이 생기지요.”
생각해보니 그도 그렇다.
그리고 싸움 구경보다는 싸움하는 게 더 재밌지 않던가.
이훤과 탈마는 마차를 세워놓고 한달음에 객잔으로 들어섰다. 한데 내부의 광경은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 아니, 많이 이상했다.
십여 명의 왈패가 입구 쪽을 장악했고, 비슷한 숫자의 상인들이 겁을 먹은 채 객잔 구석에 모여 있었다. 왈패들이 달려들기만 해도 상황은 끝날 터였다. 한데 그들은 병장기를 꼬나 쥔 채 노려보기만 할 뿐 달려들지 않았다.
결국 왈패의 수장이 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할멈! 밥은 나중에 먹고, 나가라고. 내가 집에 있는 우리 할망구 생각나서 배려해주는 거야.”
왈패들의 어깨 너머로 살피니 중앙에는 나이를 추측할 수 없을 만큼 늙고, 추레한 노파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데 수저를 한 번 뜨는데 걸리는 시간이 일순을 넘길 정도였다. 저런 속도라면 소면을 먹는데 이각은 족히 걸리리라.
“쿨럭, 미안하네. 내가 육지에서 밥을 먹는 게 오랜만이라 그래.”
사내는 노파의 자글자글한 주름을 보며 한 숨을 흘렸다.
“하아, 어디 멀리서 왔소? 내가 일 끝나고 더 좋은 걸 대접할 테니 그냥 일어나시구려.”
“아니야. 초면에 신세를 질 수는 없지.”
노파는 힘없는 미소를 내비치더니 주방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주인장! 육수가 참으로 좋구려. 내가 고기를 수십 년 만에 먹어봐서 참 감회가 새롭소이다.”
결국 참다못한 왈패의 수장이 수하들에게 턱짓을 했다.
반면 이훤은 노파를 보는 순간 정수리에 벼락을 맞은 것처럼 얼떨떨했다.
[야, 가자.]
탈마는 인성을 썼다.
[왜요? 웃긴데.]
[가자고. 뒈지기 싫으면!]
[하아, 이번에도 무슨 감인가 뭔가가 왔어요?]
이훤은 탈마의 소매를 당긴 채 몸을 돌렸다.
이번에는 천문진인의 심득과 관련이 없었다.
다만 회귀 전에 죽어라 피해 다녔던 존재에게서 도망치고 싶었을 뿐이다.
그 순간 이훤은 눈을 부릅떴다.
객잔의 입구에 젓가락이 꽂혀 있지 않은가.
고기 육수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으로 보아 방금 전까지 사용했던 물건이다.
‘······.’
이훤이 슬쩍 고개를 돌리는 순간 노파가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
“아이쿠! 내 손자가 이제야 마중을 나왔구나.”
< 59, 여난(女難). (2) > 끝
ⓒ 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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