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 일단 소리를 질러라. (3) >
섬서지부장은 두 개의 불덩어리가 일렁이는 것을 보며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닙니다.”
“믿어도 돼?”
“화산파가 무림맹에 속한 이상 섬서지부는 화산파의 중흥을 위해 애쓰는 것이 당연합니다.”
말을 갈아타는 것도 참 빠른 녀석이다.
이훤은 입꼬리를 올렸다.
하나 혈륜을 휘감은 채 웃어 봤자, 살기만 도드라질 뿐이다.
“그럼 앞으로 부르면 꼬박꼬박 찾아와.”
섬서지부장은 사색이 된 채로 고개를 끄덕여 수락했다.
“그리 하겠습니다.”
“저 노인네 데리고 가.”
“지금 말입니까?”
이훤이 눈을 빛냈다.
혈륜이 더욱 짙어져 온 몸을 휘감을 지경이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했고, 등허리에 소름이 돋았다.
“그럼 송장을 치워야 하나?”
“아닙니다.”
섬서지부장은 순자락을 짊어지고, 지부의 맹도들과 함께 진무궁을 떠나려 했다.
“허락 없이 들어왔으면 나갈 때라도 집주인에게 예를 갖춰야지.”
이훤의 나직한 한 마디에 섬서지부장은 간살맞게 웃으며 서화종을 향해 손을 모았다.
“장문인께 오늘은 결례가 많았습니다. 조만간 좋은 날을 정하여 사죄하겠습니다.”
서화종은 한순간에 바뀐 섬서지부장의 언행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힘과 명분이 갖춰졌을 때의 위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졌다.
“가시오.”
섬서지부장은 서화종은 손을 내젓자, 사면령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희희낙락하여 진무궁을 떠났다.
이훤은 돌아섰다.
청절검 소부가 복잡한 표정을 한 채 이훤을 응시했다.
“어디서 당신 같은 고수가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힘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오산이오.”
회귀 전에는 그랬던 것도 같다.
그랬으니 공적으로 몰렸고, 소마의 손아귀에서 꼭두각시처럼 놀아났겠지.
하나 지금은 다르다.
이훤은 명분과 힘이 더해졌을 때의 위력을 몇 번이나 체험하지 않았던가. 아닌 말로 하늘의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무림맹 외단의 부단주를 두들겨 팼음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승진에 목마른 위태교로서는 무당의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았을 터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훤은 주먹에 혈륜과 명분을 둘렀지만, 냉정하게 파고 들어가면 허점이 존재했다. 하나 섬서지부장은 허점을 파헤치는 대신 수긍하고 물러가는 것을 택하지 않았던가.
명분의 부족한 부분에 힘을 채웠기 때문이다.
강자존(强者存).
강호의 오랜 명언이지만, 모든 경우에 통하지는 않았다.
아닌 말로 신마는 천하제일인이었지만, 절명곡에서 자결해야 했다. 하여 이훤은 단순히 힘만 발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처리도 염두에 뒀다.
그것이 바로 명분이다.
힘과 명분이 빛과 그림자처럼 어우러지면서 조화를 이룬다면 천하의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을 터였다.
‘흐음, 이거 갑자기 뭔가 깨달은 것 같기도 하고······.’
이훤이 침음을 흘리자, 소부는 자신의 말이 먹혀들었다고 여겼나 보다. 그는 한층 더 진중한 어투로 이훤을 질책하려 했다.
“조용히 해봐. 나 뭔가 얻은 거 같아.”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서화종과 장진관주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리고는 언제 축 늘어졌냐는 듯 득달같이 달려와서 이훤의 앞을 막아섰다. 소부는 그래도 정파인의 신념을 버리지 않은 듯 잠시 한 걸음 물러났다.
이훤은 침음을 흘리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젠장! 뭔가 방금 온 것 같은데.”
서화종은 탄식했다.
“아쉽군요. 취선관주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을 바라보셨을 텐데······.”
소부는 미간을 좁혔다.
“경박하군. 지금 나를 놀리는 건가?”
이훤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방금 당신은 무릎을 구한 거야. 원래 당신 제자들처럼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한 가닥 예의를 갖췄기에 봐준다.”
“뭐라?”
“뭐긴 뭐? 네가 지금까지 화산에 와서 난장을 부린 건 경박하지 않다는 건가. 설마 종남파가 당신의 언행을 묵인한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경박하다는 표현은 취소해주지. 화산파가 어려운 틈을 노려서 무언가 획책한 거라면 한낱 문도에 불과한 네 죄는 아닐 거 아니야. 그러니 그 죄는 종남파에게 물어야겠다!”
회귀 전 강호의 밤거리를 헤매며 온갖 협잡과 모략으로 단련된 그였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며 빈틈을 보이면 사정이 없이 물어뜯는 건 정사마가 마찬가지였다.
그저 방식의 차이였을 뿐이다.
“힘으로 누르고 싶었어? 그럼 해 봐.”
이훤이 판을 깔아줬지만, 소부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지금 종남산에 올라서 너처럼 하면 어떻게 될까?”
“네가 무슨 이유로 종남산에 오른단 말이냐.”
“이유야 많지. 일단 안주가 요 며칠 보이지 않아. 아무래도 산자락을 타고 움직이다가 종남산까지 간 것 같아. 그러니 지금 당장 찾아내.”
소부는 영문 모를 소리에 눈을 끔뻑였다.
이훤은 빚이라도 받으러 온 사람처럼 닦달을 했다.
“찾아내라고. 못 찾겠어? 그럼 내가 종남파의 기왓장 하나까지 다 뒤집어엎어서 찾아야겠네. 안주는 나와 형님에게 아주 소중한 녀석이거든.”
어딘가 모르게 미묘했지만,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명분은 이미 종남파가 화산파를 상대로 써먹었고, 힘은 미치지 못할 터였다.
“크흑!”
이훤은 피식 웃으며 한 걸음 물러섰다.
“할 말 없으면 꺼져.”
소부는 핏발이 설만큼 이훤을 뚫어져라 노려본 후 움직였다. 그는 절뚝거리는 문도들을 이끌고 진무궁을 떠나며 익숙한 한 마디를 내뱉었다.
“종남은 오늘의 일을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요.”
광녕화산의 대표인 서화종은 고개를 숙였다.
“취선관주께 또다시 큰 은혜를 입었군요.”
“다 같이 화산에 얹혀사는 처지에 은혜랄 게 있나요.”
이훤이 사람 좋은 표정을 짓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어차피 화산파에게서 얻어낼 건 전무했다.
‘이 빚은 스승님에게 받아내야지.’
본래 자식의 빚은 부모가 갚는 법이다.
이훤은 장차 망아취자와의 관계에서 우위에 서는 모습을 떠올리며 웃었다. 서화종은 이훤의 사람 좋은 미소를 보고 기운을 차린 듯했다.
“지난 번 혈겁이나 만매만전이라는 기연도 그렇고, 화산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취선관주께서 나타나는 군요. 마치 화산의 수호신 같습니다.”
이훤은 피식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과찬이십니다. 그나저나 어찌된 일입니까?”
서화종의 얼굴에 수심이 드리워졌고, 이내 속사정이 흘러나왔다.
“문도와 도학사들을 가리지 않고 만매만전은 큰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하여 경계하는 인원을 최소한도로 하여 대부분의 문도들은 수련에 열중하게 했지요. 그러다 보니 저들에게 진무궁을 허락하고 말았습니다.”
이훤은 침음을 흘렸다.
“당분간은 이런 상황이 계속 되겠군요.”
“아무래도 그럴 듯합니다.”
“장문인은 얻는 것이 없었습니까?”
서화종은 빙긋 웃었다.
“저 또한 화산에 매인 몸이니 만매만전을 보고 어찌 얻는 게 없을 까요. 그저 누군가는 남아서 자리를 보전해야 하니 남았을 뿐입니다.”
이훤은 입맛을 다셨다.
살다보면 받는 거 없이 좋은 사람이 있고, 주는 거 없이 미운 자가 있다. 서화종은 장수할 상은 아니나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좋게 만드는 자였다.
‘쩝, 화산에 그래도 멀쩡한 사람이 있었군.’
화산파 장문인에 대한 평가로는 박했다.
하나 서화종은 이훤의 속내를 알았어도 개의치 않았으리라. 장문인으로서 이훤에게 감사했고, 무인으로서 이훤을 동경했으며, 사람으로서 이훤을 존경했다.
“아! 이건 매화검주가 보낸 서신입니다.”
이훤은 망아취자의 서찰을 노군이 보낸 것으로 말을 바꿨다. 서화종은 조금의 의심도 없이 반색하며 서찰을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잘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오셨는데 식전이시면 함께······.”
이훤은 손사래를 쳤다.
“다음에 하지요. 지금은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술을 마셔야 한다.
지금 당장.
망아취자의 앞에서 혼자 실컷 마시고 싶었다.
“아! 취선관주께서 하시는 일이라면 제가 방해할 수 없지요. 중요한 일이니만큼 꼭 성사되시길 기원합니다.”
서화종은 진심으로 이훤을 응원했다.
그가 하는 일이라면 뭐든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부디 화산의 가호가 취선관주와 함께 하길······.’
*
오늘따라 서늘하게 부는 바람.
간간히 흙먼지와 더불어 매화 잎이 흩날리는 가운데 두 사람이 마주했다.
“사형과 이런 식으로 비무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소연명은 검 끝으로 좌측 하단을 가리킨 채 서 있었다. 맞은편의 청관은 예전과 달리 검을 가슴에 품은 채 팔짱을 꼈다.
“사매는 많이 성장했군. 하지만 자만은 무인의 가장 큰 적. 언젠가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야. 아! 그 날이 오늘이로군.”
“이익! 사형은 검법을 수련한 게 아니라 구공만 수련했군요. 가뜩이나 멀끔한 외모만 믿고 수련을 등한시했거늘 또 다른 무기를 장착하셨네요.”
청관은 여유롭게 웃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반걸음 나아갔다. 그러자 소연명은 바람에 밀려나듯 매끄럽게 반걸음의 거리를 벌렸다.
“사매는 다른 사람이 되었어.”
“사형은 더 못된 사람이 되었고요.”
“사형에게 그런 말버릇이라니. 혼내줘야겠군.”
두 사람의 대화가 먼지구름을 뚫고 계속됐다.
이훤과 망아취자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청관과 소연명을 바라봤다.
“저것들이 뭐하자는 거지?”
“기선제압이지요. 원래 말로 조져야 상대방이 평정심을 잃고 날뛰는 법입니다.”
망아취자는 헛웃음을 지었다.
“허허, 너는 도대체 뭘 가르친 게냐?”
“이것저것요. 장 총관은 누가 이길 것 같나요?”
장치결은 술병의 주둥이를 잡고, 아랫부분을 빙빙 돌렸다. 가을에 마시는 첫 번째 술이라는 의미로 이름을 붙인 추일주는 오래 묻혀 있었기에 주향을 북돋기 위해 한참을 흔들어야 했다.
“글쎄요.”
심중의 고민을 드러내듯 병을 돌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본래 청관과 연명은 두 수 이상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나 망아취자께서 먼저 연명을 가르치셨으니...”
결국은 모르겠다는 뜻이다.
망아취자는 추일주에서는 눈을 떼지 못한 채 입맛을 다셨다.
“에잉! 어차피 우리 연명이가 이길 것이야. 그러니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군.”
“원래 하수들이 싸울 때에는 다 저러는 겁니다.”
이훤은 느긋하게 대꾸했다.
망아취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이훤을 노려봤다.
‘연화봉에 다녀온 이후 이상할만큼 여유롭군. 내가 연명이에게 몇 수 더 가르쳐준 것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도대체 무슨 일이지?’
하나 이훤은 연화봉에 다녀오면서 별 일 없었다고 얼버무렸을 뿐이다. 그렇기에 망아취자의 의구심은 이내 불안이 되었고, 찜찜한 마음에 울화가 터질 즈음 청관과 소연명의 비무가 시작됐다.
채채채채채채챙!
원래 막 싸움이 제일 재밌는 법이다.
그러니 투견장이나 투계장처럼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것들이 사라지지 않는 게다.
하나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지루한 비무였다.
이훤은 공방을 주고받는 청관과 소연명을 보며 슬그머니 하품을 했다. 망아취자는 소연명을 응원하기는 했으나, 처음보다 목소리의 힘이 많이 빠진 상태였다.
오직 장치결만이 손에 땀을 쥔 채로 눈을 부릅뜨고 비무를 지켜봤다.
“아! 청관이가 저런 초식을 쓰다니! 한 번 움직이면 좌우를 살피지 못하던 녀석이 많이 컸구나.”
“아! 연명에게 저런 힘이 있었나. 마치 사내가 펼치는 것처럼 웅혼하고, 강맹하구나!”
이훤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했다.
‘하단을 쳐. 하단을 쳐. 하단을 쳐!’
그 순간 소연명의 검이 상단을 휘젓더니 벼락처럼 청관의 허벅지를 노렸다. 한데 청관은 자세가 무너진 상태에서 기묘하게 몸을 휘돌리더니 역으로 공세를 취했다.
‘그거지!’
이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도 그럴 것이 청관의 허벅지 뒤쪽에는 아직도 매질의 흔적이 가득했다. 이훤의 회초리질을 매일 같이 맞다 보니 이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재주를 갖춘 게다.
한데 그 순간 소연명의 검끝에서 아지랑이가 일렁이더니 검사가 솟구쳤다. 올올이 흩뿌려지는 검기에 청관은 비틀거릴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자세가 무너진 상태에서 펼친 절초였기에 뒤가 없는 상태였다.
“크흑!”
결국 소연명의 검끝이 청관의 어깨를 훑고 지나가는 것으로 비무가 마무리됐다.
“그렇지! 좋았어!”
망아취자는 허공답보를 하듯 펄쩍 뛰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소연명은 제법 귀여운 미소를 보이며 주먹을 불끈 쥐었고, 장치결 또한 제자의 성장에 탄성을 흘렸다.
“크흑! 사범님, 죄송합니다.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
이훤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관은 혹여 자신을 탓하거나, 위로할 상황에 대비하여 머리를 슬쩍 내밀었다. 하나 자신의 머리를 때리거나, 쓰다듬는 손길은 느껴지지 않았다.
“엇!”
장치결은 이훤이 추일주를 빼앗아가자 탄식했다.
망아취자는 마치 비급을 빼앗긴 사람처럼 눈을 부릅뜬 채 노호성을 내질렀다.
“놈! 지금 뭐하자는 거야?”
이훤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건 제가 마셔야겠어요.”
“약조를 하지 않았더냐!”
“그 약조마저 어길 만큼 큰 일이 있었다면?”
이훤의 너스레에 망아취자는 미간을 좁혔다.
“화산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
그제야 화산에서 벌어진 일을 설명했다.
망아취자는 한껏 굳은 표정을 짓다가 섬서지부와 종남파가 물러갔다는 말에 코웃음을 쳤다.
“흥! 애초에 준다는 약속도 없었거늘 이제 와서 공을 논하시겠다. 너무 비겁한 생각이로구나.”
하나 어딘가 모르게 여유로운 이훤의 표정이 마음에 걸렸고, 아니나 다를까 상대가 지금껏 숨겨온 비장의 한 수가 드러났다.
“종남은 오늘의 일을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요.”
이훤은 청절검 소부가 떠나면서 남긴 한 마디를 흉내 냈다.
“이건 조만간 다시 온다는 얘기잖아요. 이거 어쩌나. 사마외도라면 그냥 죽여서 끝낼 수 있는데······. 같은 정파인끼리 죽고, 죽이면 모양새가 별로지 않겠어요?”
망아취자는 입술을 삐죽였다.
결국 이훤의 말은 조만간 닥칠 위협에서 화산을 구하고 싶다면 술을 내어놓으라는 뜻이다. 어차피 망아취자가 일선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니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못된 놈! 약아빠져가지고서는.”
이훤은 망아취자가 표정을 풀자, 히죽거리며 추일주의 마개를 뽑았다.
“잠깐! 마시기 전에 약속해라. 확실하게 처리할 거지?”
대답 대신 술 병을 기울였다.
술맛도 좋았지만, 망아취자의 앞이라 더 좋았다.
그리고 혼자 마셔서 행복했다.
이훤은 미소를 지었다.
“이거 마시고 해결하러 갑니다.”
“어디로?”
“당연히 종남산으로 가야지요. 선수필승! 이거 고금제일의 명언 아닙니까.”
망아취자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탄성을 흘렸다.
“오오! 일리가 있어.”
장치결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넋이 나갈 뻔했다. 아예 종남파를 짓밟고 오겠다는 선전포고가 아니던가.
그 대가가 고작 술 한 병이었다.
그는 어처구니가 없는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외치고 말았다.
“야! 이 미친놈아.”
이훤과 망아취자의 시선이 장치결을 향했다.
청관과 소연명 또한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사부를 바라봤다. 반면 장치결은 사색이 된 채로 입술을 오물거릴 뿐 말을 잇지 못했다.
‘아! 매일 속으로만 하던 욕이······.’
< 35, 일단 소리를 질러라. (3) > 끝
ⓒ 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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