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마신-55화 (55/226)

< 22, 살(殺). (2) >

늘 궁금했다.

웃는 상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소마는 과해도 너무 과했다.

마치 누군가 그렇게 조각을 해놓은 것처럼 말이다. 하여 원래부터 웃는 상이라기에 그런 줄 알았다. 아쉽게도 회귀 전 천공혈륜겁으로 적을 쓸어버릴 때에는 소마의 마지막을 제대로 살필 수 없었다. 몸뚱이가 반으로 찢어지는 것만 확인했을 뿐 표정은 확인하지 못했다.

설마 그 때도 웃으면서 죽었을까?

그러니 이번에 제대로 확인을 해보려 한다.

‘아직도 웃어?’

이훤은 소마의 머리채를 흔들었다.

놈은 고통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원래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훤도 웃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이 또한 제 운명이겠지요.”

이훤은 소마의 이죽거림에 그를 절벽 위로 던졌다.

그리고 재빨리 천공혈륜겁을 운용하는 순간 혈륜이 양 손에 맺히며 붉은 기운이 맴돌았다. 그 기운을 고스란히 절혼지에 담아 놈의 귀를 쳐올렸다.

“으아악!

소마의 두 귀는 폭죽을 쏘아올린 것처럼 일직선으로 솟아올랐다. 이훤은 비명을 지르는 소마의 머리채를 다시 잡아채며 말했다.

“네 생사는 나한테 달렸다고 했지.”

이훤의 읊조림에 소마의 눈빛이 처음으로 달라졌다.

비장의 한 수가 깨진 사람처럼 동요를 숨기지 못했다.

회귀 전의 대화가 떠올랐다.

- 머리나 써. 굳이 위험한 현장에 왜 나가려고 해?

- 대형, 걱정 마십시오. 설령 제가 잡히더라도······.

이훤은 회귀 전 소마의 설명을 떠올리며 발끝으로 잘린 귀를 뒤집었다. 안력을 돋우니 잘린 귓불의 뒤쪽에 미세하게 침이 삐져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옛날부터 이러고 다녔구나.’

보통 비밀을 지키기 위해 자결을 하려는 자들은 어금니를 뽑아서 독단을 넣거나, 혀 밑에 독주머니를 붙여 놨다. 하나 소마는 평범함을 거부하고, 귓불에 침을 꽂은 후 독을 묻혔다. 귓불을 움직여 침을 꽂는 기상천외한 방식이다.

하지만 알고 있다면 이 또한 무의미했다.

이훤은 입꼬리를 올렸다.

오히려 놈이 처음부터 독침을 사용했다면 살릴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입안에서 터지는 독단에 비해 독침의 효과는 느렸다. 그러니 놈은 확실한 죽음을 위해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으리라.

소마의 완벽함이 오히려 이훤을 도운 꼴이다.

“어, 어떻게?”

놈의 더듬거림은 고통이 아니라 당황스러움에서 비롯됐다. 놈의 평정심에 균열이 생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체증이 해소되는 듯하지 않은가.

“놈! 멈춰라!”

이제는 혈륜사괴라고 해야 할 터였다.

네 명의 노괴가 반원형으로 포위를 한 채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소마의 신병은 확보했지만, 역으로 배수의 진을 치게 생겼다.

“어! 멈췄다. 어쩌려고?”

하나 이훤은 절벽 아래에서 솟구치는 칼바람을 맞으며 웃었다. 광풍이 전신을 휘감고, 옷자락은 찢어질 것처럼 펄럭였다. 한 손에 잡은 소마를 이리저리 흔들고, 다른 손으로 혈륜사괴를 도발했다.

“뭐야? 아직도 여흥이 필요한가.”

혈륜사괴 중 사괴가 눈을 부라렸다.

아무래도 죽은 막내와 가장 친분이 깊었나 보다.

“크흑! 감히 우리가 누구인 줄 알고, 장성을 이십 년 동안 넘나들면서······.”

“크하하하하하하!”

이훤이 웃었다.

한 손으로 배를 잡고 웃는 모양새가 진심으로 즐거운 듯했다. 오죽 했으면 겁박을 하려던 사괴조차 미친놈을 보듯 눈을 끔뻑였을 정도였다.

“그런 건 겁먹은 하수, 등신, 머저리나 지껄이는 거잖아. 감히 누구인 줄 아냐고? 내가 어떻게 알아. 중원에 있고는 싶은데 무서워서 장성 밖에 있다가 가끔 몰래 기어들어오는 쥐새끼까지 알고 있어야 하냐?”

“이 놈!”

사괴의 거칠게 자란 수염이 파르르 떨렸다.

하나 삼괴가 만류했다.

“놈의 도발에 흔들리지 마라.”

“도발 아니야. 진심으로 너희들이 하찮게 여겨져서 그래.”

이훤은 그 말을 남긴 후 뚜벅뚜벅 걸으며 거리를 좁혔다. 자세를 취한 것도 아니고, 별다른 기습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모르는 사람을 지나치듯 무방비한 자세로 걸어왔다.

혈륜사괴의 눈빛이 음습하게 번뜩였다.

그들은 눈빛만 주고받은 후 소리 없이 좌우로 흩어지며 이훤을 향해 짓쳐들었다.

지극히 정석적인 협공이다.

정면, 좌우, 위.

이훤은 빠르게 쇄도하는 혈륜사괴를 보며 혀를 찼다.

그들의 동선과 궤적이 한눈에 들어왔다.

육신이 극한까지 개발된다는 건 오감 역시 증폭된다는 의미였다. 그로 인해 머리 회전까지 빨라지면서 동선과 궤적의 종착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다.

‘여기네.’

이훤은 소마를 한 손에 쥔 채로 두 걸음 나아갔다.

그것만으로도 위에서 쇄도하던 일괴가 허공에서 몸을 비틀었다. 좌우에서 짓쳐들던 이괴와 삼괴는 눈빛을 주고받으며 동선을 조정했다. 한 걸음으로 인한 파장이 사괴에 이르려는 순간이었다. 이훤의 발이 땅을 강하게 찍었고, 그의 몸은 누군가 잡아당기기라도 한 것처럼 전방으로 튕겨나갔다.

쾅!

압도(壓倒)와 쾌속(快速).

두 가지 묘의를 품은 군림보를 펼치는 순간 이훤의 신형은 회오리처럼 맴돌며 사괴의 지척에 이르렀다. 자연스럽게 머리채를 잡힌 소마의 두 다리가 사괴를 향해 휘둘러졌다.

“흡!”

사괴가 잠시 멈칫하며 소마의 다리를 흘려보냈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환하게 웃는 이훤의 주먹이 튀어나왔다.

쩡!

주먹과 월륜이 맞부딪치며 기의 파동이 일었다.

사괴는 오괴의 죽음을 반면교사로 삼아 스스로 밀려났다.

“두 번은 안 당한다!”

이훤은 사괴의 조롱을 귓등으로 흘렸다.

어차피 허초였고, 목표는 허공의 일괴다.

회오리처럼 회전하던 이훤의 발은 어느덧 땅을 찍었고, 몸의 축은 어느덧 앞에서 뒤가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바뀌었다.

“흡!”

일괴의 두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졌다.

서장의 밀종유가기공과 같은 사공을 익히면 몸을 미꾸라지처럼 움직일 수 있단다. 하여 상대의 사각을 공격하거나, 괴이한 자세로 공격을 회피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나 이훤의 무공은 애초에 궤가 달랐다.

마치 오늘만 살 것처럼 뼈와 근육을 비틀며 방향을 바꾸지 않는가. 그로 인해 비정상적인 시간 내에 방향을 틀고, 움직이는 기행을 벌였다.

‘저런 미친놈!’

하나 이훤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편했다.

혈륜이 뼈와 근육, 혈맥은 물론이고 장기마저 보호하며 몸을 움직이게 만들어줬다. 잡고 있던 소마를 놓고, 양 주먹을 번갈아 올려쳤다.

터터터터터텅!

파륜권을 연이어 펼치는 순간 공간 자체가 일렁이는 듯했다. 일괴가 월륜으로 몇 번이나 튕겨내려 했지만, 결국 튕겨져 나간 건 월륜이었다.

콰직!

올려친 주먹이 가슴에 틀어박히는 순간 갈비뼈가 통째로 으스러졌다.

“형님!”

하나 이훤은 이격을 날리는 대신 일괴를 뒤로 한 채 내려섰다. 올라갈 때야 무공의 성취나 무공의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치자. 하나 내려오는 건 올라가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느리게 내려오는 것과 달리 빠르게 내려오는 건 바람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한데 이훤은 마치 대자연의 공식을 거부하듯 낙뢰처럼 내리꽂혔다.

이 또한 천공혈륜겁의 공능이다.

대자연의 기운을 단전이 아니라 몸 전체로 퍼트리지 않았던가. 그러니 내려올 때에는 바람을 몸속으로 통과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저항 없이 내려선 그가 재차 군림보를 펼치는 순간 이괴와 삼괴가 허물어졌다. 이괴의 아랫배를 찍어 올리는 순간 가슴의 뼈와 내장이 으깨졌고, 삼괴의 얼굴을 후려치는 순간 오괴처럼 뭉개지며 절명했다.

“말도 안 돼! 저 따위 보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사괴가 허망함에 놀라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만 했다.

군림보는 겉으로 보기에 별다른 기술 없이 그저 뛰는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그 형태가 투박하고, 어수룩하게 보일 만큼 단순했다. 삼류 무공처럼 보이는 보법에 의형제들이 피떡으로 변했으니 사괴의 경악도 이상한 일은 아닐 터였다.

“이십 년 넘게 익힌 내 보법을 무시 하냐?”

이훤은 일갈을 내지르는 것과 동시에 땅에 떨어진 소마를 주워들었다. 그리고 사괴의 지척에 이르는 행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이십 년이라고?’

사괴는 태어나기 전부터 보법을 익혔다는 말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너 그게 무슨······.”

“그냥 꺼져!”

퍼퍼퍼퍼퍼퍽!

어깨의 움직임 없이 팔꿈치와 손목, 그리고 주먹만으로 사괴의 상반신이 뭉개졌다.

이훤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협곡 사이로 내달리고 있는 일괴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가슴뼈가 으깨졌지만, 완숙한 절정의 고수답게 도망 정도는 칠 수 있었으리라.

“예상대로네.”

일부러 풀어줬다.

이훤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소마를 절벽 쪽으로 걷어찼다. 그리고 놈의 앞에 쪼그려 앉은 후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쟤들은 네 것이 아니지?”

“무슨 말씀이신지요.”

“인왕전에서 좌우사자는 너한테 홀린 것처럼 말을 들었잖아. 한데 쟤네는 아니네. 특히 방금 도망친 놈은 마치 윗선에 보고하러 튀는 것 같잖아.”

“······.”

“그 말은 네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거나, 훨씬 더 중요한 놈들이 따로 있다는 의미겠지.”

소마는 말없이 이훤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 표정마저 웃는 낯이었기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너 누구냐?”

대답이 없다.

그래서 때렸다.

퍽! 퍽! 퍽! 퍽! 퍽!

애써 섞여들려는 혈륜을 억지로 잠재우면서 육신의 힘만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얼굴, 가슴, 배, 사지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두들겼다.

“웃어?”

“제 운명은 바뀌지 않습니다.”

“네 운명이 뭔데?”

“육신의 고통은 잠시일 뿐, 심상이 균형을 잡는 한 제 운명이 어찌 달라지겠습니까?”

마치 등선을 앞둔 도인처럼 느긋한 녀석의 미소를 보고 있자니 도전의식이 불타올랐다.

“아! 그래. 육신의 고통은 잠시라고?”

애써 미뤄뒀던 혈륜을 끌어올렸다.

그것만으로도 두 눈은 귀화처럼 타올랐다.

사람의 눈을 가리켜 마음의 창이라 했다.

한데 그 창이 새빨갛게 불타오르면 인간은 근원적인 두려움을 지니게 된다. 이내 두 눈에 머물렀던 귀화가 양 손에도 맺혔다.

“심신의 균형이라는 거. 잘 잡고 있어라.”

이훤은 타이르듯 말한 후 양 손으로 소마의 맥문을 잡았다. 손목의 혈맥을 잡는 순간 몸속에 머물렀던 혈륜이 스며들었다.

“시각적으로는 꽤 화려하군요. 하지만······.”

소마가 여유롭게 혀를 놀리다가 멈칫했다.

이윽고 두 눈이 찢어질 것처럼 거쳤고, 호선을 그리던 입매가 부들부들 떨렸다.

“네가 내공이 없어서 다행이야. 물을 빨아들이는 솜처럼 쭉쭉 들어가네.”

소마의 웃는 얼굴이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혈륜은 흉악한 이름과 달리 사람의 육신 그 자체였다. 의선이라 불리는 자들도 혈륜만큼 사람의 몸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없으리라. 인체의 빈 곳, 허약한 곳, 이상한 곳, 금제당한 곳조차 상세하게 파악한 후 주인에게 정보를 전했다. 그리고 상대의 육신 중 약점이라고 할 만한 곳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끄으으으으으으.”

“고통은 고통이야.”

이훤의 입매가 호선을 그리며 치솟았다.

“나 역시 이십 년 간 절름발이로 살았던 고통을 참았던 것뿐이야. 극복할 수 없어. 고통은 고통이고, 한 번 시작된 고통은 결코 끝나지 않더라. 숨길 수는 있어도, 결코 없앨 수 없어. 심상의 균형? 네 마음을 네가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네 몸을 네가 얼마나 알겠어? 최소한 나보다는 모를 걸.”

소마는 학질에 걸린 사람처럼 온 몸을 떨었다.

마침내 가면처럼 새겨졌던 미소가 점차 형태를 잃기 시작했다. 억지로 유지하고 있던 미소가 깨지며 찢어질 것처럼 입이 벌어졌다. 그리고 지옥의 아귀 떼가 비명을 지르듯 괴성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소마의 눈은 실핏줄이 터져서 피눈물이라도 흘릴 기세였고, 이미 귀와 코, 입에서는 선혈이 온천처럼 솟구쳤다.

이훤의 입꼬리는 귀에 닿을 듯했다.

“후훗, 이제 네 운명이 누구 손에 있는 것 같아?”

이제는 누가 소마인지 구분할 수 없을 지경이다.

“어어, 아직 죽으면 안 돼. 혀를 뽑아버리기 전에 입 잘 벌리고 있어라.”

이훤은 히죽 웃으며 혈륜을 더욱 강하게 쑤셔 넣었다. 소마의 비명은 절명곡 전체에 귀곡성(鬼哭聲)처럼 휘몰아쳤다.

마침내 상(相)이 깨졌다.

소마의 눈은 흐리멍덩하게 변했고, 호선을 그리던 입매는 힘을 잃고 늘어졌으며, 피와 침이 뒤섞인 채 흘렀다.

“너 누구야?”

이훤의 일갈에도 소마는 턱을 달달 떨 뿐이다.

혈륜의 여파가 머리까지 미친 게다.

웃는 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눈앞에는 생면부지의 사내가 존재했다. 눈매와 입매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소마는 부들부들 떨면서 한 마디를 내뱉었다.

“죽여줘.”

“이제 허락받을 마음이 생겼냐?”

이훤의 소마는 갑작스레 허공을 향해 중얼거렸다.

“제 역할은 끝이 나지만, 구천에서도 당신의 영화를 빌겠나이다.”

이훤은 소마가 게거품을 물고 있음에도 혈륜의 주입을 멈추지 않았다.

“당신이 누군데? 회창산에서 뭘 하려는 거지?”

“슬픔이 다가와 너를 슬프게 하리라.”

소마는 그 말을 끝으로 마치 줄이 끊긴 꼭두각시처럼 축 늘어졌다.

이훤은 혈륜을 거둬들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참동안 소마의 얼굴을 응시했다.

회귀 전에 참 많이도 봤던 얼굴이다.

하나 상이 깨진 소마는 너무도 낯설었다.

“거봐. 처음부터 그런 얼굴이 어디 있냐?”

이훤은 혈륜오괴가 마시던 술을 챙기고, 죽은 소마를 질질 끌었다. 절명곡의 절벽 앞에 이른 후 소마의 목을 부러트리고, 심장을 으깼다.

“신마한테 안부전해라.”

술로 목을 축인 후 소마의 시신을 절명곡 아래로 던져버렸다. 잠시 후 이리저리 부딪치며 떨어지던 소마의 시신을 어둠이 집어삼켰고, 이내 절명곡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요함을 되찾았다.

“흠.”

이훤은 꽤 좋은 술의 향을 음미했다.

지난 며칠 간 이처럼 편안하게 술을 마신 기억이 없지 않은가.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따라 왜인지 모르게 술맛이 확 와 닿지 않았다. 망아취자의 말처럼 술맛보다 중요한 건 분위기가 아니던가.

“분위기 나쁘지 않은데.”

소마에 대한 복수는 물론이고, 녀석의 미소까지 박살냈다. 하늘을 날 것처럼 기분이 좋고,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즐거울 것이라 여겼다.

한데 생각만큼 기분이 들뜨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했다.

소마가 남긴 말 때문에?

‘슬프면 술을 마시면 되지. 그럼 즐거워지지.’

이훤은 몇 병의 술을 더 비우면서 자신이 차분하게 된 이유를 궁리했다. 그러던 중 마침내 해답을 발견하고,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 두 번 죽여서 그렇구나.”

< 22, 살(殺). (2) > 끝

ⓒ 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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