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7화
역전하는 진실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를 하기는 했지만 사실 처음부터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눈을 뜬 나는 조용히 로그윈을 바라보며 말했다.
“로그윈.”
“내, 내 말을 믿어 주는 거야?”
“정말 말재주가 형편없군.”
내 말에 로그윈은 절망에 물든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동시에 상인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지.
푸욱
그리고 나는 품속에서 꼬챙이를 하나 꺼내서 상인의 신발을 바닥과 함께 꿰뚫었다.
갑작스럽게 자신이 도망치지 못하게 신발이 꼬챙이로 꿰뚫리자 상인은 나를 향해서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모, 모험가님?”
“하지만 상인. 당신은 거짓말이 형편없어.”
“어, 어째서 저를…? 마수들을 불러 모은 건 저 녀석들이라고요!”
그러나 나는 상인의 말을 무시하고는 입을 열었다.
"네 녀석의 거짓말에는 헛점이 너무 많아서 믿어주고 싶어도 도저히 믿어줄 수가 없더군."
"그게 무슨…?"
“첫째로 너는 로그윈 일행이 하는 말을 엿들었다고 했지만, 이 장소는 그의 일행이 휴식을 취하던 장소가 아니라 네가 숨어있던 장소야. 즉, 네가 로그윈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 그의 일행이 너를 찾아온 것을 뜻하지.”
내 말에 상인은 생각지도 못한 약점을 찔렸다는 듯 움찔하였지만, 곧 머리를 쥐어짜며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 그건 도망치다 보니…….”
“그랬으면 도망치면서 비명을 질렀겠지. 그리고 아직 내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말한 나는 손가락을 피며 말했다.
“둘째는 로그윈의 기술은 마수들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집중시키는 기술이야. 자신의 몸에서 마수들을 자극하는 마나의 파동을 뿜는 기술이지. 하지만 마수들이 습격할 때는 언제나 우리가 타고 있는 짐칸을 먼저 습격한 것이 아닌 언제나 너와 마수가 있는 앞쪽 칸을 먼저 습격했지. 생각해본다면 마수들의 습격이 왔을 때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도 가장 먼저 공격을 받은 것도 너였어.”
“그거야 당연히 제가 약해 보였으니까…….”
“그뿐만이 아니야. 로그윈이 마수를 유인하는 기술을 썼다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남들보다 마나의 흐름을 읽는 데에 유리한 내가 모를 리가 없어.”
그 말대로 나는 처음 로그윈이 도발하는 기술을 쓸 때 로그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에 몸이 술렁거리는 것을 느꼈으니까.
“세 번째로 마수들을 유인해서 우리들을 쓰러트리려고 했다면 애초에 마수들을 도발하는 기술을 써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방지할 이유가 어디 있나? 오히려 그런 기술을 철저히 숨기고 마수들을 상대하는 부담을 우리에게 떠넘겼겠지.”
“....”
내가 계속해서 손가락을 펼쳐가며 상인의 말이 틀렸음을 제시하는 근거를 갖다 대자 상인은 더이상 아무런 반론을 하지 않고 나를 잡아 죽일 듯한 눈으로 쏘아보기 시작했다.
“뭐, 마지막은 내 주관적인 판단이다만……. 내가 사람의 속내를 읽는 기술이 썩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만든 요리를 먹는 사람의 표정은 제법 잘 읽는 편이지. 직업병 같은 거라서. 그런데 지난 며칠간 나와 같이 밥을 먹던 로그윈 일행의 얼굴에서는 그저 식사를 즐기는 모습밖에 보이지 않더군.”
내 말이 전부 끝나자 로그윈은 감동하였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상인은 자신이 쓰고 있던 가면을 모두 벗어던지고 완전히 나를 씹어먹으려는 눈으로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망할 도마뱀 놈이……. 도마뱀이면 도마뱀답게 멍청하게 속기나 할 것이지…….”
“아! 그거 인간종 차별적인 발언이에요! 이 망할 차별주의자!”
“반응을 보아하니 그건 자백이라고 보아도 무관하겠지?”
“이 새끼가……. 감히 쿠르트를 욕해?”
마지막으로 상인이 스스로 자백하는 것이나 다름없이 으르렁거리는 것으로 이 자리에 모였던 사람들의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
그렇게 로그윈 일행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서며 상인을 향해 말했다.
“어차피 아무런 무력이 없는 네놈이 벗어날 방법은 없어.”
“그래. 얌전히 포박되고 무슨 수를 쓴 것인지 불어.”
“결국, 지금까지 우리가 고생했던 게 전부 네놈 탓이었다니…….”
“냐하하. 이건 웃고 넘길 수 없겠는데.”
그러나 로그윈 일행에게 포위된 상인은 체념하기는커녕 실성한 듯 웃기 시작했다.
“...크흐흐흐. 내가 아무 힘이 없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
그러나 상인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품속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내려 했다.
그것은 불길한 붉은색의 안개 같은 것에 둘러싸인 검은색의 광석이었다.
그 불길한 광석을 높이 치켜 들은 상인은 완전히 정신이 나간 것처럼 외쳤다.
“이렇게 된 이상 너희들은 모두 살아서 돌아갈 수 없을 거다!”
푸욱
“...푸욱?”
그러나 상인이 그 광석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자신이 광석을 꺼낸 손 쪽에서 들린 조금 전 들었던 것 같은 소리.
마치 무언가가 푸욱하고 꽂히는 소리에 상인은 멍하니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자신의 오른손에 기다란 쇠꼬챙이가 박혀있는 것을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악! 내 손이! 내 손이…!”
그것은 조금 전 상인의 신발을 바닥에 꿰었던 것과 똑같은 형태의 꼬챙이.
내가 날린 꼬챙이는 정확하게 상인의 손목을 꿰뚫었고 그 충격에 상인은 비명을 지그며 그 광석을 바닥에 떨굴 수밖에 없었다.
“그래. 네가 아까 말했지. 만약 우리가 전멸하면 너 또한 전멸할 텐데 무슨 이득이 있어서 자신이 마수를 부르냐고.”
“크르르르…!”
“그 반대다. 발상의 역전이지. 너는 우리를 해치기 위해서 마수를 유인한 게 아니라 무언가를 하는 과정에서 마수가 유인되는 부작용이 있었던 것뿐이야.”
나는 상인이 떨어트린 검은 광석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아마 그 과정이라는 것이 바로 이 물건을 밀수하기 위함이었던 것 같군. 이걸 사용해서 마지막 발악으로 마수들을 불러서 동귀어진이라도 노릴 셈이었나?”
그러나 상인의 발버둥은 시도도 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끝이 나버린 것이었으니.
마침내 숨겨두었던 모든 수를 잃은 그는 얌전히 우리에게 포박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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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상인을 제압한 뒤에 그를 심문해서 밝혀진 일의 전말은 이러하였다.
상인은 겉보기에는 다른 마을과 무역을 하며 그 차익을 이익으로 삼는 행상인으로 보였다.
그러나 사실 그의 진짜 정체는 도시를 오가며 무역이 금지된 물품을 옮기는 밀수꾼이었다.
그리고 그 밀수꾼이 밀수하려던 물건이 바로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었던 물건.
주변의 다른 마수들을 유인하는 부작용이 있는 광석인 각성석이다.
그 변질된 마나의 집합체라고 할수도 있는 각성석은 당연히 분홍 환각 양털처럼 양지에서는 금지된 강력한 효능을 가진 물품이었다.
그 효능을 요약하자면 진화의 돌.
평범한 마수가 섭취하면 다른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각성종에 도달하고, 인간종이 섭취하면 후천적으로 마력 기관을 얻은 변이된 인간종인 마족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리고 그 광석에 마수들은 강한 이끌림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마지막의 상인이 최후의 발악으로 각성석을 꺼낸 것도 마수들을 부르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마족으로 거듭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만약 실제로 그 각성석을 섭취했으면 아무런 복선 없이 등장하는 마족과 재미없는 전투를 해야 했으니…….
사전에 제압하기를 잘했네.
그렇게 제압한 밀수꾼을 데리고 도시로 들어선 우리는 그 밀수꾼을 곧바로 위병에게 넘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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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든 일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모험가 길드에서 만찬을 즐긴 뒤의 아침
“그렇다면 정말 이별이네.”
우리는 로그윈 일행과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세계수의 마을까지 이동해야 하는 우리와는 달리 로그윈 일행은 당분간 이쪽 도시에 머무를 생각이었으니 필연적으로 갈라질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지금까지 모험가 일을 하면서 여러 가지 의뢰를 맡아왔지만……. 이번 의뢰는 정말 평생토록 잊지 못할 거야.”
“나도 제법 인상적이었다.”
“정말 마지막의 그 밀수꾼 녀석이 입을 놀려서 우리를 살인귀로 몰아갔을 때는 정말 식은땀이 흘렀다니까.”
“그거야 네가 어지간히도 말재주가 없으니까 밀린 거 아니야.”
“아니, 그러면 마틸다 너라면 뭐 달랐을 거 같아?”
로그윈과 마틸다는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자기들끼리 투닥거리기 시작했고, 제리와 미냐는 두 사람의 다툼을 한심하다는 듯 잠시 보고는 곧 두 사람을 대신해서 이별 인사를 나누었다.
“그래도 네가 냉철하게 상황 판단을 끝마쳐 준 덕분에 상황이 쓸데없이 복잡해지지는 않았다. 정말 고마워.”
“뭘, 대단한 걸 한 것도 아니었는데.”
“냐하하. 겸손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그거지만 나는 밀수꾼보다도 네 요리가 많이 생각날 거 같은데.”
미냐의 말에 서로 투닥거리던 로그윈과 마틸다는 다투던 것을 멈추고는 서로 동시에 그녀의 말을 긍정했다.
“그렇지! 그 불고기 전골!”
“나는 그냥 불고기가 더 맛있었는데?”
“언젠가 다시 한번 금뇌조 철판구이의 맛을 보고 싶군.”
“냐하하. 나는 다음번에는 반드시 쌍두사 꼬치를 맥주와 함께 먹어보고 싶어!”
두 사람이 각자 맛있었던 음식에 관해서 이야기하자 남은 두 사람 또한 자신이 먹었던 맛있었던 요리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마리, 카리나, 세레나 세 사람까지 합세해서 요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침부터 음식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눈 일행들은 곧 아쉬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정말 즐거운 추억이 될 거다.”
그 로그윈 일행의 진지한 눈빛에 나는 잠시 뺨을 긁적이고는 말했다.
“뭐……. 다음에 다시 만나면 그때 또 밥을 해주마.”
“응. 기대하고 있을게.”
그렇게 로그윈 일행과 인사를 나눈 우리는 그대로 발길을 돌려서 다시 다음 여행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놀라운 반전!
오늘은 공모전 마지막 날입니다.
공모전의 수상작 발표일은 내일 오전 12시이기 때문에 만약 그 전에 새로 연재분을 올리지 못한다면 이번 편이 공모전에 참가하는 글로서는 마지막 편이 되겠군요.
비록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작품은 한정되어 있지만 저 뿐만이 아닌 다른 공모전에 참가하는 다른 모든 작가분들이 공모전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을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