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6화
밝혀지는 진실
그렇게 로그윈 일행과 함께하는 마지막 저녁 식사가 끝이 나고 다음 날이 되었다.
“하아……. 하아……. 정말 마지막 날까지 습격이라니.”
마리는 피곤함과 짜증스러움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에 다른 일행들 또한 목소리를 내서 맞장구를 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 깊이 공감한다는 얼굴을 하며 피곤함을 털어내고 있었다.
이틀의 한 번꼴로 계속된 마수의 습격은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특별히 봐주는 일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 찾아왔기 때문이다.
짐칸에 앉아있으면 갑자기 정차하는 마차, 습격이라고 외쳐대는 상인의 목소리, 나오면 마수들에게 위협을 받는 상인.
그리고 시작되는 전투.
출몰하는 마수만 바뀔 뿐 몇 번이고 반복된 모습이었다.
미처 체력을 완전히 회복할 시간을 주지도 않고 계속해서 찾아오는 그 마수들의 습격은 아무리 개개인의 실력이 뛰어나서 충분히 쓰러트릴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고 해도 지치게 만드는 것이었으니.
마리와 카리나, 세레나 세 사람은 전투가 끝난 뒤 바닥에 주저앉아서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습격이 너무 많지 않아요?”
“마리시아 양의 말이 맞습니다. 습격 서너 번 정도는 그냥 마수가 유난히 많다는 정도로 넘어갈 수 있겠지만…….”
“이틀에 한 번꼴은 너무 심하잖아! 심지어 어떤 날은 바로 다음 날 다시 습격이 있지를 않나!”
“역시……. 이건 너무 이상해요.”
자리에 앉아서 불만을 내뱉던 세 사람은 곧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우고는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계속된 마수들의 습격에 여행의 중반까지만 해도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하고 유난히 습격이 많다고만 생각하던 그녀들 또한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한 듯 보였다.
나는 그녀들이 의문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는 적절한 때가 왔음을 느꼈다.
지금이라면 그녀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어도 되겠지.
나는 지금까지 내가 느꼈던 의문들에 대해서 그녀들에게 전달해주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까지 정리해둔 내 생각이 전부 개인적인 추측일 뿐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점과 내가 이 의혹에 대해서 입 밖으로 꺼낸다면 필연적으로 이 상행에 있는 다른 사람을 의심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들이 아무런 의심하지 않은 시점에서 나의 의혹을 설명해주어도 그녀들은 타인을 의심해야 한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느끼고 내 의견을 반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들 스스로 의구심을 느끼기 시작하는 지금이라면 내 의혹에 대해서도 비교적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바닥에 앉아 쉬고 있는 그녀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려고 했다.
“마리, 카리나, 세레나. 세 사람에게 한 가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쿠르트 씨?”
“사실은 어제…….”
그러나 내가 말을 끝까지 뱉기도 전에 마차의 앞쪽에서 다급한 목소리의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모험가님! 살려주십시오!”
“이 목소리는 상인의 목소리에요!”
상인의 비명에 세 사람은 내 말을 듣는 것을 중간에 끊고는 상인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아무래도 내가 조금 늦은 것 같네.
.
.
.
마차의 앞쪽 마수들이 습격을 해오면 언제나 상인과 마부들이 대피하는 장소.
그곳으로 달려가니 그곳에는 무기를 들고 상인을 둘러싸고 있는 로그윈 일행의 모습이 보였다.
“로그윈 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아이고! 모험가님! 저 좀 살려주십시오! 이쪽의 모험가 일행이 저를 해치려고 했습니다요!”
“뭐라고요!?”
그 말에 마리는 놀란 눈을 하며 로그윈 일행을 바라보았다.
“거, 거짓말이죠!?”
그러나 그 눈빛을 받은 로그윈 일행은 착잡한 표정을 지을 뿐, 마리의 말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로그윈 일행 중 마리와 가장 죽이 잘 맞았던 마틸다가 앞으로 나오며 마리에게 말했다.
“마리. 우리 말 잘 들어.”
“도대체 어째서 상인 씨를 해치려는 거죠!?”
“그건…….”
그러나 마틸다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상인은 나를 바라보며 비통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 자들입니다! 모험가님! 제가 어제 말했던 모험가 일행이 바로 이 자들이었어요!”
“어제…?”
그 상인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내게로 꽂혔다.
나에게 시선이 집중된 사이 상인은 로그윈 일행의 포위에서 벗어나 그들의 손이 닿지 않는 안전한 곳으로 달려갔다.
물론 당장 손이 닿지 않는 안전한 곳이라고 해봤자 숙련된 모험가인 로그윈 일행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잡을 수 있는 위치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정도의 거리를 둔 것만으로도 로그윈 일행이 무언가를 하려 한다면 마리, 카리나, 세레나 세 사람이 반응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였으니 사실상 상인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자신의 안전을 확인한 상인은 나를 바라보며, 그리고 나 이외에 다른 세 사람에게 들으라는 듯 호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어제 모험가님께 말하지 않았습니까. 마수들을 유인해서 의뢰주인 상인과 같은 모험가들을 살해하고 그들의 유품을 약탈하는 불법 모험가가 있다고!”
“불법 모험가라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쿠르트 씨. 저자가 말한 것이 사실입니까?”
“...진짜야?”
상인의 말을 처음 듣는 세 사람은 내게 확인을 구하려는 듯 나를 돌아보며 물었고, 나는 그런 그녀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상인의 말을 긍정했다.
“...분명히 어제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
내 말에 세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상인과 로그윈 일행을 번갈아 가며 보았다.
“그래서 제가 오늘도 마수의 습격이 끝난 뒤에 마수의 습격이 계속되는 것이 너무 수상해서 이쪽 모험가 일행을 몰래 훔쳐보았습니다. 그런데 글쎄 ‘곧 있으면 도시에 도착하는데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 큰일이 아니냐.’, ‘이렇게 된 이상 우리가 직접 손을 써서 죽이는 수밖에 없다.’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당장 경악을 삼키고 모험가님께 도움을 구하려 했는데 그만 들켜버리고 말아서……. 여러분들이 제 비명을 듣고 곧바로 오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죽을 뻔했습니다!”
그렇게 상인은 나의 일행을 바라보면서 로그윈 일행에 관한 이야기를 고백했다.
“미, 믿을 수 없어요! 마틸다 씨. 상인의 말이 사실인가요!?”
“상인의 말은 거짓이야! 우리는 단 한 번도 그런 음모를 꾸민 적이 없어!”
“하! 그렇다면 당신들이 각자 무기를 들고 저를 포위하고 있었던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던 로그윈은 처음으로 큰소리를 내며 상인을 쏘아붙였다.
“그건 네 놈이 마수들을 유인하고 있었기 때문이잖아!”
“제가 마수를 유인하다니! 도대체 어떤 수를 써서 마수들을 유인했다는 겁니까!”
상인은 로그윈을 향해서 그렇다면 자신이 어떻게 마수들을 유인했는지 증명해보라며 삿대질을 했다.
그러나 그 손가락질을 받은 로그윈은 이야기를 할 기회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더듬으며 말끝을 흐렸다.
“그, 그건 모르지만……. 우리는 그걸 네게 캐묻기 위해서…!”
“오히려 마수를 유인할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신들 아닙니까! 리더인 당신! 습격 중에 몇 번이나 마수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습니까! 그 기술을 사용하면 분명 마수들을 몇 번이고 이 상행을 향해 유인할 수 있었겠죠!”
“무슨 소리! 마수를 도발하는 내 기술은 그런 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하! 그거야 모를 일이죠! 그리고 상행을 오가는 제가 어째서 마수들을 유인할 이유가 있다는 겁니까? 상행이 안전할수록 이득을 보는 것은 저일 텐데요!”
상인은 또다시 로그윈을 향해서 삿대질하며 자신에게는 동기가 없다는 것을 설명하였고 그 말을 들은 로그윈은 다시 한번 말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그, 그건 네놈이 우리를 모두 죽이고 유품을 갈취하기 위해서…….”
“제가 여러분을 죽여서 유품을 갈취한다 해도 이렇게 마수들이 습격해오는 숲속을 어떻게 혼자서 살아나갈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는 역으로 본말전도이지 않습니까!”
“...윽! 그건…….”
계속해서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는 로그윈.
그의 모습을 본 상인은 모든 이야기가 정리되었다는 듯 우리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자. 보셨지 않습니까! 저들에게는 마수들을 유인할 수 있는 능력이 되고, 금전이라는 동기도 있습니다! 바로 저들이 의뢰주와 모험가를 살해해서 금품을 갈취하는 불법 모험가입니다!”
“아니야! 우리는 그런 일은 꾸미지 않았어! 상인을 위협한 것도……. 상인이 수상해서 겁을 주며 심문하려 했을 뿐이야!”
여기서 내가 상인의 편을 들면 끝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로그윈 또한 나를 바라보며 자신의 무고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상인과 로그윈.
두 사람은 나를 돌아보며 자신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결국, 나는 이 사태가 내가 둘 중 어느 쪽 편에 서냐에 따라서 끝이 날 것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두 사람의 말을 모두 들은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다소 음식에 관한 에피소드와는 동떨어진 분위기.
하지만 이런 스파이시한 이야기가 있기에 요리를 하는 이야기가 더욱 충실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