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5화
짧은 여행의 끝
그리고 다시 며칠이 지났다.
첫날에 느꼈던 불길함은 과연 틀리지 않았는지, 마수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계속해서 우리가 호위하는 상행을 계속해서 습격하였다.
솔직히 이미 두 번째 습격을 받았던 시점에서 확신하고 있었던 이야기지만, 이 마수의 습격은 명백하게 이상했다.
도시에서 나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거리임에도 대담하게 습격을 시도한 전갈꼬리 늑대 무리.
독수리가 사냥감을 낚아채는 것처럼 고속으로 비행하는 중 급강하해서 사냥감을 낚아채는 사냥법을 쓰는 거대 금뇌조.
무리 생활을 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인간종이 열 명이나 있는 상행을 노릴 필요가 없는 이독 쌍두사까지.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습격에, 그 습격의 방식 또한 그 마수들의 생태와는 어울리지 않는 조잡한 방식.
마치 어떤 요소에 의해서 이성적인 판단이 마비되기라도 한 것 같은 모양새였다.
다른 일행들은 유난히 습격을 많이 받는 호위 임무라고 투덜대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오랜 사냥꾼의 경력으로 마수들의 습성을 줄줄이 꿰고 있는 나는 달랐다.
이건 명백하게 누군가에 의해서 마수들이 유도를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그리고 어떻게? 라는 두 의문은 상행이 계속 진행되는 와중에도 해결되지 못했고, 그렇게 우리는 이틀에 한 번이라는 빈도로 습격해오는 마수들을 퇴치해가며 상행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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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습격해오는 마수를 격퇴하고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로그윈은 지난 며칠간 마수들의 공격을 받아내며 뻐근해진 몸들을 풀어주며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고고……. 하루가 멀다고 마수가 습격해오니. 온몸이 쑤신다.”
그리고 그렇게 앓는 소리를 내는 로그윈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마리.
“그러게 말이에요. 안 그래도 도중에 화살이 계속 떨어져서 최근에는 낮에는 온종일 임시로 사용할 화살을 깎아야 했다고요.”
“마리. 잡담 그만하고 식사 준비나 도와라.”
“네에! 알았어요!”
그렇게 기운 좋게 대답한 마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 준비를 했다.
그렇게 오늘도 나와 로그윈의 일행은 한 장소에 모여서 시끌벅적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로그윈이 자신의 일행에게 몰래 우리와 함께 밥을 먹던 게 들킨 이후로 나의 일행과 로그윈의 일행 여덟 명이 언제나 함께 저녁을 먹는 것이 암묵적인 약속이나 다름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날씨는 여름에 가까워졌지만, 아직도 밤이 되면 밤바람이 싸늘하게 불어오고, 풀벌레가 찌르르하며 울어대는 밤.
쌀쌀하지만 따듯한 불 가에 모여 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야영지의 분위기는 마치 캠프를 하기 위해 놀러 온 분위기처럼 왁자지껄하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키야! 정말 쿠르트의 요리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구나! 여행 중에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다면 나도 요리를 한 번 배워볼까.”
“뭐? 마틸다 네가? 하하하. 관둬라. 괜히 아까운 재료만 날릴 게 뻔한데.”
“뭐라고? 이 녀석이!”
“냐하하. 저 두 사람은 오늘도 사이가 좋구나.”
“그래. 싸울 정도로 사이가 좋다는 건 더 두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인가 싶군.”
내가 미냐의 말에 맞장구를 치자 그녀는 곧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로그윈의 말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야. 다른 사람이 요리를 한다고 해서 너처럼 요리할 수는 없을 테니까.”
“과장이 심해. 내가 한 요리는 누구나 연습하기만 한다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들뿐인데.”
“그 요리들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고 표현하는 시점에서 이미 네가 평범한 리저드맨과는 완전히 다른 리저드맨이라는 거야. 냐하하.”
미냐의 말에 옆에서 가만히 요리를 먹던 제리 또한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대단하군. 리저드맨이면서도 요리를 그렇게도 잘한다니. 눈이 보이지 않는 화가나 귀가 들리지 않는 음악가나 마찬가지야.”
“아니, 뭐 그렇게까지…….”
지나치게 나를 추켜세우는 제리의 칭찬에 내가 민망해하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어느새 투닥거리는 것을 멈추고 마리와 카리나 두 사람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로그윈과 마틸다가 보였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활을 빠르게 잘 쏘는 거야? 엘프식 궁술이라도 배운 거야?”
“엘프식 궁술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엄마한테 배우기는 했거든요. 그러니까 활을 당길 때는 이렇게 현을 당기면서 목표물을 시야에 넣는다는 의식을 하면…….”
“오……. 과연…….”
하프 하프 하프 엘프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엘프의 피가 섞여 있고 활을 쓴다는 공통점이 있는 마틸다와 마리.
“대방패를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던데, 어디 기사단 출신이기라도 한 겁니까?”
“뭐, 비슷하죠. 어렸을 때 마을에 은퇴한 기사님이 계셔서 싸우는 법 좀 알려달라고 많이 칭얼거렸거든요. 결국, 칼 쓰는 법은 위험하다면서 방패 쓰는 법 밖에 못 배웠지만요.”
그리고 대방패와 배틀 액스로 주 무기는 달랐지만, 전위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로그윈과 카리나.
그렇게 두 쌍은 서로 다른 파티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이야기가 통하는 것이 있는지 어느새 상당히 친해져서 제법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한눈을 팔고 있으니, 나를 칭찬하고 있던 제리 또한 마법사라는 공통점이 있는 세레나와 어느새 마법에 관한 이야기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세레나는 성격이 카리나 이상으로 호탕해서 그렇지, 따지고 보면 우리 일행 안에서는 가장 두뇌파였으니까.
“그보다 드워프면서 마법을 쓰다니……. 원래 드워프는 마법을 못 쓰지 않나?”
“뭐, 대단한 건 아니지. 리저드맨이면서 엄청나게 요리를 잘하는 사람도 있는데.”
“아.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렇군.”
아무래도 서로 간에 친해진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네.
모르는 사람과 만나서 함께 여행하고 친해지는 것.
며칠 뒤, 의뢰가 끝나면 서로 각자의 길을 걷기 위해서 헤어진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만남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
지금, 이 순간 자체가 의미니까.
“냐하하. 지금 감상적인 얼굴이 됐다.”
“새삼 며칠 뒤에는 헤어질 사이라는 걸 생각하니까. 아무래도 좀 아쉬워서.”
“아무리 그대로 우리들만 할까. 우리는 아마 이번 여행 동안 먹었던 음식들을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아무리 그래도 음식으로 추억하는 건 좀 그렇지 않냐.”
“냐하하. 요리를 너무 잘한 쿠르트의 탓이야. 그러게 적당히 잘했어야지.”
내 말에 미냐는 넉살 좋게 받아치며 말했고, 나는 그녀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없이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을 집어 먹었다.
그렇게 음식을 집어 먹는 나를 미냐는 조용히 바라보더니 곧 마찬가지로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기는 모처럼 이렇게 친해졌는데 헤어져야 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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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식사를 끝마치고 로그윈 일행이 식사를 얻어먹은 답례로 뒷정리를 모두 부담한 뒤, 취침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야영지로 돌아가고 난 뒤의 일이었다.
“모험가님. 모험가님!”
로그윈 일행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이 의뢰의 의뢰주인 상인이었다.
“나를 말하는 건가?”
“물론입니다. 아무래도 긴히 할 말이 있어서.”
“할 말이 있다면 다 같이 모여있을 때 하지 않고 왜 지금?”
“그건…….”
내 물음에 상인은 로그윈 일행의 눈치를 보듯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말하기 곤란한 내용인가 보군.”
“맞습니다. 이 의뢰를 하면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지 않았습니까?”
이상한 것이라…….
너무 많아서 탈이지.
“눈빛을 보아하니 모험가님께서도 느끼시는 게 있는 것 같군요.”
“그래. 아무리 그래도 마수들의 습격이 너무 많아.”
“네. 저도 느꼈습니다. 상인을 하면서 오랫동안 상행을 다녔지만, 이번만큼 마수들이 습격해온 일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이라도 있나?”
“네. 실은 이번 상행을 나서기 전에 상인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나돌아다녔거든요.”
이상한 소문?
“어떤 소문이지?”
내 질문에 상인은 자신이 들은 소문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그의 입에서 나온 소문이란 어떤 모험가 일행에 관한 것이었다.
방법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기술을 써서 마수들을 유인해서 상인과 다른 모험가들을 전멸시킨 뒤에 그들의 유품들을 약탈해가는 모험가 일행에 관한 소문.
겉모습은 성실하고 선한 모험가처럼 꾸미는 것으로 자신들을 숨기지만 이내 같이 의뢰를 맡은 모험가들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들을 마수의 먹이로 던져주거나 나중에는 자신들이 그 모험가들을 뒤에서 기습하는.
그런 악질 모험가 일행에 관한 소문이었다.
“...그 이야기를 왜 나한테 하는 거지?”
“그거야 모험가님이 유일하게 이 안에서 무언가 수상함을 느끼지 않았습니까? 다른 수상함을 느끼지 못한 다른 모험가분들은…….”
“정말로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척을 하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된다는 것이지?”
내 말에 상인은 정확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로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수상함을 느끼고 거기에 대해서 조사하려 하는 모험가님에게만 믿고 상담을 하는 것입니다. 혹시 마수들의 이목을 끌어들이는 물건이나 기술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없습니까?”
마수들의 이목을 끌어들이는 기술인가…….
공교롭군.
“....”
내 침묵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상인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무언가 짚이는 게 있는 모양이군요.”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지?”
“딱히 원하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모험가님이 이 사실은 알아두고 있으셔야 할 것 같아서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상인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로그윈 일행의 눈치를 보는 것처럼 초조하게 주위를 살피더니 곧 자신이 머무는 야영지 방향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상인이 돌아가고 한참 뒤, 나는 머릿속에 복잡하게 떠오른 생각들을 천천히 정리했다.
....
과연 그렇게 된 것인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착잡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침상으로 돌아갔다.
여름이 가까워졌음에도 아직은 쌀쌀한 밤.
풀벌레만이 그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는 듯 찌르르 울어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따라해보세요.
우회결제가 아니라 해외직구다.
재밌기만하면됨 님 20코인 감사합니다! 역시 건강보다는 작품이 먼저죠! 바로 연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