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4화
마수 캠핑 요리 모둠
“아오. 이번 의뢰 너무 힘들지 않냐?”
“마법을 너무 많이 써서 현기증이 날 거 같아.”
“맞다냐. 아무리 도시와 도시 사이의 거리가 멀다 해도 그렇지 벌써 습격만 세 번째라니. 너무 심하지!”
마지막으로 미냐까지 불만을 토로하던 세 사람은 곧 이상함을 느끼고는 로그윈을 바라보았다.
일반적으로 습격을 할 때 가장 부담이 가는 것은 마수들을 도발하는 기술을 사용해서 모든 적의를 받아낸 로그윈이기 때문이다.
오늘 있었던 전투 또한 로그윈이 가장 앞장서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목이 끌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모든 마수의 공격을 감당해야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는 가장 무리를 한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는 것처럼 세 사람이 불만을 표하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고 멍하니 다른 생각을 계속할 뿐이었다.
“야. 로그윈.”
“흐흐……. 오늘 먹을 요리는 과연 뭘지……. 어제는 거대 금뇌조의 철판구이를 먹었으니까…….”
“야! 로그윈!”
“어!? 어어…? 아이. 깜짝이야. 갑자기 왜 소리를 질러.”
“갑자기? 내가 너를 몇 번을 불렀는데. 요즘 왜 그래?”
“...뭐, 뭐가?”
“아니. 요즘 계속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있는 것 같이 굴잖아.”
“다, 다른 곳에 팔려있다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 하하.”
“흐응~. 수상해.”
마틸다는 어색한 웃음을 짓는 로그윈을 보며 수상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았고, 그녀의 의심스러운 눈길을 받던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어디 가게?”
“그야 저녁 시간이잖아. 쿠르트네 쪽에서 밥을 먹기로 해서 그쪽으로 가려고.”
“또 쿠르트 일행이랑?”
“어쩔 수 없잖아. 너희들이 같이 안 먹겠다고 했으니 내가 대신 희생을 하는 거니까.”
그 말에 미냐는 수상하다는 듯이 로그윈에게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꼬박꼬박 매일 먹으러 갈 필요는 없지 않냐? 이미 몇 번이나 초대에 응한 것만으로도 의리는 다 했을 텐데.”
그 말대로 처음 하루 이틀이야 초대해준 쿠르트의 성의를 생각해서 예의상 응해주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며칠째 계속 쿠르트 일행에게로 밥을 얻어먹으러 가는 것은 역으로 민폐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로그윈은 그 말에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건 그렇지만 매번 다음에 다시 오라고 하니까 나도 어쩔 수 없이 가는 거지.”
“혹시 네가 요즘 이상한 게 거기서 밥을 먹는 거랑 무슨 관련이 있는 거야?”
평소 로그윈과 가장 많이 투닥거리는만큼 그에 대해서는 가장 잘 알고 있는 마틸다는 과연 날카로운 눈썰미로 그가 이상행동을 하는 원인을 집어냈다.
“아, 아니야! 그보다 내가 이상하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렇게 반응하는 걸 보니까 수상한데……. 거기 가서 이상한 거라도 하는 거 아니야?”
“뭐라고? 내가 기껏 우리 중 대표로 희생해서 쿠르트 일행 쪽으로 가서 식사하고 있는데 그렇게 말하기야? 그럼 마틸다 네가 대신해서 밥 먹으러 갈 거야?”
마틸다의 말에 로그윈은 짐짓 화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그러나 정작 그 맛을 뱉은 그는 혹시라도 마틸다가 자신이 대신 가겠다고 대답을 할까 봐 내심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다행히도 마틸다는 그런 로그윈은 속마음을 알아채지 못한 채로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의 제안을 거절하였다.
“아니……. 리저드맨의 요리는 좀…….”
“그것 봐라. 어쨌든 나는 쿠르트 일행 쪽으로 가서 밥 먹고 올 테니까 그렇게 알아.”
그렇게 로그윈은 마틸다가 잠시 주춤하는 틈을 타서 도망치듯이 자리를 떠났고 남겨진 세 사람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
“....”
“....”
그리고 로그윈이 완전히 자리를 뜨자 세 사람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역시 수상하지.”
“완전히.”
“오히려 수상하지 않은 부분을 찾기가 힘들 정도인데?”
그렇게 세 사람의 의견은 한순간에 통일이 되었다.
분명히 로그윈이 최근 수상해진 것에는 쿠르트의 일행 쪽으로 가서 식사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로그윈을 따라가야겠어. 도대체 거기에 가서 무슨 이상한 짓을 하기에 계속 얼이 빠져 있는 건지 확인해봐야겠어.”
“냐하하. 무슨 이상한 짓을 하고 있을 거 같은데?”
“무, 무, 무슨 이상한 짓이냐니…! 그거야…….”
미냐의 말에 마틸다는 자신의 붉은 머리카락처럼 새빨갛게 얼굴을 물들이며 말끝을 흐렸다.
그때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던 제리가 읽고 있던 책을 덮고는 말했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이는군.”
“냐하하. 이건 완전히 따라가는 것 확정이네.”
“마, 맞아! 만약 로그윈 녀석이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면…! 나쁜 새끼. 나를 두고 어떻게…….”
그 말에 얼굴을 붉히고 있던 마틸다 또한 주먹을 움켜쥐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렇게 세 사람은 로그윈의 뒤를 쫒기로 하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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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뒤를 쫓는다고 해도 그렇게 큰 의미는 없었다.
애초에 같은 상행의 호위를 하는 처지에 그렇게 멀리 떨어져서 자리를 잡고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겨우, 불을 쓰는 요리를 하기 위해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는 정도.
그마저도 만약을 위한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1분도 걸리지 않는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기척을 죽이고 쿠르트 일행이 있는 방향을 향하려던 세 사람에게 문득 평소와 똑같은 맛있는 냄새의 향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또 시작이네. 저 상인 녀석.”
“아무리 부유한 상인이라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 매일 매일 끝내주는 향기가 나는 음식만을 계속해서 먹다니. 돈이 썩어 넘치는군.”
“심지어 매일매일 다른 향이 난다니 완전 부럽다냐!”
세 사람은 몰래 이동하는 와중에도 지난 며칠간 자신들을 괴롭게 만들었던 정체불명의 향기에 대해서 조용한 목소리로 뒷담을 나누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매일매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하다면 솔직히 한 번 정도는 같이 식사를 하겠냐고 권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물론 상인에게 그럴 의무는 없었지만 그래도 자신들은 매일같이 귀리빵과 육포를 먹으면서 목이 메면 물로 흘려넘기는 빈곤한 생활을 계속하는데, 자기들끼리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니.
괜히 의뢰주인 상인이 밉게만 느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뒷담도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는데, 애초에 거리가 가까웠던 만큼 금세 쿠르트 일행의 야영지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로그윈에게 들키지 않게 기척을 죽이고 천천히 이동했기에 뒷담을 할 시간이나마 있는 것에 가까웠으니.
그렇게 야영지에 도착한 세 사람은 어렴풋이 보이는 로그윈의 뒷모습을 보고는 마치 불법 노예 거래 현장을 적발한 기사단원처럼 그를 기습하였다.
“야! 로그윈! 도대체 너 여기서 무슨 수상한…….”
“....”
“...뭐냐? 이거.”
그리고 세 사람이 보게 된 것은 자신의 일행들 몰래 고기를 뜯고 있던 로그윈의 모습이었다.
“으엑…! 너희들. 여기는 어떻게…!”
세 사람의 등장에 입안에 음식들은 잔뜩 욱여넣은 로그윈은 움찔하며 범행현장에 걸린 도둑처럼 그들을 바라보았지만, 정작 그의 시선을 받은 세 사람은 입을 떡하니 벌리고는 사치스럽게 바비큐 요리가 차려진 쿠르트 일행의 식사를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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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다 뭐야…?”
마틸다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진짜 현실인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물었다.
통나무를 옆으로 대충 잘라낸 뒤 그 뒤에 천을 덮는 것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식탁 위에는 지난 며칠간 질리도록 귀리빵과 육포만 먹어온 세 사람은 꿈도 꾸지 못했던 여러 가지 고기들이 휘황찬란하게 놓여 있었다.
얼마 전 전갈꼬리 늑대를 사냥하면서 대량으로 만들어두었던 전갈꼬리 늑대 불고기, 파프리카 가루와 후추, 소금 등으로 가볍게 양념을 한 거대 금뇌조의 철판구이, 심지어 오늘 마차를 습격했던 이독(二毒) 쌍두사의 꼬치까지.
첫날 하나씩 만들었던 요리들은 날이 갈수록 종류가 늘어나서 이제는 완전히 초호화 식사라고 불릴 정도가 된 것이었다.
그건 절대로 마틸다가 생각했던 대충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에, 흙을 제대로 털어내지도 않은 쓴맛이 나는 풀을 대충 사발에 받아서 먹는 우중충한 그림도, 그것이 아니면 쿠르트의 일행과 수상한 짓거리를 하는 이상야릇한 그림도 아니었다.
킁 킁
“이 냄새는…! 이 냄새였어! 지금까지 매일같이 풍기던 냄새가!”
“그게 정말이야…?”
킁 킁
“...진짜잖아!”
후각이 가장 뛰어난 미냐가 쿠르트 일행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나는 냄새의 정체를 알아차렸고 이내 제리 또한 코를 킁킁거리고는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고 소리를 쳤다.
“뭐야!? 야! 로그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 사실에 마틸다는 조금 전과는 다른 의미로 화를 내며 로그윈을 추궁했고, 그 추궁에 그는 조심스레 일행들의 눈을 피할 뿐이었다.
그리고는 마지막 반항이라는 듯, 소심한 목소리로 세 사람을 향해서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나는 분명히 네가 나 대신 갈 것이냐고 물어봤다.”
그것은 그야말로 물어는 본 수준에 불과했지만, 하여튼 로그윈은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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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로그윈이 자신들의 일행인 세 사람에게 마구잡이로 할퀴어지고 깨물리고 얻어맞은 끝에 야영지의 구석에서 손을 들고 서 있는 거로 결론이 난 뒤, 마틸다는 대신 그의 자리에 앉아서 화를 내며 말했다.
“로그윈 정말 미친 거 아냐? 네 사람 다 불러서 먹으면 부담스러워서 다시는 초대 안 해줄까 봐 자기 혼자만 먹었다니!”
“정말이지. 저런 남자를 리더라고 지금까지 믿어왔다니 실망을 금할 수가 없군!”
“미, 미안해……. 내가 식탐에 눈이 멀어서…….”
마틸다와 제리가 도끼눈을 뜨고 로그윈을 노려보자 뒤늦게 식욕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린 그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은 진심으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것 같았기에 세 사람은 곧 마음을 풀고는 그를 용서하려 하였다.
“에휴……. 나는 네가 혼자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진지하게 화난 게 아니야. 나는 네가 이상해진 알고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알아?”
“정말 미안……. 그런데 마틸다…….”
“뭔데?”
“방금 그 말 진짜야?”
“방금 그 말?”
로그윈은 진지한 얼굴로 마틸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에 마틸다는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를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곧 자신이 방금 전 ‘나는 네가 이상해진 알고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알아?’라는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같은 파티의 일행으로 같은 일행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로그윈의 진지한 두 눈을 보니 어쩐지 부끄러워진 마틸다는 괜히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 그건…….”
“진지하게 화난 게 아니라면 밥 계속 먹어도 될까?”
“야! 손 제대로 안 들어? 팔이 내려가잖아!”
“히잉…….”
그렇게 로그윈을 응징한 세 사람은 곧 쿠르트를 돌아보았다.
꿀꺽
아니, 그가 만든 요리에 눈이 간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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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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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난입에도 불구하고 세 사람을 너그러이 받아준 쿠르트는 오히려 먹고 싶은 만큼 마음껏 먹으라는 관대한 답변을 해주었다.
그 말에 세 사람은 각자 쿠르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에 자리에 앉아 그가 만든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아니, 뭐야! 이 요리는! 고기 자체가 짭짤하잖아. 처음 먹어보는 맛인데도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아!”
“엣헴! 당연하죠! 쿠르트 씨가 만든 요리인데요!”
“거대 금뇌조의 고기라니. 원래라면 마나가 변질되어서 못 먹을 음식인데 도대체 어떻게 요리를 한 거지…?”
“훗. 그게 바로 쿠르트 씨의 대단함입니다. 무려 마나가 변질한 고기는 변질한 마나를 정화하면 먹을 수 있다는 사실!”
“냐하하! 이 꼬치도 속에까지 간이 잘 배어 있어서 엄청나게 맛있어! 술을 못 마시는 게 아까울 정도야!”
“뭐? 야! 너 뭘 좀 아는구나! 의뢰 중이라 맥주를 못 마시는 게 한이라니까. 하하하!”
그렇게 세 사람은 뒤늦게 쿠르트의 요리를 알게 된 것을 만회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신나게 쿠르트가 만든 요리를 즐겼다.
그리고 그런 일곱 사람의 즐거운 식사를 로그윈은 야영지의 구석에서 슬픈 얼굴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구우우우우
“아. 이럴 줄 알았으면 하나라도 더 많이 먹어둘걸.”
그러나 슬프게 중얼거리는 로그윈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재미있게 하고 있는 게임이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그 게임의 우회 결제 방법이 커뮤니티에 퍼져나가더라고요.
하지만 게임이 아직 오픈한지 얼마 안되서 이 우회결제에 대해서 게임사가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는 모른다는 것이 문제더군요.
50% 할인 대찬스냐.
아니면 밴을 당할수도 있으니 쭈글이처럼 눈치를 볼 것이냐.
어려운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