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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72화 (73/78)

제 72화

전갈꼬리 늑대 불고기 전골

“미, 미안한데 방금 내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다시 한번 말해줄래?”

로그윈은 자신이 들었던 소리를 잘못 들은 것으로 치려는 듯 덜덜 떨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요리한다고.”

그 말에 로그윈을 포함한 그의 일행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뜯었는데 그 안에서 입영통지서가 나온 만20세처럼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아니, 매번 요리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리저드맨에 대한 취급이 왜 이래.

“하, 하지만 너는 리저드맨이잖아.”

“그렇지.”

“그런데 네가 요리를 한다고…?”

“문제 있나?”

“당연히…! 아, 아니. 크흠…! 문제는 없지.”

내 말에 로그윈은 반박을 하려다가 그 이상 말을 하면 실례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헛기침으로 대충 얼버무렸다.

사실 이미 그전에 보여준 반응만으로도 충분히 무례했지만.

그리고는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새, 생각해보니 여행 중에는 식재료도 여유롭지 않을 텐데 얻어먹는 게 조금 염치가 없는 것 같군.”

“흠. 그런가. 재료는 넉넉하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나, 나는 하프 하프 하프 엘프라서 채식밖에 못 해서…!”

이미 일행 안에 마리가 있어서 그 말이 거짓말이 뻔히 보이는데도 무리수를 던지며 벗어나려하는 마틸다.

“우리가 불편해서 그렇다! 신경 쓰지 마라.”

다급한 목소리로 거절하는 제리.

“냐하하…! 생각해보니까 요즘 군살 때문에 체중 조절을 해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체중감량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미냐까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혹시 나중에라도 마음이 바뀌거든 다시 말해라.”

그래도 이왕 먹는 것 가능하면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는데, 저렇게까지 경기를 일으킨다면 억지로 권하기도 그렇지…….

리저드맨의 미각 자체가 거의 퇴화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은 상당히 유명한 상식이었고, 실제로 나를 제외한 리저드맨은 대충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에, 흙을 제대로 털어내지도 않은 쓴맛이 나는 풀을 대충 사발에 받아서 먹는 것이 일상이었으니 반박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다소 씁쓸하군.

어쩔 수 없지.

우리 일행들끼리만 먹는 수밖에.

.

.

.

그렇게 쿠르트가 실망한 채로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로그윈의 일행은 로그윈을 노려보며 속삭이기 시작했다.

“야. 쿠르트가 완전히 실망했잖아.”

“그 말이 맞는다. 기껏 호의로 리저드맨이 기껏 식사를 권했는데.”

마틸다와 제리의 말에 로그윈은 억울하다는 듯 두 사람을 향해서 작은 목소리로 항변했다.

“아니, 나한테만 권한 것도 아니잖아. 왜 나한테만 그래.”

“그래도 가장 먼저 권한 사람이 넌데, 우리는 몰라도 적어도 너는 수락했어야 하는 거 아니냥?”

“맞아. 너는 우리 파티의 리더잖아.”

“무슨 이럴 때만 내가 리더래.”

“그러면 저렇게 쿠르트가 시무룩하게 돌아가게 둘 거야? 너는 미안하지도 않아?”

“미, 미안하기는 한데. 왜 하필 나냐고.”

“너는 전위니까 몸도 튼튼할 거 아니야. 적어도 우리 중에서 이상한 걸 먹어도 가장 괜찮은 사람을 고르라면 너밖에 없잖아.”

마틸다의 말에 로그윈은 억울하다는 듯 울상을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전위인 게 그거랑 뭔 상관이야!”

그렇게 네 사람은 자기들 딴에는 쿠르트에게 들리지 않게 한참을 투닥거렸다.

그러나 이미 세 사람은 희생양으로 처음부터 로그윈을 점찍어 놓았고 그는 세 사람의 합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쿠르트가 완전히 떠나기 직전 강제적으로 희생양으로 뽑힌 로그윈은 발길을 돌리는 그를 붙잡으며 말했다.

“자, 잠깐!”

“...무슨 일이지?”

“그, 저녁 식사. 나도 초대해주면 안 될까?”

사실 그 모습을 본 쿠르트는 네 사람 사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진짜 싫었다면 처음부터 아무도 안 나오고 모르쇠로 일관해도 되는 일을 굳이 내키지 않음에도 자신의 체면을 생각해준 로그윈의 마음씨가 기특해서 아무것도 모른 척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

“물론이지. 언제든지 환영이야.”

그렇게 로그윈은 마치 드래곤의 레어에라도 들어가는 것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쿠르트를 따라갔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세 사람은 마음속으로 그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

.

.

네 명을 모두 다 초대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로그윈 한 사람은 식사에 초대하는 것에 성공했다.

사실은 그조차도 순수한 의도로 수락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거야 사실 나 이외에 다른 리저드맨이 그동안 쌓은 업보 때문이니 어쩔 수 없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는 리저드맨의 미각에 대한 사회적인 평판에도 불구하고 내 초대에 응해준 셈이니, 오히려 고맙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요리를 대접해주어야겠지.

오늘의 요리는 방금 습격으로 확보한 전갈꼬리 늑대의 전골 요리다.

카리나와 세레나가 서로 자기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해달라고 싸우던 끝에 마지막에는 가위바위보를 통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참고로 마리는 애초에 튀김을 할 정도의 식용유가 없어서 튀김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침울해하며 옆에서 ‘아무나 이겨라…….’ 같은 힘없는 응원이나 하고 있었다.

우선은 고기를 손질 하는 게 맞겠지만…….

사실 고기의 손질은 로그윈 일행에게 요리를 초대하기 전에 미리 끝내놨다.

오히려 고기의 손질을 끝내고 마리네이드를 하는 동안 로그윈 일행에게 요리를 권하러 간 것이었지.

그렇게 나는 손질이 끝난 전갈꼬리 늑대의 고기를 바라보았다.

전갈꼬리 늑대는 그 이름과 달리 꼬리가 다른 늑대들에 비해서 두 배 정도로 긴 것을 제외한다면 마수가 아닌 평범한 늑대와 다를 게 없는 생물이었다.

자신의 몸통만큼이나 긴 꼬리를 채찍처럼 또는 자신의 수족처럼 사용하는 그 늑대 마수의 모습은 전갈꼬리라는 이명보다는 채찍꼬리라는 이명이 더욱 어울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마수의 꼬리 끝에 진짜로 전갈보다도 위험한 맹독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마수가 왜 전갈꼬리 늑대로 불리는지 깨달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갈꼬리 늑대의 사냥법은 상당히 특이한 편이었다.

동족들끼리 무리를 지어서 자신들보다 덩치가 큰 마수를 포위해서 그 마수의 손발이 닿지 않는 먼 거리에서 뒤를 돌아서 꼬리로 찔러 맹독을 주입한 뒤, 그 마수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도망을 치는 것.

설명만 듣는다면 상당히 치졸하고 비겁한 방식이지만 야생에서 사냥이란 원래 비겁한 방식은 곧 영리한 방식과 동의어이다.

전갈꼬리 늑대의 그 사냥법은 자신들의 무리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냥감을 쓰러트릴 수 있는 방식임은 틀림없었으니.

그렇기에 오늘 그 전갈꼬리 늑대들이 이 마차를 습격해온 것은 여러 가지로 이상했다.

비열하면서도 영리한 방법으로 사냥감을 사냥하는 전갈꼬리 늑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정면에서 습격을 해오는 방식이라니.

마치 무언가에 홀려서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안 그래도 도시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초입에서 습격을 받는다는 것도 이상하고.

음…….

아니, 아니지.

한순간 식재료를 눈앞에 두고 다른 생각에 빠질 뻔했다.

중요한 것은 전갈꼬리 늑대는 꼬리를 제외하면 마수가 아닌 늑대와 같다는 것이다.

즉, 고기를 조리할 때 꼬리와 꼬리에서 이어지는 척추 부분을 제외하고 요리한다면 그냥 조리해도 먹을 수 있는 고기라는 것이다.

그 전갈꼬리 늑대의 고기는 로그윈 일행에게 식사를 권하기 전부터 양념에 절여두었기 때문에 돌아와서 확인하니 먹기 좋은 느낌으로 양념이 잘 스며들어 있었다.

사용하는 부위는 꼬리에서 반대편에 위치하는 갈빗살.

거기에 양념이 빨리 배고 전골을 할 때 금방 익을 수 있도록 마치 포를 뜨듯이 얇게 고기를 잘라낸 상태.

그 얇게 포가 떠진 고기를 간장과 설탕, 기름, 후추 등을 넣어서 잘 버무려 줬다.

여기에 다진 마늘과 마찬가지로 얇게 썬 양파를 함께 얇게 썰어서 넣었다.

그렇게 양념에 재워진 고기는 짭조름한 간장의 진한 갈색을 머금고 있었다.

좋은 완성도로 숙성이 된 것 같네.

고기의 상태가 만족스러운 것을 확인한 나는 곧 냄비에 양념이 잘 스며든 고기를 투하했다.

이 상태로 곧바로 조리하면 그냥 불고기가 되어 버리니 국물의 농도를 맞추기 위해서 국물을 충분하게 투입한다.

거기에 전골이라면 당연히 들어가야 하는 버섯들을 잘게 썰어서 넣는다.

사용하는 버섯들 또한 모험가 길드에서 가져온 말린 마수 버섯들.

역시 여행 중이라고 하더라도 요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향신료나 버섯을 챙기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지.

덕분에 짐은 남들보다 두 배로 많아지기는 했지만, 여행 중에도 이 정도 완성도의 요리를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남은 것은 그저 각종 버섯과 양념에 절여둔 고기가 푹 익을 때까지 그저 냄비를 지켜보는 것뿐.

이것으로 너무나 손쉬운 전골의 완성이다.

오늘의 저녁

전갈꼬리 늑대 불고기 전골.

완성이다.

.

.

.

그리고 로그윈은 쿠르트가 그 너무나 능숙한 손길로 익숙한 듯 전골을 만드는 것을 보고는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보글보글

너무나도 수상한 검은색의 액체 속에서 고기를 건져 올리는 모습이나, 수수께끼의 향신료나 버섯을 냄비 안에 투박하게 집어넣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수상하기 짝이 없는 리저드맨의 요리법 그 자체였지만…….

곧이어서 불을 올리고 조리가 시작되기 시작하면서 풍겨오는 강렬한 냄새는 평소 상식으로 퍼져있는 리저드맨의 미각과 요리 실력에 대한 편견을 모두 잊어버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처음 쿠르트에게 요리를 대접받기 위해서 끌려왔을 때만 해도 들었던 생각은 모종의 사고가 일어나서 요리하는 것이 중단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로그윈의 머릿속을 차지하는 것은 리저드맨의 처참한 요리 실력에 대한 세간의 소문이나 요리가 멈춰지길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순수하게 한시라도 빨리 쿠르트가 만드는 요리가 완성되었으면 하는 마음.

그것뿐.

그리고 마침내 전골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서 같이 넣은 버섯이 흐물흐물하게 익어버리고 고기 또한 검붉은 색에서 어두운 회색빛으로 물들기 시작할 무렵 쿠르트는 국자를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

“완성이다.”

그 말에 로그윈은 그의 본능이 시키는 대로 국자를 건네받고는 냄비 안의 내용물을 크게 한 국자 퍼서 자신의 그릇에 옮겨 담았다.

자신의 그릇에 옮겨 담자 더욱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간장 불고기의 풍미.

꿀꺽

그 아찔해질 정도의 강렬한 불고기의 향에 로그윈은 저도 모르게 꿀꺽하고 침을 삼켰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페이스 회복을 위해서 1일 1연재를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표지로 쓰고 있는 일러스트들에 대해서 한 곳에 정리해서 올려줄 수 있냐는 문의가 많은데

이 부분은 현재 공모전 심사기간 중이라서 삽화를 본문에 넣거나 공지로 넣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순수하게 글이 아닌 삽화를 통해서 조회수를 늘리는 것은 공모전의 취지에 어긋남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공모전 심사기간도 이번주 금요일까지인 바.

금요일이 지나는 대로 지금까지 나온 표지들을 모두 정리해서 공지사항으로 올려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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