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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56화 (57/78)

제 56화

어린이 과일나무 뿔 순록 햄버그 정식

하압

웬디는 그렇게 그레이비 소스에 찍은 햄버그를 입안에 넣었다.

그리고

폭발.

그것은 압도적인 폭발이었다.

맛이라는 것이 폭발했다.

정우가 방금 전 쿠르트에게 마법사라고 물은 적이 있었던가?

그렇다. 그것은 마치 대마법사가 휘두른 마법처럼 웬디의 입안에서 맛의 폭발을 이루어낸 것이다.

그레이비 소스는 고기의 육즙을 베이스로 해서 만드는 소스이기 때문에 어떤 고기의 기름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미묘하게 맛이 바뀌고는 한다.

돼지고기의 육즙을 사용해서 만든 그레이비 소스보다 소고기를 사용한 그레이비 소스의 맛이 더욱 진하고, 소고기 중에서도 또 늙은 소의 고기와 송아지 고기에 따라서 맛이 갈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일나무 뿔 순록의 육즙을 사용했다면 어떨까.

사용한 것은 밀가루, 소금, 버터 정도로 특별히 식초나 케첩을 첨가한 것도 아니었으나 그 자체로 여러 가지 과일 퓌레(Puree)를 사용한 것처럼 싱그러운 과일의 향이 느껴진다.

그것도 고기가 아닌 순수한 육즙만을 사용했기에 과일에 숙성시킨 고기향보다 순수한 과일 향에 가까운 향기가.

고기 자체의 육즙이 이렇게 훌륭하다면 다른 재료를 쓰지 않은 것은 더이상 검소함이라고 할 수도 없다.

오히려 심플하게 만드는 것만으로 과한 것 없이, 하지만 모자람이 없는 그레이비 소스의 완성이 된 것이다.

밀가루를 푼 물을 사용해서 농도를 맞췄기에 걸쭉하고, 버터를 사용했기에 부드럽고 또 고소하다.

하지만 고기의 육즙을 사용했음에도 느끼하지 않다.

오히려 육즙과 버터를 사용했음에도 상큼하고 싱그럽다.

오렌지에서 날법한 시트러스계 과일의 새콤한 느낌에 입에 침이 고이며, 뒤이어서 망고에서 날법한 진한 단내가 만족스러움을 더한다, 마지막으로 남는 뒷맛은 제철의 복숭아를 입안 가득 베어 물었을 때처럼 입안을 향기로 가득 채운다.

그 소스의 내용물만이라면 분명 안 그래도 무게감이 있는 고기 요리에 육즙과 버터로 만든 소스로 무게감이 더해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입안을 개운하게 씻어내리는 것만 같다.

그 그레이비 소스를 먹고 나서야 지금까지 먹어본 고기 요리 중에서 가장 맛있었던 햄버그가 사실은 불완전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앉은뱅이 마을에서 태어난 앉은뱅이는 자신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외부의 사람을 만나 자신이 장애인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더는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며 살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앉은뱅이를 불행하게 만든 것은 자신이 앉은뱅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자신들은 제외한 다른 모두가 걸을 수 있다는 ‘지식’이었다.

그와 같이 지금 웬디의 상황은 현실을 마주하고 만 앉은뱅이와 유사했다.

소스를 찍어서 먹는 햄버그의 맛이 이렇게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다시는 소스 없는 햄버그를 먹을 수 없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다.

앞으로 자신이 과연 쿠르트가 만든 요리가 아닌 다른 평범한 음식을 먹으면서 만족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까?

이 얼마나 무서운 음식이란 말인가.

어쩌면 가벼운 호기심과 흥미로 식사를 대접받으려고 한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서 앞으로 자신은 분홍 환각 양의 양털에 중독된 중독자처럼 다시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게 아닐까?

순간 그런 생각을 한 웬디는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공포감을 느꼈으나, 그녀의 심정과는 관계없이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입과 손은 마치 그녀의 의지를 떠난 것처럼 멈추는 법을 몰랐다.

참 무섭고도 행복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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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가 그런 복잡미묘한 생각을 하면서 기쁜 것인지 슬픈 것인지 모를 얼굴로 햄버그 정식을 먹을 때 정우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무슨 생각을 할 필요가 있을까.

생전 처음 먹어보는 고기 맛이 나면서도 고기는 아닌 신기한 음식에다 찍어서 먹으면 음식 맛이 몇 배는 더 맛있어지는 마법의 국물까지.

단언컨대 그 음식은 정우의 일곱 살 남짓한 짧은 생에서 먹은 어떠한 음식보다도 맛있는 음식이었다.

얼마나 맛이 있었냐면, 정우가 그렇게 먹기 싫어하던 당근조차도 마법의 국물에 찍어 먹으면 아삭아삭한 식감이 과일 꿀 절임처럼 달콤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거기에 같이 나온 노란색의 기다란 막대는 어떤가.

겉껍질은 파삭파삭한데 속은 포슬포슬.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풀조차도 시큼한 기름에 적셔 먹으니 너무나도 맛있어서, 이런 맛이라면 매일매일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마힛허요! 제가 먹은 어떤 음식보다 맛있어요!”

“그러냐? 얼마큼 맛있는데.”

“과일 꿀 절임보다 백 배, 천 배 맛있어요!”

엘시 오빠가 자신과 어울려주지 않은 것에 대한 서러움?

시장을 구경하며 느꼈던 두근두근함?

심지어 자신이 납치를 당할 뻔하면서 느꼈던 무서움까지.

그 모든 걸 한 번에 날려버려 줄 만한 충격이 그 음식 안에 있었다.

이미 정우의 머릿속에서 오늘은 엘시 오빠가 자신을 버려두고 학교로 놀러 간 서러운 날도 아니고, 시장을 구경하며 용감하게 탐험을 즐겼던 날도 아니고, 무서웠던 날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오늘은 마법사 도마뱀 아저씨가 마법으로 만들어준 마법 같은 음식을 먹은 마법 같은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저씨!”

“뭐냐? 더 달라고?”

“네! 더 주세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오늘이 제 생일이었나요?”

“생일? 네 생일을 내가 어떻게 아냐?”

“하지만 생일처럼 신나는 날인걸요!”

“그래? 그럼 어린이날쯤 되나 보지.”

“어린이날이 뭐에요?”

“너 같은 꼬마애들에게 선물을 주는 날이지.”

“와아! 그러면 매일매일 어린이날 같았으면 좋겠어요.”

그 말에 쿠르트는 말없이 웃으면서 자신의 접시의 햄버그를 잘라서 정우에게 건넸다.

결국,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쿠르트의 당초 계획대로 안 좋은 기억을 좋았던 기억으로 덮어씌우는 데는 성공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쿠르트는 생각했다.

역시 어린아이에게는 웃음이 어울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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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햄버그에 이어서 감자튀김과 샐러드까지 알뜰하게 먹어치운 정우는 행복한 얼굴로 쿠르트의 호위를 받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것이 모험가 길드에 어린 여자아이 한 명이 겁도 없이 종종 놀러와서 쿠르트에게 밥을 얻어먹고 가게 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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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법사 아저씨를 만났다. 밥이……. 엄청……. 맛있었다. 끄읏!”

모험가 길드에서 돌아온 정우는 포만감에 낮잠을 한참을 잔 뒤, 일어나서 오늘 있었던 일을 그림일기로 적었다.

평소에는 귀찮아서 아주 가끔만 그리고는 했는데, 오늘 있었던 일은 절대로 까먹고 싶지 않았던 정우는 오랜만에 아빠가 6살 때 생일선물로 사준 빈 책을 꺼내서 거기에 흑연으로 삐뚤삐뚤하게 그림을 그렸다.

아직 쓸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어서 그림일기는 간단하게 한 줄로 끝났지만, 정우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오늘 먹은 음식을 그리는 것뿐이었으니.

익숙지 않은 손놀림으로 흑연을 열심히 움직여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울퉁불퉁한 그림이 어딘가 오늘 먹었던 햄버그와 비슷한 맛이 나는 것도 같았다.

그렇게 손이 흑연으로 더러워지는 것도 잊고 한참을 몰두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으려니 집의 문이 열리며 정우의 아빠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정우야~! 아빠 왔다!”

“앗! 아빠다!”

아빠가 돌아오는 소리에 정우는 대충 마무리가 끝난 그림일기를 내팽개치고서는 아빠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우리 정우. 착하게 잘 있었어?”

“응! 오늘은 마법사 아저씨를 만나서 같이 놀았어! 마법으로 엄청 맛있는 것도 만들어 줬어!”

“마법사 아저씨?”

마법사 아저씨라니 상상 속의 친구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안 그래도 귀한 몸이라는 마법사 같은 분이 정우와 놀아줄 리가 없었으니 정우의 아빠는 정우의 말이 단지 상상 속의 이야기이거나 꿈을 꾼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평소에는 정우와 놀아주고 그녀의 말에 귀담아 주는 좋은 아빠였지만, 오늘만큼은 정우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기보다 훨씬 더 중요한 선물이 있었으니까.

“그보다 우리 정우에게 선물이 있단다!”

“선물?”

“그래 가방이란다!”

“와아! 가방! 그런데 가방은 왜?”

“하하하. 우리 정우도 이제 다 컸으니까. 다음 달부터는 학교에 가야지.”

“학교!? 나도 학교 가도 돼!?”

“그럼. 우리 정우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

정우네 집의 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었고, 이 세계에서 부유층도 아닌 일반 평민 집의 여자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었지만, 정우의 아빠는 엄마도 없이 매일 혼자 쓸쓸하게 집을 보는 정우를 보는 것이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예전에는 옆집의 남자아이인 엘시가 정우와 곧잘 놀아주고는 했는데 작년을 기점으로 엘시도 학교에 다니게 되어서 매일 혼자 정우가 집을 지켜야 했다.

매일 집에 돌아오면 집안 곳곳 보이는 혼자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몸부림을 쳤던 정우의 흔적을 보는 것은 매우 가슴이 아픈 일이었다.

그렇기에 최근 며칠 다소 무리를 하기는 했지만, 그 결과 어떻게든 정우를 학교에 보낼만한 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와아. 신난다!”

“녀석, 그렇게 신나냐?”

“물론이지! 나도 학교에 가면 엘시 오빠랑 놀 수 있는걸!”

비록 일이 고되기는 했지만, 정우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그만큼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하며 정우의 아빠는 기뻐하는 정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어린이날은 아이들한테 선물을 주는 날이라고 했는데, 오늘이 어린이날이야?”

“어린이날? 그게 뭔데?”

“마법사 아저씨가 말해줬어! 어린이날은 어린아이한테 선물을 주는 날이래!”

“하하하! 그래? 그러면 오늘이 어린이날이다!”

“와아! 어린이날이다!”

호쾌하게 웃으며 말하는 아빠의 모습에 정우는 덩달아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만세를 했다.

비록 풍족하지는 않지만, 행복함이 가득한 한 가정의 하루가 오늘도 저물어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부터는 정상적으로 쿠르트와 유쾌한 일행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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