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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55화 (56/78)

제 55화

어린이 과일나무 뿔 순록 햄버그 정식

그렇게 쿠르트는 완성된 햄버그 정식을 들고 요리의 완성을 기다리고 있을 정우와 그 정우를 돌봐준 웬디에게 갔다.

정우야 원래 이 요리를 만든 원인이었으니 그렇다치고, 모험가 길드의 접우원인 웬디 또한 그 요리를 기다리고 있는 이유.

그것은 쿠르트가 요리를 하는 동안 정우를 돌봐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평소 카리나와 세레나가 맛있게 쿠르트의 요리를 먹는 모습을 보고 한 번쯤 쿠르트가 만든 요리를 먹고 싶었던 웬디는 쿠르트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하였고, 대신 그 보답을 쿠르트가 만든 요리를 대접받는 것으로 하기로 한 것이다.

딸그락

“완성이다. 먹어라.”

“우와아…….”

“이, 이 음식은…?”

그 쿠르트가 내놓은 요리는 어린 정우로서는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이었다.

그동안 맛있는 음식이라고 하면 단 것을 좋아하는 정우의 머릿속에서는 과일 꿀 절임이 최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거무튀튀한 무언가에 상아색의 소스가 끼얹어진 음식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탓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예상을 벗어난 음식임에도 그녀가 실망하지 않았던 것은 그 위에 예쁜 꽃 모양이나 별 모양으로 조각되어서 올려져 있는 당근의 모습이 아기자기했기 때문일까.

그 이쁜 당근의 모양은 평소 당근을 싫어하는 정우마저도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것이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단순히 그 음식에서 풍겨오는 파괴적일 정도의 향기가 정우의 마음을 사로잡은 탓일 수도 있고.

그리고 그렇게 멍하니 넋을 놓고 감탄을 표하는 것은 정우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옆에서 그녀와 놀아주고 있었던 모험가 길드의 접수원, 웬디 또한 쿠르트가 내온 음식에 못이 박힌 듯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볼 뿐이었으니.

그가 내온 음식은 어린 정우뿐만 아니라 웬디 또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종류의 요리였기 때문이다.

그 정체불명의 갈색의 덩어리에 느껴지는 진한 고기 냄새로 인해서 그 고기가 분명 고기를 사용한 요리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표면의 노릇노릇한 갈색의 색깔 또한 어딘가 고기를 구운 것 같은 색깔이기도 했고, 하지만 그러한 판단을 지워버릴 정도로 그 햄버그의 모습은 압도적으로 이질적이었다.

고기 같지만, 고기 같지 않은.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고기의 흉내를 내는 것 같은 점이 불길하게 느껴지면서도, 정작 본능은 그 햄버그에서 풍겨오는 폭력적인 향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것은 폭력적이다 싶을 정도로 진한 향기와 평소 접수대에서 쿠르트를 보면서 그의 요리 솜씨가 어느 정도 뛰어나다는 사실을 보지 못했다면 영락없이 대충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에, 흙을 제대로 털어내지도 않은 쓴맛이 나는 풀을 대충 사발에 받아서 먹는 리저드맨의 괴상한 전통음식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흉악한 비주얼이었다.

“이, 이 음식은 뭐죠?”

“햄버그라는 음식이다. 고기를 잘게 다진 뒤 다시 뭉쳐서 구워낸 요리지.”

“고기를 일부러 한번 다졌다가 다시 뭉쳐요? 왜 굳이 그런 일을…?”

“그거야 고기를 한번 다지는 과정에서 질겼던 고기의 식감이 부드럽게 바뀌어서 어린아이도 쉽게 먹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 이외에 이 햄버그에는 사용되지 않았지만 고기 반죽에 양념을 집어넣어 향을 더할 수 있다는 이점까지.

하지만 쿠르트의 답변을 듣고도 웬디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쿠르트가 만든 햄버그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알고 있는 다진 고기라는 것은 이렇게 큰 크기로 뭉쳐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한번 잘게 다져진 고기를 아무리 잘 뭉친다고 해도 이미 떨어졌던 것이 다시 붙을 리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다진고기는 부스러기 같은 모양이 되어서 수프에 넣어서 고기 맛을 내는 용도나, 빵 사이에 끼워서 샌드위치를 해먹을 때 쓰는 것밖에 몰랐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런 식으로 형태를 무너트리지 않고 먹는 다진 고기라고 해 봤자 동물의 창자에 다진고기와 다진 내장을 넣고 만드는 소시지 정도뿐.

도대체 어떤 방법을 썼기에 다진 고기가 이렇게 형태가 무너지지 않고 뭉쳐진 것인지…….

“도마뱀 아저씨! 혹시 아저씨는 마법사인가요?”

마치 웬디가 느낀 당혹감을 대신 물어 봐주는 듯한 정우의 순진한 질문.

물론 정우가 질문을 한 의미는 웬디가 느꼈던 당혹감과는 다른 것이었지만.

“뭐? 마법사? 아까는 괴물이더니 이제는 마법사냐?”

“히히…….”

그 말에 쿠르트는 재미있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 웃으며 가벼운 핀잔을 주었고, 그 말에 정우는 부끄러워하며 포크와 스푼을 들어서 제 얼굴을 가렸다.

“그보다 이제 먹어도 돼요?”

“손은 씻었냐?”

“네! 씻었어요!”

“그래. 그러면 먹어도 좋다. 내가 나이프로 잘라줄 테니.”

그렇게 말하며 쿠르트는 정우의 곁으로 가서 그녀가 한입에 먹을 수 있도록 햄버그를 작은 크기로 썰어주었다.

“...꿀꺽.”

“아. 웬디 너도 어서 식기 전에 먹어. 배고팠을 텐데.”

그리고 웬디가 그 모습을 보고 먹어도 되는 건가 망설이는 것을 본 쿠르트가 미안하다는 듯 말하자, 그녀 또한 떨리는 손길로 생전 처음 보는 햄버그의 패티를 나이프로 슬금슬금 잘랐다.

그리고 쿠르트가 정우의 햄버그를 잘라주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자 웬디 또한 그 모습을 보며 조심스럽게 햄버그를 한 조각 잘라서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

.

.

파삭

가장 처음 햄버그를 입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것은 겉면이 바삭하게 구워진 햄버그의 바삭함.

튀김 요리의 튀김옷이나, 부추전의 끄트머리 같은 강렬한 크리스피함은 없지만, 반대로 그것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제대로 익혀진 고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강렬한 고기 맛.

혹여 지나치게 익혀서 탄 것은 아닐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탄 고기 특유의 불쾌함 없이 바삭한 식감과 고기의 담백한 맛을 동시에 품고 있는 그 겉면은 솔직히 더이상 씹지 않고 그 겉면을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우와 놀아주며 시간을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햄버그의 겉면은 튀김 같은 음식과는 달리 매우 얇았기에 필연적으로 이를 움직여서 고기를 씹는다.

오물오물

좌악

그리고 이를 움직여서 햄버그를 씹는 순간 기습적으로 튀어나오는 햄버그의 육즙.

“히끅!”

웬디는 그 생각지도 못했던 강렬한 육즙에 깜짝 놀라서 몸을 경직시켰다.

그리고 뒤늦게 자신이 이상한 소리를 냈다는 것을 깨닫고 쿠르트와 정우의 눈치를 살폈지만 두 사람은 웬디가 작은 소란을 일으킨 것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을 말없이 먹어치울 뿐이었다.

그제야 약간 붉어진 얼굴로 웬디는 입안에 들어온 햄버그를 다시 씹기 시작했다.

착각이 아니었다.

씹을 때마다 햄버그의 안에서 터지듯이 새어 나오는 육즙은 그녀의 착각이 아닌 진짜였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떻게?’라는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다진 고기는 뭉쳐지지 않고 금방 부스러지는 특성상 크기 하나하나가 매우 잘았고 그 때문에 조금만 불을 강하게 피워도 금세 안에 품고 있던 수분이 증발하여서 퍽퍽한 느낌이 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 햄버그라는 음식은 그 잘게 부스러지지도 않을뿐더러 고기 안의 육즙 또한 생고기를 씹는 것처럼 촉촉하기 그지없었다.

그녀가 알 리는 없었지만, 거기에 사용한 비결은 달걀이었다.

흰자와 노른자를 섞어서 고기 반죽 안에 넣은 달걀이 천연의 접착제의 역할을 해서 다진 고기가 흩어지는 것을 막아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의문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한입을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여러 가지 향기와 맛들.

각성종과 일반종이라는 두 가지 종류의 서로 다른 부위를 사용했기 때문에 고기의 진한 육향과 지방의 고소한 맛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아낸 햄버그는 그 자체로 지금까지 맛보았던 어떤 고기 요리에 비해서 뒤처지지 않는 훌륭한 맛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반적인 그녀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다진 고기라는 것은 이 세계에서 도축하고 나서 남은 자투리 고기들을 모아서 대충 다지는 것으로 형태를 뭉갠 싸구려 고기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인기가 없는 잡부위, 너무 소량만 남아서 단독으로는 팔기가 어렵게 남아버린 부위, 상처가 나서 품질이 떨어진 고기 등.

일반적으로 고기 밑의 고기라고 불리는 종류의 고기가 다진고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싸구려 고기의 대명사인 다진 고기로 만든 음식이 지금까지 먹어온 어떤 음식보다 맛이 있다니.

고기를 씹을 때마다 입안에서 퍼지는 것은 일주일 동안 숙성을 거처 감칠맛이 극대화된 과일나무 뿔 순록의 향기.

싱그러운 사과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으면서도 포도의 진하고 깊은 향기가 취할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파인애플즙을 사용해서 연육 작용을 한 것처럼 시큼하고 상큼한 향이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쿠르트는 그 안에 별다른 소스를 넣어서 간을 하지 않았지만, 과일나무 뿔 순록의 고기는 그런 소스의 보조가 없이도 입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소스의 부족함 따위는 느끼지도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씹는 도중에 이따금 느껴지는 이물감. 그것이 느껴진다 싶으면 곧 그 양파를 통해서 느껴지는 은은한 단맛과 고기의 육즙을 빨아들인 야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칠맛.

한번 볶는 것으로 수분을 제거한 양파를 다시 반죽 안에서 넣어서 굽는 것으로 두 번 열처리함으로써 양파가 본래 지니고 있던 단맛과 감칠맛이 극대화가 되어서 이것이 평소 그녀가 먹던 양파와 같은 양파라고는 믿을 수 없는 강한 맛을 낸다.

거기에 은은하게 느껴지는 고기의 담백한 맛과는 결이 다른 계열의 담백함.

정심은 집중하고 맛을 음미하다 보면 곧 그것이 유제품 특유의 담백함이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눈을 크게 뜬다.

‘어째서. 유제품? 어째서?’

다진 고기 특유의 향을 즐기고 있는 와중에 느껴지는 우유의 향이라니.

혹시 자신이 잘못 느낀 것이 아닌가 싶어서 두 번 세 번 확인을 해보아도 그것은 분명 유제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담백한 맛이었다.

더더욱 아이러니한 점은 그 이질적인 우유의 향기조차도 이 햄버그라는 이름의 요리에는 다진 고기와 하모니를 이루어서 더 없이 어울리는 맛을 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물오물

“후아…….”

그렇게 한 조각의 고기를 목 아래로 삼키면, 흘러나오는 것은 너무나 맛있는 요리를 먹었다는 만족감,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먹으면서 지금껏 자신에게는 한 번도 권해주지 않았다는 카리나와 세레나에 대한 원망,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먹으면 앞으로는 다른 요리를 무슨 맛으로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공포감.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이 순간 웬디가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은 이 음식을 계속해서 먹고 싶다는 갈망,

그 강렬한 욕망에 웬디가 햄버그를 한 조각 더 잘라서 입에 넣으려는 순간 그녀의 귓가에 정우와 쿠르트의 대화가 들렸다.

“와아! 아저씨. 너무 맛있어요!”

“그러냐. 입에 묻은 소스는 좀 닦고 먹지 그러냐.”

‘소스…?’

소스라고?

순간 웬디의 눈이 재빠르게 그녀의 앞에 놓인 접시를 훑었다.

그리고 보인 것은 옅은 아이보리 색을 띠고 있는 그레이비 소스.

‘안 그래도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 존재했다고…?’

믿을 수 없다.

이 음식이 이 이상 더욱 맛있어지는 방법이 존재한다니.

그런 것이 존재할 리가 없다.

하지만 입가에 소스를 덕지덕지 묻히면서 양 볼이 미어터지듯이 햄버그를 먹는 정우의 모습은 분명 소스를 묻혀서 먹는 것이 더욱 맛있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꿀꺽…….

결국, 웬디는 떨리는 손으로 햄버그를 잘라내서 소스에 찍어서 그것을 들어 올렸다.

햄버그에 묻은 그레이비 소스는 중력을 거스르려는 듯 밑면을 향해서 찍혀있음에도 햄버그에 달라붙어서 떨어지려 하지를 않았다.

하지만 그 반항도 영원할 수는 없는지.

시간이 지나며 천천히 아이보리 색의 그 소스는 바닥을 향해서 떨어질 것 같이 물방울 모양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그대로 소스가 접시에 떨어져서 뚝 뚝하는 소리와 함께 닿고 말 것만 같은 모습.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웬디는 그 소스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무심코 자신이 들고 있던 햄버그 조각을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짜가 바뀌기 15분 전 연참 성공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분량이 초과되서 3편으로 끝낼 생각이었던 어린이날 특집이 4편까지 늘어난 것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어린이날 특집인데 정작 어린이날에 한 편이 올라오고 어린이날이 아닌 날에 세 편이 올라오는 어린이날 특집이 있을리가 없잖아?

여기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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