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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51화 (52/78)

제 51화

여러가지 마수 버섯전골

처음으로 느껴진 것은 버섯전골의 육수.

처음 먹어보는 간장의 짠맛, 고기의 담백한 기름, 야채에서 뿜어진 은은한 단맛, 그리고 마지막으로 목 넘김까지 깔끔하게 만들어주는 배춧잎의 시원함까지.

역시 쿠르트의 요리라 할 만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식재료들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맛이었다.

그것은 분명히 입에 넣는 것으로 만족감을 끌어 올려주는 맛이었다.

하지만 그녀들로 하여금 이 버섯전골에 거부감을 느끼게 했던 것은 버섯전골의 육수가 아니었다.

바로 입안에 들어있는 가시 뿔 버섯의 존재.

푸른빛이 도는 회색의 갓을 가지고 마치 송곳처럼 날카롭게 뻗은 뿔 모양의 돌기를 가진 그 버섯은, 솔직히 계속해서 꿈틀거리는 버섯이나, RGB 컬러로 알록달록하게 물든 다른 두 버섯에 비해서 멀쩡해 보일 뿐 객관적으로 맛이 있어 보이는 외견은 아니었다.

카리나는 한순간 이대로 그냥 가시 뿔 버섯을 씹지 않고 삼킬까 하고 고민을 했다.

‘아니. 쿠르트 씨가 정성껏 만들어준 음식인데 이대로 삼키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

그러나 이 가시 뿔 버섯보다 몇 배는 위험하게 생긴 미치광이 춤꾼 버섯도 마리가 멀쩡하게 먹지 않았는가.

그러니 그 버섯보다 멀쩡해 보였던 가시 뿔 버섯이 위험할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한 카리나는 눈을 질끔 감고를 그 버섯을 씹었다.

물컹

‘뭐야……. 평범한 버섯이잖아…?’

그러나 큰 각오를 하고 씹었던 것과는 달리 그 버섯은 평범한 버섯이었다.

식감은 새송이버섯을 씹는 것처럼 탱글탱글했지만 그뿐, 씹는 것으로 몸에서 거부반응이 나타날 정도로 유독하지 않은 것은 물론, 버섯에서 황홀한 표정을 짓게 할 정도로 감미로운 향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 평범한 맛에 카리나는 안심하며, 그리고 마음속 어딘가로는 아쉬움을 느끼며 입안에 들어간 가시 뿔 버섯을 오물오물 씹었다.

그러나,

아무 특이한 점이 없는 평범한 버섯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카리나의 착각일뿐이었다.

그 버섯은 결코 평범한 버섯은 아니었으니.

이내 버섯의 기둥을 다 씹어 삼키고 그 버섯의 갓에 달린 뿔을 씹었을 때 카리나는 자신이 먹고 있는 음식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고기를 같이 삼켰던가…?’

그것은 마치 고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쫄깃쫄깃한 식감.

아니, 오히려 소고기에서도 느낄 수 없는 버섯의 탱글탱글함이 섞인 식감이었다.

이에 힘을 줘서 그 버섯의 결을 찢으려 하면 버섯 특유의 탱글탱글한 식감이 반발을 일으켰지만, 곧 이에 다시 힘을 줘서 씹으면 결대로 짓이겨지며 느껴지는 쫄깃한 느낌.

그것은 분명 고기를 연상케 하는 식감이었다.

마치 버섯과 소고기가 융합한 전혀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과도 같은 식감.

그 식감은 매우 특이할 만 했으나 그냥 단독으로 구웠다면 고기와 비슷한 식감이 날 뿐 아무 맛도 안 나는 특이한 버섯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버섯은 버섯전골 안에 들어가서 소고기의 육수를 잔뜩 흡수한 것으로 마치 자기 자신이 고기라도 되는 것처럼 고기와 야채의 풍미를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이다.

마치, 도플갱어가 인간종의 모습을 흉내 내고 그 자리를 빼앗은 것처럼.

겉 부분은 고기를 떠올릴 정도로 쫄깃쫄깃하지만 속은 오히려 다른 버섯들과는 달리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게, 마치 최고급 소고기의 마블링이 이러할까 싶은 식감이었다.

오히려 그 식감은 지금까지 먹었던 평범한 소나 돼지고기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독특한 매력이 느껴졌다.

소고기에서는 국물에 육수를 우려내기 위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분을 밖으로 분출했는데, 가시 뿔 버섯은 오히려 그렇게 고기와 야채들이 뿜어낸 육수를 모두 자신이 흡수한 것으로 맛이 더욱 진해져 버린 것이다.

이래서는 오히려 전골에 곁들여 먹기 위해서 넣은 소고기의 역할이 단순히 국물을 우려내기 위한 들러리로밖에 보이지 않을 수준.

말 그대로 도플갱어가 인간종의 모습을 흉내 내서 원본이 된 인간종의 살 자리를 빼앗은 것처럼, 그 가시 뿔 버섯의 특별한 식감은 소고기가 주었어야 할 만족감을 모두 훔쳐버리고 만 것이었다.

‘과연……. 버섯전골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버섯이라는 것인가…….’

우물우물

“후아…….”

그렇게 카리나는 만족스럽게 가시 뿔 버섯의 식감을 즐긴 뒤 모두 삼키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은 미치광이 춤꾼 버섯을 먹고 난 뒤 마리의 모습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종류의 만족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리가 느낀 만족감의 종류가 그 버섯이 품고 있는 향의 황홀함이었다면 카리나가 느낀 것은 가시 뿔 버섯의 육수를 가득 머금은 가시 뿔이 주는 육수의 맛과 식감이 주는 충실함이었으니.

그러나 종류는 달랐더라도 두 사람 모두 그것을 먹고 만족했다는 사실은 같았으니, 잠시 버섯전골의 여운을 즐기던 카리나는 곧 마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정신없이 자신이 퍼온 버섯전골을 먹기 시작했다.

“어, 어어……. 뭐야. 다들……. 괜찮은 거야?”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불안함과 슬그머니 마음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한 작은 소외감을 느끼는 세레나.

그러나 세레나의 물음에 두 사람은 대답하는 일 없이 말없이 전골을 먹는 것에 집중할 뿐이었다.

“그, 그렇게 맛있다고?”

사람이 세 명이 모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냈다고 했던가.

이미 두 사람이 버섯전골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본 세레나의 마음속에는 어느덧 호랑이가 3분의 2마리 정도는 생겨난 상태였다.

결국, 마지막으로 남았던 세레나조차도 호기심, 소외감, 기대감, 전골의 향기의 복합적인 요소에 굴복해서 어느덧 스푼으로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들어 있는 버섯을 담았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가 빨주노초파남보 제각각의 색으로 물든 팽이버섯처럼 생긴 물감 붓 버섯을 그 전골의 육수와 함께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하압

.

.

.

가장 처음으로 느껴진 것은 전골의 육수

<이하생략>

그렇게 전골의 육수에 만족감을 느낀 세레나였지만, 진짜 중요한 것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입안에 들어찬 물감 붓 버섯.

색이 이쁘다는 이유로 아무 생각 없이 선택했지만, 사실 여러 가지 색으로 알록달록한 버섯은 제법 위험하지 않나? 그런 생각에 쉽사리 그 버섯을 씹기가 망설여진 것이다.

하지만 그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다른 두 사람이 모두 맛있게 버섯전골을 먹는데 자신 혼자만 가장 늦게까지 버섯전골을 좀처럼 입에 대지 않으니 쿠르트가 그녀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었다.

“혹시 입맛이 없어…? 그렇다면 무리하지 않아도 돼.”

“우, 우으음. 아히야. 마히어.”

그 걱정스러운 시선에 세레나는 더이상 입안에 머금은 물감 붓 버섯을 과감하게 씹었다.

그리고 느껴진 것은 은은한 단맛과 그 뒤를 이어서 입안을 타격하는 폭발적인 감칠맛.

그 물감 붓 버섯은 원래 생김새가 팽이버섯을 닮았듯이 그 맛조차도 팽이버섯을 닮은 부분이 있었다.

팽이버섯은 수많은 식용버섯 중에서도 버섯 특유의 향이 거의 없는 편에 속하는 버섯이다.

대신 존재하는 것은 강렬한 단맛과 감칠맛.

그것은 대부분의 버섯이 맛 자체는 매우 약하지만, 각자 특별한 향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달랐다.

오히려 자체적인 향이 적기에 더욱 눈에 띄는 그 감칠맛은 물감 붓 버섯 또한 마찬가지, 오히려 그 이상이어서 버섯전골의 맛에 감칠맛이라는 조미료를 더한 것이다.

마치 다시마를 넣고 오랫동안 우린 육수를 먹는 것과도 같은 진한 감칠맛.

거기에 버섯 자체의 구조가 기다랗고 빽빽한 모양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그 틈새에 가득 차 있는 전골의 육수.

한입을 씹을 때마다 물컹하고 탱글탱글한 팽이버섯 형태의 다발을 씹어 삼키면 버섯 자체가 품고 있는 육수와는 다른 버섯의 틈 사이에 숨어있을 뿐 육수 본연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그 액체가 뿜어져서 입안을 가득 적셨다.

그렇게 뿜어져 나온 육수는 어느새 물감 붓 버섯의 감칠맛과 섞여서 육수의 맛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육수뿐만이 아니었다.

같이 씹은 배춧잎에도, 입안에서 느껴지는 소고기에도, 불감 붓 버섯에서 우러나온 감칠맛이 코팅되어 식재료들의 맛을 더욱 더 높은 경지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미치광이 춤꾼 버섯이 특유의 향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나타내고, 가시 뿔 버섯이 다른 재료에서 우러나온 육수를 흡수해서 자신이 주인공으로 거듭난다면, 물감 붓 버섯은 정 반대.

스스로 내뿜는 특별한 향이나 다른 재료의 맛을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도구로 만들지는 않지만, 반대로 자기 자신이 다른 식재료들의 맛을 돋보이게 해주는 보조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과연 세 종류의 버섯은 그 개성 있는 외형만큼이나 각자 다른 방향성으로 그 버섯전골의 완성도를 끌어올려 주고 있었다.

“뭐야. 평범하게 엄청 맛있잖아!”

사실 평범하다는 것과 엄청나다는 수식어가 동시에 붙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것이 세레나가 품은 감상평을 솔직하게 말했다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세레나의 감탄사에 자신의 스푼 위에서 꿈틀거리는 미치광이 춤꾼 버섯을 먹고 있던 마리가 반응하였다.

“어? 이제 보니 세레나 씨의 버섯도 궁금하네요!”

“흐음……. 확실히 처음에는 단순히 독버섯 같은 외형에 꺼림칙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렇게 보니 알록달록한 게 제법 이쁜 것도 같군.”

“흐흥. 뭐야. 내 버섯의 맛이 궁금해?”

“네! 궁금해요!”

“그렇다면 네가 먹고 있는 버섯을 조금 나눠준다면 교환을 생각해줄 수도 있는데.”

“네! 물론이에요!”

“크, 크흠…! 그러면 이쪽의 가시 뿔 버섯에는 관심 없나?”

그렇게 세 사람은 언제 버섯전골이 먹기 싫어서 몸부림쳤냐는 듯 사이좋게 서로가 고른 버섯을 교환해가며 버섯전골의 맛을 즐겼다.

그리고 세 사람의 반대편, 쿠르트는 조용히 그녀들이 버섯전골을 맛있게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흐음……. 저렇게 괴상하게 생긴 버섯을 잘도 먹네.”

그렇게 말하며 그는 얌전히 표고버섯을 삼킬 뿐이었다.

웬만한 식재료에는 처음 보는 것이라 할지라도 거부감 없이 도전하는 쿠르트였지만, 이전에 치사량의 몇십 배에 해당하는 독버섯을 섭취하고 사경을 헤맨 뒤로는 버섯에 한해서는 도전정신이 살짝 꺾였기 때문에 식용으로 섭취할 수 있다고 들었어도 선뜻 손이 가지 않은 탓이었다.

.

.

.

그렇게 네 사람은 버섯전골을 먹으며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끝마쳤다.

그리고 그날, 모험가 길드에는 척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버섯 요리를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먹으며 황홀해 보이는 미소를 짓는 4인조 파티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버섯전골 편 끝!

작중에서는 동굴에서 채집한 버섯을 곧바로 요리에 사용했지만 현실에서는 산에서 채집한 버섯을 식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부디 버섯을 즐길때는 믿을 수 있는 마트에서 구매한 버섯만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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