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화
여러가지 마수 버섯전골
나는 오늘 채집한 버섯들을 들고 모험가 길드의 주방으로 향했다.
오늘은 평소와 달리 마리, 카리나, 세레나 세 사람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그것도 그녀들의 개인 사정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나를 돕기 위해서 나선 일로 인해서 위험해진 것이다.
당연히 내 마음은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록, 먼저 도와주겠다고 말을 꺼낸 것은 마리였고, 버섯을 채집하는 김에 의뢰까지 겸사겸사 해두자고 제안한 것은 카리나였고, 그 의뢰를 수주해온 것은 세레나였지만.
...어라. 생각했던 것보다 내 과실은 없지 않나?
그렇다고 해도 나를 도우려다 큰일이 날뻔했으니, 마음이 불편한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서 요리를 만드는 것.
오늘의 메인 메뉴는 아침에 예고했던 버섯전골이다.
전골은 스튜나 수프 같은 국물에 넣고 끓이는 계열의 요리들이 모두 그렇듯이, 재료들의 맛과 영양이 모두 국물에 우러나기 때문에, 식재료의 영양 손실을 최소화하고 소화하는데도 부담이 없는 요리이다.
몸에 큰 문제는 없다고는 하지만 며칠 동안 휴식을 취해야 하는 그녀들에게는 적절한 요리라고 할 수 있었다.
정작 그 버섯전골 때문에 위험에 처할 뻔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 한 일이지만.
우선은 버섯전골에 넣을 버섯을 손질하는 일이다.
전골에 사용하는 버섯은 시장에서 구매한 양식 표고버섯 한 종류를 제외하고는 모두 슈라이그 동굴에서 채집해온 버섯이었다.
물론 그중에서 인간종의 시체를 조종하고 세 사람의 정신을 자기 뜻대로 유도했었던 그 시체 기생 버섯 마수의 버섯은 쓰지 않는다.
인간종의 시체를 모판 삼아서 자라나는 버섯이라니, 곤충의 사체에서 자라나는 버섯인 동충하초 같은 귀여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딴 걸 먹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애초에 챙겨오지도 않았기에 그 버섯이 식용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설령 식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종류의 버섯이라고 해도 먹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슈라이그 동굴에서 채집한 버섯은 고작 그 한 종류뿐만이 아니었다.
세 사람은 시체 기생 버섯에 의해서 정신을 유도당하는 와중에도 버섯의 채집은 성실하게 해주었고, 그것들을 약초꾼 후치에게 보여준 결과 적지 않은 종류의 버섯이 식용이 가능한 버섯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용하는 버섯은 바로 그 버섯들이다.
우선은 채집한지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바구니 안에서 간헐적으로 움찔거리고 있던 미치광이 춤꾼 버섯.
이름에 미치광이가 들어가는 것과는 달리 그대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식용이 가능한 버섯이었다.
미치광이 춤꾼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그저 주기적으로 꿈틀거리며 포자를 널리 퍼트리는 모습이 미친 사람이 춤을 추는 것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라고.
실제로는 그 포자는 독성도 없어서 인간종에게는 완전히 무해하고 그냥 빛이 들지 않고 습한 지역에 서식할 뿐인 버섯이라고 한다.
그 미치광이 춤꾼 버섯을 흐르는 물에 먼지와 흙을 씻어낸 뒤, 겉 부분을 조금 깎아주고 버섯의 결을 따라서 세로로 잘게 썰어준다.
자른 모양만 본다면 송이버섯이나 새송이버섯을 떠올리게 하는 모양이었다.
두 번째로 넣을 버섯은 가시 뿔 버섯이다.
겉으로 보이는 외관은 푸른색의 느타리버섯과 비슷하지만 특이한 점은 버섯의 넓은 갓에 송곳처럼 생긴 뿔이 여러 개 달렸다는 것이다.
이 버섯 또한 인상적인 외관과는 달리 그대로 식용이 가능한 버섯이었다.
특히 이 뿔처럼 생긴 돌기의 식감이 굉장히 특이한 편이라고 하니, 버섯을 손질할 때 최대한 갓을 건드리지 않고 손질하도록 한다.
그리고 세 번째로 넣을 버섯은 버섯마다 각각 다른 색으로 영롱하게 물들어있는 물감 붓 버섯이다.
그 버섯은 뿌리 부분의 색은 평범하게 하얀색이지만, 뿌리에서 갈라져 나오는 가지에 해당하는 부분부터는 각자 붉은색, 푸른색, 초록색, 노란색 등 가지각색으로 물들기 시작해서 마치 모두가 다른 종의 버섯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전체적인 생김새는 RGB 컬러로 물든 팽이버섯같이 생겼다.
뭐지, 게이밍 팽이버섯인가.
그렇게 버섯을 모두 손질하고 나니 버섯들의 모양이, 버섯전골을 만들기 위해서 버섯을 손질했다기보다는 무슨 독약이라도 만들기 위해서 버섯을 모아둔 것 같았다.
...이거 먹을 수 있겠지?
아냐, 버섯의 외관만으로 판단하면 안 돼.
사실 자연계에서 외관이 화려한 버섯은 독버섯이고, 수수하게 생긴 버섯은 식용으로 섭취가 가능한 종류라는 미신이 퍼져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실제는 미신과는 아주 다르다고 한다.
평범하고 수수하게 생긴 버섯이라고 해도 사람을 얼마든지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고, 반대로 화려하게 생긴 버섯이라고 해도 식용으로 섭취할 수 있는 종류가 있다고.
어쨌든, 마지막으로 시장에서 구매한 표고버섯까지 깨끗하게 씻어서 손질을 끝내고 나면 버섯의 준비는 끝이다.
하지만 버섯전골이라고 해서 버섯만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전골에 들어갈 다른 재료들을 손질한다.
우선은 배추.
전골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메인이 되는 식재료가 무엇인지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국물의 맛을 낼 육수를 어떻게 내는가이다.
무, 배추, 멸치 같은 해산물을 우려낸 육수.
다양한 종류의 육수가 있지만 이번에 사용할 야채는 배추다.
내가 배추를 사용해서 우려내는 국물을 좋아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배추도 마찬가지로 흐르는 물에 씻어서 흙과 먼지를 털어낸 뒤, 가장 겉의 잎은 그대로 떼어내고 그 안쪽에 있는 배춧잎을 사용한다.
배춧잎은 절반으로 자르거나 통으로 잘랐을 때 모양이 이쁘게 넣어서 그대로 넣는 사람도 많지만, 이번에 만들 요리는 겉모습을 꾸미기 위한 요리가 아니었으니 한입에 넣을 수 있을 크기로 자른다.
그 뒤, 양파와 당근 또한 적당하게 썰어서 준비를 해준다.
양파와 당근에서 나오는 채즙은 배춧잎만으로는 부족한 맛인 은은한 단맛을 보충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준비할 식재료는 버섯과 야채만으로는 부족한 영양을 보충해줄 식재료인 고기.
내가 가지고 있는 고기 중에 가장 최고급 고기는 과일나무 뿔 순록의 고기였지만, 이 전골에는 넣지 않는다.
전골과 같은, 국물에 모든 재료를 넣고 끓이는 요리에는 향이 지나치게 강하고 개성적인 재료를 넣었다가는 그 재료의 맛이 다른 식재료의 맛을 모두 묻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굳이 시장에서 구매해온 소고기의 등심을 최대한 얇은 두께로 썰어준다.
그렇게 버섯, 야채, 소고기까지 모두 손질을 끝냈다면 전골의 재료 준비는 끝이다.
그리고 평소였다면 이대로 손질이 끝난 요리를 그대로 냄비 안에 넣고 끓이기 시작했겠지만, 오늘은 굳이 주방에서 요리하지 않고 세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테이블에서 요리한다.
역시 전골이라면 요리를 해가면서 먹어야지.
그렇게 손질이 끝난 재료와 냄비, 다른 요리 도구들을 들고 나는 다시 테이블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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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오늘은 눈앞에서 요리하며 먹도록 하겠다.”
쿠르트는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 위에 마석을 사용하기 위한 세팅을 하였다.
주방에서와는 달리 테이블의 위에서는 불을 쓰는 요리를 할 수 없으므로 차선책으로 열을 내뿜는 마석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고작, 요리하면서 먹는 편이 더욱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값비싼 마석을 사용하다니.
그것은 은 등급 모험가의 기준에서도 상당히 사치스러운 행위였다.
평소 같았으면 그 쿠르트의 낭비벽에 바로 잔소리를 할 법도 했지만, 정작 마리는 그것에 딴지를 걸 생각도 하지 못하고 두려운 것을 보는 눈으로 쿠르트가 준비한 전골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카리나와 세레나 또한 다르지 않았고, 두 사람 또한 떨리는 눈으로 쿠르트가 가져온 전골의 재료를 바라보았다.
“이, 이건 도대체 뭐죠…?”
마리의 질문에 곁에서 질린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던 두 사람 또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세 사람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전골을 하기 위해 준비가 끝난 그 냄비의 안에는, 마치 산낙지처럼 꾸물거리는 버섯, 독버섯이라도 되는 것처럼 위협적인 돌기가 달린 버섯,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빛깔의 색을 가진 버섯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봐도 그 모습은 그녀들이 알고 있던 버섯전골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
그것을 본 그녀들은 제발 자신들이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쿠르트에게 질문을 하였다.
그러나 쿠르트의 대답은 그녀들의 기대를 산산이 부숴버리는 것이었다.
“뭐기는. 오늘 저녁은 버섯전골을 먹자고 했으니 버섯전골의 재료인 게 당연하잖아.”
“이게 말인가요…?”
“제가 보기에는 그냥 마법용 시약을 만드는 위자드의 솥단지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만…….”
“노, 농담이겠지?”
“뭐? 무슨 소리야? 이 버섯들이 맛있어 보인다고 채집한 것은 너희들이었잖아.”
“우, 우리가 말인가요!?”
“뭐야. 기억 안 나냐?”
그렇다. 쿠르트는 그녀들이 자신들의 의지로 버섯을 채집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녀들이 버섯을 채집한 것마저도 그 버섯 마수의 영향에 의한 것이었다.
그 버섯 마수의 정신 유도는 사실 피해자들에게서 버섯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맨정신이라면 징그럽다며 채집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버섯들을 오히려 이쁘다고 말하며 채집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할 리 없던 세 사람에게 쿠르트가 손질해온 버섯전골은 그야말로 생각도 하지 못했던 악몽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런 세 사람의 얼굴을 본 쿠르트는 곧바로 어떻게 된 일인지를 파악하였다.
어쩐지 이상하더라.
그런 이상한 모양의 버섯들을 좋다고 채집할 리가 없지.
상황을 파악한 쿠르트는 준비를 하던 전골을 다시 치우며 말했다.
“...먹기 싫다면 억지로는 권하지 않을게. 이건 나 혼자 먹으면 되니까.”
평소 같았으면 억지로라도 한 스푼은 먹도록 권했을 쿠르트였지만, 오늘은 그녀들에게 미안한 점이 있었기에 억지로 권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쿠르트가 그녀들에게 부채의식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들 또한 쿠르트에게 부채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버섯 마수의 포자에 당해서 그대로 모판이 되어 죽을 수도 있었던 위기를 쿠르트에게 구원받은 것이었으니 쿠르트를 돕기 위해서 버섯 채집을 나간 것이었는데 도리어 그에게 짐만 된 꼴이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짐만 되었는데 자신들을 위해서 요리 준비를 한 쿠르트에게 그녀들이 어떻게 못 먹겠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녀들은 곧바로 쿠르트에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에요! 처음 보는 모양의 전골이라 잠깐 놀랐을 뿐이에요!”
“맞습니다. 벌레로 만든 요리도 먹었는데 이런 버섯전골이 싫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맞아! 오히려 이 정도면 버섯전골이 특이해서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수준……. 잠깐! 벌레!?”
그렇게 그녀들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알겠다. 요리를 시작하지.”
“와아! 정말 기대되네요!”
“아까부터 허기지던 참이었습니다!”
“잠깐! 벌레가 뭔데? 설마 벌레를 먹은 거야!?”
그녀들을 보며 쿠르트는 마석을 활성화했고 그것으로 더는 돌이킬 수 없었다.
그녀들이 마지막 탈출구를 제 발로 차버리던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는 예약연재를 걸어두고 잠들었기 때문에 감사의 인사를 남기지 못했습니다만, 환버거가 공모전의 본선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이 모든 성과는 제 글을 즐겁게 읽어주신 독자분들의 덕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연재해 나가서 공모전이 끝나는 날까지, 그리고 공모전이 끝나더라도 그 이후에도 열심히 글을 써나가겠습니다.
아기악마타나 님 10코인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아기악마타나 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귀찮고마 님 100코인 감사합니다! 사실 이 100코인 후원은 이 작품이 아니라 제 전 작품인 무카살쪽으로 들어온 후원이지만 그쪽은 이미 완결이 나서 새로 연재를 갱신할수가 없어서 이쪽 지면을 빌어서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