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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48화 (49/78)

제 48화

여러가지 마수 버섯전골

“하하하하!”

그래.

그런 거였어.

모든 수수께끼가 하나로 이어지며 풀리는 통쾌함에 나는 마치 정신이 나간 것처럼 한바탕 시원하게 웃었다.

“어머. 쿠르트 씨. 정신이 나가버린 건가요?”

“저런……. 안타깝군. 기왕 정신이 나간 김에 우리와 함께 쉬지 않겠습니까?”

“맞아. 어차피 제정신이 아니라면 그냥 잠이나 자자! 우리와 함께!”

그녀들은 그 와중에도 태연하게 한가한 소리를 하였지만, 나는 더이상 그녀들의 상태에 신경 쓰지 않고 쓰러진 버섯 인간을……. 아니, 그냥 버섯인 그것을 보았다.

기생충 중에는 숙주의 행동을 조종하는 종류의 기생충이 존재한다.

물속으로 생활의 터전을 옮기기 위해 숙주가 끊임없는 갈증을 느끼도록 유발하는 종류, 더 상위의 포식자에게 기생하기 위해서 자신의 숙주에게서 공포라는 감정을 거세해서 일부러 포식자에게 먹히도록 조종하는 생물까지.

이 버섯도 똑같은 종류였다.

인간의 시체에서 자라나고 조종하는 그 버섯은 더 많은 모판을 얻기 위해서 이 공동안에 포자를 뿌린 것이다.

그렇게 뿌린 포자에 노출된 인간종은 경계심이 약해지고, 공격성이 사라지며 그 버섯들의 소굴로 제 발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렇게 이동한 인간종은 마침내 그들의 소굴에서 영영 깨어날 수 없는 잠에 빠지고 그들은 그렇게 새로운 모판을 얻게 되는 구조겠지.

그녀들이 어째서 이상해진 것인지 눈치채지 못한 것도 당연했다.

이것은 애초에 그녀들이 무언가를 했기 때문에 이상해진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한 것은 그녀들이 아니라 이 버섯들이었으니까.

처음부터 이 버섯들의 포자로 가득 찬 공동에 도착한 것.

그 자체가 이미 트리거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오직 나만이 영향을 받지 않은 것도 내가 초월자이기 때문에 그저 남들보다 몇십 배 이상으로 독성에 저항력이 강하기 때문이었다.

인간종은 무슨.

그냥 마수일 뿐이었잖아.

그리고 그냥 평범한 마수일 뿐이라면 더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

─────!

자신들의 동족이 죽은 것에 분노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본능대로 새로운 모판을 손에 넣기 위한 몸부림인지 몇 마리의 버섯이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애초에 내가 가볍게 내지른 주먹에 몸이 터져나갈 정도로 약해빠진 녀석들이었다.

순수하게 물리적인 힘에서 토벌 등급을 잰다면 철 등급이나 간신히 될까 싶은 수준.

겨우 그 정도의 마수 따위가 나에게 위협이 될 리가 없었다.

나는 내게 달려드는 버섯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퍼어엉!

그와 함께 그 버섯들은 모두 상반신이 터진 모습으로 나에게 달려들던 속도 그 이상의 속도로 튕겨 나갔다.

저벅저벅

그러나 나는 그 버섯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로 멍한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카리나에게 다가갔다.

“잠시 배틀액스 좀 빌린다.”

“으에…?”

나는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앉아있는 카리나의 배틀 액스를 손에 쥐었다.

그 배틀 액스는 제법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

─────!

그러는 사이 일제히 나에게 달려드는 버섯 마수들.

그러나 나는 조급해하지 않고 그 배틀 액스를 양손으로 잡고 오러를 둘렀다.

사냥꾼의 철칙

자신이 소화할 수 없는 양의 동물과 마수는 사냥하지 않는다.

사냥꾼의 철칙

사냥꾼은 생태계를 파괴할 정도의 사냥을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지금 나에게 달려드는 버섯들을 모두 사냥하면 이 공동 안의 생태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내가 저 시체 버섯을 어떻게 사용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 반드시 사냥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이 버섯들에게 내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것도 아니니 정당방위 또한 아니다.

그러니 내가 사냥꾼으로서 해야 할 최고의 행동은 내게 달려드는 버섯들을 뿌리치고 아스트람으로 돌아가 일행의 치료를 받는 것.

하지만,

모험가의 철칙

첫 번째

동료가 당했다면 절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방금 그렇게 정했다.

그러니 나는 배틀 액스에 맺힌 오러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전신의 마나가 재빠르게 순환하며 발끝부터 머리까지 한 바퀴를 돌아서 이내 양손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양손에 모인 마나는 곧 양손에 쥔 배틀 액스로 흘러들어 오러를 형성한다.

그리고는 양팔을 뒤로 돌려서 자세를 잡는다.

콰득

자세를 고정하기 위해 내디딘 발걸음에 대지가 버티지 못하고 파인다.

그렇게 해서, 마치 활시위를 놓기 전에 팽팽하게 당겨진 활 같은 자세가 되었다.

────!

─────!

인간종의 시체를 먹고 자라는 버섯의 주먹이 나를 내리찍으려는 순간.

크게 반월을 그리며 휘둘러진 도끼.

카리나의 베틀 엑스에 담긴 나의 전력을 담은 일격.

그것이 한줄기의 섬광이 되어서 쏘아졌다.

───────.

그리고 공백이 생겼다.

.

.

.

순간 세상에서 모든 소리와 움직임이 사라진 것 같은 소름 끼치는 정적.

버섯 마수들의 주먹이 내게 닿는 일은 없었다.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리저드맨을 공격할 수는 없었으니.

나의 일격으로 나를 포위하고 있던 버섯들은 모두 상반신을 잃어버린 채였다.

마치 처음부터 상반신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 버섯 마수들의 상반신.

그렇게 버섯 마수들을 꿰뚫고 쏘아진 참격은 수면 위에 일어난 파문이 퍼지는 것처럼 한참을 퍼지면서 공동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베어나갔다.

그리고 이내 공동 안을 가로등처럼 빛내고 있던 몇 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버섯들을 몇 송이나 베어버리고 나서야 만족한 듯이 소멸하였다.

그리고 그보다 한발 늦게 붕괴가 찾아왔다.

콰아앙!

콰아아앙!

마치 도미노가 쓰러지는 것처럼 거대한 버섯이 몇 송이가 쓰러지는 것을 시작으로 내게 달려들던 버섯들 또한 한 발짝 늦게 자신들의 상반신이 소실 되었음을 깨닫고는 쓰러졌다.

.

.

.

“어……. 여기는?”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뭐야. 왜 주변이 쑥대밭이 되어있어?”

그렇게 시체를 먹고 자란 버섯이 모두 쓰러지고 시간이 지나자 세 사람은 곧 정신을 차렸다.

어쩌면 그렇지 않을까 하고 예상하기는 했었지만, 예상대로 버섯들을 모두 쓰러트리자 최면에서 풀려난 듯했다.

단순히 경계심을 없애거나 공격성을 낮추는 것이라면 모를까, 특정한 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유도하고 내가 싸우는 것을 방해하는 등의 행위는 단순히 포자만으로 그렇게 만들었다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한 행동이었으니까.

아마도 포자는 단순히 매개에 지나지 않고 실제로는 그 버섯들이 원격으로 세 사람을 유도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버섯 마수들이 모두 쓰러지고 나니 정신을 차리게 된 것이지.

물론 이것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으니, 도시에 돌아가는 대로 연금술사 조합 같은 곳에 데리고 가서 검사를 맡아보기는 해야겠지만.

적어도 다시 상태가 안 좋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카리나. 배틀 액스 잘 썼다.”

“네? 아……. 네.”

내가 배틀 액스를 돌려주자 카리나는 아직도 정신을 다 차리지 못한 것인지 얼떨떨해하면서 배틀 액스를 돌려받았다.

버섯도 이 정도면 얼추 채집했고, 세 사람이 이상해졌던 원인도 해결했으니 이제 모험가 길드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나.

오랜만에 전력을 냈더니 다소 피곤한 것도 같네.

저녁때까지는 쉬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아앗! 옷이 벗겨져 있어! 쿠르트 씨!”

“...쿠르트 씨?”

“야! 쿠르트! 너 설마…!”

아.

“아니. 네가 덥다고 벗은 거거든!”

“그럴 리가 없잖아요! 이런 태양 빛도 들어오지 않는 동굴 속에서 더위를 느끼다니! 오히려 지금 추위를 느끼고 있을 정도인데요!”

결국, 나는 그녀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기 위해서 또 한참을 소모해야 했다.

진짜 피곤해졌다.

.

.

.

슈라이그 동굴에서 돌아온 뒤, 나는 세 사람을 데리고 연금술사 조합을 찾아갔다.

도저히 의뢰 난이도에 맞지 않는 슈라이그 동굴의 환경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자 연금술사는 설마 슈라이그 동굴의 환경이 그렇게 위험해졌을 줄은 몰랐다며,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했다.

잘못된 의뢰를 한 것에 대한 위약금에 대한 문제는 나중에 천천히 정리하기로 하고, 우선은 세 사람의 검사와 치료였다.

당연히 연금술사 조합에서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세 사람을 맡긴 뒤, 나는 약초꾼 후치를 찾아가서 오늘 채집한 버섯 중에서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버섯과 사용할 수 없는 버섯에 대한 분류와 취급 시의 주의사항을 설명받았다.

그렇게 모든 일을 끝마치고 모험가 길드로 돌아왔을 때는 어느덧 쉴 시간도 없이 저녁 시간이었다.

.

.

.

“그래서 검사 결과는 어떻게 나왔냐.”

나는 연금술사 조합에서 돌아온 그녀들에게 조심스레 결과를 물었다.

따라오겠다고 한 것이나 의뢰를 받자고 한 것은 그녀들의 주장이었지만, 근본적으로 원인을 찾자면 나를 돕기 위해서였기에 아무래도 이상이 있다고 한다면 편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검사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큰 문제는 없대요!”

“며칠 동안 휴식을 잘 취하고 격렬한 운동은 피하라고 하더군요.”

“뭐, 듣기로는 포자를 뿌렸던 마수가 살아있는 채라면 치료를 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었다는데 포자를 원격으로 조종하던 마수가 죽어버린 채라서 며칠 지나면 자연스럽게 몸 밖으로 포자가 배출된 대.”

“그런가. 다행이군.”

새삼스레 그 동굴 안에서 그 마수들을 모두 다 없애버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 그리고!”

그때 마리가 잊었던 것이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설마 무언가 안 좋은 소식이라도 있나?

그런 생각을 하며 불안한 눈빛으로 마리를 바라보자 그녀는 곧 베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맛있는 거라도 먹으면서 몸조리를 잘해야 한대요! 맛있는 밥 주세요!”

그렇게 환한 미소를 짓는 마리에게 나는 꿀밤을 한 대 먹여주고는 요리를 하기 위해서 주방으로 향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리 파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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