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6화
여러가지 마수 버섯전골
“...이곳이 슈라이그 동굴인가.”
“와아. 동굴 안인데도 푸른색으로 빛이 나다니 정말 이뻐요.”
“뭐……. 나쁘지는 않네.”
슈라이그 동굴은 그녀들의 반응대로 평범한 동굴은 아니었다.
그 동굴의 안을 단순히 동굴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입구는 평범한 동굴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10분 정도를 걸었을까.
곧이어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동굴이라기보다는 지하세계라고 불러도 좋을 법한 거대한 대 공동.
동굴의 폐쇄적이고 어두웠던 일자형의 길이 한순간 넓게 뚫리면서 나타나는 그 장소의 모습은 우리가 지금껏 걸어왔던 길이 대 공동의 중간 높이에 붙어있던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 공동의 안에는 스스로 광원이 되어서 푸르스름한 빛을 내뿜는 발광하는 거대버섯이 족히 10m는 될 법한 높이로 자라있었다.
그 버섯의 뿌리는 대 공동의 바닥에 뿌리를 뻗고 있어 뿌리가 우리 기준에서 몇 미터는 아래에 있었는데도 그 버섯의 갓들은 우리의 머리 위를 창백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푸르르게 발광하는 버섯뿐만이 아니었다.
초롱 아귀의 머리에 달린 발광체가 마치 그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의 문자 그대로 초롱 모양을 한 녹색 빛을 내뿜는 버섯부터, 버섯 주제에 마치 호흡을 하는 것처럼 좌우로 흔들거리며 수축했다가 이완하기를 반복하는 버섯, 나중에 가서는 버섯보다는 차라리 해파리라고 부르는 게 맞지 않을까 싶은 공중을 유영하는 버섯까지.
가지각색의 버섯들이 그 공동안에 모여있었다.
우리는 외벽에 달린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서 걸어가며 신기해하며 그것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
.
.
그렇게 대 공동의 바닥에 내려왔지만, 그곳의 신비로운 분위기는 변하지 않은 그대로였다.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아요.”
“마리시아 양의 말대로 확실히 몽환적인 풍경입니다.”
그것은 마치 버섯만으로 이루어진 숲속을 거니는 것만 같았다.
“그나저나 이렇게 버섯이 많으면 어떤 버섯을 채집해야 할지 모르겠네.”
“일단은 주위에 보이는 작은 버섯들을 채집하는 게 좋겠다.”
버섯이 너무 크면 전골에 넣기 힘들어지니까.
그렇게 슬슬 버섯을 어떻게 채집할 것인지에 대해서 정하려는 순간이었다.
────.
“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요?”
“무슨 소리 말입니까?”
“착각이겠지. 여기에 우리 말고 누가 있다고 소리가 들려.”
마리의 말에 카리나와 세레나는 착각일 뿐이라며 가볍게 웃은 뒤 그녀의 말을 무시하였다.
뭔가 위화감이 있는 것 같은데…….
한순간 무언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었지만, 우선은 그런 것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마리가 들은 소리를 나 또한 들었기 때문이다.
마리가 어렴풋이 들을 수 있었던 소리를 그보다 오감이 뛰어난 내가 듣지 못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짐승의 울음소리 같지만 진짜 짐승의 울음소리라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불쾌한 소음.
마치 무언가 두꺼운 막을 하나 두고 그 안에서 좀비가 울부짖는다면 그런 소리가 날까 싶은 소리였다.
“무언가가 있군.”
“무언가라니요?”
“울음소리……. 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들어보는 소리를 가진 생물이다.”
“하하하. 이런 곳에 우리 말고 다른 누군가가 있을 리 없잖아요.”
“맞아. 쿠르트. 걱정이 지나치다니까.”
그러나 나와 마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카리나와 세레나는 낙관적인 태도로 경고를 흘려넘기려 하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낙관적인 태도는 곧 지워지고 말았다.
.....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뭔가가 온다. 전투 준비해.”
“전투……. 준비 말입니까?”
“뭐, 뭐?”
카리나와 세레나가 나의 경고에 한발 늦게 대응하는 사이 어느샌가 가까워진 그 생물체는 버섯으로 된 숲을 가로지르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그 생물의 정체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종류의.
그러나 이 장소라면 더없이 어울리는 종류의 생물이었다.
“쿠르트 씨! 거대한 버섯이에요!”
“걸어 다니는 버섯이다!”
“뭐, 뭐야! 저런 건 듣도 보도 못했어!”
그녀들의 말대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신장이 2.5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크기의 버섯이었다.
버섯의 모양은 송이버섯이나 새송이버섯을 떠올리게 하는 단순한 모습이었고, 그런 주제에 묘하게 인간종 같은 팔다리가 달린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뭐지. 내가 모르는 인간종인가?
전혀 예상치 못한 존재를 마주한 그 정체불명의 버섯 인간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만약 저것이 단순히 마수라면 베어버리면 그만이지만 대화가 통하는 인간종이라면 굳이 선공을 가할 필요는 없다.
아니, 오히려 인간종이라면 될 수 있으면 대화로 해결하고 싶다.
그러나 그런 나의 바람도 무색하게 우리와 마주한 버섯 인간은 그대로 바로 전에 들었던 것과 같은 괴성을 지르며 주먹을 내질러왔다.
─────!
“피해!”
“꺄아아앗!”
내 경고성에 그녀들은 각자 비명을 지르며 급하게 몸을 던졌다.
늦지 않게 몸을 던졌기 때문에 그 버섯 인간의 공격에 직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좀처럼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역시, 뭔가 이상해.
방금 어째서 저렇게…….
“쿠르트 씨! 도망가죠!”
“뭐? 도망이라고? 하지만…….”
“이쪽에 길이 있습니다! 이쪽으로 가시죠!”
마리의 말에 뭐라 반박을 하려 했지만 내가 제대로 입을 열기도 전에 카리나가 버섯의 숲 사이로 난 길을 가리키며 말했고, 곧 그녀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그 길을 향해서 도망쳤다.
결국, 그녀들이 모두 도망치기 시작하고 마지막으로 버섯 인간과 대치한 나는 눈앞의 버섯 인간과 도망치고 있는 그녀들을 번갈아 가면서 보았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비록 먼저 선공을 가했다 하더라도 상대는 인간종으로 의심이 되는 존재.
아무리 정당방위라 하더라도 살인을 하고 싶지는 않았고, 이미 그녀들은 완전히 도망칠 생각으로 가득했으니 결국 나 또한 그녀들과 의견을 일치해서 도망치기로 선택을 했다.
그렇게 나는 그녀들과 합류해서 버섯 인간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을 따랐다.
.
.
.
“하아……. 하아……. 이 정도면 무사하겠죠?”
“여기까지 왔으면 더는 쫓아오지 못할 겁니다.”
“하아……. 방금 그 녀석은 뭐였어?”
보통 이렇게 따돌렸다고 방심하고 있을 때가 창작물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지만, 그 정도는 이미 감각을 확장하고 있는 내가 있는 곳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도망친 그녀들은 버섯 인간이 보이지 않을 때쯤이 되어서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버섯의 형태를 한 인간종이 있다는 사실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마수인가?”
“하지만 팔다리 달린 버섯 마수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렇다면 신종인가?”
그렇게 그녀들은 각자 자신들이 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다.
하지만 나는 버섯 인간의 정체보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너희들.”
“무슨 일이죠. 쿠르트 씨.”
“어째서 버섯 인간을 마주했을 때 싸우려고 하지 않았지?”
그것은 내가 슈라이그 동굴에 들어왔을 때부터 느끼고 있었던 위화감.
지금까지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위화감이 이 순간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내 말대로 모험가 경력이 짧은 마리만 해도 모험가를 장래희망이었을 정도로 모험심이 강하고 투쟁심 또한 적지 않은 엘프였다.
아무리 처음 보는 생물이라고 해도 주먹질을 한번 했다고 바로 전의를 상실하고 도망칠 생각부터 할 정도는 아니었다.
마리 뿐만이 아니다.
카리나, 세레나에 이르러서는 나름대로 도시 내에서 이름을 알릴 정도의 수준인 은 등급의 모험가였다.
북방 출신의 바바리안이라고도 불리는 전투민족 출신인 카리나가 적을 상대로 싸우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고 도망칠 길부터 찾고, 겉모습과는 달리 호전적인 성격을 지닌 드워프인 세레나마저도 아무런 의문을 보이지 않고 도망을 치려 하다니.
이건 세 사람의 평소 성격상으로도 어울리지 않으며 하물며 모험가 경력이 있는 은 등급의 모험가로서는 실격이나 다름없는 아마추어 같은 행동이었다.
아니, 단순히 도망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뿐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버섯 채집이라고 해도 도시 밖으로 나왔다면, 자연 속에서 어떠한 마수를 마주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세 사람은 그런 마수의 습격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마치 나들이라도 나온 것처럼 아무런 경계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나를 제외하고 세 사람 중 청력이 가장 좋은 마리가 무언가 소음을 포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소리를 포착한 마리의 의견을 무시하였다.
그건 만난 지 얼마 안 된 세레나라면 몰라도 카리나라면 평소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그래. 오늘, 이 세 사람의 행동은 너무나 이상한 점이 많았다.
내 의문에 세 사람은 한순간 동공에 아무런 초점이 맺지 않은 인형 같은 상태가 되더니 곧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내 의문에 대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우리는 상대의 정체조차도 알지 못하잖아요.”
“맞습니다. 정체불명의 적을 함부로 상대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입니다.”
“맞아. 우리가 도망친 것은 제일 나은 선택이었어.”
그 말만을 들어본다면 그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말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한순간 느끼고 말았다.
초월자의 신경이 아니라면 눈치채지 못하고 넘기고 말았을 법한 아주 짧은 한순간.
내가 질문을 했을 때 그녀들은 내 말에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가 왜 그랬는지 의문을 품으려 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의문을 품기 위해서 생각에 빠지려는 순간, 아주 짧은 공백이 생겨났다.
마치 ‘그런 생각은 허락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듯한 짧은 공백.
그리고 그 공백의 뒤, 그녀들은 다시 자연스러운 표정이 되어서 내게 자신들이 행동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그녀들의 설명이 마치,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갖다 붙이는 것만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너희…….”
“왜 그러세요?”
“무슨 일입니까?”
“뭔데?”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일단은 주위를 살피면서 버섯을 채집하도록 하지.”
그러나 나는 그녀들의 이상행동에 대해서 그 이상으로 지적하지 않고 평범함을 가장했다.
만약 그녀들에게 무언가 이상이 생겼다면 쓸데없이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이 동굴에는 무언가가 있다.
앞장서는 나의 등 뒤로 세 사람의 시선이 꽂히는 게 느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슬아슬하게 12시 전에 세이브.
죄송합니다.
외식을 하고 왔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늦어서 지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형할인마트에서 폐기날짜가 하루남아 40%할인 스티커가 붙은 떨이 판매 과일바구니입니다.
참고로 외식은 양꼬치와 훠궈를 먹었지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