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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40화 (41/78)

제 40화

과일나무 뿔 순록의 훈연 바비큐

더이상 식재료에 대한 미련을 버린 나는 곧바로 과일나무 뿔 순록에게 다가갔다.

내가 지척까지 다가왔음에도 녀석은 아까부터 계속 그러했던 것처럼 제자리에 서서 나를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지금까지 나와 세레나는 녀석의 각성 능력이 주위의 식물을 생장시키고, 마수화시키며, 그렇게 마수화 시킨 식물들의 감각을 공유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판단이었다.

아니, 결과적으로는 같은 현상을 만들어내니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이론이 있다.

어떠한 현상을 설명할 때, 다른 요소들이 모두 같다면 가장 단순한 설명이 옳을 확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과일나무 뿔 순록의 각성종이 여러 가지 복합적인 능력을 동시에 각성했을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안 그래도 희귀한 각성종 중에서 복수의 능력을 각성하는 더더욱 희귀한 개체가 바로 이 개체일 확률보다는 여러 개의 능력을 각성한 것처럼 보이는 한 개의 능력을 각성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터였다.

그리고 전투가 시작하고부터 계속해서 같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모습.

그것은 얼핏 보면 각성종의 여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다.

단순히 식물들을 자라게 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그것을 마수화 시켜서 자기 뜻대로 조종하기 위해서는 한 곳에서 계속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

그래. 마치 뿌리를 내린 식물처럼.

녀석의 진정한 능력은 자신과 연결된 식물들을 자신의 뿔처럼 만드는 능력이었다.

자신의 머리에 달린 뿔을 급속도로 성장시켜서 세레나의 공격을 받아낸 것처럼, 주변의 식물들을 자신의 뿔로 삼아서 성장시키고 조종한 것이었다.

자신의 신체 일부로 삼았으니 감각을 공유하는 것도 당연한 일.

마치 나무에다 다른 식물들을 접목하는 것 같은 능력이다.

단지 접목하는 대상이 자기 자신일 뿐.

네임드 개체라고 했으니 이명을 붙이자면 접목하는 자 정도로 붙일 수 있을까.

세레나는 마나를 모두 소모한 시점에서 전의를 상실하고 도주를 포기했지만, 사실은 그 시점에서 도망을 쳐도 이곳에 뿌리를 내린 각성종이 우리를 추격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내가 진심으로 녀석을 쓰러트리겠다고 마음먹은 시점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었지만.

그렇게 본 실력을 발휘해서 녀석의 지근 거리까지 순식간에 접근했음에도 녀석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빠르게 접근했다 하더라도 무언가 행동을 하려면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마침내 그 녀석의 지척에 다가가서 그 녀석의 눈을 보았을 때 나는 알 수 있었다.

한 점의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는 고요한 녀석의 짙푸른 눈동자.

녀석은 내가 진심으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순간에 깨달은 것이다.

그 어떠한 저항도 이제 무의미해졌다는 것을.

개인의 의지로는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재해.

그 무저항의 깊은 눈은 마치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 듯해 보였다.

으득

그 눈동자를 마주한 나는 다시 한번 사냥용 나이프를 세게 움켜쥐었다.

각성종의 마수는 그 자체만으로 토벌 대상이 된다.

거기에는 그 마수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어떤 피해를 민간에 끼쳤는지는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

각성종이란 선과 악에 상관없이, 그 존재만으로 자연계의 생태계를 뒤흔들 수 있는 존재.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이 과일나무 뿔 순록 또한 녀석이 만들어낸 식물형 마수들로 주변이 엉망이 된 모습이지 않은가.

지금은 녀석이 뿌리를 뻗고 있어 조종하기에 잠잠하지만, 만약 녀석이 그 녀석들을 통제하기를 멈추고 자리를 뜬 뒤에도 그 식물형 마수들이 잠잠할까?

각성종에 의해서 통제되지 않는 식물형의 마수들은 주변의 동식물을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며 자신의 세력을 넓히고 번식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이 땅은 제멋대로 번식해댄 식물형 마수들에 의해서 일반적인 생물들은 접근할 수도 없는 마경이 되겠지.

거기에 이 각성종의 마수가 악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존재만으로 다른 인간종에게 피해가 되기에 사냥할 뿐.

이것은 생존경쟁이다.

내가 녀석을 사냥하지 않으면 언젠가 풀려난 녀석이 뿌려낸 씨앗이 어떠한 재앙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일.

그 씨앗을 제거하기 위한.

아이러니하게도 무저항의 각성종을 베어버리려 하는 나는 마음이 심란했으나, 나의 칼날을 마주한 녀석의 얼굴에는 어떠한 번뇌도 비치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을 해탈한 고승처럼 녀석은 담담히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태초에 자연에는 선도 악도 없었다.

그러나 어느 날 인간종이 나타나 그들을 선과 악으로 분류하였다.

인간종에게 이익이 되는 생물은 선한 생물이라 판단되어 보호받았으며, 인간종에게 해악이 되는 생물에게는 해수라는 이름이 붙어 토벌되었다.

그렇게 선도 악도 존재하지 않았던 자연에 모든 것에 이름표를 붙이고 그 이름표에 따라 자연을 개편하니

비로소 완성된 자연의 모습은 인간종이 보기에 참으로 좋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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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종의 마수를 토벌하고 모험가 길드까지 돌아오는 길은 간단했다.

돌아갈 때 우리의 모습은 쿠르트가 각성종의 마수를 둘러매고, 그 각성종 위에 세레나가 회전목마라도 탄 것처럼 올라가 있는 모습이었다.

더이상 마수를 찾기 위해서 탐색을 할 필요도 세레나의 발걸음에 맞춰서 이동속도를 낮출 필요도 없었으니, 쿠르트는 마수와 세레나를 엎은 채로 신속하게 길드로 복귀했다.

세레나는 쿠르트가 자신의 실력을 숨겼다는 사실에 화를 낼 법도 했지만 의외로 화를 내지 않고 조용히 쿠르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돌아왔는데, 이는 세레나의 머릿속에는 쿠르트가 각성종의 마수를 쓰러트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에 신경이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마라. 네가 걱정하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거다.’

‘너는 내가 지켜줄 테니.’

마지막 한마디는 실제와는 약간 달랐지만, 그것이 뭐가 중요한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어쨌든 그가 유니콘을 탄 왕자처럼 자신을 구해 줬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헤헤……. 헤헤헤…….”

그래도 덕분에 쿠르트가 지금까지 자신의 실력을 숨겼다는 사실을 추궁받지는 않았으니 이 또한 어찌 경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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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종의 시체를 모험가 길드에 보여주는 것으로 임무 성공 판정을 받은 나는 모험가 길드의 구석에서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세레나를 바라보았다.

하마터면 자신이 죽을 뻔한 위기에 처했던 것이 제법 충격이었는지, 임무를 출발할 때 만해도 기운차던 모습을 보여주던 그녀는 마치 정말로 귀족 아가씨라도 된 것처럼 조용하게 있지 않은가.

그 모습을 보니 그녀가 충격을 받은 것이 내 잘못인 것처럼 여겨져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니, 내 잘못인 것처럼 느껴지는 게 아니라 실제로 나의 잘못이 맞았다.

나의 나태함으로 인해서 그럴 필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극한의 상황에까지 몰렸으니까.

임무를 하고 싶어 했던 것은 나였고, 세레나는 단지 임무를 받지 못하는 나를 위해서 선의로 파티를 맺어줬음에도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입게 하다니.

나의 잘못이었다.

무언가 사죄라도 하고 싶은데…….

아. 그래. 요리를 하는 거다.

조금 단순하기는 하지만 원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운이 나는 법이었으니까.

마침, 각성종의 마수 고기도 얻었으니 이 녀석을 이용하면 제법 훌륭한 요리가 나오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세레나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냐?”

“으, 으응! 난……. 아니 전 괜찮아요!”

“왜 갑자기 존댓말이야. 편하게 대해. 동료잖아.”

“동료……. 동료. 에헤헤……. 그래! 알았어! 쿠르트!”

불쌍하게도.

세레나는 내 말에 존댓말을 했다가 갑자기 헤프게 웃었다가를 반복했다.

분명히 공포로 인해서 마음속 어딘가가 다친 것이겠지.

그녀의 미소를 보는 순간 나는 죄책감에 가슴이 조여오는 것만 같았다.

“배고프지 않아?”

“배? 아, 아니! 하나도 안배고픈데!”

구우우우

그녀는 그렇게 활기차게 말했지만, 곧이어서 긴장이 풀렸다는 듯 그녀의 배는 곧바로 공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화아아악

그 소리에 그녀는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지며 자신의 배를 양손으로 감싸 안았지만 그렇다고 이미 한번 울려버린 소리를 못 들었던 것이 되지는 않았다.

“드, 들었어?”

“그래.”

“으우우…….”

“걱정하지 마라. 내가 곧바로 맛있는 요리를 해줄 테니까.”

“요, 요리? 그러고 보면 분명 처음에 내가 같이 파티를 하자고 한 이유가…….”

“그러니까 앉아서 기다려라.”

그렇게 말한 나는 몸을 돌려서 요리하기 위해 모험가 길드의 주방으로 향했다.

뒤에서 세레나가 ‘생각해보면 요즘 같은 시대에 반드시 여자가 요리하라는 법은 없지……. 헤헤헤…….’ 같은 소리를 내뱉었지만, 나는 그 소리를 듣고는 세레나가 입은 정신적 충격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크다고 생각하며 죄책감을 가질 뿐이었다.

빨리 맛있는 것을 먹여서 멘탈을 치유하지 않으면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디어 본격적인 요리편 돌입

요며칠 식사시간보다 늦게 왔으니 이번 편은 식사시간보다 빠른 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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