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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36화 (37/78)

제 36화

과일나무 뿔 순록의 훈연 바비큐

바다 골렘을 잡고 나흘이 지나서 우리는 마침내 리일라를 떠나 아스트람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원래라면 하루 바다 골렘을 사냥한 것으로도 충분히 의뢰를 완수한 셈이었기에 바로 떠나도 좋았지만, 내가 멘보샤와 커스터드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서 바다 골렘을 사냥한 것으로 번 돈의 상당 부분을 지출했다는 것을 깨닫고 사냥은 계속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생태계가 있으니, 정말 마구잡이로 사냥할 수는 없었고 다른 모험가들도 토벌할 것을 생각해서 딱 여섯 마리만 더 잡았지만…….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모험가 길드에서 운반할 수 있는 수에 한계가 있어서 하루에 두 마리씩 사흘에 걸쳐서 나눠 잡은 것이었다.

그 덕에 모험가 길드에서는 며칠 동안 차륜전을 해서 힘이 빠진 바다 골렘을 잡는 것이 정석으로 여겨졌는데, 하루에 두 마리씩, 그것도 나흘 연속으로 잡은 우리 파티를 작은 영웅으로 취급했다.

그 덕에 올해는 바다 골렘의 껍질 가격 시세가 살짝 낮아질 정도였다고.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여관주인에게 몇 가지 요리의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으로 숙박과 식사에 대한 비용은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일까.

우리가 다시 아스트람으로 떠날 때쯤에 여관주인은 멘보샤를 만드는 법을 충분히 익혀서 본격적인 메뉴로 판매하고 있었으니까 여관주인에게도 큰 손해는 아니겠지.

사실 튀김 요리는 식용유를 대량으로 써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개인이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만드는 것보다는 식당 같은 곳에서 대량으로 생산할수록 단가가 내려가는 경향이 있으니 여관에서 대량으로 조리를 하는 게 경제적으로 올바른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사실 식용유값을 생각하면 한 끼 식사하기 위해서 대량의 식용유를 낭비하는 게 미친놈 같은 일이기는 하지.

그렇게 우리는 우리에게 경외의 시선을 보내는 모험가들과 나에게 경외의 시선을 보내는 여관주인을 뒤로 한 채 다시 아스트람으로 돌아온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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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스트람의 모험가 길드로 돌아오고 나서 며칠이 흘렀다.

만물이 싱그럽게 피어났던 봄의 계절은 어느덧 날이 무르익어 늦봄과 초여름의 사이에 진입하였다.

활짝 열린 모험가 길드의 창 사이로 햇살이 기분 좋게 나의 비늘을 쓰다듬었고 나는 그 따스한 햇볕을 밭으며 반쯤 감긴 눈으로 기분 좋게 늘어져 있었다.

분명 내가 리저드맨이 아니라 고양이 계열의 수인이었다면 고롱고롱 소리를 내고 있었겠지.

“흐음…….”

이 시간대라면 거의 오전과 오후의 사이인가.

이 시간대까지 일어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운 것은 오랜만이다.

평소라면 평소의 어리숙한 인상과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지닌 마리가 내 방문 앞에서 같이 아침을 먹자고 말하면서 은근슬쩍 요리해주세요라는 어필을 했을 텐데…….

아, 그러고 보니까 오늘은 마리는 카리나와 함께 의뢰하겠다고 했지.

내가 의뢰에 끼어들면 의뢰의 난이도가 너무나 쉬워져서 모험하는 맛이 안 난다나.

그 전부터도 나의 실력이 두 사람에 비해서 높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바다 골렘의 마수 토벌을 하고 나서 그 사실을 확연히 체감하게 된 듯했다.

또한, 바다 골렘 마수를 토벌한 뒤로 두 사람은 한결 사이가 가까워져서 유독 친하게 지냈는데, 아무래도 나와는 달리 서로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이라는 점이 유효했는지 때때로는 나보다 더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오랜만에 혼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셈이네.

사실 모험가 의뢰가 없는 날이면 우리는 굳이 같이 다니지 않고 각자 할 일을 했기에 그렇게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면 우선은 아침……. 아니, 점심인가?

대충 브런치나 먹을까.

하지만 일 인분 요리는 굳이 만드는 것도 귀찮으니 모험가 길드에서 적당히 사 먹기로 할까.

얼마 전 바다의 도시에서 클램 차우더를 먹고 나서 새삼 깨닫게 된 사실인데, 전체적인 식문화의 수준이 떨어지는 이 세계에서도 찾아보면 맛있는 음식집 하나 정도는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듯하였다.

당분간은 굳이 직접 요리를 하지 않아도 맛집 같은 걸 찾아다니면서 한가하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걸.

바다 골렘을 토벌해서 벌어들인 수익도 있으니.

그런 한가한 생각을 하며 모험가 길드의 1층으로 내려온 내게 특이한 것이 하나 보였다.

그것은 맥주를 잔이 아니라 오크통채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벌컥벌컥 마시는 여자아이의 모습이었다.

뭐지?

내가 잘못 본 것인가?

물론 전생에서와는 달리 이 세계의 도덕이나 법률 같은 부분에는 상당히 대충인 부분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모험가 길드의 한복판에서 이제 갓 중학교에나 들어갈 법한 크기의 꼬마 여자애가 맥주를 통 채로 쌓아놓고 마시고 있다니.

모험가 길드의 다른 사람들은 그걸 보고도 아무도 말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인가?

오히려 너무나 상식과 동떨어져 있는 그 모습에 나는 뭐라 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소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술잔이라도 빼앗아야 할까 싶을 때쯤에 나는 그 소녀의 정체를 깨달았다.

아.

그렇구나.

어쩐지 아무도 그 소녀가 맥주를 죽으라고 마시고 있는데 제제를 안 하는 게 이상하다 했어.

한순간 인간 여자애가 술을 마시고 있는 줄 알고 깜짝 놀랐네.

분명 성인일 텐데도 불구하고 열세 살에서 열네 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드워프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정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나는 하마터면 그것도 모르고 그녀에게 다가가서 술잔을 빼앗을까 생각했으니 만약 진짜로 실행했다면 큰 실수를 저지를 뻔한 셈이었다.

늦기 전에 눈치채서 다행이다.

그렇게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서는 구석에 자리를 잡고는 적당한 요깃거리를 주문하였다.

중간에 맥주를 마시던 드워프 여자가 나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내심 찔리는 것이 있었던 나는 슬그머니 그 눈을 피했다.

.

.

.

“흐음…….”

식사를 끝마친 나는 남아있는 오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조용히 고민하였다.

음. 안 그래도 바다 골렘의 토벌을 해서 목돈이 들어왔으니 쇼핑을 할까.

그러고 보면 돈이 생기면 나중에 사려고 점찍어둔 요리도구가 몇 개 있기는 했는데…….

아니면, 그걸 사버릴까.

간장.

아무래도 이 대륙에서는 간장을 사용해서 요리하는 문화권이 아니었기에 시장에 내도는 간장들은 모두 배를 타고 대륙을 넘어서 수입해오는 물품.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그 가격은 같은 무게의 설탕 이상이었다.

그 가격은 요리에 필요한 물건이라면 크게 망설이지 않고 덥석덥석 구매하는 나조차도 쉽게 손대기가 힘든 가격이었다.

간장을 작은 항아리로 한 개를 살려면 그 대신해서 살 수 있는 요리도구가 몇 개인데.

하지만 목돈이 손에 들어온 지금 간장이 있다면 지금까지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동양풍의 여러 가지 음식들을 시도할 수 있다.

갈비찜, 돼지 간장 불고기, 데리야끼 치킨구이 같은…….

그 적절하게 짭조름하면서 달달한 양념이 배어 들은 고기를 한입 크게 베어 물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흰쌀밥을 무한정 퍼먹을 수 있게 되니.

간장 양념은 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오랜만에 흰 쌀밥이 먹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큰 도움이 되는 요리도구를 구매할까.

아니면, 소모품이지만 지금까지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요리들을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간장이냐.

선택하기 힘든 결정이다.

...!

아니.

선택지는 두 개뿐만이 아니었다.

여기서는 차라리 쇼핑을 하지 않고 돈을 더 모아서 마법이 부여된 아티팩트를 구매하는 것은 어떨까.

일전에 리일라에서 커스터드 샌드위치를 했을 때도 느꼈지만 아티팩트가 있다면 지금까지는 하지 못하는 요리들을 시도할 수가 있을 것이다.

안에 넣어둔 물건은 저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간이창고.

그러니까 전생으로 치자면 냉장고에 해당하는 마도구를 구매한다면 단순히 식재료를 오래 보관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조리 과정에서 음식을 차갑게 만들어야 하는 요리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있었다면 그때 커스터드 크림을 단순히 식빵에 끼우는 샌드위치가 아니라 커스터드 크림을 아티팩트에 넣고 차게 식히는 것으로 커스터드 푸딩도 만들 수 있었을 터.

으음…….

내가 그렇게 물욕이 많은 리저드맨이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아스트람에 오고 나서 부쩍 돈을 쓸데가 많아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냉장고 하니까 파티에 마법사가 한 명 있으면 편할 것 같네.

마법사가 있다면 모험이 편해지는 건 필요 없지만, 매번 식사 때마다 시원한 음료를 무료로 마실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렇게 밥을 먹고 나른한 기분으로 의식이 흘러가는 대로 멍하니 있으니 갑자기 모험가 길드의 문이 열리면서 직원이 급하게 들어왔다.

“긴급 임무입니다!”

아. 긴급 임무인가.

그러고 보면 처음 카리나를 만났을 때도 긴급 임무를 받았지.

뭐, 나는 바다 골렘을 토벌하고 벌어둔 돈이 있어서 의뢰에 나가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나는 곧 그 생각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그 긴급 임무의 내용 때문이었다.

“임무의 내용은 과일나무 뿔 순록의 각성종 토벌 임무입니다!”

뭐? 과일나무 뿔 순록이라고?

과일나무 뿔 순록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순록이 마수화된 생물로, 가장 큰 특징은 머리에 달린 뿔이 녹용이 아닌 과일이 열리는 나무의 형태라는 것이다.

굉장히 희귀한 마수라서 나도 몇 번 잡아본 적은 없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순록의 머리에서 열리는 열매의 특이함.

광합성을 통해서 얻은 영양분으로 열매를 맺는 다른 과일들과는 달리 육식이라는 방법으로 영양을 섭취하기 때문에 그 과일은 보통의 과일의 몇 배는 농축시킨 것 같은 과즙을 품고 있다.

또한, 순록의 고기 또한 그 과일에 영향을 받아서 따로 잡내를 제거하지 않아도 노린내는커녕 며칠 정도는 과일 숙성을 한 것 같은 향긋한 향기가 올라오는 별미인 것이다.

심지어 보통의 과일나무 뿔 순록도 아니고 각성종이라고?

꿀꺽

이건 못 참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는 구매한지 일주일이 지나서 완전히 시커멓게 변해버린 바나나바구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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