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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34화 (35/78)

제 34화

삼족계의 노른자를 사용한 커스터드 크림 샌드위치

만들어두었던 멘보샤, 클램 차우더, 거기에 남는 식빵의 모퉁이로 만든 크루통까지.

우리는 테이블 위에 올라갔던 모든 요리를 남김없이 말끔하게 해치운 뒤,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뱉었다.

“정말 맛있었어요! 설마 벌레에서 그렇게 맛있는 맛이 날 줄이야!”

“벌레 아니라니까.”

밥 맛있게 먹었으면 됐지.

입맛 떨어지게 자꾸 벌레, 벌레 거리고 있어.

“쿠르트 씨. 제가 큰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쿠르트 씨를 스승으로 모신다고 했으면서도 쿠르트 씨를 믿지 못하고 의심했습니다.”

카리나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래. 이렇게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틀렸다고 인정하는 것이 보기 좋네.

“앞으로 쿠르트 씨가 요리한다면 벌레로 요리를 한다고 해도 의심 없이 따라가겠습니다!”

아니. 좀.

그렇게 힘들게 요리를 해서 줬는데도 결국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바다 골렘 요리에 대한 인식은, 못 먹는 벌레 요리에서 맛있는 벌레 요리 수준으로밖에 바뀌지 않은 것 같다.

“바다 골렘은 그냥 더듬이가 있고, 다리가 많고, 단단한 껍질을 가지고 있는 데다, 생물학적으로도 약간 가까울 뿐, 벌레는 아니라니까!”

“그렇게 공통점이 많은데 왜 계속 벌레가 아니라고 하시는 건가요?”

“저도 이해할 수가 없군요.”

어, 그런가?

사실 나는 지금까지 벌레의 요리를 단지 서식하는 생태계가 대지가 아니라 바다라는 이유만으로 별개의 생물이라고 여기며 맛있게 먹은 것이었나?

사실 갑각류는 그냥 바다 벌레일 뿐인가?

사실은 내 전생의 문화들이 사실은 그냥 벌레를 맛있게 먹는 특이한 문화였던 것이고, 이쪽의 인식이 평범한 인식인가?

사실은 몽골인들이 옳았던 것인가?

그럼 내가 전생에서 먹어온 수많은 요리는 도대체.

“아니지. 그보다 용케도 다 먹었네.”

그대로 상념을 계속 이어나가다가는 내 마음속에서 쌓아둔 상식이 한가지 붕괴될 것만 같았기에 나는 주제를 돌려서 두 사람에게 말을 건넸다.

“그야 평소보다 양이 적었으니까요.”

“먹기 싫다고 그렇게 노래를 불러댔으니까.”

그래서 남기는 것보다는 조금 모자라게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래서는 평소랑 똑같은 양을 만들었어도 문제는 없었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마리가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그래서 말인데요…….”

“뭐, 더 해달라고?”

“에헤헤…….”

이 뻔뻔한 녀석 봐라.

하지만 나는 마리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더이상 멘보샤를 요리할 생각이 없었다.

“안 돼.”

“히잉! 쿠르트 씨의 요리를 무시한 건 사과할 테니까요!”

“저, 저도 사과하겠습니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 다른 요리를 할거거든.”

내 말에 마리와 카리나는 사이좋게 고개를 갸웃하고는 말했다.

“다른 요리요?”

“다른 요리 말입니까?”

“그래.”

이 세계에서 환생하고 나서는 한 번도 먹지 못했던 장르의 요리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다른 요리 장르에 비해서 우선순위가 떨어진다는 이유도 있었고, 리저드맨의 마을에서나 여행 중에서는 재료를 구할 수 없어서 쉽게 손을 댈 수 없다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 멘보샤를 요리하면서 달걀을 쓰는 와중에 흰자만 사용하고 노른자는 아직 주방에 남아있는 그대로였다.

모처럼 달걀의 노른자만 대량으로 남기도 했고, 다시 주방을 빌리면 요리를 할 수 있는 환경도 보장이 되는 셈이었다.

사실은 이대로 그 노른자는 여관 주인에게 줘도 좋고, 아니면 크림 대신 달걀노른자로 대체한 카르보나라 파스타를 만들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지.

하지만 모처럼 달걀노른자만이 이렇게 많이 남았다면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디저트를

.

.

.

쿠르트는 의문 반, 기대 반이 어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는 다시 여관 주인에게로 돌아갔다.

“주인 양반. 주방을 한 번 더 빌리고 싶은데.”

그러나 쿠르트의 말에도 여관 주인은 제 자리에 서서 가만히 굳어있을 뿐 대답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관 주인은 쿠르트가 건네준 음식을 맛보고는 난생처음 맛보는 충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주방을 빌려줬을 때만 해도 리저드맨이 요리한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흥미 본위로 빌려주었을 뿐이었다.

솔직히 결과물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보아도 좋았다.

오히려 흔쾌히 빌려주기는 했지만 요리도 못하는 리저드맨이 주방의 시설을 망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조금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 떨어져서 지켜본 그의 요리는 얼핏 보기에도 하루 이틀 요리를 해본 뜨내기의 솜씨가 아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여관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이런 리저드맨을 만나기도 하는구나 하는 감탄뿐이었다.

하지만 요리를 끝낸 그가 자신에게 건넨 멘보샤라는 음식.

그 음식을 먹고 난 뒤에는 달랐다.

광물에 비견될 정도의 단단함을 가졌으나, 그 단단함에 비례해서 번식기 철에만 육지에 모습을 드러내는 데다 사냥을 하기도 매우 어렵기에 언제나 귀한 대접을 받았던 바다 골렘이었다.

그 껍질은 왕국의 기사들이 사용하는 오러조차도 잘 통하지 않을뿐더러 그나마 약한 부위라 할 수 있는 관절 부분이 되어서야 오러를 사용해서 겨우 베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바다 골렘의 껍질은 매년, 시중에 풀리는 양도 적었을뿐더러 그 적은 양조차도 매우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다.

하지만 그런 취급을 받는 것은 껍질뿐.

껍질을 제외한 속살에 대한 평가는 못 먹을 것은 아니었지만 딱 그 정도뿐이었다.

벌레를 연상시키게 하는 기분 나쁜 외형이나 육지 생물이나 생선과는 다른 이질적인 식감으로 인해서 그 속살은 바다 골렘의 시체를 매입하면 딸려오는 부산물이라는 평가였다.

기껏해야 바다 골렘의 시체를 가공하기 위해서 매입하는 석재 공방의 장인들이 식비를 아끼기 위해서 먹는 정도에 싸구려 식재료라는 것이 그 위치였다.

애초에 바다 골렘 자체가 희귀한 마수이기 때문에 그 속살을 이용한 요리법은 별로 알려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리저드맨이 건네준 바다 골렘의 요리는 어째서 이런 식재료가 지금까지 싸구려라는 평가를 받았는지가 의문이 들 정도의 고급스러운 맛이었다.

어째서 이 도시의 토박이도 아닌 여행객이 이런 조리법을 알고 있었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이 정도의 맛이라면 자신의 여관에서 간판 메뉴로 삼고 있는 클램 차우더에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맛이었다.

아니, 오히려 클램 차우더와 멘보샤를 같이 테이블에 올려놓고 먹는다면 자신의 클램 차우더는 멘보샤의 존재감에 잡아먹히고 말 것이다.

그저 멘보샤의 존재감을 띄워주기 위한 들러리.

멘보샤의 남아있는 기름기를 리셋하기 위해서 곁들이는 매콤한 수프.

그 정도의 역할밖에 되지 않을 터였다.

이 여관의 클램 차우더는 자신의 아버지, 그리고 또 그 아버지까지.

3대에 걸쳐서 발전시키고 자신의 대에서 비로소 완성한 음식이었다.

그런데 그 클램 차우더가 이 바다의 도시 현지인도 아닌 여행객이 만든 요리에 묻힌다고?

하지만 거기에 대해 불쾌함이나 적대감은 들지 않았다.

아무리 힘이 센 장사라고 하더라도 태풍과 힘겨루기를 하지 않은, 아무리 키가 큰 오우거라 하더라도 태산과 누가 더 큰지를 겨루려 하지 않듯이.

마치, 소드 마스터를 눈앞에 둔 검사가 경쟁심을 품지 않듯이.

여관 주인이 느낀 것은 경외감이었다.

그렇게 여관주인이 멘보샤 한 조각을 모두 삼켰을 때,

그가 먹은 멘보샤는

맛을 두고 갔다.

“뭐야? 내가 준 멘보샤도 다 안 먹었네. 입맛에 안 맞았어?”

그 멘보샤라는 단어.

그 단어를 들은 여관 주인은 마치 전력을 공급받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장난감 인형처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방은 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부디 저를 제자로 받아들여 주십시오.”

“좋아. 숙박비 좀 깎아준다면 말이지.”

쿠르트는 뭔지도 모르면서 일단 답했다.

.

.

.

주방을 다시 빌리려고 여관 주인을 찾아가니 왠지 모르게 여관 주인의 행동이 이상해졌다.

그만큼 멘보샤가 인상적이었던 것일까?

여관 주인에게는 나중에 멘보샤의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으로, 남은 기간 동안 숙박료 무료에 언제든지 주방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지.

멘보샤를 만들고 대량으로 남아버린 달걀의 노른자.

바로 이것을 사용해서 디저트를 만든다는 게 중요한 일이지.

디저트란 식사의 메인을 담당하는 다른 요리와는 달리 단맛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단맛을 메인으로 하는 요리는 나도 참 오랜만이네.

우선은 따로 빼두었던 달걀노른자에 설탕을 아낌없이 넣는다.

분량으로 치면 달걀노른자를 3개로 친다면 들어가는 설탕은 반 컵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설탕이 뭉치지 않게 체를 이용해서 곱게 뿌리는 것.

역시 비싼 돈을 내고 드워프 공방에서 구매하기를 잘했다.

체의 수준이 전생과 비교해도 크게 질이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네.

이것만으로도 벌써 바다 골렘을 토벌하고 번 돈이 눈에 보일 정도로 줄어들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내일 또 한 마리 사냥하면 되지.

그 뒤에 달걀노른자와 설탕을 섞은 것을 잘 휘저어서 하나로 합쳐지게 만든다.

충분히 크리미한 질감의 혼합물이 되었다면 달걀 혼합물은 완성이다.

그다음은 불을 사용할 차례다.

냄비에 우유를 부은 뒤, 끓기 직전까지 가열하다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올 때쯤에 버터를 넣고 녹인다.

이때 중요한 것은 우유가 변형되는 온도인 8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안 된다는 것.

이상적인 온도는 70도.

그렇게 데운 우유에 버터가 모두 녹아들었다면 달걀 혼합물을 그 안에 조금씩 넣으면서 우유 안에 잘 섞이도록 저어준다.

한 번에 너무 많이 넣으면 달걀 혼합물이 뭉치면서 익어버리기 때문에, 조금씩 넣고, 또 뭉치지 않게 계속 휘저으며 넣어야 한다.

그렇게 내용물이 하나로 섞였다면 다시 체를 사용해서 혹시라도 안에 생긴 덩어리들을 다시 한번 걸러준다.

그렇게 완전히 체에 걸러져서 액체만 남은 것을 다시 한번 냄비에 담아서 약한 불로 서서히 졸이면서 저어준다.

계속 졸인다면 묽은 액체였던 혼합물이 꾸덕꾸덕해지는 단계에 오는데, 이 상황에서 불을 끄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저어주면 꾸덕꾸덕하게 뭉쳐있던 혼합물이 다시 풀리면서 부드러운 상태가 된다.

그야말로 크림 같은 상태가.

음. 오븐이나 다른 전문적인 도구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마음 같아서 이걸 사용해서 크림 브륄레나 에그타르트까지 만들고 싶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이 정도가 최선인가.

나는 그렇게 냄비에 완성된 황금빛을 띠는 크림을 바라보았다.

오늘의 식후 디저트.

삼족계의 노른자를 사용한 커스터드 크림의 완성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든 점심시간까지는 올리려고 했는데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를 과일바구니가 아니라 두리안바구니라고 불러주세요.

그래도 오후 3시면 간식을 먹기 좋은 시간이니까 오히려 좋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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