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32화 (33/78)

제 32화

폭탄 조개 클램 차우더와 함께 먹는 바다 골렘 멘보샤

바다 골렘의 사냥을 끝마친 우리는 바다의 도시에 있는 모험가 길드로 돌아갔다.

확실히 4~5m 정도의 크기를 가진 마수인 데다 가치 있는 부위 또한 특정 부위만 쓰이는 게 아닌 껍질 모두가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으므로 상당한 금액의 보수를 받을 수 있었다.

바다 골렘의 시체를 운반하는데 모험가 길드에 지불한 비용을 제하더라도 바다 골렘 한 마리가 지난번에 사냥했던 각성종의 샤벨 타이거와 비슷한 값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였다.

겨우 호랑이 한 마리 주제에 4~5m 정도의 크기를 가진 마수와 같은 값이 매겨진 각성종이 대단한 것인지, 아니면 각성을 한 것도 아닌 평범한 개체가 각성종과 비슷한 값을 받는 것이 대단한 것인지.

심지어 그렇게 토벌만 마수가 두 마리이니 이 정도라면 당 초 목표로 잡았던 것 중 하나인 금전의 확보는 급한 대로 메꾸었다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바다 골렘의 시체를 요리에 사용할 오른쪽 집게발 하나를 빼고 모두 판매한 우리는 주머니가 무거워진 만큼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여관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자. 모두 고대하던 조리의 시간이 왔다.“

“결국, 이 순간이 와버리고 말았어요…….”

“흥. 나중에 먹고 내 것까지 넘보지나 말아라.”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걸요!”

전생에서는 랍스터라면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사실 이 세계는 식재료 역전세계였던 것일까?

한순간 과연 이렇게까지 싫어하는 녀석들에게 그 귀한 랍스터 요리를 대접하는 게 올바른 선택일지 고민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러니저러니 해도 따라오지 않으면 됐을 텐데도 나를 따라서 바다의 도시까지 따라와 줬으니 바다 골렘 요리 정도는 대접하는 게 맞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내 몸통만 한 크기를 가진 바다 골렘의 집게발을 들고 여관의 주방을 찾아갔다.

.

.

.

여관의 주방을 빌리겠다고 하자 여관 주인은 리저드맨이 요리한다는 사실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도리어 리저드맨이 요리하는 모습이 궁금한 것인지 흔쾌히 주방의 한구석을 내어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흥미진진한 얼굴로 내가 요리를 하는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기까지 했다.

처음, 이 여관에서 클램 차우더를 먹었을 때 느꼈지.

이 여관 주인은 나와 마찬가지로 요리에 상당히 진심인 양반이었다.

어차피 집게살도 셋이서 먹기에는 많으니 여관 주인에게도 좀 나눠줄까.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집게살을 들어 올렸다.

어떤 요리를 할지는 대충 정해두었다.

해산물만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요리라면 랍스터 회도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 불가능이지.

우선, 간장이나 고추냉이같이 소스로 사용할 식재료가 없고, 안 그래도 바다 골렘 요리에 대해서 발작을 하던 두 사람에게 얇게 저민 생고기를 그대로 대접해봤자 안 그래도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둘은 발작을 하겠지.

그러면 이대로 껍질을 반으로 갈라서 버터구이를 할까 했지만…….

그냥 바닷가재라면 몰라도 이렇게 커다란 녀석이라면 버터를 골고루 스며들게 하기는 좀 무리가 있었다.

거기에 기왕이면 두 사람이 싫어하지 않도록 바다 골렘의 원형은 남기지 않는 형식으로 하고 싶었으니…….

생각해보니까 피망을 편식하는 아이에게 피망을 먹이기 위해서 잘게 다져서 볶음밥에 넣는 주부도 아니고 뭐하는 건지.

결국, 원형이 남지 않게 다져서 튀기는 게 좋겠다는 결론이 났다.

하지만 그냥 생으로 튀기는 것은 튀김 가루를 만들기에 환경이 여의치 않으니까 곤란한 데다, 그 이전에 지난번에 했던 프라이드 치킨과 겹치기도 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멘보샤였다.

멘보샤라면 튀김 가루를 빵으로 대체할 수 있으니.

생각을 정리한 나는 곧바로 바다 골렘의 손질을 시작했다.

원래 랍스터의 집게살을 요리할 때에는 껍질을 반으로 갈라 낸 뒤에 살을 파내야 하지만, 바다 골렘의 집게발은 크기 자체가 몸통만 하다 보니 굳이 껍질을 번거롭게 자르지 않아도 그냥 그 안의 살들을 빼낼 수가 있었다.

참고로 랍스터는 크기에 비해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얼마 안 되는 생물 중 하나였는데 그 이유는 껍질이 생각보다 두꺼워서 안에 들어 있는 살의 양 자체는 랍스터의 크기에 비해서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1kg의 무게를 가진 랍스터의 살을 발라내면 실제로 먹을 수 있는 부분은 300g도 될까 말까 하니.

바다 골렘의 집게발 또한 그것은 다르지 않아서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었던 내 몸통만 한 속을 파내고 나니 그 살 자체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나마 처음부터 내가 수율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을 가정하고 가지고 와서 인간종 네다섯 명이 나눠 먹을 정도는 됐지만.

그렇게 속을 모두 파낸 집게살을 시장에서 구매한 포식수의 과즙을 충분히 발라 둔다.

포식수의 과즙을 겉에 바르는 것으로 마치 레몬즙을 뿌린 것 같은 상큼한 산미와 동시에 마수 고기 특유에 배어있는 독성성분을 해독하는 것이다.

과즙이 충분히 스며들어 독성이 제거된 것을 확인했다면 주변의 수분만을 흡수하여 저장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저수초의 잎사귀를 사용하여 수분을 제거한다.

만약 바다 골렘 집게발의 수분이 지나치게 많이 남아 있으면 멘보샤를 만들 때 튀기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기름이 많이 튈 수 있으며 집게살을 감싸고 있는 빵이 눅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충분하게 수분을 제거한 바다 골렘의 집게살을 추가로 곱게 다진다.

원래 일반적인 랍스터라면 살을 다질 때 그냥 식칼의 옆면으로 으깨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만, 바다 골렘 정도 되는 크기라면 식칼의 옆면으로 때려서는 한참이 걸리기에 그냥 고기 다지기용 망치를 사용해서 으깨 버린다.

으깬 집게살은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뒤, 여기에 감자의 전분 약간과 삼족계의 달걀을 사용한다.

그것도 그냥 달걀을 통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노른자를 걸러낸 흰자만을 사용해서 으깨진 집게살과 골고루 비빈다.

이 달걀의 흰자는 달걀 특유의 풍미를 더하는 것도 있지만, 감자 전분과 더불어 집게살에 점성을 더해서 나중에 빵을 위아래로 덮었을 때 쉽게 떨어지지 않고 달라붙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하면 빵 사이에 넣을 속 재료는 끝이다.

그 뒤, 다른 요리 재료를 구매할 때 같이 구매한 밀가루만을 사용한 식빵을 일정한 크기로 자른다.

그렇게 다른 식빵을 다시 한번 네 귀퉁이를 달라서 하얀 속만 남도록 한다.

남은 식빵의 귀퉁이는 작게 잘라서 튀기면 크루통(croûton)이 되니까.

나중에 클램 차우더 안에 넣어 먹으면 된다.

이렇게 되면 준비는 모두 끝으로 남은 것은 빵과 빵 사이에 바다 골렘 반죽을 넣어서 튀기는 것뿐.

중화 냄비에 식용유를 넉넉하게 부은 뒤, 불 온도를 조절.

이때 중요한 것은 멘보샤는 다른 튀김 요리와는 달리 기름 온도가 상당히 낮은 상태로 조리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튀김을 하듯 100도가 넘는 온도에서 조리를 해버리면 식빵이 높은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타버리기 때문이다.

적절한 온도는 60도에서 70도 정도.

그 뒤, 만들어준 집게살 샌드위치를 기름 위에서 식빵이 노릇해질 정도까지 튀긴다.

한쪽이 노릇해졌다면 뒤집어서 반대쪽 면을 튀긴다.

그렇게 양쪽이 모두 노릇 해졌다면 멘보샤는 완성이다.

그렇게 계속해서 멘보샤를 하나씩 완성해 나가서 곧 준비해둔 집게살 반죽을 모두 멘보샤로 탈바꿈시킨다.

그 뒤 멘보샤를 완성하고 남은 기름에는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자른 식빵의 귀퉁이를 마찬가지로 튀겨내면 멘보샤의 향이 덧입혀진 크루통 또한 완성이다.

완성한 멘보샤 중 일부를 여관 주인에게 주방을 빌려준 감사로 선물해주니 여관 주인은 내가 이런 그럴싸한 요리를 할 줄은 몰랐는지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워했다.

“지금까지 리저드맨이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해 봤자 대충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에, 흙을 제대로 털어내지도 않은 쓴맛이 나는 풀을 대충 사발에 받아서 먹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렇게 멋진 요리를 할 줄이야…! 제가 지금까지 큰 오해를 하고 있었군요!”

“...뭐, 딱히 오해는 아니지. 대부분의 리저드맨의 식생활이 그런 수준이기는 하니까.”

“이렇게 귀한 음식을 받고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무언가 보답이라도 하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그렇다고는 해도 손님께서 매일 먹던 클램 차우더를 제공해드릴 뿐이지만요.”

“아. 음식이라면 고맙게 받지.”

곧, 내게 멘보샤를 받은 여관 주인은 보답으로 내 테이블에 클램 차우더 3인분을 서비스로 내어주었다.

어차피 멘보샤와 곁들여 먹을 생각으로 주문할 예정이기는 했지만 역시 자신이 구입하는 것보다는 남에게 선물로 받는 음식이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단순히 금전적인 절약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타인의 호의가 느껴지는 것이 말이다.

요리를 대접하다 보면 이렇게 돌아오는 소소한 보답이 작은 기쁨이 되고는 하지.

역시 같은 요리인 이라서 그런지 여관 주인과는 소소하게 통하는 것이 있단 말이야.

그렇게 나는 완성된 멘보샤와 크루통을 들고 훈훈한 마음으로 테이블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가 테이블 위에 멘보샤을 올려놓는 것에 맞추어 여관 주인이 서비스로 넣어주는 클램 차우더까지 타이밍에 맞추어 나왔다.

오늘의 저녁 메뉴

폭탄 조개 클램 차우더와 함께 먹는 바다 골렘 멘보샤

그리고 곁들이는 음식으로 크루통

“자. 요리의 완성이다.”

.

.

.

꿀꺽

쿠르트가 내온 요리의 냄새를 맡은 마리는 무의식적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비, 비겁하게 튀김 요리를 하다니…….”

튀김 요리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가 아닌가.

그것을 알고서 어떻게든 그녀가 바다 골렘 요리를 먹을 수 있도록 수를 쓰다니.

정말 비열하지 그지없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성으로는 그 방법이 비겁한 것임을 알아도 이미 튀김의 맛을 기억하는 그녀의 혀는 그녀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빵과 빵 사이에 끼워져서 혐오스럽던 바다 골렘의 원형은 찾을 수도 없었다.

하다못해 원형이라도 남겨놨다면 아무리 먹음직스러운 냄새를 풍긴다고 해도 혐오감이 앞서서 손을 대려 하지 않았을 텐데.

그것까지 파악하고 아예 빵으로 바다 골렘의 외형을 가려버린 것이었다.

오히려 그 요리에서 느껴지는 것은 기름에 튀긴 요리 특유의 참을 수 없이 기름지고 고소한 향기.

노릇노릇한 갈색으로 튀겨져서 기름으로 인해 반지르르한 광택을 띄고 있는 빵은 그 자체로 그녀를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그것은 유혹 그 자체였다.

차라리 자신이 튀김의 맛을 몰랐더라면.

이 냄새가 아무리 자신을 유혹하였더라도 결코 넘어가지 않았을 텐데.

이미 튀김의 맛을 기억해버린 마리의 혀는 그녀의 이성과는 상관없이 침샘에서 침을 분비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먹은 감자튀김은 감자 스스로가 튀김옷의 역할을 했기에 매우 얇은 튀김옷을 가지고 있었고, 그다음으로 먹은 프라이드 치킨은 두텁고 바삭한 튀김옷으로 씹을 때마다 입안에서 바삭거리는 소리와 함께 부서졌다.

그러면 빵을 튀긴 튀김옷에서는 도대체 어떤 맛이 나는 것일까.

한 번 떠오르기 시작한 생각은 마치 뿌리를 뻗어 나가는 나무처럼 그녀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허기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튀김…….

바다의 도시에 온 뒤로는 줄곧 먹지 못했던 튀김.

빵을 사용해서 튀긴 새로운 형태의 튀김.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튀김.

맛있는 튀김.

아.

튀김.

어느새 그녀의 손은 그녀가 의식하기도 전에 홀린 듯이 쿠르트가 내온 멘보샤를 하나 집었다.

그녀의 옆에서 카리나가 자신에게 무언가 말을 하고 있었지만, 눈앞의 멘보샤만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에게는 더이상 들리지 않는 잡음에 불과했다.

그렇게 그녀는 손에 쥔 멘보샤를 입안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파삭.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메뉴는 멘보샤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 글을 쓰는 저는 맛있는 멘보샤를 먹어본 적이 없군요.

몇 번 먹어본 멘보샤가 모두 엄청나게 못만든 것들 뿐이라 저는 멘보샤에 좋은 추억이 없네요.

독자님들은 부디 멘보샤를 먹을 때 맛있는 집을 잘 찾아가서 드시기를 바랍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