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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31화 (32/78)

제 31화

폭탄 조개 클램 차우더와 함께 먹는 바다 골렘 멘보샤

바다의 도시 리일라에 도착한 지도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바다를 처음 접한 것으로 인해서 마치 휴가라도 나온 기분으로 바다를 즐겼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언제까지 놀러 나온 기분으로 있을 수는 없었다.

나와 일행은 프로 모험가였고, 프로라면 프로답게 맡은 일을 책임지고 끝마쳐야 하니까.

그런 이유로 이제는 완전히 빠져들어 버린 폭탄 조개 클램 차우더를 먹으며 아침을 먹고 난 뒤 무엇을 하고 놀지 의논하는 두 사람에게 넌지시 본론을 꺼냈다.

“그러니 더이상 꾸물거릴 수는 없다. 우리는 프로 모험가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어서 바다 골렘을 요리해야…….”

아뿔싸.

“....”

“....”

“...토벌해야 한다.”

“방금 분명히 요리한다고 했죠! 요리한다고 했어요!”

“일종의 은유법이지.”

“은유가 아니라 완전히 직설적이었거든요!”

하아.

사소한 것을 물고 늘어지기는.

“도대체 뭐가 문제야? 클램 차우더도 처음 먹었을 때는 못 먹겠다고 징징거렸으면서 이제는 잘만 먹잖아.”

“그야 조개는 조개니까요! 하지만 가재는 벌레잖아요!”

“아니, 완전히 다르잖아. 그게 어떻게 벌레야?”

내 말에 마리는 불만스럽다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그리고는 곧 어린아이에게 천천히 설명을 해주는 유치원 선생님 같은 어조로 말했다.

갑자기 자상하게 말하니까 오히려 열 받네.

“쿠르트 씨. 가재한테는 더듬이가 있죠?”

“있지.”

“가재는 다리가 몇 개 있죠?”

“글쎄, 잘은 모르는데 열 개는 넘지?”

가재의 다리는 겉으로 보이는 것은 두 개의 집게발과 이동을 하는 데 쓰이는 여덟 개의 다리뿐이지만 실제로는 집게발 앞에도 작은 턱 다리가 있고 배에도 헤엄을 보조하는 헤엄다리가 숨겨져 있으니까.

“그리고 겉에는 딱딱한 껍질로 둘러싸여 있고요?”

“당연하지. 그렇지 않으면 갑각류라고 불릴 이유가 없잖아.”

“완전 벌레잖아요!”

“그거랑 그건 다르지!”

“으아아앙! 카리나 씨! 쿠르트 씨가 저한테 벌레를 먹이려고 해요!”

“불쌍한 마리시아 양…….”

정말 바다 골렘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아주 질색을 해서는…….

어떻게든 먹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반대하고 있네.

...잠깐.

“그러면 설마 너희 둘 지난 며칠간 계속 바닷가에 놀러나간 게 바다를 처음 봐서 신난 게 아니라 바다 골렘의 토벌을 최대한 미루기 위해서였냐?”

움찔.

내 말에 두 사람은 알기 쉽게 정곡을 찔린 것처럼 굳어버렸고, 나는 그제서야 그 둘이 놀러 다닌 것이 진심으로 바다의 도시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방학 숙제를 방학의 마지막까지 미뤄버리는 어린아이처럼 바다 골렘 토벌을 미루기 위한 수작이었음을 깨달았다.

이것들이…….

그렇게 나는 가기 싫다고 떼를 쓰는 두 사람을 질질 끌고 본격적으로 바다 골렘을 사냥하기 위해서 여관을 나섰다.

.

.

.

까앙!

카리나가 휘두른 배틀액스는 바다 골렘의 겉껍질에만 약간의 흠집을 낼 뿐, 치명적인 일격이 되어주지 못했다.

“오러를 실은 공격이 이리 쉽게…!”

카리나는 자신의 공격이 너무나 쉽게 막혔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계속 당황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자신에게 도끼를 휘둘렀다는 사실에 화가 난 바다 골렘이 그대로 집게발을 들어서 휘둘렀기 때문이다.

기기기긱…….

몸길이만 재어봐도 4~5m는 될 법한 크기의 마수의 집게발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 몸통만 한 크기의 둔기나 다름이 없었다.

바다 골렘의 형상은 그야말로 골렘이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두껍고 단단한 갑각을 가진 초거대 가재의 모습이었다.

일반적인 가재의 껍질이 몸의 굴곡을 따라 매끄러웠다면 바다 골렘의 껍질은 진짜 자신의 몸에 바위를 되는대로 펴 발라 놓은 것처럼 울퉁불퉁하고 불규칙한 모양이었다.

그 때문에 일반적인 골격은 가재의 그것과 다르지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마법사가 바위를 얽기 설기 짜 맞춰서 만들어 낸 골렘 같은 형상이었다.

과연 이렇게 생긴 외모 때문에 바다 골렘이라고 불리는 건가.

카리나는 신속하게 배틀액스를 뽑아서 바다 골렘의 사정권에서 벗어났다.

다행히도 껍질은 단단했지만, 그에 비해서 녀석들의 속도는 제법 굼뜬 편이었기에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였다.

그렇게 배틀액스를 들고 바다 골렘의 집게발이 닿지 않는 사정권까지 물러난 카리나는 곤란하다는 얼굴을 하며 말했다.

“오러를 사용한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니……. 바다 골렘의 껍질이 단단하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제 화살도 전혀 먹히지 않고 있어요.”

그야 그렇겠지.

오러를 실은 공격도 먹히지 않는데 하물며 일반 화살 공격정도야.

우리는 바다 골렘을 잡기 위해서 도시에서 좀 떨어진 바다 골렘이 출몰한다고 알려진 해안가에 나와 있었다.

두 사람은 바다 골렘으로 만든 요리가 먹기 싫다고 열정적으로 주장한 것과는 달리 바다 골렘의 토벌에는 매우 적극적이었다.

이는 바다 골렘으로 만든 요리가 먹기 싫을 뿐이지, 처음 내가 바다 골렘을 토벌하겠다고 했을 때에는 토벌 자체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내가 바다 골렘을 요리해서 먹자고 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의뢰를 받을 것을 추천하였으니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멀찍이서 두 사람이 전투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내가 합세하면 금방 끝나기야 하겠지만,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그래서는 자신들이 모험가로서 아무런 경험을 쌓지 못하게 된다며 위험할 때에만 도와달라고 한 까닭이다.

덕분에 굳이 사냥터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한가로워졌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향상심을 가지고 도전하는 것은 좋은 일이기에 언제든지 뛰쳐나갈 수 있게 몸을 적당히 긴장시켜 둔 채로 근처에서 적당한 나뭇가지나 손질하면서 두 사람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그렇게 두 사람을 바라보니 어느새 무언가 작전을 세운 것인지 다시 바다 골렘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기기기긱

바다 골렘은 계속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카리나를 향해서 느릿하게 집게발을 휘둘렀다.

그 집게발은 모래사장의 모래들을 촤아악 하고 밀어내면서 위협적으로 다가왔지만 오러를 다루는 인간종이란 초월자에 한 발 정도는 걸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존재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속절없이 트럭에 치이는 것처럼 맞고 날아갈 정도의 공격이라 해도 카리나에게는 여유롭게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에 불과했다.

카리나는 크게 도약해서 자신에게 쇄도하는 집게발을 그대로 뛰어넘었다.

오히려 그 집게발을 발판이라도 된 것처럼 그대로 밟고 배틀액스를 높이 치켜들었다.

하지만 바다 골렘은 카리나가 치켜든 배틀액스에 푸른색의 오러가 맺히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위협을 느끼지 못한 듯 아무런 경각심을 느끼지 못하고 짜증만을 낼 뿐이었다.

곧 카리나의 배틀액스가 마치 단두대의 칼날처럼 떨어졌고, 그 공격은 지금까지 그녀가 시도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파악!

쇠와 쇠가 부딪히는 것 같은 날카로운 금속음이 아니라 날이 제대로 살을 파고 들어가는 둔탁한 소리.

─────!

그 소리와 함께 바다 골렘에서 뿜어진 푸른색의 피가 카리나의 몸을 적셨고, 한 박자 늦게 상황을 파악한 바다 골렘은 뒤늦게 발작하듯이 몸을 비틀었다.

“하하하. 드디어 제대로 된 반응을 하는구나!”

“좋았어요!”

카리나가 세운 전략은 오러를 실은 공격으로도 껍질을 부술 수 없다면 처음부터 껍질이 아닌 다른 부위를 노리면 된다는 것.

바로 껍질과 껍질의 사이에 있는 관절부를 노리는 것이었다.

분노한 바다 골렘이 카리나가 올라타 있는 집게발을 들어 올려 그녀를 떼어내려 했지만, 그것은 잘못된 판단으로 이미 배틀액스가 깊게 박혀서 반쯤 떨어져 있던 팔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상처가 더욱 커져서 저 스스로 찢어질 뿐이었다.

────!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 바다 골렘은 완전히 이성을 잃고 그전까지 여유가 있었던 모습과는 달리 카리나를 어떻게든 죽이려 하였지만 이미 집게발을 하나 잃고 공략법까지 밝혀진 상황에서 그녀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오히려 마리가 지원하기 위해서 쏘아진 화살이 원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바다 골렘의 눈을 관통하는 것으로 더더욱 부상이 늘어갈 뿐이었다.

마침내 두 개의 집게발과 양쪽 눈이 다 뚫린 바다 골렘이 그제야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도망치려 하였지만, 그때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그 몸이 완전히 물에 잠기기 전에 그 몸에 올라탄 카리나의 배틀액스가 자비 없이 나머지 다리의 관절마저도 모두 끊어 버렸고, 망가진 다리로 발버둥 치던 바다 골렘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머리를 덮고 있는 갑각의 틈 사이로 들어오는 손도끼에 완전히 행동을 멈추었다.

음. 마침 손질하던 나뭇가지가 적당한 나무창이 될 때쯤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

“후우……. 오러를 불어넣어도 타격을 줄 수 없는 적이라니. 쉽지 않은 상대였어.”

“대단해요! 카리나 씨!”

“아니, 마리시아 양의 보조가 훌륭했던 덕입니다. 그 거리에서 빗나가는 일 없이 바다 골렘의 눈만을 정확하게 쏴버리다니. 대단한 활 솜씨입니다.”

“에헤헤.”

“더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대단한걸.”

나는 바닷물로 카리나의 몸에 묻은 푸른색 피를 씻어내고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후.후.후. 저희 둘이 해냈다고요! ‘저희 둘’이요! 쿠르트 씨!”

“그래. 잘 봤다. 그러면 이제 이 녀석을 길드로 운반하기만 하면 되겠네.”

“아아. 그렇습니다. 쿠르트 씨는 비록 멀리서 구경하면서 나뭇가지를 가지고 놀 뿐이었기에 아무런 지분이 없지만 말이죠.”

왠지 말에 뼈가 있는 것 같은데.

뭐, 그만큼 둘이서 바다 골렘을 잡았다는 사실에 고양된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고생한 두 사람에게 잘했다는 칭찬을 해준 뒤 말했다.

“그래. 그러면 이 녀석으로 어떤 요리를 할까. 보기보다 크기가 크니까 집게발 하나만 요리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아니요. 바다 골렘 요리는 먹지 않을 거예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이 바다 골렘은 우리 둘이서 잡은 것. 그러니 쿠르트 씨에게는 미안하지만, 처분에 관해서는 우리 둘이 정하겠습니다.”

“아.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보수는 공평하게 나눌 테니까.”

아하.

둘이서 의욕 넘치게 바다 골렘을 사냥하겠다고 하더니.

처음부터 나를 쏙 빼놓을 생각이었군.

어쩐지 적극적이다 싶었어.

하지만 확실히 사냥꾼의 세계에서도 사냥감의 처분은 사냥감을 잡은 사냥꾼의 권리.

사냥에 참여하지 않은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었다.

나는 항복했다는 듯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알았다. 두 사람의 뜻이 그렇다면 '그 바다 골렘'은 너희들 뜻대로 처리해.”

내가 그렇게 순순히 물러날 줄은 몰랐다는 듯, 마리와 카리나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뻐했다.

“저, 정말이죠! 쿠르트 씨!”

“나, 나중에 딴소리 하기는 없는 겁니다!”

“그래. 나는 다른 바다 골렘을 잡으면 그만이니까.”

“...네?”

“...그게 무슨?”

내 말에 두 사람은 기뻐하던 모습 그대로 굳어버린 채로 입만 움직여서 되물었다.

자신들이 들은 소리가 잘못 들은 소리이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나는 두 사람의 기대어린 시선을 가만히 미소짓는 것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그제야 무언가 잘못 됐음을 느낀 마리는 필사적으로 변명거리를 생각해냈다.

“하지만 이미 시간도 늦었는걸요.”

“걱정하지마. 금방 사냥해올게.”

“쿠, 쿠르트 씨?”

나는 내 옷깃이라도 잡으려 하는 마리의 손길을 부드럽게 피한 뒤 멀찍이서 보이는 바다 골렘 한 마리를 바라보았다.

저 녀석이 적당하겠네.

“내가 마술 하나 보여줄까?”

“아, 아뇨! 괜찮은데요! 별로 보고 싶지 않은데요!”

“사양하지 않아도 돼.”

목표를 정한 나는 그대로 한 번의 도약으로 20m는 족히 떨어져 있을 녀석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그대로 즉흥적으로 만들었던 나무창에 오러를 불어넣어서…….

“설마…! 바다 골렘의 껍질은 오러로 뚫을 수 없을 텐데…!”

오러로 뚫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혹시 자신의 오러가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카리나의 배틀액스에 맺혔던 오러는 연한 푸른색이면서 동시에 오러의 경계가 흐릿했다.

그러나 내 나무창에 실린 오러는 선명하게 형상을 갖출 정도로 경계가 뚜렷했으며, 동시에 진한 푸른색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난 그대로 오러가 맺힌 나무창을 바다 골렘이 무언가 행동을 취하기도 이전에 그대로 아래로 내리찍었다.

퍼석!

그와 함께 바다 골렘의 머리 껍질에 마치 드릴로 뚫은 것 같은 구멍이 생기며, 나무창이 그대로 파고들었다.

그렇게 바다 골렘은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그대로 즉사하였다.

“....”

“....”

짜잔! 나무창이 사라지는 마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참 성공!

가능하면 점심과 저녁에 곁들이기 좋은 소설이라는 제 마음속 캐치프라이즈에 맞게 7시 전후로는 올리고 싶었지만 거기까지 시간을 맞추는 것은 실패해버렸네요.

그래도 어차피 요리 씬은 아니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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