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화
폭탄 조개로 만든 클램 차우더
그렇게 들어 올린 스푼을 입에 넣으려고 했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그것은 수프를 눈앞에 두고 울상을 하고 있는 마리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수프의 앞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카리나의 모습이었다.
“뭐야? 왜 안 먹어?”
“그, 그야…! 쿠르트 씨가 말했잖아요!”
“뭘 말했는데.”
“그 조개라는 생물은 팔도 없고, 다리도 없고, 코도 없고, 귀도 없고, 눈도 없는 생물이라면서요! 그런 생물을 어떻게 먹어요!”
아니. 분명 그렇기는 한데…….
그렇게 설명하니까 진짜 이상한 생물 같잖아.
“내가 설마 못 먹을 요리를 시켰겠냐? 다른 사람들도 다 잘 먹고 있잖아.”
“그건 그렇지만…….”
내 말대로 이 여관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음식은 이 폭탄 조개 클램 차우더인 듯 이 여관의 손님들은 대부분 똑같은 요리를 먹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본 마리 또한 그것을 깨닫고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히잉…….’ 거리면서 스푼을 깨작거릴 뿐이었다.
머릿속으로는 이 클램 차우더가 대중적인 음식임을 이해했지만 그래도 감정적으로는 영 먹는 것이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여기서는 굳이 먹기 싫다는 것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고 내가 3인분을 먹고 마리와 카리나에게는 다른 음식을 시켜줘도 그만이었지만…….
그래도 한 입이라도 먹고 나서 입맛에 안 맞다고 거르는 것이나, 알레르기 등의 적절한 사유가 있는 일이라면 모를까, 한 입도 먹지 않고 거르는 것은 개인적으로 용납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굳이 내가 직접 한 요리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음식을 맛조차 보지 않고 거르는 것은 요리를 만든 사람에게도, 요리에 재료로 쓰인 생물에게도 예의가 아니잖아.”
그것은 요리사로서 내가 내린 결론이었고, 또 사냥꾼으로서의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엄격한 눈으로 마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자꾸 그렇게 떼를 쓰면 이따가 바다 안 데리고 간다.”
“히잉……. 알았어요. 먹으면 되잖아요.”
그제야 마리는 먹기 싫다는 듯이 클램 차우더를 조개가 들어있지 않은 부분만 반 스푼 정도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차라리 수프를 한입이라도 먹고 나서 그제서야 맛이 없다고 하면 내가 먹어줄 용의는 있었다.
하지만 한 스푼도 뜨지 않고 남기는 것은 용서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보다 반찬 투정하는 어린애도 아니고 뭐 하는 건지.
두 사람이 스푼을 뜨는 것을 확인한 나는 드디어 내 몫으로 나온 클램 차우더에 비로소 집중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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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램 차우더의 색은 우유의 색에 아주 약한 노란빛이 도는 색이었다.
보통 셀러리를 넣는 클램 차우더는 약간 창백한 빛이 도는 편인데 따뜻한 계열의 밝은 빛이 도는 걸 보아하니 셀러리를 넣은 식의 조리법은 아닌 듯 보였다.
스푼을 휘저어보면 묵직한 중량감이 느껴지는 것이 확실히 농도 또한 걸쭉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진한 편이었다.
이 정도 농도라면 분명 이대로 스푼을 수프에서 꺼냈을 때 스푼에 붙어있는 액체들이 톡 톡 톡 하고 떨어지는 게 아니라 툭 투둑하는 느낌으로 걸쭉하게 떨어지겠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농도다.
향기를 맡으면 조개 특유의 해산물의 향기가 올라오지만, 그것이 너무 비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제법 손질이 잘된 상태임을 의미했다.
그뿐만 아니라 조개의 향기에 지지 않을 정도로 강하게 후각을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는 감자, 버터……. 아니 버터까지는 아니고 우유 정도인가.
거기에 유제품의 고소한 향기와는 달리 육류 특유의 지방의 고소한 향기도 섞여 있는 것을 보면 베이컨? 돼지인지는 모르겠지만 훈제한 고기를 조금이나마 넣은 것 같기도 했다.
향기도 조개의 향이 너무 강해서 비릿하지 않고, 그렇다고 반대로 다른 건더기의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서 조개의 향이 묻히는 일도 없는 적절한 밸런스였다.
과연 상인이 자신 있게 추천할 정도는 되는 모양이군.
일단 건더기도 제법 다양하고 풍부하게 들어있는 것이 구성면에서는 합격이라 할 수 있었다.
시각과 후각을 사용해서 요리의 구성을 파악했다면 그다음은 본방송이라 할 수 있는 맛을 확인할 시간이었다.
평소에는 이 세계의 식문화 수준을 알고 있으므로 큰 기대를 하지 않지만…….
이 음식만큼은 제법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 같다.
하압
처음 혀에 닿는 것은 부드럽고 짭짤한 수프의 맛이었다.
확실히 해산물들을 이용한 요리에는 특유의 바다의 맛 같은 것이 느껴지는데, 이런 종류의 맛에서 느껴지는 짠맛은 해산물을 쓰지 않은 요리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바다의 향취 같은 것이 느껴진다.
또 바다의 짠맛 이외의 입안에서 느껴지는 이 풍미는 버터인가.
겉에서 보았을 때는 버터 대신에 우유를 사용한 것 같았는데 먹어보니, 두 가지를 다 사용한 듯했다.
감자의 삶아진 정도도 적당해서 주사위 모양으로 조각낸 겉모습은 유지했지만, 어금니를 사용해서 살짝 눌러주면 아무런 저항감이 없이 포슬포슬한 느낌으로 부서지며 동시에 클램 차우더의 국물을 빨아들인다.
거기에 양은 적지만 잘게 썰어진 베이컨은 감자와 당근이 뭉근하게 입안에서 바스러질 때 한순간씩 존재감을 발휘하며 씹는 식감에 다채로움을 더해준다.
확실히 이 정도라면 제법 맛이 훌륭하다.
아니, 오히려 나의 요리는 내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서 있는 대로 재료를 다 때려 넣어서 효율을 생각하지 않고 만드는 요리였다.
그러나 이 요리는 내가 하는 요리와는 달리 판매를 위해서 푸드 코스트(Food Cost)를 계산해야 하므로 여러 가지로 타협을 해야 한다.
결국, 장사라는 것은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이윤을 추구해서 재료를 싸구려로 사용해서는 음식의 질이 떨어져서 손님의 만족도가 낮아진다.
반대로 지나치게 완성도에 집착해서는 판매를 해도 제대로 이윤이 남지 않는, 때때로는 팔수록 적자가 되는 음식이 되고는 한다.
중요한 것은 중간이윤과 완성도 사이에서 최대한의 아웃풋을 뽑아내는 것.
그리고 이 클램 차우더는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마치 숙련된 곡예사처럼 가뿐하게 성공시킨 것이다.
일례로 버터의 양을 줄이면서도 유제품의 고소한 맛을 살리기 위해서 모자란 버터의 빈자리를 우유를 사용해서 최대한 메꾸거나, 돼지고기를 사용한 베이컨은 아니지만 다른 고기의 베이컨을 사용해서 돼지고기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맛을 만들어 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후추 등을 사용해서 강렬한 마무리를 할 수 있는 뒷맛을 추가한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거기까지 바라는 것은 나의 과분한 욕심이겠지.
그러면 클램 차우더의 메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조개의 맛을 볼까.
폭탄 조개의 맛은 과연 어떨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이번에는 스푼으로 수프 안에 들어있는 조개를 국물과 함께 듬뿍 담아서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오물
오물
처음으로 느껴지는 것은 고통.
고통?
어째서 고통이?
아니! 이것은 매운맛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기습적으로 들어오는 매운맛에 나는 눈을 크게 뜨고는 입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천천히 씹었다.
뭐지? 방금 전에 먹었던 첫 숟갈에는 매운맛 같은 것은 없었는데?
그리고 나는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매운맛의 근원.
그것은 바로 이 클램 차우더의 메인 재료인 폭탄 조개에서 나는 맛이었다.
과연, 그래서 폭탄 조개인가.
나는 지금까지 폭탄 조개에 대해서 착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이상했다.
물속에 서식하는 생물인 조개가 폭발을 일으킨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생태계란 신비한 것이기에 어떤 신비한 생물이 존재해도 이상하지 않고, 또 거기에 마나로 변이된 생물인 마수라는 개념까지 엮이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다.
이 폭탄 조개의 폭탄이라는 것은 물리적인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생명체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액체를 터트리듯 분사하는 것이라 폭탄 조개였구나.
스컹크라는 생물이 존재한다.
그 생물은 냄새가 지독한 방귀를 뀌어서 천적들을 쫓아낸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는 널리 알려진 지식과는 약간 다르다.
스컹크가 뿜는 것은 방귀가 아니라 항문 아래에 존재하는 기관에서 뿜어내는 액체인데, 이 액체는 냄새 또한 지독하지만 진짜 강력한 것은 그 안에 들어있는 최루 성분이다.
그와 같이 이 조개 또한 강렬한 매운맛을 내는 성분의 액체를 퍼트려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뿜었던 그 액체로 인해서 오히려 인간종들에게 별미로 인식되어 이렇게 먹히다니.
폭탄 조개에서 느껴지는 매운맛은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후추의 매운맛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이 맛은 나에게 그리운 느낌을 주는 매운맛이었다.
그래, 굳이 분류하자면 고추의 매운맛이었다.
그러나 고추의 매운맛보다는 훨씬 깔끔하게 뒷맛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상쾌하기까지 한 그 느낌.
맛은 있지만, 농도가 진하고 향이 강해서 다른 음식과 곁들여 먹지 않으면 많이 먹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음식이라 생각했는데.
폭탄 조개에서 나오는 그 매운맛이 개운하게 모든 것을 씻어내려 주니 오히려 이 클램 차우더만으로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거기에 부드러운 수프의 국물과 조개의 개운한 매운맛을 번갈아 먹다가 문득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클램 차우더 안에 있는 조개를 스푼으로 눌러 터트리니 폭탄 조개의 즙이 새어 나오며 클램 차우더 자체에서 얼큰한 맛이 배어 나왔다.
아니, 우유와 버터를 사용한 수프에 얼큰하다는 표현이 쓰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확실히 얼큰했다.
수프와 조개를 따로 먹어도 그것으로 매력이 느껴졌지만 반대로 조개를 터트려서 수프 안에 국물이 녹아들게 해서 먹는 것도 제법 별미였다.
내 생각이 틀렸다.
이 음식은 푸드 코스트 대비 훌륭한 요리를 만드는 여관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라면 푸드 코스트라는 말을 따로 떼놓고 판단해도 충분히 훌륭한 요리를 만드는 여관이었다.
내심 얕보고 있었던 이 세계의 식문화에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기분 좋은 반격을 당한 나는 오랜만에 외식을 즐기는 기분으로 남은 클램 차우더를 먹으려 했다.
마리가 화난 목소리로 나를 부르기 전까지는.
“쿠르트 씨! 뭔가요! 이 요리는! 아프잖아요! 요리가! 아파요!”
“크윽……. 믿었는데……. 믿고 있었는데…!”
아차. 클램 차우더의 맛이 인상 깊었던 나머지 두 사람을 잊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서 마리를 살펴보니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카리나 또한 돈까스를 먹으러 가자고 해놓고서는 치과에 데려간 어린아이 같은 배신당한 표정으로 나를 원망스럽게 흘겨보고 있었다.
이런, 나는 전생에서 매운맛을 즐기는 쪽의 문화권이었지만 마리나 카리나는 그런 문화권의 사람은 아니었지.
그렇다면 두 사람에게는 입에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두 사람 몫의 요리는 내가 먹고 두 사람에게는 새로 요리를 시켜주도록 할까.
그렇게 생각하던 나였지만 곧 마리의 모습을 본 나는 그 생각을 접으며 피식하고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뭐가 웃기죠!? 엘프가 음식을 먹고 아파하는 게 재미있나요?”
“쿠르트 씨! 당신에게는 실망했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쉴새 없이 스푼을 입으로 옮기고 있잖아.”
“...네? 어, 어라? 왜 이러지? 쿠르트 씨! 이상해요! 분명 혓바닥이 아픈데…! 스푼이 멈춰지지 않아요!”
“큿. 몸이 멋대로…!”
뭐야, 괜히 걱정했잖아.
둘 다 맛있게 먹고 있었네.
마리는 당황했다는 듯 그렇게 말하면서도 끊임없이 스푼을 움직이며 내용물을 자신의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매운맛은 고통스럽지만, 그것을 먹을 때마다 뇌에서 분비되는 엔돌핀이 그녀의 행동을 멈추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마리는 이마에서 송골송골 맺힌 땀이 곧 볼을 타고 내려가 어느새 땀 때문에 피부가 촉촉해지면서도, 땀 때문에 머리카락에 볼에 엉겨 붙고 때로는 입안에 들어가려 하는 것을 손으로 치우며 선정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땀과 신음을 흘리며 클램 차우더를 계속해서 먹었다.
카리나 또한 마찬가지로 온몸이 땀에 푹 젖어서 옷이 몸에 달라붙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신경 쓰지 못하며 열심히 클램 차우더를 먹었다.
두 명의 미녀가 상기된 표정으로 신음을 흘려가며 수프를 먹는 모습에 그 여관은 그날, 평소보다 손님이 많았다고 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이 가장 허기를 느끼기 좋은 시간 오전 11시.
오늘은 정각에 예약연재를 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