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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29화 (30/78)

제 29화

폭탄 조개로 만든 클램 차우더

우리는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서 바다 골렘이 출몰한다는 해안 도시로 향했다.

모험가 신분이 아닐 때와는 달리 모험가 신분일 때에는 상인이 오가는 상행에 호위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돈을 받고 마차를 얻어 탈 수 있었으니 우리는 금세 해안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아마 앞으로 조금이면 바다 도시에 도착하건만 마리의 기분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우으으……. 바다 골렘 먹기 싫어어어…….”

“마리시아 양……. 마음을 단단히 먹는 것입니다.”

마리는 그렇게 자신이 꿈꾸던 장거리 여행인데도 불구하고 때때로 신나 하다가 어느새 또 우울해하는 조울증 같은 상태였다.

카리나 또한 우울해하는 마리의 옆에서 마치 적군에게 사로잡힌 여기사처럼 비장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아니. 내가 뭐 못 먹을 거 먹이냐.

결국, 내가 요리해주면 잘만 먹을 거면서.

“뭐가 그렇게 슬픈데?”

“흑흑. 내가 꿈꾼 여행은 이런 게 아니었어……. 엘프의 마을에서도 벌레는 먹은 적이 없었는데.”

“그러니까 갑각류랑 벌레는 다르다니까.”

“그러는 쿠르트 씨도 갑각류는 먹어본 적이 없잖아요!”

“아니! 그건…!”

나는 마리의 말에 뭐라 반박을 하려다 곧 나 또한 실제로 환생을 하고 나서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입을 다물었다.

아니, 그 이전에 바다에 가본 적도 없구나.

“아앗! 지금 말 못 했어! 진짜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나 봐! 꺄아아아악!”

“그, 그게 사실입니까! 진짜로 갑각류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것입니까!? 아, 아니죠? 아니라고 대답해 주십시오!”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건 맞는데……. 아, 맛있다니까.”

“어떻게 자기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맛있다고 확신할 수 있죠!? 믿을 수 없어요!”

“...쿠르트 씨만은 다를 거라고 믿었는데. 역시 당신도 리저드맨이었어…….”

내 말에 마리는 완전히 패닉 상태가 되어서 소란을 피웠고, 카리나 또한 믿고 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비운의 히로인 마냥 죽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두 사람을 어떻게 진정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으려니 의외로 구원의 손은 엉뚱한 곳에서 뻗어졌다.

“저, 모험가 나리. 이제 슬슬 도시가 보입니다요.”

점점 카오스 해지는 마차 안에 우리에게 상인이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은, 동, 철이라는 혼란스러운 등급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파티를 못 미더운 눈으로 바라보던 상인이었지만 그 못 미더운 시선은 바로 그날 저녁 내가 요리를 하고 나서 바로 사라졌지.

거기에 불침번을 서면서 알게 모르게 내가 마수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쫓아주자 비록 상인은 내가 마수들을 쫓아줬다는 것까지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편안한 행상일은 정말 오랜만이라며 우리에게 참 호의적으로 대해줬다.

“으응? 도시요? 아! 그럼 설마 바다도 보이나요!?”

“네. 물론입죠. 밖에 나가서 한 번 보시겠습니까?”

“네! 볼래요! 구경할래요!”

그 말에 마리는 언제 생떼를 부렸냐는 듯 활기찬 모습으로 마차의 짐칸에서 내렸다.

“후우……. 그렇게 들뜨게 행동하다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마리시아 양이 다칠 수도 있으니 제가 보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카리나 또한 처음으로 바다를 본다는 생각에 안절부절못하고 흥분된 표정으로 마차에서 슬그머니 내렸다.

이렇게 되면 나 혼자 짐칸에 남아있기도 그러니 미리 내려서 좀 걸을까.

마차에서 내리니 과연 멀리서 도시의 모습이 보이며 그 너머로는 끝없이 푸르게 펼쳐진 물의 대지가 보였다.

과연, 그 끝없는 푸르름은 전생에서 몇 번이나 바다를 봤던 나조차도 한순간 압도되게 만드는 웅장함이 있었다.

나조차도 한순간 그런 감상을 했는데 다른 두 사람은 어땠을지.

“바다다!”

“...!”

마리는 마치 미소녀만 잔뜩 나오는 양산형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라도 된 것처럼 두 팔을 벌려가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런데 매번 똑같은 리액션이네.

카리나는 그대로 못에 박힌 것처럼 굳어서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었고.

“쿠르트 씨! 저것 좀 보세요! 바다에요! 저게 다 물이라고요!”

“알고 있다.”

“쿠르트 씨는 신기하지도 않나요! 세상에 저렇게 물이 많다니!”

마리는 마치 첫눈을 본 강아지처럼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나와 바다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바다를 향해서 달려가고 싶었겠지만, 모험가 임무를 수행 중이라 최대한 참고 있는 게 훤히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마리는 한참을 반짝이는 눈으로 바다를 바라보았다.

입을 다물고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는 마리의 모습은 평소 그녀를 모자란 아이 취급하던 나조차도 입을 다물고 바라보게 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과연 미인인가.

오랜 세월 리저드맨으로 살아오면 미의식이 반쯤은 그들과 섞여버린 나조차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 외모였다.

그 옆모습을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다른 인간종들이 왜 유독 마리의 앞에서만 친절해지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헛! 쿠르트 씨! 저 방금 놀라운 사실을 깨달은 것 같아요!”

“...뭔데?”

“사실 이 세상은 거대한 바다에 둘러싸인 것이었고 이 세상을 감싸고 있는 바다에서 더더욱 멀리 벗어나면 끝없는 낭떠러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요!”

“오오……. 과연 일리가 있군.”

“이럴 수가! 저는 이 순간 이 세계의 진실에 대해서 깨닫고 말았어요!”

아.

이해했다.

입만 다물면 미인이라고 부르면 되는 거였네.

그리고 카리나 쟤는 또 왜 옆에서 감탄하고 있어.

나는 언제나처럼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마리와 카리나를 무시하고는 상인이 이끄는 마차와 함께 바다의 도시로 향했다.

.

.

.

“여기 보수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그래. 너도 수고 많았다.”

상인에게서 의뢰의 대금을 받은 나는 여유롭게 주위를 들어보았다.

바람에 실려서 향기에 약간의 짠 내와 비릿함이 섞인 것이 과연 해안가의 도시구나 싶었다.

“여기가 바다의 도시인 리일라인가.”

“쿠르트 씨! 우선은 바다로 구경하러 가죠!”

“음. 앞으로 토벌할 마수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 적진을 시찰한다. 모험가로서 훌륭한 마음가짐이다.”

“아니. 너희는 그냥 바다에 들어가서 놀고 싶을 뿐이잖아. 바로 바다에 들어가도 문제는 없지만, 우선은 숙소를 잡아야지.”

“....”

“....”

“뭐야. 왜 그런 눈으로 리저드맨을 보냐.”

“쿠, 쿠르트 씨가 정상적인 말을 했어요…!”

“밥이 먼저라거나, 시장에 들르는 게 우선이라는 말을 하지 않고 성실하게 숙소부터 잡겠다고 하다니…!”

“너네들. 나를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냐.”

누가 보면 완전히 맛있는 음식에 미친 광인인 줄 알겠네.

“뭐, 상인한테 음식을 맛있게 하는 여관을 소개받기는 했지만. 가서 밥부터 먹자.”

내 말에 두 사람은 그러면 그렇지 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

.

.

.

상인이 소개해준 여관은 자신만만하게 소개해줄 정도는 되었는지 특별히 위치가 좋다거나 고급스러운 곳이 아니었음에도 상당히 사람이 많았다.

“히잉. 바다 들어가고 싶었는데…….”

“어차피 점심도 안 먹었는데 밥 먹고 나서 들어가도 늦지 않는다.”

“그보다 상당히 의외로군요. 쿠르트 씨는 스스로 만든 요리가 아니면 안 먹는 주의라고 생각했는데.”

“나라고 무슨 남이 만들어주는 밥을 못 먹는 사람처럼 말하지 마라.”

나라고 해서 ‘반드시 내가 만든 밥 이외에는 입에도 안 댄다.’ 같은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애초에 요리사란 더 나은 요리를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존재.

오히려 세상에서 가장 많이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녀야 하는 직업이라고 해도 좋다.

단지 이 세계의 식문화 수준은 전생으로 치면 중세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그다지 참고도 되지 않고 맛도 없어서 내가 스스로 요리를 하는 것뿐.

나도 내가 스스로 요리하지 않고 남이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대환영이다.

“그래서 여기는 무슨 요리가 맛있는 건가요?”

“수프다.”

“수프요?”

수프라고 하면 스튜와 함께 서양의 국물 요리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다.

사실 수프와 스튜의 경계는 모호한 면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국물이 많으면 수프, 요리 안에 들어있는 건더기가 메인으로 보일 정도로 국물의 양이 적으면 스튜라고 분류하고는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건더기를 매우 작게 썰어서 비중이 작거나 아예 국물에 녹아들 정도라면 수프, 건더기가 메인이 된다면 스튜라고 구분하기도 하는데, 사실 이 부분에서는 본토의 사람들도 명확하게 구분을 하지 않아서 가끔 헷갈리기도 한다.

전생의 한국을 기준으로 삼자면 수프는 국이나 탕, 스튜는 찌개나 찜 요리에 근접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지.

특히 그중에서도 이 여관에서 유명한 요리는 바로 클램 차우더(Clam chowder).

클램은 조개를, 차우더는 농도가 진한 수프를 일컫는 단어이니 직역하자면 걸쭉한 조개 수프라 할 수 있었다.

그것도 일반적인 클램 차우더가 아니다.

무려 그냥 백합이나 홍합 같은 조개가 아니라 주변에 자신을 위협하는 생물이 나타나면 껍질 속에 몸을 숨기고 껍질 겉에 붙어있는 분비물을 폭발시켜서 포식자를 쫓아내는 마수인 폭탄 조개를 이용한 수프다.

그야말로 바다를 마주한 도시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산 요리라 할 수 있겠지.

내 설명에 마리는 호오……. 하는 소리를 내더니 곧바로 내게 질문을 해왔다.

“조개가 뭐에요?”

아. 거기부터냐?

나는 마리에게 조개가 어떤 생물인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고, 그러는 사이 어느샌가 폭탄 조개를 사용한 클램 차우더 수프가 3인분이 도착하였다.

생각해보면 내가 만든 요리가 아니라 돈을 내고 사 먹는 요리를 기대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네.

전생에는 이런 식으로 맛집을 종종 찾아다니고는 했는데 환생을 하고 나서는 맛집이라고 부를만한 식당이 거의 없어서 굳이 찾아다니지는 않았지.

그만큼 오랜만에 즐기는 외식이니 맛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스푼을 들어 올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가로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사실은 전투씬을 넣을까하다가 쓰다보니 2천자가 넘어서 그래서는 작품의 정체성에 혼란이 오는게 아닌가 싶어서 모두 스킵해버렸습니다.

그 덕에 2천자를 모두 들어내고 처음부터 글을 다씨 쓰는 것 떄문에 늦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최근 며칠간 쉬지 않고 연참을 한 결과 드디어 저의 연참에너지가 바닥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

평소 성실하게 비축분을 쌓지않고 라이브로 연재를 하는 작가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다시 연참 페이스를 되찾기 위해 노력은 해보겠지만 아마 당분간은 연참은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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