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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26화 (27/78)

제 26화

삼족계로 만든 프라이드 치킨

마리는 엉겁결에 손으로 쥐어버린 닭다리를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길드의 전등 빛에 반사된 그 프라이드 치킨의 닭다리는 마치 금으로 세공된 귀중한 보물처럼 윤기가 흐르는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코를 가까이 대고서 냄새를 맡지 않아도 자연스레 자신의 코에 들어오는 고소하고 기름진 냄새.

꿀꺽

그러고 보면 아침을 먹은 뒤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고 의뢰를 수행했었지.

지금껏 울적한 기분에 짓눌려 자기주장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위장은 그 냄새를 맡는 순간 더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번 공복을 느끼기 시작하니 그녀가 손에 든 닭다리가 더욱더 맛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서 온종일 걸은 뒤 모험가 길드로 돌아와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먹는 야식으로 프라이드 치킨.

그것을 참을 수 있는 인간종이 있을까?

“이, 이것이 프라이드 치킨…!”

마리는 슬픔도 잊고 본능에 이끌리는 대로 손에 쥐어진 프라이드 치킨을 베어 물었다.

파삭

처음 먹었을 때의 느낌은 감자튀김을 먹었을 때 이상으로 바삭한 치킨의 튀김 옷이었다.

그녀가 알고 있던 튀김 요리는 오직 감자튀김뿐이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튀긴 음식의 튀김옷은 감자튀김처럼 얇으면서 바삭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두꺼운 튀김옷은 뭐란 말인가.

입에서 씹는 순간 튀김옷만으로 파삭거리는 경쾌한 식감이라니.

그녀는 지금 처음으로 튀김 요리인 감자튀김을 먹었을 때와 같은 충격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었다.

단순히 식감이 경쾌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그 튀김옷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달콤 짭조름한 하나의 별미처럼 입안에서 씹힐 때마다 콰사삭 콰사삭하며 즐거운 식감과 맛 두 가지를 동시에 선물하고 있었으니.

그렇게 튀김옷의 맛을 보고 있으면 곧 튀김옷에 사이에서 따듯한 물이 새어 나오는 것에 큰 충격을 느끼고 눈을 크게 떴다.

“으읍…!”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번 그 따뜻한 액체의 풍미를 맡으면 그것은 너무나 부드럽고 기름진 닭다리의 육즙.

그것은 그야말로 쥬시(Juicy)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강렬한 육즙이었다.

튀김옷에 의해서 외부와 분리된 것으로 인해서 안에 가두어진 육즙이 그녀가 씹는 것으로 인해서 댐이 무너지고 쌓였던 물이 쏟아지는 것처럼 그녀의 입안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부드럽고, 고소하며 동시에 담백한, 하지만 그냥 지방의 부담스러운 느끼함과는 다른.

그야말로 고기의 농축액이라고 부를만한 육즙이 입안을 적신다.

그리고 그 뒤에 씹히는 부드러운 고기의 식감.

직화로 굽는 것으로는 느낄 수 없는 지방을 풍부하게 함유한, 오직 닭다리 튀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결을 따라서 반지르르하게 찢어지는 살결의 식감.

한입을 씹을 때마다 맨 처음 튀김옷을 씹을 때 느꼈던 것 같은 육즙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래. 그것은 촉촉한 고기였다.

고기와 촉촉함.

그것은 그녀의 상식에서는 설립할 수가 없는 개념이었다.

처음으로 먹은 고기인 엄마가 해준 새의 고기는 절반을 태우고 남은 절반도 타기 직전에 간신히 구조대가 구출해낸 것 같은 모양새였기에 너무나 퍽퍽하고 질겼다.

그리고 쿠르트가 얼마 전에 해준 황금조의 꼬치고기는 비록 퍽퍽하고 질기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 식감은 탄성 있고 쫄깃하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프라이드 치킨의 고기는 너무나 부드럽고 또 촉촉해서 어쩌면 생고기를 바로 먹어도 이 정도로 부드럽지는 못할 것 같은 맛이었다.

꿀꺽

그렇게 고기를 씹어서 한입을 삼키면 튀김과 고기라는 환상적인 조합이 일으키는 시너지에 방금 한입을 뜯었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다음 한입을 더욱더 원하게 된다.

그렇게 한입을 먹었음에도 어쩐지 처음 한 입을 먹기 전보다 더욱더 프라이드 치킨에 대한 갈망이 커진 것을 느낀 마리는 곧 망설이지 않고 손에 쥔 닭다리를 다시 뜯기 시작했다.

.

.

.

역시 프라이드 치킨은 맛있다.

리저드맨의 마을에 있을 때도 몇 번 해 먹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그때는 돈 이전에 자원 자체가 턱없이 부족해서 이 정도로 만족스러운 프라이드 치킨은 먹을 수가 없었지.

리저드맨 마을의 물류라고 해봤자 근처의 인간 마을을 들르기 위해 지나가는 인간 상인에게 사냥의 전리품과 물건을 물물교환하는 수준뿐이었으니, 판매하는 품목도 적을뿐더러 애초에 그 물품의 선정마저도 인간 상인 개개인의 선택에 따라 바뀌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실상 그 시절에 먹었던 닭 요리는 그냥 닭을 튀긴 것이지 진정한 의미에서 프라이드 치킨이라 부를 수는 없었다.

나는 만족스러운 한숨을 쉬며 뼈에 붙은 고기를 모두 발라 먹은 닭다리를 내려놓았다.

문득 주위를 바라보니 마리와 카리나는 어느새 닭다리를 모두 먹어치우고는 두 번째 조각을 손에 쥐고 있었다.

“...흑. 흑. 로보 미안해요. 그래도 맛있는걸요.”

“뭔데? 그 로보라는 건.”

나는 열심히 훌쩍거리면서도 두 번째 치킨 조각을 열심히 입안에 집어넣는 마리에게 물었다.

대충 뭔지 예상은 갔지만.

“로보는 이 삼족계의 이름이에요. 처음 본 순간 그렇게 이름을 지어주려고 했는데……. 흑. 흑. 그래도 로보 맛있다.”

로보는 무슨

늑대냐고.

“그 이전에 슬프게 울든지 맛있게 먹든지 하나만 해라.”

울면서 맛있게 먹으니까 되게 이상하게 보이잖아.

...생각해보니 평소랑 별 차이가 없네.

“흑. 흑. 오늘도 밥이 맛있어. 엉엉.”

참 나…….

그 옆에서 먹고 있는 카리나를 보니 카리나 또한 마리처럼 울지만 않을 뿐 쉴새 없이 입안으로 닭고기를 밀어 넣으면서도 삼족계의 명복을 빌어주고 있었다.

“미안하다. 꼬꼬야.”

...일단 로보인지 꼬꼬인지 이름은 통일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래도 둘 다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감정은 나름대로 털어낸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밥 먹을 때까지 울적하면 밥 맛이 떨어지니까 곤란했거든.

두 사람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본 나는 본격적으로 마음 편하게 프라이드 치킨을 먹기 위해서 그릇 위로 손을 옮겼다.

...잠깐.

“닭 날개 다 어디로 갔어!”

“히끅! ...엉엉! 로보야!”

내 말에 마리는 깜짝 놀란 것처럼 움찔하더니 곧 부자연스럽게 엉엉 울기 시작했다.

양손에 닭 날개를 하나씩 쥔 채로.

“야! 임마!”

“엉엉! 로보 보고 싶어. 흑흑!”

“가짜 눈물인 거 다 티 나거든! 하나 내놔!”

“꺄아악! 엘프가 손에 들고 있는 걸 빼앗는 게 어디 있어요!”

“닭 날개를 한 번에 두 개 다 가져가는 엘프는 또 어디 있는데!”

“닭 날개라니……. 나는 가슴살이 제일 맛이 있는데 이해할 수가 없군.”

그렇게 어느샌가 평소와 같은 분위기로 돌아간 우리는 왁자지껄하게 저녁 식사를 나누었다.

.

.

.

후우. 역시 프라이드 치킨은 맛있다.

이번 생을 통틀어서 가장 높은 완성도로 만들어진 프라이드 치킨이었으니 더더욱 그러했다.

닭 한 마리를 셋이서 나눠 먹는 것이 조금 부족하기는 했지만 애초에 그러리라고 생각해서 감자튀김도 넉넉하게 튀겨 뒀기에 우리는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꿀꺽. 꿀꺽.

솨아아아

“후아! 역시 치킨은 맛있네.”

나는 차게 식힌 맥주로 입안에 남아있는 치킨의 기름기를 모두 씻어내며 말했다.

크으. 치킨을 한껏 먹고 기름기가 어느 정도 쌓였을 때 시릴 정도로 시원한 맥주로 모든 것을 리셋해버릴 때의 이 시원함이란.

맥주 특유의 탄산 가득한 느낌이 그대로 목구멍을 넘어서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느낌은 참을 수가 없었다.

목울대가 꿀꺽하고 한 번 울리면, 맥주가 그에 맞추어서 요동치며 식도에 남아있는 기름기까지 모조리 씻어내 주는 것만 같은 상쾌함이었다.

기본적으로 문명의 발전 수준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그사이 어딘가에 있는 듯한 모습의 이 세계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생에서와는 달리 시대를 앞서나간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마법사의 존재 여부였다.

비록 마법 한 번을 사용하는데 사용료가 제법 비싸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법사가 마법으로 시원하게 식힌 맥주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치킨에 맥주보다는 탄산음료를 선호하는 쪽이었지만 이 세계에는 탄산음료가 없었으니 어쩔 수 없이 맥주를 선택한 것이었는데, 그렇게 차선으로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치킨과 함께 먹는 맥주의 목 넘김은 참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맥주로 입가심을 하는 것으로 식사를 마친 나는 만족스러운 한숨을 흘렸다.

내뱉는 한숨에서까지 치킨의 냄새가 나는 것만 같군.

“튀기는 요리에 닭 요리를 합쳤으니 당연히 맛있을 수밖에 없었는걸요!”

“이 정도로 맛있는 요리라니. 쿠르트 씨께서 어째서 각성종의 삼족계에 집착했는지 이해가 가는 맛이었습니다.”

“맞아요. 비록 로보가 죽은 것은 슬펐지만 그래도 우리 셋의 위장 속에서 하나가 되어 살아갈 테니까요!”

아니. 고기의 맛 자체는 그냥 삼족계랑 다를 것도 없던데.

각성종이라고 특별하게 다른 맛이 나라는 법은 없네.

그래도 입으로 내뱉으면 두 사람이 충격을 받을 것 같으니 이건 말하지 말아야겠다.

굳이 맛있는 저녁을 끝냈는데 안 좋은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잖아.

“뭐,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면 됐다. 오늘 의뢰비로 받은 돈을 모두 써서 요리한 보람이 있구만.”

텡그랑

내 말에 마리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던 모습 그대로 굳어서 포크를 떨어트렸다.

아. 이거 촉이 안 좋은데.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아서 나의 경제 관념에 대해서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을 삼십 분은 들어야 했다.

의외인 사실이지만 우리 중에서 가장 경제 관념이 까다로운 것은 마리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마리에게 잔소리를 듣다니 매우 굴욕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반박할 말이 없어서 마리의 잔소리를 꼼짝없이 들어야만 했다.

참고로 나만큼은 아니더라도 평소에 종종 충동적인 소비를 하는 카리나는 내가 마리에게 잔소리를 듣는 것을 찔리는 얼굴로 구경하다가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치사하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침 프라이드 치킨을 주제로 한 에피소드를 올리기 가장 좋은 시간 오후 8시 10분!

전편이 올라가고 한 시간 이내에 보신 분들에게 알립니다!

전편에 치킨을 두 번 튀기는 묘사를 추가했습니다!

이제 쿠르트 일행이 먹는 치킨은 더욱 바삭해졌습니다!

참고로 글이 올라가고 한시간도 안 되어서 수정 된 부분이기에 한 시간 뒤에 보신분들은 영향이 없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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