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화
삼족계로 만든 프라이드 치킨
“흠. 그러면 삼족계의 요리를 시작하지.”
“어……. 진짜요…?”
“스, 스튜는 어떻겠습니까! 마침 제가 얼마 전에 좋은 토마토를 구입 했는데!”
내 말에 마리와 카리나는 질색을 하거나 내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메뉴를 바꾸려 설득을 시도했다.
“뭐야. 너희들 삼족계 별로 먹고 싶지 않냐?”
“솔직히 말해서……. 네.”
“삼족계를 잡기 위해서 의뢰까지 받은 쿠르트 씨에게는 미안한 말입니다만……. 솔직히 오늘 일을 겪고 나니 별로 입맛이 없군요.”
뭐야.
아까 오는 길에 기분이 다 풀린 거 아니었어?
하여간 여자의 마음은 참 섬세하네.
뭐, 생각해보면 나도 풋내기 사냥꾼이던 시절에는 저런 식으로 울적하던 때가 있었던 것도 같네.
하지만 내 모험가 생활에 이런 울적한 주제는 어울리지 않지.
좀 더 가볍고 쾌활한 분위기가 나는 좋으니까.
거기에다 프라이드 치킨을 앞두고 입맛이 없다니.
용서할 수 없는 행위다.
“오늘 보았던 삼족계가 인상적이었다면 오히려 삼족계를 먹어야지.”
“...네?”
“오늘 토벌한 삼족계를 잡아먹는다면 이 삼족계는 잡아먹히기 위해서 토벌된 것이지만, 먹지 않는다면 그저 아무런 의미가 없는 허무한 죽음이 되잖아.”
그건 사냥감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고기에서부터 뼈 하나까지 모든 것을 허투루 쓰지 않고 온전히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사냥감에 대해 지켜야 할 예의인 것이다.
뭐, 당장 프라이드 치킨을 먹고 나면 이런 울적한 이야기는 곧 떠오르지도 않겠지만.
나는 각자 나름대로 복잡한 얼굴을 한 두 여자를 뒤로하고 삼족계의 요리를 시작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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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을 할 때 중요한 것은 튀기는 과정이 아니라 튀기기 전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선은 목을 베서 피를 잘 뽑아둔 삼족계의 고기를 토막 낸다.
일반적으로 닭을 토막 낼 때는 8조각, 12조각, 16조각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토막 낼 수 있는데, 이 닭은 크기가 제법 있는 데다 양념을 빠르게 배게 하기 위해서는 크기가 작을수록 유리하니 16조각으로 부위를 잘라낸다.
아니 이 닭의 경우에는 다리가 3개 이기 때문에 토막 내는 방식을 다르게 해야겠다.
세 번째 다리가 있는 부분을 추가로 2조각 더해서 총 18조각으로 토막 낸다.
그뿐만 아니라, 너무 큰 부위는 나중에 양념이 제대로 배지 않을 수 있으니 칼집도 내준다면 더더욱 좋다.
그 뒤에 조각을 낸 닭을 소금과 후추를 사용해서 간을 맞춘 우유에 재워 둔다.
그렇게 고기를 재워두는데 필요한 시간은 30분.
가능하다면 한 시간에서 최대 2시간까지 재워두어도 문제는 없지만 언제나 배고픈 나는 그렇게까지 오래는 못 기다리겠더라고.
그렇기 때문에 치킨을 최대한 작게 자른 것이다.
그 시간 동안 할 일 없이 멍하니 있는 것은 아니다.
만들어야 할 것은 튀김 반죽에 사용할 튀김가루.
그냥 밀가루를 사용해도 어느 정도 모양새는 나오겠지만 그래서는 그냥 밀가루에 묻힌 닭을 튀긴 것밖에 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밀가루, 그것도 박력분.
밀가루는 그 안에 함유되어있는 단백질 안에 들어있는 글루텐의 함량에 따라서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으로 나뉜다.
글루텐의 함량이 높을수록 밀가루는 반죽했을 때 점성이 강하게 생기는 것이 특징이며 그렇게 때문에 각각 종류에 따라 사용 용도가 나뉘는 것이다.
찰기가 가장 높은 강력분은 빵을 만드는데, 중간 정도인 중력분은 면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하며, 박력분은 찰기가 적기 때문에 주로 부침이나 튀김 요리를 하는 데 적합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세계에서는 밀가루를 그런 식으로 용도에 나눠서 분류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니, 찾아본다면 어디 귀족 가문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전문점에서는 용도에 맞춰서 밀가루를 분류해서 팔지도 몰랐지만 적어도 아스트람의 시장에서는 밀가루를 분류에 따라 나눠 팔지를 않았다.
그래서 지난 며칠간 사용 용도에 따른 밀가루를 취급하는 상점을 찾는 것에 상당히 시간을 소모해 버렸지.
그렇게 구해온 박력분, 하지만 이것은 튀김가루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 중 하나에 불과하다.
여기에 소금과 설탕을 더해서 반죽 자체에 짭조름한 맛이 배어들게 한다.
여기에 전분과 이스트를 넣는다.
가능하면 이스트 대신 베이킹파우더를 넣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베이킹파우더처럼 편리한 재료를 팔지는 않더라고.
사실 이스트만으로도 구매하는데 제법 발품을 들였고.
만약 이스트조차도 팔지 않았으면 직접 시간을 들여서 맥주 효모를 만들어야 했을 테니.
그렇게 재료를 모두 섞었다면 그 가루를 그대로 우유에 부어서 묽은 반죽으로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험가 길드에서 상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말라비틀어져서 수프에 넣고 불려서 먹는 게 아니라면 도저히 먹을만하지 않은 상태의 말라비틀어진 빵을 구매한다.
그 뒤 그 빵을 강판에 대고 갈아서 빵가루를 만든다.
모든 과정을 끝마치면 남는 것은 튀기는 것뿐.
우선은 튀김 반죽이 입혀진 삼족계의 고기를 빵가루 위에 한 바퀴 굴려서 2중으로 튀김 옷을 만든다.
그 뒤 사전에 180도까지 온도를 올려둔 식용유 속에 퐁당 하고 담근다면 끝이다.
하지만 우선은 치킨을 식용유에 빠트리기 전에 반죽을 살짝 떼어서 담가본다.
살짝 가라앉았다가 곧 얼마 안 돼서 다시 기름 위로 떠오른다면 온도가 충분하게 올라간 것이다.
퐁당
치이이이익
퐁당
치이이이이이익
그 순간 기름의 튀겨지는 닭고기의 고소한 풍미가 모험가 길드에 퍼지기 시작한다.
기름이 방울방울 튕기는 소리와 치킨의 겉면에 붙어있는 반죽과 빵가루가 비로소 튀김으로 변모하면서 내뿜는 맛있는 단말마와도 같은 소리.
그 소리에 길드 모험가들의 눈이 무의식적으로 요리를 하는 내게로 향한다.
그렇게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향했던 눈길은 곧바로 전달되는 폭력적인 튀김의 향기로 인해서 식욕으로 뒤바뀐다.
거기에 걸리는 시간은 겨우 몇 초 남짓이면 충분.
꿀꺽
누군지 모를 모험가가 침을 삼킨다.
그리고 그 소리는 치킨을 튀기는 소리 이외에는 소름 끼칠 정도로 적막했던 모험가 길드의 안에서 유난히도 크게 들린다.
아마, 침을 삼키지 않은 다른 모험가들 또한 마음속으로는 누구나 침을 삼킬 수밖에 없겠지.
모험가들은 닭이 튀겨지는 모습에 조용히 침을 삼키지만 내가 모험가가 되던 날 각성종 샤벨 타이거를 들고 오던 모습을 기억하기에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지는 못한다.
그저 홀린 듯이 멍한 얼굴로 요리를 하는 내 뒷모습을 바라볼 뿐.
이 정도 시선은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훤히 보인다.
그리고 반응을 하는 것은 모험가뿐만이 아니다.
침울한 얼굴로 입맛이 없다고 중얼거리던 마리와 카리나 또한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서 요리하는 나를 바라본다.
어느새 두 사람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슬픔과 우울함이 아니라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호기심과 식욕이라는 이름을 가진 본능뿐.
하지만 지금은 느긋하게 시시각각 변하는 두 사람의 표정을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튀김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첫째는 온도이고 둘째는 시간이니.
가스레인지로 편하게 불을 조절해주던 전생과는 이 세계의 요리는 매번 요리할 때마다 직접 불 온도를 조절해야 하니.
특히 조리 시간이 짧은 만큼 작은 불 온도의 변화가 맛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튀김이라면 더더욱.
거기에 튀김기에 자동으로 달린 기능인 알람 타이머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생체 타이머와 튀김의 튀겨진 정도를 알아보는 날카로운 눈썰미뿐.
진지하게 치킨이 튀겨지는 정도를 주시하다 10분 정도 지났다 싶은 시점에 치킨을 꺼낸다.
그렇게 꺼내는 치킨은 어느새 찬란한 황금빛으로 물들어서 반짝거리며 빛을 내뿜는 것만 같았다.
가볍게 한 두 번 터는 것으로 겉에 묻어있는 기름을 털어 낸 뒤, 비싸게 주고 주문 제작한 뜰채 위에 치킨을 올려둔다.
그렇게 치킨의 기름이 빠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불의 세기를 줄이고 같이 곁들일 감자튀김을 튀겨낸다.
감자튀김은 치킨과 비교하면 튀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으므로 3분 정도면 금세 감자튀김을 튀겨 낼 수 있다.
완성된 감자튀김을 건진 뒤, 이번에는 다시 불의 세기를 올려서 이미 한 번 튀겼던 프라이드 치킨을 또다시 한번 식용유에 넣는다.
처음 한 번 튀겼을 때는 닭의 안쪽까지 익히기 위해서.
두 번째 튀기는 이유는 고기가 익으면서 나오는 수분을 증발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두 번 튀기는 것으로 더욱 바삭한 튀김 요리가 나오는 것이다.
설마 내가 한 번 튀겼던 치킨을 다시 한번 더 튀길 줄은 몰랐던 것인지 길드 내의 모험가들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이미 충분히 맛있어 보이는 치킨인데 그걸 굳이 다시 기름에 넣다니…….
오히려 기껏 만든 요리를 망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여기까지 전해진다.
두 번째 치킨을 튀길 때에는 처음 치킨을 튀길 때만큼 시간을 쓸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튀김옷 사이에 남아있는 수분을 증발시키기 위한 용도니까.
그렇게 다시 한번 튀겨진 치킨을 식용유에서 꺼낸 뒤 또다시 기름을 털어내면 진짜 요리의 끝이다.
모든 요리가 끝난다면 먹기 좋게 그릇에 담아서 자리로 돌아온다.
그릇을 들고 돌아오는 동안 길드 내의 모험가들의 시선이 프라이드 치킨에 꽂히는 것이 느껴진다.
치킨을 튀기면서 나는 소리로 우선 처음 시선을 사로잡고 그에 이어서 풍겨오는 향기로 그 시선을 고정시킨다.
하지만 그 시선에도 불구하고 치킨에는 손을 댈 수 없으니.
치킨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와 마리, 카리나 세 인간종뿐.
덜컥
마침내 내가 프라이드 치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자리에 앉아 나를 포함한 세 인간종에게 부러움의 시선이 쏟아진다.
그리고 마리와 카리나는 다른 모험가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도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지는 줄도 모르며 흔들리는 눈빛으로 프라이드 치킨을 바라볼 뿐이었다.
오늘의 저녁은 치킨이다.
위너 디너 치킨
감자튀김을 곁들인 삼족계로 만든 프라이드 치킨
.
.
.
“뭐해. 식기 전에 먹어.”
“네, 넷?”
내 말에 홀린 것처럼 프라이드 치킨을 바라보던 마리는 정신을 차리고 비로소 나를 바라본다.
“어, 어어……. 하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잡지 못하고 오늘 만났던 삼족계에 대한 죽음에 대한 슬픔과 생전 처음 보는, 자신이 좋아가는 튀김 요리와 자신이 좋아하는 조류 요리를 합친 분명 엄청나게 맛있을 것이 분명한 음식에 대한 식욕 사이에서 고민했다.
마리가 그렇게 고민을 하는 사이, 먼저 결단을 내린 것은 카리나였다.
“이, 입맛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쿠르트 씨가 요리한 성의를 생각해서 일단은 맛만 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카리나는 망설이지 않고 프라이드 치킨의 다리를 하나 냉큼 집어갔다.
그 모습을 본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제일 먼저 닭다리를 집다니. 하기는 닭다리가 제일 맛있기는 하지.”
“아, 아앗! 그럼 저도…!”
그렇게 말한 뒤 나도 닭다리를 하나 집었고 마침내 닭다리가 하나밖에 남지 않게 되자 마리는 허둥지둥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닭다리를 집어갔다.
두 사람이 모두 닭다리를 손에 하나씩 쥔 것을 본 나는 한번 피식 웃은 뒤 닭다리를 입으로 가져갔다.
파삭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소설은 점심시간에 식사와 함께 곁들이기 좋은 소설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점심시간 혹은 저녁시간대 쯤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