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화
삼족계로 만든 프라이드 치킨
현장에 도착한 카리나는 과연 베테랑 모험가답게 곧바로 의뢰를 낸 양계장의 주인을 찾아가서 의뢰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러니까 그 각성종 삼족계가 양계장을 파손시키고 다른 삼족계들을 풀어주려 한다는 말이죠?”
“그것뿐이 아니네. 그것뿐이라면 굳이 모험가까지는 안 불렀겠지. 하지만 최근에는 녀석이 아주 기세등등해져서 이제는 사람까지 해치려 하고 있네.”
“삼족계가 사람을 해치다니요? 아무리 각성종이라해도 그게 가능합니까?”
“물론 각성종이라해도 삼족계는 삼족계라 힘으로 사람을 해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 하지만 녀석은 힘으로 사람을 습격하지 않아.”
“힘으로 습격하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지혜를 쓴다는 뜻이겠군.”
내 말에 양계장 주인은 고개를 무겁게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네. 녀석은 교묘한 방법을 사용해서 양계장의 직원들에게 피해를 입혔지. 얼마 전에는 창고 안에 숨어있다가 내 아들놈이 창고에 들어서는 순간 물건을 무너트려서 압사를 시키려 했다네.”
“네에!? 괜찮은가요?”
“다행히 물건들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피해서 압사는 피할 수 있었지만, 대신 크게 다쳤지. 지금은 거의 다 나아서 다시 일을 돕고 있지만 한때는 정말 그대로 죽는 줄 알았지.”
양계장 주인은 어두운 얼굴로 양계장의 한구석에서 얼굴에 난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커다란 상처가 있고 팔에 붕대를 감은 채로 일을 하는 청년을 가리켰다.
“설마 닭 주제에 그런 교묘한 방식을 사용하다니…….”
“아니 닭이란 생물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지능이 높은 생물이다.”
“네에? 닭이요?”
마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반문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전생에서도 그랬지만 이 세계에서도 닭은 멍청함의 상징이었으니까.
전생과 마찬가지로 닭대가리라는 말은 인간종을 멍청하다고 비유하는 관용구였고, 심지어는 삼족계의 동화 같은 것도 엮여서 어떤 의미로는 돼지 이상으로 멍청한 동물의 상징으로 쓰였다.
하지만 닭은 생각보다 머리가 좋은 생물이다.
“그래. 닭뿐만 아니라 조류들은 전반적으로 지능이 생각보다 높은 편이지. 단지 우스꽝스럽게 달린 세 개의 다리와 좁은 양계장에 갇혀서 사료만을 먹으며 길러지는 모습 때문에 멍청하다는 이미지가 있을 뿐이야.”
참고로, 마찬가지로 가축의 일종인 소와 돼지도 인간종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비해서 제법 지능이 높은 편이라고 하지.
“뭐. 그런 토막 상식은 됐고, 그보다는 그 각성족 삼족계를 하루라도 빨리 잡아주게. 녀석이 시설을 부술 때마다 도망치는 삼족계들이 한두 마리가 아닐세.”
“그렇다면 그 각성종이 어디에 서식하는지에 대한 단서 같은 것은 없나?”
“그 녀석이 어디 사는지 안다면 굳이 모험가를 부를 것도 없이 내가 직접 녀석을 토막 냈겠지. 하지만 녀석이 워낙 신출귀몰해야지. 서식지는커녕 놈이 언제 오가는지도 모른다네. 무슨 마법이라도 부리는 건지…….”
“단서도 없나?”
내 말에 양계장 주인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단서라면 있지. 마침 엊그제 비가 왔을 때 그 녀석이 남긴 발자국을 그대로 보존 해뒀네.”
발자국이라…….
그 정도 단서가 있다면 금방 끝나겠는데.
오랜만의 사냥꾼으로서의 내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때군.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양계장 주인에게 각성종의 발자국이 있는 곳을 안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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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트 씨. 발자국이 여기서 끊겼는데요?”
“나도 보고 있다.”
“...신기하군. 분명히 똑같은 진흙탕인데 여기서만 발자국이 끊기다니.”
그 말대로 양계장 주인에게 발자국을 안내받아서 그대로 추격한 지 한 시간.
비가 와서 발자국이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하룻밤 지난 흔적인 데다 애초에 닭이 무게가 얼마나 한다고 발자국이 찍혀봐야 얼마나 선명하게 찍혔을까.
마리와 카리나는 자세히 쳐다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얇게 패인 삼족계의 발자국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우리 일행에 있어서 다행인 것은 내가 20년 경력의 숙련된 사냥꾼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육안으로는 거의 구분이 되지도 않는, 심지어는 중간중간 끊겨서 알아보기도 힘든 발자국을 끈기 있게 추적하기를 한 시간이었다.
갑자기 희미하게나마 찍혀있기라도 하던 발자국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었다.
발자국이 중간에 끊긴 것뿐이고 다른 장소에 다시 발자국이 나 있는 것은 아닌지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결과는 발자국이 아예 증발한 것처럼 사라졌다는 것만이 확실해졌을 뿐.
“이건 마치 중간에 날아가 버리기라도 한 것 같군.”
“아앗! 맞아요! 생각해보면 삼족계도 조류잖아요. 그렇다면 날아서 사라진 것이 아닐까요?”
“큰일이로군. 날아서 보금자리로 돌아갔다면 우리로서는 각성종의 위치를 추리할만한 근거가 없는데.”
카리나와 마리는 닭이 날아서 도망쳤을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아니, 일단 기본적으로 삼족계의 비행능력이 완전히 퇴화했다는 사실은 각성종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날아서 이동했다면 도움닫기를 한 흔적이 있어야지. 하지만 이 발자국은 보폭도 일정하고 특별히 더 깊게 파이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닭이 어디로 사라졌다는 말인가요?”
마리의 말에 나는 진지하게 삼족계의 대한 평가를 한 단계 수정했다.
닭이 의외로 머리가 좋다고 두 사람에게 잘난 척 말했으면서 정작 삼족계를 깔본 것은 나였을지도 모른다.
“백트래킹(Backtracking)이다.”
“백트래킹이요?”
“그래. 백트래킹은 발자국 위에 자신의 발을 그대로 겹쳐서 걷는 방법을 의미하지. 놈은 자신의 발자국만을 밟는 방식으로 뒷걸음질을 쳐서 이동한 거다.”
“...설마요.”
“믿을 수가 없습니다.”
나 또한 믿을 수가 없는 일이다.
고작 각성종 닭 한 마리 따위에게 농락을 당하다니.
사냥꾼 경력이 부끄러워지는군.
하지만 반대로 어째서 고작 닭 한 마리를 잡지 못해서 모험가까지 불러야 했는지 이해가 갔다.
내가 사냥꾼 일을 하던 시절에도 이 정도로 영리한 사냥감은 흔치가 않았는데.
하지만 트릭이라는 것은 걸리기 전까지만 의미가 있는 법.
“우선 길을 되돌아가지. 중간쯤에 발자국이 나누어지는 부분이 있을 거다.”
마리와 카리나는 닭 주제에 그런 트릭을 사용했다는 말을 신용하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우선은 그 이외에 다른 의견이 없었기 때문에 순순히 나를 따라 이동했다.
그리고 약 10분 정도 숲길을 걸었을 때 덤불 사이로 교묘하게 숨겨져 있었던 삼족계의 발자국을 보고 나서야 눈을 크게 뜨고 놀라며 내 말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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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도 삼족계의 거처를 찾기는 쉽지가 않았다.
백트래킹뿐만 아니라 자신을 추적하는 사람들을 방해하기 위해서 사람의 몸으로는 지나가지 못하는 좁은 틈만을 이용해서 지나가거나, 마찬가지로 백트래킹을 응용하여 여러 방향으로 향하는 것 같은 발자국을 여러 개 만들고, 발자국의 끝과 끝을 연결해서 같은 자리를 계속해서 돌게 만들기까지.
그 흔적을 보아하니 녀석은 우리 이외에도 수많은 인간종에게 추적당하는 것에 상당히 익숙한 듯 보였다.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흔적을 지워가면서까지 양계장을 망가트려야 했던 이유가, 녀석에게는 있었던 것일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새 하늘에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으으으……. 그 망할 닭 녀석 잡히면 가만두지 않겠어요!”
“동감이다. 우리를 이만큼 고생시키다니……. 나중에 잡아먹을 때가 기대되는군.”
그렇게 각성종 삼족계에 대한 적의를 불태우는 두 여자.
하지만 결국 분노를 불태우는 데도 한계가 있었던 것인지 두 사람은 곧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아……. 몸은 힘들지 않은데 어쩐지 정신적으로 너무 지치는 거 같아요.”
“그렇군. 다른 마수의 토벌을 나갔을 때도 이 정도로 추적이 곤란한 마수는 없었는데.”
“약해빠진 닭 주제에 왜 이렇게 머리는 좋은 것인지…….”
“반대다. 약하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머리를 쓰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이빨이 날카롭고 힘이 강해서 생태계에 정점에 오른 마수라면 아무리 선천적으로 지능이 높더라도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 하지는 않겠지.
“그나저나 그 삼족계는 이렇게까지 힘들게 자신의 흔적을 지워가면서 왜 양계장의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까요?”
“양계장에 갇혀 살던 시절에 대한 복수인가?”
“...그것도 어느 정도는 있겠지.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것뿐만이 아닌 것 같은데.”
“그것만이 아니라면요?”
“뭐, 확실한 것은 아니다. 아마 놈의 보금자리를 찾게 되면 자연스레 확실해지겠지만.”
그렇게 말하며 나는 놈이 마지막으로 트릭으로 준비해뒀으리라고 생각되는 바위의 틈새를 지나갔다.
바위의 틈새는 겉에서 보기에는 절벽의 앞에 두 개의 바위가 좁은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을 뿐인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는 달랐다.
바위의 뒤편에는 절벽과 절벽의 틈 사이에 공간이 있었는데 밖에서 보기에는 한 개의 절벽인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그 바위를 중심으로 두 개의 절벽이 마주 보고 있는 모양새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바위의 뒤편 그 절벽의 사이에 생성된 공간에는 수많은 삼족계들이 모여서 보금자리를 형성하고 있었다.
꼬꼬댁
꼬꼬꼬
삐약삐약
“이, 이것은 삼족계의 무리잖아요!!”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삼족계들이……. 설마!”
“그래. 그 녀석이 양계장을 습격한 것은 자신을 가두었던 인간종들에 대한 복수 같은 게 아니라 자신과 같이 양계장에 갇혀서 가축으로 살아가는 동족들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어.”
놈이 양계장을 부술 때마다 실종되었던 삼족계들.
그 닭들은 모두 사라진 것이 아니라 놈이 이곳에 데리고 온 것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마리와 카리나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우리의 앞에 한 마리 삼족계가 마치 다른 삼족계들과 우리의 사이를 가로막으려는 듯이 끼어들었다.
덩치도 외관도 다른 삼족계와는 별반 차이가 없는 모습.
유일한 차이점이라고는 유난히 크고 늘어진 벼슬뿐인 세 개의 다리를 가진 암탉.
다른 닭들과 명확한 차이는 없었지만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닭이 양계장에서 의뢰를 내었던 각성종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꼬꼬댁!
꼬꼬꼬!
그 모습은 우리가 상상했던 각성종의 마수와는 달리 다른 닭들과 별반 다를 것도 없는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 암탉은 자신의 지능이라면 자신이 도저히 상대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협하듯 필사적으로 날개를 퍼덕였다.
“쿠, 쿠르트 씨. 우리 그냥 이 의뢰 포기하면 안 될까요?”
“맞습니다. 삼족계라면 제가 살 테니 이번만큼은 그냥 포기하는 게…….”
“뭐야. 마음이 약해진 거냐? 어차피 우리가 의뢰를 포기해도 다른 모험가가 올 텐데?”
두 사람은 전까지 각성종 삼족계에 대한 적의를 불태우는 것도 잊고는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동족을 위해서 말썽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니까 잡아먹기가 조금…….”
“다른 모험가가 온다고 해도 이 정도로 철저한 녀석이면 쉽게 꼬리가 잡히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군.”
내 말에 두 사람은 안심하였다는 듯 밝은 미소를 지었다.
“쿠르트 씨…!”
그렇게 나는 기뻐하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앞을 가로막고 있는 각성종 암탉에게 다가가서 그대로 목을 꺾었다.
꽤애액!
“쿠르트 씨! 어째서!”
“굳이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지 않습니까!”
“죽일 필요가 없다니 무슨 소리야. 이 녀석을 토벌하는 게 우리의 의뢰 내용이었는데.”
“하지만 그래도 동족을 위해서 열심히 했던 것뿐인데!”
“착각하지마. 모든 짐승은 다 각자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어. 그건 지금 내가 목을 꺾은 이 암탉만의 이야기가 아니야.”
“하, 하지만…!”
“카리나. 네가 지금까지 사냥해온 다른 마수들이라고 이 암탉처럼 열심히 안 살았을 거 같아?”
“...!”
“원래 모든 동물과 마수들, 그리고 인간종들은 각자 나름대로 대로의 사연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거야. 우리가 지금까지 사냥해온 마수들은 근본적으로 이 암탉과 다르지 않았어.”
내 말에 카리나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마리가 처음으로 먹었던 고기인 황금조도 그 나름의 삶이 있었을 테고, 약초꾼을 납치해갔던 샤벨 타이거들에게도 나름대로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사냥꾼은 그럴 능력이 된다고, 그저 그럴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냥감들을 함부로 사냥해서는 안 된다.
언제나 필요한 만큼의 사냥감만을 사냥하고, 사냥한 동물은 그 나름의 예우를 갖춰서 뼈 하나까지도 허투루 사용해서는 안 된다.
“물론 그것만이라면 반드시 죽여야 했을 이유는 없지만, 이 녀석은 반드시 토벌해 뒀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유라니요?”
마리는 내 말에 이성적으로는 납득한 듯 더이상 반박은 하지는 않았지만 감정적으로는 납득하지 못한 듯 날카로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이 녀석은 동족을 해방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종을 해치려 하였다. 만약 우리가 이 암탉을 죽이기 불쌍하다는 이유로 못 본 척하고 넘어간다면, 나중에 이 암탉이 다시 양계장의 사람들을 해치려 할 때 너는 책임질 수 있어?”
“그, 그건…!”
사냥꾼의 철칙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어도,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양의 마수가 아니더라도,
인간종에게 해를 끼치려 하는 마수는 사냥한다.
사실 나도 굳이 자신의 동족을 해방하려 하는 이 녀석이 싫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녀석은 계속해서 동족을 해방하던 중 결국, 힘들고 험한 길이 아니라 쉽고 빠른 길을 가는 것을 선택했다.
그것은 양계장의 시설을 망가트리고 동족을 구출하는 게 아니라, 아예 양계장을 관리하는 인간을 죽이고 닭들을 모두 풀어주는 것이다.
그 때문에 실제로 양계장 주인의 아들은 운이 좋아서 살아났을 뿐 실제로 죽을 뻔했다.
그것은 우연이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또는 먹이를 구하기 위한 사냥이 아닌 순수한 악의에서 비롯된 살의였다.
그렇게 된다면 이 녀석은 더이상 사냥감이 아니다.
인간종을 해치려 하는 적일 뿐이다.
내 말에 마리는 비로소 완전히 체념한 듯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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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에 써진 각성종의 마수를 잡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돌아가는 일행의 표정은 어두웠다.
“오오!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녀석을 사냥해왔군! 역시 모험가를 부르길 잘했어!”
“제법 영리한 녀석이더군. 왜 그리 양계장의 사람들이 애를 먹었는지 알겠어.”
“하하하! 그런데 일행들의 표정이 어두운데 무슨 사고라도 있었나?”
“아니. 그냥 피곤한 것뿐이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아. 그보다 의뢰에 적혔던 내용은 아닌데 말일세.”
“뭐지?”
“혹시 각성종을 찾는 중에 도망쳤던 양계장의 다른 닭들은 찾지 못했나? 만약 찾았다면 내 추가 보수를 주겠네.”
양계장 주인의 그 말에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기운 없는 표정을 짓고 있던 두 사람이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각성종 마수를 사냥한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인 그녀들이었지만 그래도 그것과는 별개로 그 각성종이 구출해댄 닭들에 대한 동정심은 남아있는 것이겠지.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짓고는 양계장 주인에게 말했다.
“아니. 양계장의 닭들이라면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으음……. 그런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여기 의뢰서에 적혀있던 보수라네.”
내 말에 양계장의 주인은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약속했던 보수를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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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의뢰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
마리가 아까 전보다는 한결 밝아진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의외네요.”
“뭐가?”
“저는 쿠르트 씨가 도망친 양계장 닭들의 위치를 말할 줄 알았거든요.”
마리의 말에 옆에서 카리나가 동의한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흥. 어차피 딱히 추가 보수에는 관심이 없었어. 애초에 처음 의뢰서에 적혀있던 내용도 아니었고.”
“헤에. 그런가요~?”
“뭐냐. 기분 나쁘게. 거기다가 그 닭들은 이미 야생화가 되기 시작해서 더는 양계장의 닭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지.”
“아아. 그렇구나~. 그렇구나~.”
마리는 내 말을 듣기는 한 것인지 기분 좋은 목소리로 과장된 제스쳐를 취했다.
카리나 또한 뭐가 그리 신나는지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뭐, 이 정도는 목숨을 바쳐서 동족들을 해방하려 했던 암탉에 대한 내 나름의 예우라 할 수 있었다.
녀석은 비록 인간에게 해를 끼치려 했기에 사냥해야 했지만 다른 닭들은 그렇지 않았으니.
그렇게 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모험가 길드를 향해서 돌아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페이스 배분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여기에 몇 백자를 더해서 두 편으로 나누는게 맞겠지만....
왠지 이번 화는 이대로 통으로 올리는게 맞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한 편으로 합쳐서 올립니다!
그리고 다음화는 대망의 다리 세 개 달린 후라이드 치킨입니다!